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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능빨로 FA 천억 포수-144화 (144/203)

144화 봄린스는 아무도 막을 수 없다 - 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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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프링캠프에서 팬들이 가장 기대하는 건 두 가지이다.

첫 번째는 선수들의 근황.

아무래도 익숙한 얼굴보단 새로운 얼굴이나 신인 선수들에게 큰 관심을 가졌다.

그건 마린스 팬들도 마찬가지였고 이번 시즌 새롭게 합류한 이규영과 오상엽, 박우주 등 뉴페이스들의 활약을 기대하며 영상 업로드를 기다렸다.

그리고 두 번째는 역시 실전이었다.

뉴페이스들이 기존 선수들과 어떻게 조화가 되는지, 기존 선수들은 여전한지를 한 눈에 가늠할 수 있는 연습 경기.

그 무엇보다 야구가 고팠던 팬들은 연습 경기 일정이 나오기를 목이 빠져라 기다렸다.

[연습 경기 떴다!]

-괌에서 한 경기하고 오키나와 넘어가서 쭉 있는데?

ㄴ 괌에서 어디랑 함? 언제하는데?

ㄴ 내일모레 ㅋㅋㅋㅋㅋㅋ 돌핀슼ㅋㅋㅋ

ㄴ ㅋㅋㅋㅋㅋ 처음부터? 캬 벌써 재밌네.

공교롭게도 괌에 전지훈련을 간 팀이 마린스와 돌핀스밖에 없어서 성사된 연습 경기였다.

지난 한국시리즈 리매치, 이규영과 오상엽의 친정팀, 거기에 낙동강 라이벌까지.

물론 시범경기보다 의미 없는 연습 경기지만 꽤 많은 관심을 받았다.

오랜만에 실전, 특히 상대가 상대인 만큼 의욕을 불태우는 건 선수들도 마찬가지였다.

“다들 무슨 생각인지는 알겠는데 너무 무리만 하지 마라. 알겠지?”

이번 시즌부터 돌핀스의 주장을 맡은 최지용이 선수단에 몇 번이고 똑같은 말을 되풀이했다.

그도 그럴 것이 의미는 없다지만 수식어가 많이 붙은 경기였다.

최지용도 이런 선수들의 마음은 알고 있지만 이런 경기에서 부상이라도 당하면 그것만큼 허망한 게 없다.

반면 마린스는 평온했다.

그래도 강주호가 두 이적생을 챙겼다.

“규영이. 마음은 좀 어떠냐?”

“뭐 이적할 때부터 각오한 거라 괜찮습니다. 팬들도 없는데요. 마산 갈 때가 문제죠.”

“상엽이는 괜찮고?”

“오히려 빨리 만나서 좋습니다. 재밌겠네요.”

“나머지는?”

다른 선수들도 오상엽과 비슷했다.

국가대표 1번타자 겸 주전 중견수, 마무리 투수, 심지어 외국인 1선발이 빠져 과장 보태 전력이 절반 가까이 약해진 돌핀스였다.

최필주를 비롯한 영입이 있었지만, 셋의 빈자리를 메꾸기엔 많이 부족했다.

반면 마린스는 최근 치러진 청백전에서 새로 들어온 선수들의 존재감을 확인한 만큼 질 것 같지 않았다.

오히려 팀이 얼마나 단단해졌는지 알 수 있는 좋은 상대였다.

“오케이. 좋아. 다들 무리하지 말고 불편한 곳 있으면 바로 말해라.”

경기 날이 되자 이규영과 오상엽이 돌핀스 더그아웃에 놀러 갔다.

“꺼져라. 배신자들!”

“우우우! 하필 가도 마린스냐!”

가서 처음엔 좋은 소리를 듣진 못했지만 그간 쌓인 정이 있었다.

돌핀스 선수들도 장난은 그만두고 서로 안부를 묻기 바빴다.

이규영을 가장 반겨준 건 우오준이었다.

“그래서 마린스는 어떤데?”

“좋죠. 머리가 좀 큰 놈이 있긴 한데 제 말에 꼼짝 못 합니다.”

“내가 봤을 땐 네가 꼼짝 못 하는 거 같던데? 맨날 수호 찾으러 다니잖아.”

“아, 상엽이 형! 그런 말 하면 진짜 믿잖아요.”

우오준이 둘을 보더니 웃었다.

“이왕 갔으니까 가서 잘해라. 괜히 욕먹지나 말고. 대신 우리랑 할 땐 알아서 조절하고. 알지?”

“어후, 4출루 해서 4도루만 할게요.”

“너 그러다 진짜 마산 팬들한테 죽는다?”

마산 아재들을 떠올린 이규영이 고민 끝에 말을 바꿨다.

“음. 그럼 3출루?”

“꺼져. 빨리 너네 더그아웃으로 가!”

인사를 마치고 다시 마린스 더그아웃에 돌아온 이규영을 김수호가 반겼다.

“인사 잘하셨어요?”

“잘하긴 개뿔. 늙은이 심술부리는 거 듣고 왔다. 야. 오늘 봐주기만 해라.”

“제가요?”

그 말에 작년에 김수호에게 당했던 것이 생각난 이규영이 몸을 부르르 떨었다.

“아니다. 그냥 하던 대로만 해. 어. 너 잘하는 거 있잖아. 홈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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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 마린스의 라인업은 전부 주전으로 이뤄졌다.

1. 이규영 (CF)

2. 박은성 (LF)

3. 김수호 (C)

4. 강주호 (DH)

5. 오준혁 (3B)

6. 잭 미켈 (RF)

7. 최치호 (2B)

8. 채지훈 (1B)

9. 이주학 (SS)

SP 허하준

어차피 4회가 지나기 전에 다 바뀔 예정이지만 그래도 여러 가지 실험을 하겠다는 이정훈 감독의 의지가 느껴졌다.

무엇보다 눈에 띄는 건 김수호의 타순이 3번으로 조정된 거였다.

여러 가지 의미가 있지만 이규영의 합류로 까다로운 두 타자가 테이블 세터를 이뤘으니 두 선수를 불러들이기 위한 가장 확실한 선택이었다.

라인업이 확정된 건 아니지만 의미 있는 변화였다.

돌핀스의 선발 투수는 잭 랜들.

2년간 돌핀스의 1선발을 책임졌던 존 그레이는 미국으로 떠났고, 남은 잭 랜들이 1선발 자리를 꿰찼다.

말 그대로 연습 경기인 이상 양 팀 선발투수들은 1이닝, 길면 2이닝만 소화하고 내려갈 예정이었다.

“후우, 후우.”

두 팀 모두 이게 연습 경기란 사실을 너무 잘 알고 있다.

하지만 아까부터 쉴 틈 없이 방망이를 휘두르는 이규영을 보면 없던 의욕도 생길 판이었다.

연습을 마치고 이번 경기의 첫 타자로 타석에 선 이규영이 앞에 보이는 낯선 상황에 숨을 크게 내쉬었다.

‘후우. 긴장되네.’

항상 자신이 서 있던 중견수 자리엔 기존 우익수였던 최강민이 서 있었다.

그리고 시야에 보이는 건 온통 돌핀스 유니폼을 입은 선수들이었고.

“오랜만이다?”

자신과 처지가 비슷한 최필주가 말을 걸었다.

“옙. 돌핀스 유니폼 잘 어울리시네요.”

“너도 검은색 잘 받는다?”

이적한 선수들끼리 이야기를 주고받으니 곧 심판이 경기를 시작했다.

팀이 바뀌었지만 자신의 역할은 변하지 않았다는 걸 너무 잘 알고 있는 이규영이 초구부터 방망이를 냈다.

“파울!”

“볼!”

“볼!”

“파울!”

2스트라이크에 몰리자 작정하고 방망이를 짧게 쥐었다.

최고 구속 150km를 넘는 포심을 던지는 잭 랜들이지만, 아직 구속을 끌어올리지 않은 상태였다.

구속은 기껏 해봤자 140 초반.

“파울!”

“파울!”

“파울!”

존에 들어오는 공은 전부 건드리고.

“볼!”

“볼!”

기어이 볼넷을 만들어 출루한다.

그 장면을 보고 있던 이호민이 고개를 저었다.

“끔찍하다. 내가 투수였으면 글러브 던졌다. 우웩.”

“이젠 우리 팀이야. 든든하지?”

“진짜 존나 다행이지.”

이어진 타석엔 박은성이 들어섰다.

하지만 잭 랜들은 박은성보다 이규영에 시선이 쏠렸다.

‘젠장. 리가 1루에 있다니.’

작년 더그아웃에서 이규영에 의해 고통받는 투수를 얼마나 많이 봤던가.

이번에 새로 온 포수의 도루저지가 괜찮긴 하지만 이규영의 존재 자체가 불편했다.

특히 좌완 투수인 그로서는 외면할 수도 없는 상황.

“세이프!”

“세이프!”

“세이프!”

연달아 세 번의 견제에도 전혀 줄어들지 않는 리드폭에 결국 타자를 향해 공을 뿌렸다.

“뛰었다! 2루!”

-따악!

작전인지 단독 도루인지는 모르지만, 박은성이 친 타구가 도루에 흔들린 내야를 뚫고 나갔다.

순식간에 무사 주자 1, 3루 위기.

그리고 타석엔 절로 긴장되게 만드는 타자가 들어섰다.

‘후. 역겨운 타선이군.’

침을 꿀꺽 삼킨 잭 랜들이 최필주의 사인을 확인했다.

초구는 바깥쪽 포심.

하지만 잭 랜들은 머뭇거렸다.

‘왜 반응이 없어?’

최필주가 아무런 제스처가 없는 잭 랜들을 향해 다시 사인을 냈다.

잭 랜들이 고민 끝에 고개를 끄덕이고 투구를 준비했다.

잭 랜들이 머뭇거렸던 건 지난 한국시리즈의 기억이 되살아나서였다.

한국시리즈 2차전, 1회 초 주자 1, 3루.

당시 잭 랜들은 포심을 던져서 김수호에게 홈런을 허용했다.

그걸 기점으로 완전히 무너지면서 2차전을 내줬다.

하지만 이걸 이겨내지 못한다면 앞으로 나아갈 수 없다는 걸 잘 알고 있었다.

연습 경기임에도 절로 기합이 나올 정도로 강하게 던진 공이 원하는 곳으로 날아갔다.

-따아아악!

‘무슨 타구음이···.’

공을 쪼개버릴 듯한 소리와 함께 공은 순식간에 담장 밖으로 사라졌다.

라인드라이브 홈런.

구속이 조금만 더 나왔더라면, 담장이 조금만 높았더라면 넘어가진 않았겠지만 그건 변명에 불과했다.

그 사이 베이스를 다 돈 김수호가 홈에서 기다리고 있던 선수들에게 축하받았다.

“겨울 동안 운동한 게 도움이 됐나 봐? 저게 넘어가냐.”

“첫 타석인데 너무 세게 한 거 아니냐?”

이규영의 말에 김수호가 반문했다.

“봐주지 말라면서요.”

“쯧, 이럴 때만 말 존나 잘 들어요. 아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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확실하게 기선을 제압한 3점 홈런 이후 마린스 타선은 기세를 이어갔다.

추가로 2득점을 하면서 돌핀스 팬들에겐 걱정을, 마린스 팬들에게 행복을 줬던 1회 초가 끝났다.

그리고 1회 말.

“스트라이크 아웃!”

이규영 대신 1번 타자로 나선 박광민은 몸쪽을 찌르는 포심에 선 채로 삼진.

“아웃!”

새로운 2번 타자 우오준은 투심을 노리다 포심이 방망이 위쪽에 맞으면서 포수 플라이.

“스트라이크 아웃!”

재계약에 성공한 스티븐 오웬 역시 스플리터에 헛스윙하며 순식간에 이닝을 끝마쳤다.

ㄴ 캬 편안.

ㄴ 선발 차이 지리네 ㅋㅋㅋㅋㅋ

ㄴ 아 좀 미국으로 꺼지라고.

ㄴ 김수호나 허하준이나 진짜 존나 잘한다.

이후 다시 마운드에 선 잭 랜들이 이주학부터 시작된 타석을 삼자범퇴로 처리하며 한숨 돌렸고 마린스는 투수 교체가 이루어졌다.

허하준에 이어 마운드에 올라온 브릭 웰링턴이 후반기 포스를 보여주며 삼자범퇴로 깔끔하게 마무리했다.

이어서 올라온 요그 하스가 안타를 허용했지만, 병살을 유도해내며 세 명의 선발 투수가 3이닝을 9명의 타자로 틀어막았다.

돌핀스 역시 새로운 외국인 투수 브루노 펠릭스와 최지용이 2이닝을 무실점으로 막으며 경기를 끌고 갔다.

이후 타선이 두 번 돌자 양 팀은 약속이라도 한 듯 주전 선수들을 대거 교체했다.

마린스는 투수들과 백업 포수들 간의 합을 보기 위해, 돌핀스는 아직 확정이 안 된 좌익수의 주인을 찾기 위해 노력했다.

김성준, 주동훈, 이재익이 차례로 2이닝씩 포수를 봤지만, 결과는 마음에 들지 않았다.

가장 먼저 마스크를 낀 김성준이 맡은 투수는 김호기와 이호민.

김호기가 선두타자 박광민을 출루시키면서 흔들리자 돌핀스 타선이 활발하게 움직였다.

결과는 1이닝 2실점.

실망스러운 결과였다.

김호기는 몰라도 이호민의 공을 받아본 적 있는 김성준은 공을 받자 깜짝 놀랐다.

‘시작부터 반대 투구?’

거기에 구속은 최소 150km였으니 긴장을 하며 공을 받아냈다.

다행히 이번엔 무실점으로 막아냈지만, 볼넷이 2개나 나왔다.

“선배님이 잘 잡아주셨는데 죄송합니다.”

“아냐. 내 잘못이 커.”

이호민의 사과에 김성준이 멋쩍은 표정을 지었다.

불펜에서 공을 받았을 때와 실전에서 받는 건 차이가 컸다.

‘수호였다면 호민이도 던지는 게 달랐겠지?’

김성준이 아쉬움을 안고 주동훈과 교체됐다.

이후 김동준, 박상훈, 정태석, 이용기, 박우주, 오상엽 등 불펜들까지 점검을 마치자 길었던 경기가 끝났다.

경기 결과는 10대9 마린스 승리.

초반 기선을 완벽하게 제압했음에도 탐탁지 못한 승리였다.

아무리 투수들의 컨디션이 다 안 올라왔고 연습 경기라지만 5이닝 동안 9실점은 문제였다.

그나마 오상엽이 무사 만루에 마운드에 올라 1실점으로 막은 게 수확이라면 수확이었다.

ㄴ 우리 불펜 왜 이렇게 못 던지냐? 작년엔 지렸던 거 같은데?

ㄴ 왠지 모름? 걍 김수호 때문이지 ㅋㅋㅋ

ㄴ 아무리 그래도 이건 좀 심하지 않냐? 상대도 1.5군~2군 타잔데?

ㄴ 상대가 돌핀스잖아. 뎁스 봐라. 우리랑 차이 존나 난다.

ㄴ 누구 하나 부상 당하면 빈자리 크다. 진짜 선수들 몸조심해야 댐.

ㄴ 하. 그래도 백업 포수들 처참한데?

ㄴ 김수호가 무리해서 나오다 부상 당한다고 생각해봐. 걍 시즌 끝임. ㅋㅋㅋㅋ 걍 한 경기주더라도 휴식 주는 게 맞지.

그나마 팬들이 다시금 확인 한 거라면 김수호의 존재감과 중요성 정도였다.

그렇게 약간 불만족스러운 결과를 안고 마린스는 오키나와로 출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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