소설리스트

재능빨로 FA 천억 포수-198화 (198/203)

198화 영원히 기억에 남을 시즌 - 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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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규시즌 우승은 단순히 우승했다는 기쁨에서 끝나는 것이 아니다.

가장 큰 메리트는 한국시리즈에 직행한다는 것이었다.

그 메리트가 얼마나 큰지 KBO에서 누구보다 잘 아는 팀이 바로 우리였다.

작년에 4위로 시작해서 한국시리즈 전까지 총 8경기를 치렀다.

한국시리즈를 포함하면 무려 12경기를 더 치른 거였다.

그나마 하위라운드에서 체력 소모가 적어서 다행이었지, 만약 시리즈가 질질 끌렸다면 한국시리즈 결과가 어떻게 됐을지 모르는 일이었다.

하지만 올해는 당당히 1위로 시즌을 마쳤고, 이제부터 우리가 할 일은 간단했다.

“피닉스 파이팅!”

시리즈 전적에서 지는 팀을 응원한다.

이 응원이 얼마나 효과가 있을지는 모르지만, 어떤 팀이 올라오든 와일드카드부터 준플레이오프, 플레이오프까지 꽉꽉 채워서 경기하는 게 가장 베스트였다.

포스트 시즌은 단순히 정규시즌 몇 경기를 더 하는 게 아니다.

경기에서 지면 떨어진다는 압박감, 1년의 결과가 이번 경기에 따라 정해진다는 부담감, 언제 다시 올지 모르는 이 순간이 사람을 갉아먹는다.

그 반대의 경우도 있다.

짜릿한 승부에서 계속 이기고, 그로 인해 기세가 계속 쌓이고 쌓이다 보면 정규시즌과 완전히 다른 팀이 될 수도 있다.

물론 그건 쉽게 일어나지 않는다.

정규시즌 우승팀이 한국시리즈에서 우승한 비율이 무려 80%가 넘는다는 사실이 그걸 증명한다.

하지만 불과 작년에 그 업셋이 일어났고 그 주인공이 우리였으니 마냥 일어나지 않는다고 단정하기는 어려웠다.

그리고 방금, 그 업셋의 한 장면이 나왔다.

피닉스는 지금 낭떠러지에 있다.

우리와 했던 최종전은 그나마 1코인이 있었지만 돌핀스와의 5위 결정전도, 스타즈와의 와일드카드 결정전도 전부 한 번이라도 지면 끝나고, 심지어 원정경기였다.

특히 와일드카드 결정전은 4위인 스타즈가 1번만 이기면 올라가는 거라 부담이 상당했을 거였다.

[쳤습니다! 내야를 빠져나가는 타구! 3루 주자 홈으로! 2루 주자마저 홈으로! 들어옵니다! 홍민우의 2타점 적시타! 스코어 역전! 5대4, 대전 피닉스입니다!]

하지만 피닉스는 8회 초, 초반에 4점을 내주며 기선제압을 당한 채 끌려가던 경기를 한 점, 한 점 따라붙더니 기어이 역전을 만들어냈다.

“와, 씨. 소름 돋네.”

홍민우의 적시타를 본 이주학이 제 팔뚝을 매만졌다.

“저기 피닉스 팬들은 막 우는데?”

“몇 년 만에 가을 야구인데 저렇게 하면 눈물 나지. 우리도 작년에 팬들 엄청 울렸잖아.”

간절하다.

팬들이고, 선수고 할 것 없이 간절함이 얼굴에 묻어나왔다.

하지만 그건 스타즈 역시 비슷했다.

마지막까지 포기하지 않고 결국 9회 말, 2사 2루의 찬스를 만들어냈다.

타순도 좋았고 홈런이 많이 나오는 구장인 만큼 한 방으로 경기가 끝날 수도 있는 상황.

-따아악!

높이 뜬 타구가 외야로 날아갔다.

스타즈 팬들의 환호가 화면을 뚫고 들렸지만, 외야로 날아갔다고 해서 전부 홈런이 되는 게 아니었다.

[아웃! 아웃입니다! 경기 종료! 대전 피닉스가 와일드카드 결정전 1차전에서 승리를 거두며 2차전까지 끌고 갑니다!]

치열했던 경기의 승자는 피닉스였다.

경기가 끝나고 인터뷰가 있었다.

인터뷰의 주인공은 역전타를 친 홍민우.

[지금 목표는 가을 야구를 홈에서 하는 것. 그뿐입니다.]

한국시리즈도, 우승도 언급하지 않고 그저 가을 야구를 홈에서 하겠다는 담백한 말에 사람들은 열광했다.

“내일도 같이 볼 거냐?”

“아니, 그냥 집에서 혼자 보려고.”

“그래? 오키. 잘 가라.”

“수호 가냐? 조심히 가라.”

이규영과 이주학(합숙 전까지 이규영의 집에서 묵기로 했다)의 배웅을 받고 집으로 돌아갔다.

그리고 다음 날.

[쳤습니다! 2루수! 잡아서 2루로, 그리고 1루! 아웃! 아웃! 경기 종료! 대전 피닉스가 인천 스타즈를 꺾고 수원으로, 그리고 대전으로 향합니다!]

업셋이 일어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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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다가도 싱글벙글 일어난 KBO 총재면 개춬ㅋㅋㅋㅋ]

ㄴ 마린스, 프렌즈가 1, 2위 먹은 것도 신날 텐데 피닉스까지 올라왔네? 진짜 행복사 할 듯 ㄷㄷ

ㄴ 올해 흥행 미쳤다. 이러다가 피닉스가 나이츠 꺾고 플레이오프까지 오는 거 아님?

ㄴ 그럼 진짜 잠도 안 올듯ㅋㅋㅋㅋㅋ

ㄴ 아무리 그대로 스타즈랑 나이츠랑 급 차이가 있지;;

ㄴ ㅋㅋㅋㅋ 그냥 홈에서 가을 야구 볼 수 있다는 것만 해도 존나 좋음

ㄴ 탑) ㅇㅈ. 우리도 작년에 존나 행복했지. 축하함 ㅎㅎ

한국에서 프로야구가 시작된 지 벌써 50년이 됐다.

미국과 일본 리그에 비교하면 역사가 짧다면 짧을 수 있지만, 그 안에 방대한 이야기가 잠들어있다.

세월이 쌓아온 이야기는 사람들에게 큰 화제가 됐고, 불과 1년 전 기적적으로 그 이야기가 완성됐던 걸 지켜봤던 사람들은 또 다른 기적의 탄생을 기대했다.

작년엔 마린스, 올해는 피닉스.

물론 아직 피닉스가 넘어야 할 산은 너무 높고 험했지만, 이미 작년에 마린스의 기적을 봤던 야구팬들에게 마냥 불가능하게 보이지 않았다.

하지만 이런 분위기에 소외된 팀과 그 팬들이 있었으니, 바로 수원 나이츠의 팬이었다.

KBO의 열 번째 구단.

올해로 창단한 지 20년이 됐지만 다른 팀들과 비교하면 인기와 인지도가 떨어졌다.

어쩔 수 없었다.

수원 나이츠가 창단한 2013년에도 야구는 이미 고일 대로 고였고, 야구를 안 볼지언정 응원하는 팀을 바꾸는 일은 없었던 야구팬들의 마음을 돌리는 건 쉽지 않은 일이었다.

거기에 언더독이 올라오기를 바라는 마음, 만년 꼴찌였던 세 팀이 우승을 다투는 걸 보고 싶어 하는 마음도 합쳐져 수원 나이츠가 마치 빌런이 된 것 같은 모양새였다.

수원 나이츠 선수들도 그걸 알고 있었고 그 중엔 되려 이런 분위기를 좋아하는 선수들도 있었다.

그중 한 명이 최건우였다.

“빌런, 좋지.”

기꺼이 빌런이 되기로 한 최건우는 준플레이오프 1차전에서 그 능력을 마음껏 뽐냈다.

단기전에 미친 선수가 있다면 시리즈를 뒤바꿀 수도 있다는 말.

그 말이 왜 나왔는지 최건우는 피닉스를 상대로 보여줬다.

준플레이오프

1차전, 5타수 3안타 3타점.

2차전. 5타석 3타수 2안타 2타점 1홈런 2볼넷.

최건우의 활약에 힘입어 1, 2차전을 나란히 승리한 나이츠가 기세등등하게 대전으로 향했다.

사람들은 피닉스의 패배에 안타까워하면서도 반쯤은 그러려니 했다.

이미 마린스와의 최종전부터 5위 순위 결정전, 와일드카드 결정전까지 모든 전력을 쏟았던 피닉스였다.

반면 상대는 수원 나이츠, 근 몇 년 동안 가을 야구 단골이었던 팀이었다.

[나) 치킨 꺼억~]

ㄴ 피닉스 고생했고 내년에 보자고 ^^

ㄴ 하, 올라가는 건 안 바라니까 제발 1승만 더하자.

힘이 빠진 피닉스가 그런 나이츠에게 잡아먹히는 건 그리 이상한 일은 아니었다.

벼랑 끝에 몰린 상태로 도착한 대전.

어쩌면 정말 오랜만에 참여한 가을 야구의 마지막일 수도 있는 대전 피닉스 파크에 많은 팬이 찾아왔다.

이미 여기까지 온 것만 해도 잘했다.

당장 지는 건 아쉽지만 이미 피닉스 팬들은 만족한 상태였다.

다른 것보다 미래를 봤다.

피닉스가 나아갈 길, 그리고 그 길이 밝게 빛난다는 사실만으로도 충분히 만족스러웠다.

심지어 피닉스 선수 중 일부도 비슷한 생각을 했다.

이 정도면 꽤 잘하지 않았느냐고.

하지만 그건 어디까지나 일부에 지나지 않았다.

적어도 피닉스의 중심 타선, 오기택, 황인재, 홍민우의 생각은 달랐다.

그리고 운명의 3차전, 황인재는 선발 투수인 김태민을 찾아갔다.

이미 1차전에 에릭 니콜라스가, 2차전에 2선발인 잭슨 테일러가 나와서 졌다.

원래라면 3선발 유문기나 4선발 장재석이 나올 차례였다.

하지만 최근수 감독은 승부수를 냈다.

자신이 10년 넘게 이끌었던 경남고등학교에서 큰 경기에 가장 강했던 에이스, 김태민을 선발로 내세운 것이었다.

그런 김태민을 황인재가 찾아간 이유는 간단했다.

“3점. 6회까지 3점만 막아주세요.”

고등학교 시절 단 1년, 그리고 프로에 와서 1년, 총 2년 동안 황인재를 봤지만 이런 부탁을 하는 건 처음이었다.

신선한 경험에 되려 부담감이 사라지는 걸 느낀 김태민이 황인재의 조건을 바꿨다.

“7회까지 2점. 할 수 있어.”

수원 나이츠가 지난 두 경기에서 낸 점수는 도합 15점.

이미 불이 제대로 붙은 타석을 단 2실점으로 막겠다는 말이었다.

김태민은 자신 있게 할 수 있다고 말했다.

그리고 그날, 대전에는 정말 오랜만에 토종 에이스가 등장했다.

[김태민! 절벽 끝에서 보여준 눈부신 역투! 나이츠 강타선을 8이닝 1실점으로 틀어막으며 시리즈 1승!]

그리고 대망의 4차전.

“스트라이크 아웃!”

“우워어어어어어!”

3일 휴식 후 올라온 에릭 니콜라스가 7이닝을 완벽하게 틀어막으면서 경기는 5차전까지 이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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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 이 순간 가장 웃고 있는 팀은 프렌즈였다.

만약 준플레이오프가 3대0으로 끝났다면 프렌즈로선 그건 안 하느니만 못한 경기였다.

체력 소모는커녕, 승리 팀에게 적절한 경기 감각과 기세를 타게 만드는 최악의 결과였다.

하지만 이미 5차전이 확정된 이상 어느 팀이 올라오든 상관없었다.

피닉스는 여러 경기를 치르면서 체력, 특히 투수진들의 경기력 저하를 기대해볼 만했고 나이츠 역시 포스트시즌에서 꽤 많이 만났고 승리도 많이 했던 터라 괜찮았다.

마린스는 준플레이오프를 보면서 합숙을 시작했다.

연습경기를 통해 경기 감각을 되살리고 만에 하나 있을 불상사를 없애기 위한 선택이었다.

마린스는 대구 에이스 2군과 연습경기를 치르고 자연스럽게 한곳으로 모여들었다.

오늘은 피닉스와 나이츠의 준플레이오프 5차전이 있는 날.

자유롭게 떠드는 분위기 속에 준플레이오프 5차전이 막을 열었다.

나이츠는 1차전 선발 투수이자 팀의 에이스인 이든 하크를, 피닉스는 2차전 선발 투수인 잭슨 테일러를 내세웠다.

1차전 승리 투수이자 다년간 한국에서 뛰면서 가을 야구 경험이 숱하게 있는 이든 하크와 2차전 패전 투수인 잭슨 타일러.

선발 투수의 무게감은 나이츠 쪽으로 기울었다.

하지만 홈에서 2연승을 거두며 기세를 탄 피닉스 역시 만만히 볼 팀은 아니었다.

마린스 선수들은 경기를 보면서 저마다 어느 팀이 올라올지 말했다.

선수들의 의견은 대략 반반.

이주학이 마지막으로 김수호에게 물었다.

“넌 어디가 올라올 거 같냐?”

“음. 글쎄.”

잠시 고민하던 김수호가 말했다.

“피닉스.”

“어, 진짜? 왜?”

“그냥. 감이지 뭐.”

이주학뿐만 아니라 다른 선수들도 김수호의 대답을 기대하고 있었는데 싱거운 대답이 나오자 이내 관심을 끄고 경기에 집중했다.

“와, 공 죽이네.”

경기 초반, 분위기를 먼저 가져간 팀은 수원 나이츠였다.

1차전 역투로 승리를 만들었던 이든 하크의 호투와 선취점을 만들어내는 최건우의 적시타.

점수는 1대0이었지만 경기 양상과 분위기는 1대0, 그 이상이었다.

계속되는 나이츠 타선의 공세에 겨우 버티던 잭슨 테일러가 8안타를 맞고 5이닝만 채우고 내려갔다.

하지만 실점은 단 1점뿐이었고 반면 6회 초, 이든 하크가 오늘 경기 처음으로 득점권에 주자를 내보냈다.

1사 주자 없는 상황에 오기택이 2루타를 치며 찬스를 만들었다.

그리고 타석에 들어선 황인재를 보자 나이츠의 투수코치가 마운드로 올라왔다.

“살 떨린다. 저기서 공을 어떻게 던지냐?”

“던져보니까 던질 만하던데.”

이주학의 호들갑에 이호민이 담담하게 말했다.

사실 지난 포스트 시즌에선 너무 긴장해서 되려 아무 생각 없이 던질 수 있었다.

“볼!”

하지만 화면 속 이든 하크는 좀 달랐는지 연속으로 볼 3개를 던졌다.

카운트에 몰리자 나이츠 벤치는 미련 없이 자동 고의사구를 지시했다.

그리고 홍민우를 상대로 던진 초구가 밋밋하게 들어갔다.

“미친. 넘어가나?”

홍민우가 친 타구가 빠른 속도로 담장을 향해 날아갔다.

다행인지 불행인지 담장 최상단을 때린 타구가 다시 경기장 안으로 들어왔다.

그 사이 오기택은 득점, 황인재와 홍민우는 각각 3루, 2루에 들어갔다.

이제 동점을 넘어 역전까지 단 안타 하나.

그리고 피닉스의 외국인 타자, 조쉬 안드레스는 마치 골프를 연상케 하는 타격을 선보였다.

오직 공을 띄우기 위한 스윙.

“아웃!”

동시에 스타트를 끊은 황인재가 여유롭게 홈을 밟으면서 역전.

이후 실점 없이 이든 하크가 7회까지 막아냈지만, 6회부터 올라온 피닉스의 3선발 유문기가 나이츠의 타선은 침묵시켰다.

그리고 8회까지 막아낸 유문기가 내려가고 마지막으로 마무리 황보근이 9회를 막기 위해 마운드 위로 올라왔다.

“진짜 피닉스가 이기냐?”

만약 피닉스 팬이 이 자리에 있었다면 당장이라도 이주학의 입을 틀어막았을 거다.

섣불리 승리를 점치는 건 클리셰 중에 클리셰였으니까.

하지만 이주학의 호들갑에도 이를 알 리 없는 황보근은 차근차근 아웃 카운트를 늘려갔다.

그렇게 2아웃 주자 1루.

3-2 풀카운트.

황보근의 손에서 공이 떠나고 황보근의 순한 얼굴에 엄청난 열기가 깃든 그 순간.

“스트라이크 아웃!”

“와아아아악!”

잠실행의 주인공이 정해졌다.

[삼진 아웃! 대전 피닉스, 대전 피닉스가 패패승승승으로 수원 나이츠를 꺾고 잠실로 향합니다! 다시 말씀드립니다! 서울 프렌즈의 상대는, 대전 피닉스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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