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재능빨로 FA 천억 포수-84화 (84/203)

84화 배터리의 가치 - 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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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 팀답지 않게 뭐 이리 고급 경기 하냐?]

ㄴ ㅇㅈ. 솔직히 팀명 가리고 보면 메이저리그인 줄 알 듯 ㅎㅎ

ㄴ 어후, 이래서 꼴린스랑 꼴닉스 놈들은 칭찬을 해주면 안 돼.

ㄴ ㅉㅉ. 부러워서 그러는 거 다 안다.

양 팀 선발투수들이 호투하며 경기는 팽팽하게 흘러갔다.

생각과 다른 경기 내용에 팬들조차 놀랐다.

하지만 8회 말, 최치호의 실책이 터지자 반응이 달라졌다.

[쟤는 주장이라는 놈이 이런 경기에서 실책이냐?]

ㄴ ㅉㅉ 꼴린스 수준 하곤.

ㄴ 너네가 구단 관리 똑바로 안 하니까 마지막에 바운드가 튄 거 아님?

ㄴ ㅋㅋㅋ 그래도 잡았어야지.

ㄴ 어후 말을 말아야지.

ㄴ ㅅㅅㅅㅅ 황인재 동점 희플.

ㄴ 우리 수호는 홈런 쳤는데 ㅋ.

ㄴ 어쩌라고.

ㄴ 근데 공은 제대로 왔는데 왜 저렇게 잡았지?

ㄴ 그러게? 다시 보니까 주자 슬라이딩이 좀 깊게 들어온 거 같은데? 그거 보고 피한 듯?

ㄴ 어후 ㅉㅉ 또또 마녀사냥한다. 지겹다 꼴린스 새끼들.

ㄴ 아니; 진짜 봐보라고.

ㄴ 좀 그렇긴 한데 저건 김수호가 오바한 거 아니냐?

누군가가 황의중의 태클에 관한 얘기를 꺼냈지만, 흐지부지됐다.

그리고 문제의 10회 말.

[시발 저 새끼 누구냐?]

ㄴ 아니 진ᄍᆞ 뒤ㅣ조깃ㅍ냐?

ㄴ 흥분 ㄴ

ㄴ 흥분 ㄴ? 아니 포수가 방망이에 맞았는데 흥분 ㄴ? 와, 이 새끼들 나랑 같은 야구 보는 거 맞냐?

ㄴ 쿨병 걸린 새끼들. 지들 선수가 당해봐야 정신을 차리지? 응?

ㄴ 아니 경기 하다 보면 저런 일도 일어나는 거지 뭘 그리 반응함. 김수호도 피해서 멀쩡하구만.

ㄴ 오 벤클 ㄷㄷ 오랜만에 보네. 역시 꼴꼴대전은 이런 맛에 보지 ㅋㅋㅋㅋ.

ㄴ 와 강주호 쿠바전 때 그 포스 나오네. 개무섭다 ㄷ.

ㄴ 어?

ㄴ 내가 지금 보고 있는 거 맞음?

ㄴ 아니 미친, 허하준이야 저거?

ㄴ 와, 근데 좀 찰지게 패긴 하네.

ㄴ ㅇㅈ. 한국에서도 이런 벤클이 나와야지.

ㄴ ㅋㅋㅋㅋㅋ 허하준이 이런 모습 보이는 건 또 처음인데? 진짜 김수호랑 친하긴 한가 보다.

ㄴ 5경기 연속 완봉, 노히트노런, 퍼펙트게임 같이 한 포수인데 당연하지.

경기 당시에는 허하준이 그럴만하다는 여론이 우세했지만, 시간이 갈수록 다른 팀 팬들도 들어오면서 급격히 기울기 시작했다.

하지만 마린스 팬들이 누군가.

팀의 성적 때문에 항상 9대1로 조롱을 들어온 사람들.

절대 기죽지 않고 꿋꿋하게 허하준에 대한 논쟁을 이어갔다.

[이번 건 한 달 정지정도 먹여야지]

ㄴ 사람을 패고, 심지어 관련도 없는 선수가 저랬으니 중징계가 필요하다고 봄.

ㄴ 관련이 없어? 김수호는 마린스 그 자첸데?

ㄴ 그래도 사람을 팬 건 오바지.

ㄴ ㅇㅈ. 설마 일부러 그랬겠어? 사람이 실수할 수도 있지.

ㄴ 대놓고 뚝배기 후려쳤으니까 갚아준 게 뭐가 문젠데?

ㄴ ㅉㅉ. 이러니까 빈볼 문화가 안 사라지는 거다. 제발 좀 야구는 야구로 보자.

하지만 결국 실수로 한 선수에게 너무 과한 처사 아니냐는 여론이 우세해졌다.

그리고 새벽.

[기사 봄? 와, 최영준 또라인데?]

ㄴ 최영준이 황의중 시켜서 김수호 담그려고 했고, 허하준은 그거 눈치채고 팬 거라는데?

ㄴ 아까 실수 어쩌구 한 새끼들 나와봐라.

ㄴ 허하준이 이유 없이 그럴 사람은 아니긴 해.

ㄴ 피닉스 진짜 개악질이네. ㅉㅉ. 야구를 못하면 인성이라도 좋아야지 어후.

그렇게 자고 난 사람들마저 기사를 접하고, 이내 징계위원회 결과가 나왔다.

[징계 위원회 결과, 황의중 6개월 출장 정지 및 봉사 200시간, 최영준 1년 출장 정지 및 봉사 300시간. 허하준은 7경기 출장 정지에 그쳐.]

ㄴ 허하준 7경기 실화?

ㄴ 지금 로테 상으로 1번 쉬네?

ㄴ ㄴㄴ 마린스가 4선발로 돌린다고 했으니까 2번임.

ㄴ 허하준 2번은 크긴 하지.

ㄴ 최영준은 저러고 방출이잖아. 누가 데려갈 팀 있냐?

ㄴ 이제 곧 30 중반에 사건 사고 가득한 새끼를 누가 데려감? 데려가는 순간 민심 곱창 날걸?

ㄴ 황의중은 생각보다 약하네.

ㄴ 아무래도 자진신고가 크긴 한가 봄.

ㄴ 피닉스는 올해 다를 줄 알았더니 다른 의미로 달라졌네.

ㄴ 이제 끝난 듯 ㅋㅋㅋ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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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부터 시작되는 주말 낮 경기.

오전부터 징계위원회 결과가 나와 분위기가 어수선했다.

우리는 허하준만 빠졌을 뿐이지만 피닉스는 주전이 3명, 내야 유틸리티 1명이 빠졌다.

반면 우리 타선은 나를 제외하면 정상 라인업이 가동됐다.

4번에 다시 강주호가 들어가고, 포수 자리엔 이재익이 들어간 라인업.

[부산 마린스와 대전 피닉스의 시리즈 두 번째 경기 시작합니다!]

“시작했네?”

“아, 왔어요?”

사실 경기장에서 쫓겨났다.

오늘 선발이 딱히 포수를 안 타는 하스기도 했고, 무엇보다 강주호가 당장 안 나가면 강제로 내보낸다길래 도망쳤다.

그래서 오늘 경기는 허하준과 같이 숙소에서 보기로 했다.

뭐, 한 경기 정도는 괜찮겠지.

“아, 저 공은 좀 아쉽네요.”

“흐음. 저건 대놓고 치라는 건데.”

“스으으읍. 하아아아.”

오랜만에 마린스 야구를 밖에서 보니 가만히 앉아서 보는 게 힘들더라.

왜 팬들이 훈수를 두는지 알겠다.

반면 허하준은 편안하게 봤다.

“나야 뭐 경기에 안 뛰는 날이 더 많으니까.”

그렇게 5회가 끝났을 때 스코어는 4대3으로 한 점 리드.

상대 선발이 2선발인 것 치곤 나쁘지 않았다.

문제는 황인재인데.

오늘 컨디션이 좋은지 혼자 야구하고 있다.

강습 타구도 잡아내고, 홈런도 치고.

거기에 범타로 물러나도 가만히 있지 않았다.

[황인재 선수가 존 아쉬드 선수에게 무언가 말을 해주고 있습니다.]

[이런 모습은 처음인데요. 존 아쉬드 선수의 이번 타석, 재밌겠네요.]

“너한테도 저랬다는 거지?”

“그렇죠?”

“근데 저렇게 길게 말했어?”

“아뇨. 저런 적은 없었는데.”

나한테 했던 말은 대부분 한 문장에 끝났기에 길어도 10초였다.

반면 이번에 방송 화면에 잡힌 것만 해도 10초가 훨씬 넘었다.

문제는 그 결과도 좋았다.

[제2구! 쳤습니다! 좌측! 넘어갑니다!]

[황인재 선수의 조언이 도움이 됐나요? 존 아쉬드! 동점 솔로 홈런입니다!]

결국 동점을 허용했다.

그 외에도 황인재가 더그아웃에 돌아가니 반겨주는 모습 같은 것도 화면에 잡혔다.

저놈 좋은 일만 해준 거 아니야?

아무튼 경기 내용은 존 아쉬드의 홈런 이후 무난하게 흘러갔다.

그냥 보고 있으니 심심하기도 하고, 답답해서 허하준한테 궁금했던 걸 물어봤다.

“그래서 진짜 그 리포트 때문에 때린 거예요?”

“갑자기?”

“그냥 궁금해서요.”

허하준은 잠깐 말이 없었다.

“강기호 선배가 왜 은퇴한 줄 알아?”

“어···. 부상 때문에 아니에요?”

“어. 근데 미리 수술했으면 은퇴 안 할 수도 있었어.”

가만히 허하준의 얘기를 들었다.

“원래 무릎이 그렇게 좋지 않았는데 유독 그 해 백업을 볼 포수가 마땅히 없었어. 그래도 꾹 참고 열심히 해서 정규시즌 2등까지 했지.”

나도 잘 알고 있다.

그때, 나도 직관을 갔었다.

하지만 결국 한국시리즈에 진출하지 못했다.

“강기호 선배 부상이 도져서 결국 빠졌거든. 그러니까 못 이기겠더라.”

강기호가 부상으로 빠졌던 날, 선발투수는 허하준이었다.

“여기까진 너도 알지?”

“예. 당연히 알죠.”

“무릎 문제는 그 전부터 있었어. 근데 강기호 선배가 그냥 괜찮다고, 참을 수 있다고 말도 안 하고 계속 경기에 뛴 거지. 어제 누구처럼.”

“아....”

“그래도 강기호 선배 때는 신인이었고, 부상이라는 불가피한 상황이라 할 수 있는 게 없었는데, 그에 비해서 넌....”

날 쳐다보더니 고개를 저었다.

“네 생각도 알지만, 그때와 상황이 달랐어. 충분히 일어나기 전에 막을 수 있던 일이야.”

“죄송합니다.”

“너무 혼자 다 안고 가려고 하지 마.”

짧지만 담백했던 얘기가 끝나고, 다시 야구를 봤다.

하지만 전처럼 집중하긴 꽤 힘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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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루 만에 다시 찾은 경기장.

원래 어제 경기가 끝나고 김동준과 김태민을 만나기로 했지만, 상황이 상황인지라 뒤로 밀렸다.

“휴. 내 등판 때 와서 다행이다.”

가장 먼저 반겨준 건 김호기.

“분위기가 왜 이래요?”

“왜겠냐? 그저께 그런 일이 있었고, 심지어 어제 졌으니까 더 그러지.”

특히 강주호의 분위기가 살벌했다.

“마. 이리 온나.”

“넵.”

강주호의 부름에 순식간에 달려갔다.

솔직히 말해서 조금 무서웠다.

강주호가 천천히 위아래로 살피더니 말을 꺼냈다.

“몸은? 괜찮고?”

“예. 멀쩡합니다.”

“후.”

강주호가 한숨을 내쉬더니 자리에서 일어났다.

그리고 손을 올리는데.

순간 눈을 감고 움찔했다.

“새끼가. 이런 거에 쪼는 놈이 그건 어떻게 했냐.”

그냥 내 어깨를 두드렸다.

근데 강주호의 손이 방망이보다 더 무섭다.

“오늘 경기는 무리하지 말고 뛰어.”

“넵!”

“가봐.”

“넵!”

강주호의 말에 빠르게 도망쳤다.

일단 가장 먼저 해야 할 게 있었다.

바로 김호기의 공을 받아보는 것.

“공 좋은데요?”

“그래? 하준이 투심이랑 비교하면 어떤데?”

흠.

허하준의 투심은 빠르고, 날카롭다.

반면 김호기의 투심은 속도는 조금 느린 대신 사이드암의 특성상 변화가 심했다.

사실 무조건 허하준의 공이 좋았다.

허하준의 투심은 포심과 스플리터와 함께니까.

“알아 나도. 그러니까 고민하는 척하지 마.”

내가 대답하기 전에 김호기가 선수를 쳤다.

“다른 매력이라는 거죠.”

“말은 잘해요. 아무튼 오늘 잘 해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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냉정하게 전력을 평가하자면 아무래도 우리가 앞선다.

상대 타순 중 하위타선은 거의 쉬어간다고 보면 됐고, 상위 타선에서도 주전의 이탈이 있어서 위협적이지 않았다.

문제는 역시 황인재를 필두로 한 중심타선.

어제 점수는 중심타선에서 전부 나왔기에 여기만 조심하면 됐다.

-딱!

하지만 3번 오기택이 안타를 치면서 출루에 성공했다.

도루하는 선수는 아니라 김호기가 흔들릴 걱정은 없지만, 문제는 지금 타석에 들어온 놈이었다.

어제 기어이 역전 적시타를 치면서 경기를 승리로 이끈 황인재.

언제 만나도 부담스럽지만, 특히 주자가 있는 경우엔 더욱 까다로웠다.

그래도 어제 경기를 그냥 멍하니 보기만 한 건 아니었다.

홈런을 맞았던 타구는 몸쪽 살짝 높게 갔던 투심.

일단 초구는 바깥쪽으로 요구했다.

-따악!

“파울!”

약간 몰리자 어김없이 나오는 방망이.

“살살해.”

“개소리.”

쯧, 너무하네.

어쨌든 황인재를 상대로는 공이 뜨면 위험하다.

차라리 안타를 내주는 한이 있더라도 최대한 낮게.

“볼!” “볼!” “볼!”

최악의 상황이었다.

세 번의 공이 전부 낮게 오긴 했지만, 너무 낮게 왔다.

3-1은 황인재가 좋아하는 볼카운트.

좋은 공을 주는 것보단, 차라리 내보내는 게 나았다.

“스트라이크!”

바깥쪽으로 휘는 슬라이더가 나쁘지 않게 들어왔고, 황인재의 방망이를 끌어냈다.

근데 뭔가 찜찜한데?

황인재치곤 엉성한 스윙이었다.

방망이에서 걸어 나가려는 의지가 없다고 해야 할까.

다시 한번 슬라이더를 요구했지만, 이번엔 지켜보면서 볼넷.

“쫄았냐?”

“뭐?”

“다음 타석에서도 내보낼 거면 미리 말해라.”

그러더니 1루로 걸어갔다.

어이없는 것도 잠시.

‘굳이 시비를 걸 이유가 있나?’

흐음.

답은 금방 나왔다.

처음에 분석했듯 주전 타자 중 3명이 이탈한 타선.

사실 오기택, 황인재, 존 아쉬드만 피하면 되는 싸움이다.

그중에서도 특히 황인재를.

‘설마 거른다고 생각하나?’

황인재의 생각을 이해 못 하는 건 아니지만, 마냥 피하는 건 그리 좋은 방법은 아니라고 생각한다.

얼마 전 챌린저스가 나한테 그러다가 큰코다쳤으니까.

‘이걸 어떻게 이용할까.’

아마 다음 타석에서 적극적으로 휘두를 거 같은데.

그 생각은 잠시 넣어두기로 했다.

지금 타석에 들어온 존 아쉬드부터 상대하는 게 먼저.

“스트라이크!”

“스트라이크”

“볼!”

“스트라이크 아웃!”

이 친구 역시 황인재와 같은 생각인지 급했다.

1회, 첫 위기를 무사히 넘겼다.

그리고 2, 3회는 아무 일 없다는 듯 평온하게 지나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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