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재능빨로 FA 천억 포수-76화 (76/203)

76화 약점 -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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팬들이 하스에게 흔히 하는 오해가 있다.

극한으로 운이 좋은 투수라는 것.

팀 성적이 30승도 안 됐을 때, 혼자 8승을 차지하는 선수가 있으면 누구라도 그렇게 생각할 거다.

거기에 바빕(BABIP)도 다른 투수에 비하면 낮았다.

하스 본인 역시 그 사실에 대해

“전부 레타쿠의 은총이다.”

라고 할 뿐 딱히 부정하진 않는다.

본인이 그렇게 말하는데 나도 딱히 뭐라 할 생각은 없다.

사실 투수의 승은 운이 차지하는 비중이 좀 있다고 생각하는 편이기도 하다.

아무리 투수가 잘 던져봤자 타선이 엉망이면 승을 따내기 힘드니까.

근데 하스와 호흡을 계속 맞추다 보니 생각이 조금 달라졌다.

어쩌면 하스의 승운은 운이 아니라 실력의 영향이 더 크지 않을까 하는 생각 말이다.

야구 포지션 중에 가장 예민한 포지션을 꼽으라면 보통 투수를, 그중에서도 마운드에 올라가 있는 투수를 꼽는다.

하지만 의외로 타자들도 그에 못지않게 예민한 선수들이 많았다.

우리 팀만 해도 김민석, 오준혁, 이민상 등이 예민한 편에 속했다.

흔히 말하는 호수비를 하면 다음 타석이 기대되는 타자들이었다.

반대로 말하면 실책을 한 뒤 다음 타석은 그다지 기대가 안 됐고.

하지만 하스 특유의 변함없는 투구는 이런 기분파 타자들에게 긍정적인 영향을 줬다.

예를 들어, 오늘 무난하게 삼자범퇴로 끝날 1회 말에 이민상이 실책을 범했을 때.

이민상이 특유의 울상을 지으면서(이 표정 때문에 밉상이라는 별명이 붙었다.) 하스에게 사과했지만 하스는 아무 일 없었다는 듯이 다음 타자를 잡아내면서 1회 말을 마쳤다.

이후 더그아웃에 돌아온 이민상의 표정은 꽤 진지했다.

무언가 일을 낼 것 같은 표정.

그 결과, 3회 초 공격에서 안타를 쳐내면서 상위타선에 찬스를 연결했다.

비록 최정윤의 호투에 득점으로 연결은 안 됐지만, 이번 경기 팀의 첫 출루를 기록했다.

아무튼 이런 게 하스의 진정한 힘이 아닐까 생각한다.

허하준과 다른 의미로 타자들의 집중력을 끌어올리는 능력.

반면 이런 사실을 알 리 없는 상대 타자들은 그저 운을 탓하기 바빴다.

“아오! 저게 저기로 가네! 확실히 저 친구가 운이 좋긴 해?”

파울 라인보다 관중석에 더 가까운 타구에 아까워하는 6번 타자 하기훈.

에이스 팬들이 이 선수를 부르는 별명은 로또훈이었다.

2할 초반의 타율과 시즌 30홈런을 칠 수 있는 파워.

작은 구장과 맞추면 최소 2루타라는 장타력에 힘입어 극단적인 어퍼스윙을 하는 타자였다.

투수 중 가장 운이 좋다고 평가받는 하스와 한 방을 노리는 하기훈의 대결.

갑자기 야구에서 도박으로 장르가 바뀐 것 같은 기분이 든다.

아무튼 극단적인 어퍼스윙을 하는 타자라 오히려 낮은 공보단 높은 공으로 유인하면 방망이가 쉽게 나온다.

이전 두 경기에선 그걸 이용한 볼 배합으로 1안타로 틀어막았다.

문제는 1안타가 홈런이라는 거지만.

-따악!

“와아아아-!”

에이스 홈팬들 역시 이 사실을 알고 있기에 하기훈의 공이 뜨면 엄청난 함성이 나온다.

이번 공은 담장을 넘기긴 했지만, 다행히 파울 라인 바깥쪽이었다.

‘힘 한 번 살벌하네.’

“흠, 오늘 운이 좀 안 좋네.”

타이밍이 늦은 걸 운이라고 치부하는 걸 보면 멘탈도 좋았다.

물론 섬뜩한 타구음이 연속으로 들린 것에 비해 카운트는 유리해졌다.

“야, 수호야.”

“예?”

“하스, 저 친구 운이 그렇게 좋다며?”

“그렇죠?”

“그럼 내 운이랑 쟤 운이랑 한번 시험해볼래?”

이번 경기를 치르면서 말을 놓긴 했지만, 아직 어색한 사이.

이런 해괴망측한 제안을 할 사이는 더더욱 아니었다.

어이가 없어 그냥 듣고 있었는데, 하기훈이 계속 말했다.

“한 가운데 던지면 내가 칠게. 인플레이 타구가 되면 그다음부터는 다 운이라며. 어때?”

“... 좋아요.”

“오, 진짜지? 믿는다?”

“예.”

물론 이런 극단적인 타자를 상대로 그런 공을 요구하는 미친 짓은 안 했다.

“스트라이크 아웃!”

정직하게 한 가운데를 가르는 스윙을 한 하기훈이 해명하라는 눈빛으로 날 바라봤다.

“어이쿠, 오늘 하스가 운이 없어서 제구가 안 됐나 봐요, 죄송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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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명 운빨대전은 그렇게 하스의 승리로 끝이 났다.

하지만 경기 전체를 봤을 때, 스코어는 2대0으로 뒤지고 있었다.

“와, 쟤 공 뭐냐?”

“스플리터 실제로 보니까 더 빡센데?”

5회까지 단 4명의 출루.

아무리 우완에 허하준, 좌완에 최정윤이라 불리지만 둘 중 누가 더 뛰어난 투수라고 물으면 대부분 허하준의 손을 들어줄 거다.

하지만 오늘 최정윤의 공은 허하준과 비교해도 손색없었다.

특히 국대 때 선보였던 스플리터는 더 날카로워져 쳐내기 까다로웠다.

왼쪽으로 휘면서 꺾이는데, 각이 예리했다.

물론 에이스 입장에서 문제가 없는 건 아니었다.

4명의 출루 중 2명이 낫아웃 출루.

그만큼 포수가 블로킹하는 데 애를 먹고 있지만, 최정윤은 그런 건 상관없다는 듯 주자가 있는 상황에서도 스플리터를 던져댔다.

특히 강주호의 수비 불가로 선발로 나선 채지훈은 얼굴이 죽상이었다.

대단하긴 했다.

‘저러면 투수로서 던지기 껄끄러울 텐데.’

삼진이 출루가 되면 실책보다 더 크게 다가올 거다.

아무튼 최정윤의 공이 좋긴 하지만 벌써 포기하기엔 점수 차는 적었고, 아직 4번의 공격 기회가 남아있었다.

다행히 기회는 금방 찾아왔다.

6회 초 공격.

2번 최치호부터 시작된 타석에 또다시 폭투가 나왔다.

“2루! 야! 3루!”

볼넷으로 출루한 최치호가 포일을 틈타 2루를 넘어 3루를 노렸다.

“세이프!”

“그렇지!”

무사 3루의 기회.

결국 에이스도 더 이상 지켜볼 수 없었는지 결단을 내렸다.

-포수 교체, 양준.

아직 부상이 다 낫지 않았는지 불편해 보이는 양준이 홈으로 걸어왔다.

이석훈과 잠깐 대화를 나누더니 어깨를 두드리고 이석훈이 고개를 숙인 채 들어갔다.

그리고 곧 양준이 왜 에이스의 심장인지 곧바로 증명했다.

“스트라이크 아웃!”

주자가 3루에 있음에도 과감한 스플리터 활용으로 오준혁을 가볍게 잡아냈다.

대기타석에 있으니 더욱 잘보였다.

포수가 이석훈일 때도 개의치 않고 던졌던 공인데, 양준이 포수 자리에 들어가니 더욱 과감해졌다.

이제 저 배터리를 상대하러 갈 차례.

“봐주지 말랬더니 그렇다고 애를 저렇게 만드냐?”

“저 오늘 무안탄데요?”

“내 새끼 복수는 내가 해야지.”

좀 억울한데.

아무튼 양준과 최정윤 배터리라.

무서운 조합인 것 맞지만, 점수는 아직 2점차.

여기서 따라가는 점수를 내면 아직 경기는 몰랐다.

초구는 낮게 오는 빠른 공.

“스트라이크!”

“스읍.”

분명 이전 타석에선 볼 판정을 받은 코스였는데, 갑자기 스트라이크로 돌변했다.

이유야 뭐, 마스크 뒤에 흑막처럼 웃고 있는 양준이다.

그렇다고 심판한테 ‘포수가 프레이밍 했어요.’라고 말할 수 있는 상황도 아니다.

그냥 갸우뚱거리면서 약간의 어필 정도만 했다.

안 하는 것보단 낫겠지.

-따악!

2구는 파울이 됐다.

초구와 비슷한 코스로 들어오는 걸 차마 심판을 믿고 가만히 있을 수 없었다.

카운트가 몰린 순간, 존에 들어오는 걸 다 쳐낼 수밖에 없다.

-따악!

두 번의 파울 이후 다섯 번째 공을 밀어 쳤지만, 2루수 정면.

그나마 3루 주자가 홈에 들어올 시간은 충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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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쉬움이 남았던 6회 공격.

한 점 따라갔지만, 6회 말에 양준이 홈런을 치면서 다시 한 점 도망갔다.

7회 초 공격마저 삼자범퇴로 마무리한 최정윤이 8회에도 마운드에 올랐다.

타석엔 오늘 첫 타석 안타의 주인공인 9번 타자 이민상.

어제와 다르게 강주호가 대타로 나오지 않았다.

이닝의 가장 중요한 타석인 선두타자에 대타를 투입하지 않은 건, 그가 쳤던 안타와 오늘 경기에서 보여준 모습 때문이었다.

실책을 제외하고 열심히 뛰고, 또 뛰었다.

‘승리는 못 따도 패배는 하게 하지 말아야지.’

오늘 실책이 나왔음에도 자신을 탓하지 않고 담담하게 공을 던진 하스.

원래 그런 성격이란 건 알고 있지만, 그래도 자신에게 뭐라 하지 않는 게 큰 힘이 됐다.

물론 최정윤이 만만한 투수라는 건 아니지만, 안타도 쳤었고 출루 정도야 할 수 있지 않을까 생각했다.

하지만 이번 타석, 초구부터 이상함을 느꼈다.

‘이게 스트라이크라고?’

분명 터무니없는 공이었는데, 무슨 마법을 부렸는지 전광판에 노란 불이 들어왔다.

범인은 다름 아닌 양준이었다.

그에 힘입어 순식간에 유리한 볼카운트를 잡은 최정윤이 마무리 짓기 위해 던진 공이 이민상의 방망이 끝에 닿았다.

땅을 한 번 찍고 바운드가 크게 튀긴 했지만, 양준이 무난하게 잡았다.

그렇게 그 장면을 본 모든 사람들이 무난하게 아웃이 되겠거니 생각했다.

‘윽.’

하지만 생각보다 빠른 이민상의 스피드에 양준이 급하게 자세를 잡았고, 그 순간 다친 곳에서 통증이 올라왔다.

“악!”

“세이프!”

무언가 등을 때리는 느낌과 동시에 베이스에 들어온 이민상이 상황 파악을 했다.

“민상아, 괜찮냐?”

“어, 예.”

등이 아리긴 했지만 무리가 있는 건 아니었다.

“너 공 맞았어.”

그제야 상황 파악이 된 이민상이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

실책으로 기록됐지만, 어쨌든 출루에 성공했다.

이제 남은 건 다른 타자들이 해주길 바라는 것뿐.

“아웃!” “아웃!”

하지만 무슨 일이 있었냐는 듯 최정윤이 박은성과 최치호를 삼진으로 잡아냈다.

계속 주자 1루인 상황.

‘수호까지만 가면 뭐라도 해줄 거 같은데.’

하지만 오준혁은 오늘 3타수 무안타로 좋지 않은 상황.

그때, 마린스 벤치가 움직였다.

-대타 강주호.

그리고 오늘 경기 처음으로 최정윤이 볼넷을 내줬다.

강주호는 곧바로 대주자 이주학으로 교체.

강주호가 들어가면서 김수호를 불렀다.

“지금 양준 다리 상태가 별론가보다.”

그 말뿐이었지만, 유의미한 정보였다.

그렇게 타석에 섰지만, 에이스 벤치도 곧바로 움직였다.

양준과 코치가 마운드에 올라간 상황.

‘어제랑 비슷하네.’

한 가지 다른 건 투수는 바뀌지 않았다.

김수호가 타석에 서자 양준이 앓는 소리를 냈다.

“아이고, 무릎이야.”

“쉬어야 하는 거 아니에요?”

“걱정하는 척은. 됐다. 너까진 내가 잡아야지.”

양준이 포수를 보고 있긴 했지만, 결국 무리한 블로킹이 발목을 잡았다.

그 결과가 이민상을 1루에 살려 보낸 거였고.

“무리하지 마시지.”

“다 너 때문에 그런건데 책임 져 줄 거 아니면 조용히 해라.”

틀린 말은 아니었다.

양준이 계획보다 빨리 포수로 복귀한 건 이석훈으론 도저히 김수호를 상대할 수 없다고 느껴서였으니까.

‘너무하네.’

물론 속사정을 모르는 김수호가 속으로 투덜거렸지만.

그것도 잠시, 김수호가 냉정하게 현 상황을 판단했다.

상황은 자신에게 유리했다.

양준의 무릎이 안 좋다는 건 스플리터를 던지기 껄끄럽게 만들 거다.

거기에 어제 경기에서 쳤던 홈런을 생각하면 정면 승부도 하기 어려울 거고.

김수호의 생각은 정확했다.

배터리는 좋은 공을 주지 않았고, 결국 2볼에서 또다시 빠지면서 3볼이 됐다.

3볼이 되자 결국 고의사구 사인이 나왔다.

“미켈도 잘 치는 타잔데 괜찮으세요?”

“너보단 나아. 자식아, 빨리 가기나 해.”

그리고 잭 미켈이 삼진을 당하면서 이닝 종료.

결국 에이스 배터리의 선택이 맞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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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지막 경기는 아쉽게 됐지만, 지난 경기는 털어버리고 다시 부산으로 돌아갈 시간이 됐다.

따로 시간을 써서 양준과 최정윤을 만나지 못한 건 아쉬웠지만, 다음에 부산에서 보니까 그때 만나면 된다.

이제 다음 주 일정은 챌린저스 홈과 피닉스 원정.

그 경기가 끝나면 이제 3연전은 끝이다.

남은 건 구단 별로 한 경기와 취소된 경기들 뿐.

다음 주가 끝나면 중간중간 쉬는 날이 생기고, 로테이션도 많이 바뀔 거다.

남은 경기는 30경기 남짓.

따라잡아야 할 팀은 두 팀.

“안 자냐? 안 피곤해?”

“예. 괜찮아요.”

부산으로 향하는 버스 안.

김수호의 얼굴을 비추는 태블릿은 꺼질 줄 몰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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