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재능빨로 FA 천억 포수-108화 (108/203)

108화 필승공식 - 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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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산의 한 사무실.

점심이 막 지난 시간에 사원들이 한자리에 모여있었다.

“자, 1분 남았다. 집중해.”

상사로 보이는 사람의 말에 모두 핸드폰을 부여잡고 집중했다.

-빠바밤~ 빠바바밤~ 밤~ 밤!

그리고 정시를 알리는 소리가 들리자 일제히 핸드폰을 눌렀다.

“아, 미친!”

“이선좌(이미 선택한 좌석입니다) 떴다···.”

몇몇 사람들의 탄식에도 핸드폰을 놓지 않고 열심히 무언가를 누르던 직원들이 하나둘씩 자신의 성과를 보고했다.

“중앙 자리 연석 성공했습니다!”

“오 진짜? 봐봐.”

“익사이팅 존 성공!”

“와! 팀장님! 팀장님! 팀장님!”

그리고 마지막까지 핸드폰을 놓지 않았던 박민수가 핸드폰을 내려놨다.

“박대리, 어떻게 됐어?”

박민수가 말없이 핸드폰을 돌려서 보여줬다.

“응원석 네 자리!?”

“와, 진짜 박대리 마린스랑 뭐 있는 거 아니야? 이걸 성공해?”

“흠흠, 박대리. 누구랑 앉을 텐가.”

“아이고, 팀장님. 응원석 가시면 앉지도 못하고 힘듭니다. 최근에 다리 아프다고 하시지 않으셨습니까.”

“대리님, 요즘 좀 피곤하시죠? 제가 안마 진짜 잘하는데, 솜씨 한번 발휘해 볼까요?”

하지만 너무 강력한 적수가 등장했다.

“다들 어떻게 됐나.”

이미 사장실에서 이선좌에게 당한 사장이 슬그머니 다가왔다.

그리고 오늘 업무(?)에 대한 보고를 듣고 마음에 든다는 듯 끄덕였다.

“그럼 박대리랑 오주임, 신차장이랑 나랑 가지.”

순식간에 정해진 자리에 호명받지 못한 나머지 사람들이 좌절했다.

경기를 보지 못하는 건 아니지만, 아무래도 야구에서 가장 재밌는 자리는 응원석이었으니까.

하지만 이미 당일 반차에 티켓값은 물론, 식비, 교통비, 숙박비까지 지원하겠다고 한 사장에게 토를 달 수 있는 사람은 없었다.

“그럼 박대리, 다음 경기도 잘 해봐. 내 자네만 믿네.”

“넵! 최선을 다하겠습니다!”

사장이 사라지자 차장이 자리를 정리했다.

“다들 업무 보다가 55분에 모이도록!”

하지만 이미 들뜬 분위기에 업무를 할 수 있을 리 없었다.

“박대리, 아까 어떻게 했어?”

-티켓팅 잘하는 법

-준플레이오프 티켓팅 팁

각자의 방식으로 응원석을 꿈꾸며 그렇게 한 회사의 하루가 끝나갔다.

그리고 이러한 현상은 이곳뿐만 아니라 부산 전역에서 일어났다.

아무리 마린스가 인기가 대단하다지만 이 정도까지 이슈가 된 적은 없었다.

이유는 여러 개지만, 모든 이유를 아우르는 답이 있다.

-이번엔 다르다.

매년, 매 시즌마다 나오던 말이었지만 이번엔 정말 달랐다.

그렇게 팬들이 목이 빠져라 경기 날만 기다리는 동안 마린스와 나이츠는 각자의 방식으로 경기를 준비했다.

나이츠 선수들이 와일드카드 경기를 보고 외쳤다.

“첫 경기는 무슨 일이 있어도 이겨야 한다. 저 가을 촌놈들에게 가을 야구가 어떤 곳인지 제대로 알려주자.”

지난 10년간 가을에 진출한 횟수를 비교하면 마린스 1회, 나이츠 7회로 비교하기 민망할 정도였다.

최근 마린스와 상대 전적이 아쉬웠지만, 가을은 다르다.

마린스가 와일드카드에서 딱히 큰 소모 없이 올라온 게 아쉽지만, 소득이 없는 건 아니었다.

마린스는 2, 3, 1선발 순서로, 나이츠는 1, 2, 3선발 순서로 경기에 나선다.

가장 위협적인 투수인 허하준이 세 번째 선발로 나선다는 건 호재였다.

만약 먼저 2승을 거둔다면 세 번째 경기에선 4선발 투수를 내보낼 생각이었다.

원하는 대로 시리즈를 끌어가기 위해선 반드시 첫 경기에서 이겨야 했다.

첫 경기에 사활을 건 건 마린스 역시 마찬가지.

“생각해봐라. 여기서 2승 하고 홈에 가서 선발 허하준, 캬. 완벽하지 않냐?”

선수들은 원정에서 2승을 거두고 홈으로 돌아가 허하준이 마무리하는 그림을 그리고 있었다.

나이츠에서 에이스 이든 하크가 나오지만, 브릭 웰링턴도 그에 뒤지지 않는 선수다.

그렇게 경기 당일, 경기장을 찾은 모든 사람이 자기 팀이 승리하는 걸 꿈꾸며 빈자리를 채우기 시작했다.

슬슬 빈자리가 보이지 않을 때쯤.

“플레이 볼!”

준플레이오프의 운명을 가를 첫 경기가 시작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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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정에서 시작한 준플레이오프 첫 경기.

하지만 어쩐지 익숙한 느낌이 들었다.

“마!”

“왜!”

“마!”

“왜!”

이든 하크가 선두타자로 출루에 성공한 박은성에게 견제구를 던지자 들린 소리였다.

분명 나이츠의 홈이지만 들리는 소리만 놓고 보면 반반, 아니 마린스가 좀 더 크다 느낄 정도의 목소리.

멘탈이 약한 투수라면 견제를 하는 것도 부담을 느낄 상황이었다.

하지만 이든 하크는 꿋꿋하게 견제를 이어갔고, 최치호의 번트에 박은성을 2루에서 잡아내면서 원하는 바를 이뤘다.

“스플리터가 좋긴 해. 포심 노리다가 치는 건 힘들 거 같다.”

대기타석에서 박은성의 조언을 듣고 오준혁을 상대하는 걸 바라봤다.

초구 볼 이후 연속으로 잡은 스트라이크.

그리고 떨어지는 공에 방망이가 끌려 나왔다.

“스트라이크 아웃!”

“진루라도 시켰어야 했는데. 공이 방망이를 피해 가네.”

방망이에 공을 맞추기 어려울 정도로 이든 하크의 공이 좋다는 말이었다.

가능하면 카운트가 몰리기 전에 치는 게 좋다는 건데.

“홈런 살벌하더라? 오늘 힘 좀 빼고 쳐. 사람이 말이야, 그래도 인간미가 있어야지.”

“감사합니다.”

타석에 서자 이기찬이 기다렸다는 듯이 바로 말을 걸어왔다.

예전부터 느꼈지만 괜히 말을 이어가봤자 좋을 게 없다.

나도 공격적으로 대답을 할 수 있는 상황이라면 모를까, 괜히 어설프게 대답했다간 귀찮아진다.

“쯧, 재미없는 놈.”

이기찬도 굳이 대화를 끌어나가진 않았다.

“자~ 초구 갑니다.”

-퍽!

“스트라이크!”

빠른 공이 바깥쪽 존을 파고들었다.

‘152?’

이든 하크의 최고 구속이 153이었던 걸로 알고 있는데 처음부터 그에 가까운 속도라.

‘둘이 나한테 그렇게 얘기한 이유가 있네.’

이든 하크의 주 무기는 스플리터.

포심이 빠르면 빠를수록 위력이 배가 되는 구종이었다.

즉, 오늘 이든 하크의 공이 굉장히 까다로울 거라는 얘기.

거기에 수비 위치도 신경 쓰였다.

2사 주자 1루 상황.

1루수가 주자를 의식해 베이스에 바짝 붙어있었다.

외야수들은 평소보다 뒤쪽에 있었고.

이 수비를 깨트릴 방법은 두 가지.

하나는 공을 아예 잡을 수 없는 위치로 날리거나, 그게 아니라면.

“2루!”

-딱!

주자의 움직임으로 수비를 흩트려놓거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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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자 뜁니다! 김수호도 타격!]

이든 하크가 공을 던지자마자 최치호가 스타트했다.

자연스럽게 2루수가 커버를 위해 2루 쪽으로 움직이자 1, 2간의 넓은 빈공간이 드러났다.

즉, 그쪽으로 공을 보낼 수만 있다면 안타는 거저먹는 거였다.

그래서 김수호는 정타에 집중하기보단, 공을 밀어 때리는 것에 초점을 두고 타격했다.

평소였다면 무난하게 2루수가 잡을 정도의 코스와 느린 속도였지만, 타구는 내야를 뚫어냈다.

그 사이 최치호가 가속을 살리며 3루까지.

하지만 3루 코치의 손은 멈출 줄 몰랐다.

[주자가 그대로 홈까지! 공도 홈으로!]

그리고 우익수의 송구가 곧바로 홈으로 향하는 걸 본 김수호가 2루로 뛰었다.

우익수의 송구가 꽤 정확했지만, 공보다 주자가 빨랐다.

“세이프!”

“세이프!”

이기찬이 공을 받자마자 세이프인 걸 확인하고 곧장 2루로 공을 뿌려봤지만 이미 김수호가 2루로 들어간 뒤였다.

[부산 마린스 선취점은 역시 김수호였습니다! 거기에 자신까지 2루에 살아 들어가면서 순식간에 득점권에 주자가 위치합니다!]

[김수호 선수가 밀어 친 건 작전 때문에 의식한 거 같거든요? 근데 느린 타구 속도는 의도한 게 아닐 거란 말이죠. 오늘 마린스가 기분 좋게 시작하네요.]

해설의 말처럼 김수호의 장타를 의식한 나이츠 외야의 깊숙한 수비 위치, 그리고 느린 타구 속도가 합쳐진 결과였다.

그리고 아직 마린스의 공격은 끝나지 않았다.

“강~주호! 강~주호!”

분명 김수호가 현재 규격 외의 타자란 걸 알고 있지만 상대하는 팀마다 가능한 정면 승부를 택하는 이유.

김수호가 이제 막 태어났을 무렵부터 한국 야구를 지배한 타자.

[5번 타자, 강주호 선수가 타석에 들어섭니다!]

강주호가 있기 때문이다.

늙어서 이빨은 물론 발톱마저 전부 빠졌을 게 분명한 타자.

거기에 전성기와 비교하면 지금 성적은 강주호라는 이름에 비하면 아쉽기 그지없다.

하지만 팬들이 그에게 거는 기대와 투수들이 느끼는 부담은 단순한 수치로 표현하기에 무리가 있다.

[최근 웰링턴 선수의 기세를 생각하면 추가점을 내주면 힘들 수 있습니다!]

[이든 하크 선수와 강주호 선수의 상대 전적은 15타수 4안타, 볼넷 하나가 있습니다.]

[나이츠 내야수들의 위치가 상당히 재밌죠? 어떻게든 추가점을 막겠다는 의지가 느껴집니다.]

2아웃에 주자가 2루에 있는 상황.

느린 타자인 강주호를 상대로 나이츠 내야는 외야 잔디에 가깝게 자리 잡고 있었다.

하지만 강주호는 별로 신경 쓰지 않았다.

‘하루 이틀인가.’

극단적인 시프트도 아니고, 내야수들이 후진하는 정도는 수없이 많이 겪었다.

그리고 다년간의 경험을 통해 이럴 때 어떻게 해야 하는지도 잘 알고 있다.

최대한 멀리, 그리고 높게.

시프트는 결국 경기장 안에서 이뤄진다.

공이 경기장 너머로 사라지면 시프트는 의미를 잃는다.

물론 말처럼 쉬운 건 아니었다.

최근 들어 이든 하크처럼 빠른 공을 던지는 투수들에게 타이밍을 맞추는 게 더 힘들어졌다.

거기에 유독 길게 느껴지는(실제로도 길었지만) 올 시즌이 끝나갈수록 몸이 무거워졌다.

하지만 아무리 늙고 지친 그라도 초구에 들어온 한 가운데 공을 놓칠 만큼 늙진 않았다.

-따아악!

[초구, 들어 올렸습니다! 높게 날아갑니다! 아직도 갑니다! 담장! 담장! 넘어갑니다! 확실하게 기선을 제압하는 강주호의 투런 홈런! 아직 강주호의 야구는 끝나지 않았습니다!]

“우와아아아! 와아아아! 강주호! 강주호! 강주호! 강주호!”

“치사한 놈.”

“왜요?”

“네가 그렇게 빨리 뛰면 내가 뻘쭘해지잖냐.”

“투수 심기 건드리려고 그러신 거 아니셨어요?”

“쯧, 너도 내 나이 돼봐라. 뛰는 것도 쉽지 않다.”

“멋지셨습니다, 선배님.”

갑자기 한 김수호의 말에 머쓱한지 말없이 돌아가는 강주호와 그를 뒤따르는 김수호.

그것조차 마린스 팬들에겐 가슴을 울리는 한 장면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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석 점의 리드.

웰링턴은 그거면 충분하다는 듯 완벽한 투구를 이어갔다.

“스트라이크 아웃!”

특히 하늘에서 떨어지는 것 같은 커브에 타자들이 번번이 방망이들 헛돌리기 일쑤였다.

이든 하크 역시 1회의 악몽을 잊고 무실점을 이어갔지만 좀처럼 점수가 좁혀질 생각을 안 했다.

그렇게 8회가 끝났을 때, 점수는 3 대 1.

“스트라이크 아웃!”

“Broooo!”

114번째 공을 삼진으로 장식한 웰링턴이 환호와 함께 마운드에서 내려왔다.

“방금 뭔 소리에요?”

“말 그대로야 브로. 엘리가 가끔 저렇게 옹알이하거든.”

이제 막 돌이 지난 아기가 평소에 무슨 소리를 들으면 저런 옹알이를 하는 걸까.

물어보기 무서워서 겨우 참았다.

웰링턴이 내려간 이후 9회 초 1사 1, 2루 기회가 찾아왔다.

비록 추가점을 뽑지 못했지만, 기어코 마무리 투수까지 등판시켰다.

아쉽게 이닝이 끝나고 우리 팀 마무리인 이용기가 커리어 첫 번째 가을 야구 세이브를 위해 등판했다.

“후, 떨리는데?”

“걱정하지 마세요. 최근 선배님 공이면 이닝 삭제죠.”

이용기는 원팀맨이다.

자의가 아니라 실력 때문에 그런 거긴 하지만, 데뷔부터 지금까지 마린스에서 뛰었다.

근 10년간 최악이었던 마린스 불펜 중에서 그나마 사람답게 던진다던 이용기가 마무리가 될 수 있었던 이유는 간단했다.

그보다 잘 던지는 불펜은 전부 이적, 부상 등으로 마린스를 떠났고, 결국 그만 남게 됐으니까.

강한 자가 살아남는 것이 아니라 살아남는 자가 강하다는 말이 어울리는 선수였다.

그리고 이젠 살아남기만 한 게 아니라 강해진 모습을 보여줬다.

카운트에 몰리자 방망이를 던지듯 바깥쪽 공에 맞춘 타자가 빠르게 1루로 향했다.

하지만 이용기가 침착하게 잡아서 1루로 송구.

“아웃!”

그리고 돌아온 상위타선.

오늘 두 번의 출루를 만들어낸 최재우가 또 한 번의 출루를 노리고 방망이를 돌렸다.

-탁!

“아웃!”

멀리 가지 못하고 내야에 높게 뜬 공을 채지훈이 잡아내면서 투 아웃.

그리고 마지막 타자, 최건우가 타석에 들어섰다.

-딱!

초구, 존 아래쪽을 파고 들어가는 포크볼에 방망이가 끌려 나왔고, 유격수 이주학이 부드럽게 잡고 러닝스로.

“아웃!”

송구가 약간 틀어졌지만, 채지훈의 포구는 완벽했다.

아직 얼떨떨한 표정의 이용기한테 다가갔다.

“제 말이 맞죠? 긴장 안 해도 된다니까요.”

“그러게. 흐, 떨려 죽는 줄 알았네.”

“선배님 가을 첫 세이브, 축하드립니다.”

시리즈의 가장 중요한 첫 경기가 그렇게 끝이 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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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준플레이오프 1차전 – 수원 나이츠 1 : 3 부산 마린스]

[분위기를 가져온 영리한 타격, 단기전의 김수호는 막을 수 없다!]

[노익장 과시한 강주호, 자기 손으로 팀을 승리로 이끌다!]

[마린스 감독, ‘웰링턴의 호투와 1회 득점이 승리 요인’, ‘내일도 기대 해달라.’]

[나이츠 감독, ‘홈에서 패배해 아쉬울 따름’, ‘내일 경기는 반드시 이기겠다.’]

[김수호, ‘강주호 선배님이 베이스를 돌고 힘들어하셨다. 내일은 베이스를 돌지 않아도 승리를 만들어 낼 것.’]

[8이닝 1실점 완벽투 웰링턴, ‘오늘 승리는 가족과 Bro에게 바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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