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재능빨로 FA 천억 포수-50화 (50/203)

50화 야구만 잘 하면 된다 - 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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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장과 감독님 두 분은 하실 얘기가 있다고 하셔서 강기호와 밖으로 나갔다.

“이야, 수호야 너 한 턱 쏴야겠네?”

“기대하세요. 저번에 먹었던 돼지보단 비싸게 쏠게요.”

“됐다. 내가 이제 막 돈 버는 애한테 얻어먹겠냐.”

사실 강기호도 강주호 못지않은 부자다.

은퇴만 일찍 한 거지, 무려 KBO 최초 포수 메이저리거니까.

아무튼 생각지도 못한 소득을 얻어서 기분이 좋았다.

“네가 잘해서 얻은 거야. 축하한다.”

“감사합니다.”

“훈련은 천천히 시작하자고 하려 했는데 광고 때문에 쉴 생각은 아니지?”

“그럴 거면 아예 안 나왔죠.”

오히려 광고 때문에 훈련할 시간이 부족해졌다.

“그래. 훈련하러 가자.”

“옙!”

올림픽 동안 느끼고 배웠던 걸 진짜 내 것으로 만들어야 했다.

그렇게 강기호와 함께 훈련하다 보니 시간은 순식간에 흘러 경기 당일.

택시를 타고 경기장에 도착하자 수많은 팬이 나를 반겨줬다.

분명 경기가 시작하려면 아직 꽤 많은 시간이 남았는데.

이런 땡볕에서 기다리는 게 얼마나 힘든지 알기 때문에 최대한 할 수 있는 만큼 사인을 하고 들어왔다.

오늘 내 유니폼이 많이 보이는 건 착각인가?

준비를 다 마치고 몸을 풀 겸 훈련장에 갔는데 김호기가 나한테 다가왔다.

“수호야, 나 대신 네가 오늘 시구 오는 분들 좀 알려드릴 수 있어?.”

“제가요?”

“어. 갑자기 급한 일이 생겨서 부탁 좀 할게.”

시구를 알려주는 건 보통 투수가 한다.

근데 또 포수라고 못 알려줄 건 없다.

어차피 시구는 자세만 그럴듯하면 되니까.

“오늘 시구 누군데요?”

“자세히는 모르는데 올해 구단에 엄청 좋은 일을 하신 분들이래.”

“아, 넵. 알겠습니다.”

조금 바쁘긴 했지만, 그 정돈할 수 있었다.

이런 경험은 처음이라 재밌을 것 같아서 약간 기대하기도 했다.

그리고 나 혼자 가는 게 아니었다.

“오늘 김수호 선수가 시구 알려주는 거 영상 찍기로 해서요! 아 참고로 라이브에요!”

구단 유튜브 채널의 리포터와 같이 시구자가 대기하는 곳으로 향했다.

시구자가 있다는 곳은 훈련장 안에 있는 불펜장.

거기엔 아주 익숙한 얼굴의 두 분이 계셨다.

그것도 오늘 출근하기 전에도 뵀던 두 분.

“... 엄마, 아빠.”

“왔어, 아들?”

“크흠.”

약간 뻘쭘하신지 아빠는 눈을 못 마주치셨다.

“이런 건 언제 준비한 거예요?”

리포터에게 묻자 어깨를 으쓱거렸다.

“글쎄요. 전 이거 찍으라는 것밖에 못 들어서요. 어머님 아버님~ 안녕하세요~”

1군에 올라와서 챙긴다, 챙긴다 했지만, 올림픽에 다녀와서도 워낙 일이 많아서 생각을 못 하고 있었다.

리포터가 부모님께 이것저것 설명해주는 동안 마음을 추스르고 다가갔다.

“유니폼 잘 어울리시네요.”

“그치? 엄마가 왕년에 사직 구장에서 인기 좀 있었는데. 네 아빠도 야구장에서 엄마 만난 거였잖아.”

“진짜요?”

“그럼. 그때 키스 타임이었는데 옆자리에 앉기만 했지, 모르는 사람이었거든. 근데 우릴 잡더라고?”

“크흠. 이거 다 생방송되는 건데, 적당히 해.”

“그때 네 아빠가 계속 안 한다고 하길래 그냥 엄마가 해버렸거든.”

“크흐흠.”

“아하하. 원하시면 편집해서 올릴 때 삭제해 드릴게요.”

상상도 못 한 일이었지만, 부모님이 즐거워하시니 정말 기분이 좋았다.

그렇게 이것저것 알려드리자 다시 돌아가야 할 시간이 됐다.

“어머님, 아버님 여기 잠깐 계시면 직원분이 오셔서 안내해드릴 거에요. 그럼 이따 뵙겠습니다!”

“고마워요. 아들, 힘내!”

“수호야.”

“예.”

“이따 보자.”

“예. 이따 뵐게요.”

두 분과 인사를 하고 리포터와 같이 다시 돌아가는 길이었다.

“그, 김수호 선수님?”

“네?”

“저기....”

뭔데 뜸 들이는 거지?

“그....”

“왜 그러세요?”

“아까 그 영상, 반응이 뜨겁네요?”

“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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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모님 피셜 김수호 성골 그 자체]

-김수호 부모님이 이어진 곳 = 사직 구장

ㄴ ㅋㅋㅋㅋㅋ 그때 키스타임 때 카메라맨 찾아서 상 줘야 하는 거 아님?

ㄴ ㅇㅈ. 미래를 얼마나 잘 보신 거냐?

ㄴ ㄷㄷ 마린스 안방마님 탄생 신화, 진짜 성골 중의 성골이네

ㄴ 그분 아니었으면 아직도 주동훈, 이재익이 주전인 거 아냐? 진짜 개무섭다

ㄴ ㅋㅋㅋ 그래봤자 이제 2달차 포순데 뭘 그리 빠냐?

ㄴ 올림픽 안 봄?

ㄴ 나카무라랑 앤더슨 털리는 거 안 봄?

ㄴ 응~ 단기전 운빨~ ㅅㄱ

ㄴ ㅋㅋㅋ 너넨 이런 포수 없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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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포터가 보여준 글을 봤지만 뭐 심각한 일은 아니었다.

단지 나도 몰랐던 부모님의 연애사가 팬들에게 알려진 것 정도?

뭐, 라이브 방송이었던 걸 부모님이 모르셨던 것도 아니고 큰 상관 없다.

아무튼 오늘 두 분이 오신 만큼 꼭 이기고 싶었다.

상대는 인천 스타즈.

국가대표 포수 최필주와 국내 최고 언더 핸더 투수 이민수가 있는 팀이자 우리의 목표인 5등에 있는 팀.

9경기나 차이 나는 우리로선 맞대결에서 반드시 우위를 가져가야 해서 모두 주전이 나섰다.

선발 투수 허하준

1번 중견수 박은성

2번 2루수 최치호

3번 3루수 오준혁

4번 1루수 강주호

5번 포수 김수호

6번 우익수 잭 미켈

7번 지명타자 김민석

8번 좌익수 이준

9번 유격수 이주학

사실 이주학 이름이 들어간 걸 보고 조금 놀라긴 했다.

그리고 나도 처음으로 5번에 들어갔고.

“으히히. 봤어? 너만 올림픽에 간 동안 노력한 게 아니야!”

“그래 축하한다.”

상대 선발이 우완이라 좌타자인 이주학이 선발이 된 것도 있겠지만, 이주학이 휴식기 동안 보여준 모습이 있으니까 선발로 올라온 건 맞을 거다.

혼자 좋아하는 이주학을 내버려 두고 오늘 선발 투수인 허하준을 찾으러 갔다.

허하준은 더그아웃에서 밖을, 정확히는 검은 유니폼으로 가득 찬 관중석을 보고 있었다.

“뭐해요?”

“그냥, 보고 있어.”

“사람들이요?”

“응. 이런 건 오랜만이거든.”

오늘은 무려 5년 만에 사직 구장에 만원 관중이 들어섰다고 들었다.

5년 전은 마린스가 마지막으로 가을 야구를 했던 해.

아직 팬들이 한창 입장 중이었지만 빨리 만원 관중 앞에서 경기하고 싶었다.

“그래서 떨려요?”

“내가? 네가?”

“전 안 떨리는데.”

“나도 안 떨려.”

“좋네요.”

“좋지.”

의미 없는 대화 이후 그냥 옆에서 같이 관중석을 바라봤다.

“수호야.”

“예.”

“고맙다.”

“예? 갑자기요?”

“그냥, 솔직히 주호 선배 은퇴 경기할 때까지 이런 광경은 못 볼 줄 알았거든.”

단장이 말했던 야구만 잘하면 된다는 도시 부산.

그런 도시의 야구장이 매진이 안 된다는 건, 그동안 마린스의 성적이 얼마나 안 좋았는지에 대한 방증이었다.

“에이 설마요. 저 때문이겠어요? 다 같이 열심히 하니까 그런 거죠.”

“정말?”

그러면서 뻔히 바라보는데, 할 말이 없었다.

“슬슬 몸 풀러 갈까요?”

내 말에 허하준이 웃으면서 일어났다.

“가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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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기가 시작하기 직전 마운드엔 엄마가, 타석엔 아빠가 섰다.

허하준과 엄마가 무슨 얘기를 나누는 것 같은데 들리진 않았다.

엄마의 손에서 떠난 공이 한 번에 미트 속으로 들어왔다.

마운드 보다 가까운 곳에서 던진 거였지만, 그래도 쉽지 않은데 역시 대단하시다.

“네 엄마 화나게 하면 안 되겠다.”

“제 생각도 그래요.”

“둘이 무슨 얘기 해요?”

“아무것도 아냐. 수호야, 잘하고 와라.”

“아들, 파이팅!”

“예. 감사합니다.”

마지막으로 두 분과 포옹하는 걸로 시구가 끝이 났다.

이제 다시 집중해야 할 시간.

“플레이 볼!”

심판의 사인과 동시에 관중석에서 북소리에 맞춰 라인업을 외쳤다.

이제 막 경기가 시작한 참인데 엄청난 소리에 귀가 얼얼할 정도였다.

이래서 사직노래방이라고 부르는구나.

“하, 존나 크네.”

타자도 똑같이 느꼈는지 타석에 서자 혼잣말로 중얼거렸다.

다만 우리랑 다른 건, 저 소리가 우리 편이라는 거지.

타자가 팬들에게 짓눌려있을 때, 완벽하게 기선제압 할 필요가 있었다.

그럴 땐 항상 효과적인 초구가 있다.

허하준한테 사인을 내자 살짝 웃는 게 보였다.

높이 올라간 허하준의 다리가 땅을 찍으며 동시에 손에서 공이 빠져나왔다.

“스트라이크!”

-와아아아!

우타자 몸쪽을 파고든 포심.

그리고 이어서 따라오는 만원 관중의 함성.

“... 시발.”

그리고 타자의 극찬이 이미 승기를 잡은 쪽이 어디인지 알려줬다.

이럴 때일수록 방심하면 안 되지만 확실한 마무리를 하는 것도 필요했다.

2구는 다시 한번 몸쪽.

“파울!”

153km의 포심.

아까보다 존에 가까운 공에 타자가 방망이를 휘둘렀지만 타이밍이 늦으면서 파울이 됐다.

그리고 2스트라이크의 허하준의 스플리터는.

“스트라이크 아웃!”

알고도 칠 수 없는 공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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깔끔하게 공 8개로 삼자범퇴 이닝을 만들고 더그아웃으로 돌아왔다.

“헤이, 브로. 완벽했어!”

못 본 사이에 언제 브로가 된진 모르겠지만 웰링턴이 나를 반겨줬다.

“땡큐. 내일도 이렇게 시작하자고.”

“당연하지!”

마린스는 결국 용병 교체 대신 웰링턴을 선택했다.

나도 새로운 투수를 만나는 것보단 웰링턴과 가는 게 좋긴 했다.

그보다 이주학이 왜 오늘 선발로 나왔는지 이해가 됐다.

까다로운 타구였는데 안정감 있게 잡아서 1루로 정확하게 송구했다.

피부를 태우면서까지 한 노력이 헛된 게 아니었다.

근데 아웃을 잡고 관중들이 환호하니까 그 탄 피부를 뚫고 얼굴이 붉어지는 게 보이더라.

그걸 찍어놨어야 했는데.

경기 끝나면 오늘 경기를 한번 돌려봐야겠다.

포수 장비를 살짝 풀어놓고 대기했다.

우리가 허하준이 나온 만큼 스타즈 역시 1선발을 내보냈다.

우완 알렉산드로 리즈.

포심과 커터, 그리고 투심이 위력적인 선수다.

한 가지 특이한 점으론 포심과 투심의 구속이 비슷하다.

그 외에 슬라이더나 너클 커브등을 활용하는 땅볼 형 투수.

스타즈 구장이 홈런이 잘 나오는 곳이라 스타즈 선수들은 주로 땅볼 형 투수가 많았다.

이민수 역시 마찬가지였고.

투수의 연습 투구가 끝나고 1번 타자 박은성이 타석에 서자 경기장이 들썩이기 시작했다.

그리고 박은성의 기습번트가 나왔다.

“세이프!”

아슬아슬하게 세이프.

그리고 최치호의 안정적인 번트.

타석엔 오준혁이 들어갔다.

슬슬 내 타석이 올 것 같아 장비를 전부 벗고 천천히 몸을 풀었다.

하지만 유격수 쪽으로 공이 굴러가는 바람에 진루도 못 시키고 아웃.

2사 주자 2루.

그리고 만원 관중인 사직 야구장이 한마음 한뜻으로 한 사람의 이름을 부르기 시작했다.

“강~주호! 강~주호!”

“와 씨.... 소름 돋아.”

옆에서 이주학이 손으로 팔뚝을 감쌌다.

근데 그건 대기타석으로 나가던 나도 마찬가지였다.

2만 명이 외치는 한 사람의 이름은 어떤 응원보다 파괴적이었다.

그 탓일까.

“볼!” “볼!” “볼!” “볼!”

결국 흔들린 투수가 스트레이트 볼넷을 내줬다.

그리고 이제 내 차례.

“후우.”

“김수호! 김수호! 김수호!”

방금 강주호의 타석보다, 내 이름을 더 크게 부르는 건 단순한 착각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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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ㅋㅋㅋㅋ 거품 꺼지러 김수호 등장]

-강주호 볼넷 내보낸 이유가 딱 보이지? 선수들은 딱 아는 거지. 걍 김수호 거품이라니까 ㅋㅋㅋㅋ

얼마 전부터 계속 김수호 거품설을 주장하는 이상한 놈들이 생겼다.

결국 휴식기 동안 파악당하고, 얼마 못 가 올림픽 거품이 꺼질 거라는 악질들.

물론 무시하면 그만이었지만, 자칭 김수호 1호 팬인 박민수 입장에선 그냥 넘길 수 없었다.

ㄴ 곧 김수호 홈런 보고 글 삭제하고 튈 듯 ㅋㅋㅋ

ㄴ 응~ 절대 아니야~

ㄴ 걍 먹이를 주지 마셈

관심종자들에겐 무플이 최고의 대처인 건 알지만, 도저히 그냥 넘어갈 수 없었다.

댓글을 남기고 다시 경기에 집중했다.

2사 주자 1, 2루.

1회부터 완벽한 찬스를 맞이한 김수호.

“자, 모두 김수호 선수를 향해 응원의 함성 발사!”

-와아아아악!

응원 단장에 말에 맞춰 소리를 질렀다.

‘제발 홈런.’

한심한 짓을 일상으로 삼는 그놈들에게 김수호가 본때를 보여줬으면 했다.

스트라이크와 볼이 오갈 때마다 함성과 한숨이 번갈아 가면서 나온다.

“마! 그걸 놓치나!”

“아재! 조용히 하소!”

벌써 술 취한 관객이 소리치자 곧장 옆에서 제제가 들어왔다.

웃긴 건 두 사람 모두 김수호의 유니폼을 입고 있었다는 점이었다.

그만큼 지금 김수호의 위상은 대단했다.

1-1의 볼카운트에서 제3구.

-따아악!

함성을 뚫고 날카로운 타구음이 구장에 울려 퍼졌다.

공이 뜨자마자 모든 사람이 자리에서 일어났고, 공이 아무도 잡을 수 없는 위치에 떨어지자 너나 할 것 없이 미친 듯이 소리 지르기 시작했다.

-와아아아아악!

-김수호! 김수호!

자신의 이름을 이 경기장에 찾아온 모든 사람에게 각인시키는 한방.

그리고 박민수는 급하게 아까 그 글에 댓글을 남기려고 했다.

하지만 실패하고 말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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