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재능빨로 FA 천억 포수-35화 (35/203)

35화 합류 - 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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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브리즈번 올림픽이 코앞까지 다가왔습니다. 이번에도 야구 대표팀에 대한 관심이 뜨거운데요, 오연석 해설 위원님. 이번 야구 종목은 어떻게 진행되는 건가요?”

“이번에 총 10개국이 올림픽에 참가했습니다. 10개국은 A와 B조로 나누어집니다.

A조엔 미국, 일본, 호주, 캐나다, 멕시코.

B조엔 우리 대한민국과 대만, 쿠바, 네덜란드, 도미니카 공화국이 있습니다.”

“그렇군요. 가장 강력한 우승 후보인 미국과 일본과는 다른 조네요?”

“예 맞습니다. 하지만 차라리 같은 조인 게 좋을 뻔했습니다.”

“아, 그렇습니까? 왜 그렇죠?”

“이어서 설명해 드리면 각 조에서 다른 국가들과 한 경기씩 총 4경기를 치르고 5등은 탈락합니다. 그리고

A조 1위와 B조 4위,

B조 2위와 A조 3위,

B조 1위와 A조 4위,

A조 2위와 B조 3위 순으로 8강전을 진행합니다.”

“저희가 1위를 하면 미국과 일본을 4강과 결승에서 만날 확률이 있군요. 아니, 거의 100% 만나겠군요.”

“예. 그래서 차라리 조별 본선에서 만나는 게 좋다고 말씀드린 겁니다.”

“그럼 차라리 2등이 나을까요?”

“2등도 마찬가지입니다. 차라리 1위로 기세를 끌어 올려서 가는 게 좋죠.”

그 말을 듣고 보던 영상을 껐다.

해설 위원의 말처럼 우리의 1차 목표는 조 1위로 8강에 진출하는 것.

그걸 위해서 도착하자마자 잠깐의 휴식 후, 현지에 적응하기 위한 훈련이 시작됐다.

고척돔에서 하던 훈련량은 아니었다.

그 정도로 고강도의 훈련을 하면 경기도 하기 전에 체력을 다 뺄 거다.

이곳에 있는 선수 중 나와 황인재를 제외하면 이미 프로에서 많은 경험을 쌓은 선수들이다.

팀 적인 합을 맞추는 훈련을 제외하면 대부분 자율 훈련이었다.

나도 비슷했지만 훈련하기 전, 감독님은 나를 따로 부르셨다.

“네가 예비 포수긴 하지만, 그런 것에 신경 쓰기보다 네가 얻어갈 수 있는 걸 얻어가면 좋겠구나.”

당장 경기에 나갈 일이 없는 내 역할은 불펜포수 정도로 표현할 수 있다.

기존 불펜포수들도 있지만, 공을 받아 줄 포수는 많으면 많을수록 좋은 거니까.

그리고 한국에 오기 전 오상엽이 했던 말처럼 나를 찾는 선수들도 많았다.

하지만 막상 국가대표랍시고 왔는데 불펜포수 역할만 한다고 생각할까 봐 이런 말씀을 하신 것 같다.

“예. 생각해 주셔서 감사합니다.”

하지만 내 역할이 고작 불펜포수라고 생각한 적은 단 한 번도 없다.

여기 있는 선수들은 전부 리그에서 손꼽히는 투수.

그런 투수들의 공을 받아 볼 기회는 흔치 않았다.

기껏해야 마린스 투수들의 공을 받아 본 게 내 경험의 전부였으니, 이런 경험이 쌓이면 나중에 한국에서 이 사람들을 상대할 때 큰 도움이 될 거다.

그렇게 공을 받아 주는 겸 경험치를 쌓고 나면 강주호가 나를 불렀다.

“뭐야, 둘이 같은 고등학교 아니었어?”

“맞습니다.”

“예.”

문제는 나만 부른 게 아니라 황인재도 같이 불렀다는 거였다.

아직도 어색한 게 풀리지 않았는데 강제로 같이 있으려니 어색해 죽을 거 같다.

“뭐, 오히려 잘됐네. 자, 내가 너희를 부른 이유는 국제대회라는 게 국내대회와 어떻게 다른지 알려주기 위해서야.”

그래도 강주호가 괜히 부른 게 아니라 국제대회에 임하는 마음가짐, 선수들의 각오 같은 걸 알려 줬다.

“특히 일본, 일본과 상대할 때 진다면 집에 비행기 타고 갈 생각은 안 하는 게 좋을 거야. 물론 난 지금까지 단 한 번도 일본에 진 적 없으니까 잘 알아두고.”

조언인지 자랑인지 아무튼 요약하면 다 이기면 문제없다는 말이었다.

U-18에서 일본을 상대한 적이 있었는데, U-18 대회라고 생각하기 힘들 정도로 열기가 대단했다.

그걸 상상하니 기대되긴 했다.

올림픽이라는 큰 무대에서 일본과 만나면 얼마나 치열할까.

‘재밌긴 하겠네.’

사실 당장은 국가대표라는 무게감이 느껴지진 않았다.

경기도 시작 안 했고, 난 출장 여부가 불투명 했으니까.

강주호도 그걸 알고 있는지 끝에 한 마디를 덧붙였다.

“나야 이번이 마지막 올림픽이지만, 너네들은 아직 한참 남았으니까 급하게 생각하지 마라. 서로 얽힌 게 있으면···. 아니다 됐다.”

그 말을 끝으로 우리의 어깨를 한두 번 두들기고 떠났다.

안 그래도 어색해 죽을 거 같은데 강주호까지 떠나자 더 심해졌다.

솔직히 그다지 할 얘기도 없고, 그냥 가려고 했는데.

“야. 언제부터 포수 한 거냐?”

황인재가 먼저 말을 걸었다.

구구절절 설명하긴 좀 그래서 대충 뭉그렸다.

“... 그냥 좀 됐어.”

“그냥?”

내 말에 황인재의 눈썹이 올라갔다.

아이씨, 또 말이 이상해졌는데?

저번에 허하준과 얘기를 하고 숙소에서 한참을 생각했었다.

황인재랑 나는 대체 무슨 사이였을까.

라이벌? 동기? 친구? 아니, 친구는 절대 아니고.

라이벌이라고 하기엔 일방적으로 내가 조언을 듣는 관계였다.

그렇다고 동기는 너무 포괄적인데.

아무튼 언젠가 얘기를 해보긴 해야겠다고 생각했다.

근데 그 전에 이런 사소한 오해가 더 쌓이는 건 원하지 않았다.

급하게 변명 아닌 변명을 하려던 찰나, 멀리서 강주호의 목소리가 들렸다.

“김수호! 황인재!”

“옙!”

“이리 와봐!”

강주호의 말에 이도 저도 못 한 채 있자 황인재가 먼저 움직였다.

그제야 황인재 뒤를 따라가듯 강주호에게 갔다.

후, 어렵네.

강주호가 우리를 부른 건 타격 훈련 때문.

그 외에도 추가 적으로 내야 수비 합도 맞춰봤다.

-퍼억!

“스읍.”

황인재의 송구가 빠르게 내 미트 속으로 사라졌다.

감정 실린 거 같은데, 착각이겠지?

“이야, 너네 합 좋네?”

옆에서 수비 코치님이 웃으면서 말했다.

뭐, 합이 좋은 건 맞았다.

이미 3년 동안 몇천 번이 넘는 송구를 받기도 했고, 내가 분석했던 건 황인재의 타격 능력만이 아니었다.

수비 습관 같은 것도 전부 연구했었으니 딱 보기만 해도 어떻게 던질지 보였다.

이렇게 말하니까 좀 이상한데.

으. 아무튼.

수비 훈련이 끝나고 황인재 곁을 떠나 양준과 최필주와 함께 볼 배합이나 투수들에 대한 간단한 정보 같은 걸 주고받았다.

사실 예민한 부분이긴 했다.

올림픽이 끝나면 리그에서 몇 번씩 만나야 할 선수들인데 이걸 말해줄까 싶기도 했다.

물론 그 전반에는 올림픽 우승이라는 하나의 목표가 있기에 가능한 일이었다.

그리고 오직 포수에게만 쓸모 있는 정보, 예를 들어 마운드에서 어떤 성격이고, 어떤 얘기를 하면 좋은지에 대한 정보 같은 것들 위주라 타격에 크게 도움이 되지도 않았다.

그래도 없는 것보단 나은 정도?

아무튼 부산에서도, 호주에서도 훈련으로 가득 찬 내 하루는 순식간에 사라졌다.

그렇게 시간은 빠르게 흘러 대만과 1차전이 열리는 브리즈번 엑시비션 그라운드에 도착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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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과 일본 피한 한국, B조 1위 정조준!]

ㄴ 기자가 야알못인가? 어차피 한 팀 빼고 다 8강 가는데 미국 일본 먼저 만나보는 게 낫지 ㅡㅡ

ㄴ 그니까. 가뜩이나 미국이 저번에 우승해서 2연패 한다고 이 갈고 나왔던데 ㄷㄷ

ㄴ 우린 어떤데?

ㄴ 메이저리거 한 명도 없잖아. 이거 보면 답 나옴.

ㄴ 메이저리거라고 꼭 잘하란 보장 없다. 한국 ㅎㅇㅌ!

ㄴ 무조건 조 2위 이상 하긴 해야 댐. 아니면 대참사남.

ㄴ 먼데?

ㄴ 3, 4등 하는 순간 일본, 미국 만나서 8강 광탈 각 ㅋㅋㅋㅋ

[야구 국가대표의 첫 상대 대만, 최정윤 vs 왕웨이더]

ㄴ 왜 1선발이 최정윤임?

ㄴ 1선발인게 아니라 이번 경기 나오고 8강에 나옴.

ㄴ 최정윤하고 양준 조합? 안정된 맛이긴 해.

ㄴ 누가 됐든 1경기는 꼭 잡아야 됨.

ㄴ 휴. 내가 다 떨리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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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만의 선발 왕웨이더는 메이저리그 피츠버그 파이리츠에서 5선발로 뛰고 있는 선수다.

최정윤이 비록 메이저에서도, 국제 대회에서도 뛴 적은 없었지만 그다지 밀린다는 평가는 없었다.

하지만 단기전엔 무슨 변수가 일어날지 모르고, 그렇기에 첫 경기는 반드시 잡아야 했다.

그런 만큼 타자도 모두 주전으로 이루어졌다.

이규영(중견수) - 최건우(2루수) - 김규완(우익수) - 강주호(1루수) - 김민주(지명타자) - 우오준(유격수) - 황인재(3루수) - 양준(포수) - 서도하(좌익수)

보기만 해도 든든한 라인업이었다.

평가전과 라인업은 거의 같지만, 황인재가 9번에서 7번으로 앞당겨졌다.

결국 자신의 힘으로 타순을 앞당긴 거다.

그에 반해 나는 더그아웃도 아닌 관중석에서 경기를 보게 됐다.

출국하기 전, 나는 정식 선수가 아니라 예비 선수기 때문에 더그아웃에 출입할 수 없다는 말을 듣긴 했다.

아예 혼자인 건 아니었고 옆에 전력 분석팀이 같이 있긴 했다.

그래도 선수로서 혼자 관중석에 있다고 생각하니 씁쓸했다.

“플레이 볼!”

하지만 경기가 시작하자 이런 감정은 순식간에 휘발됐고 전력 분석팀 직원이 사다 준 치킨을 든 채로 본격적인 응원을 시작했다.

오랜만에 선수가 아닌 야구팬으로서 경기를 즐길 수 있게 됐다.

오히려 좋을 수도?

1회 초, 마운드에 최정윤이 올라오자 붉은 옷을 입은 교민들이 환호와 박수를 쳤다.

그 응원 덕분일까?

“스트라이크 아웃!”

“나이스!”

1회에 삼진 1개를 곁 드린 삼자범퇴로 마무리했다.

대만 타자들이 당황해하는 게 보일 정도로 포심과 슬라이더는 날카로웠고, 양준은 그걸 완벽하게 포구했다.

확실한 기선제압에 성공한 최정윤에 비해 왕웨이더는 불안한 모습이었다.

“와, 공을 10개나 컨택하고 볼넷? 이건 좀.”

“김수호 선수, 정말 재밌게 보시네요.”

신나게 치킨을 먹으면서 보고 있는데 전력 분석 팀원의 말에 머쓱해졌다.

하지만 만약 내 투수를 상대로 이규영이 컨택으로 공 10개를 뽑아 먹고 볼넷으로 나간다?

감정이입이 안될 수 없었다.

아마 허하준은 웃을 거고, 웰릭스는 얼굴이 붉어지고, 하스는 그냥 레타쿠 신을 외치고 김호기는 열 받으니까 홈런 하나 쳐 달라고 말하겠지.

그나저나 웰릭스는 어떻게 됐을까?

아직 외국인 투수를 교체한다는 기사는 안 나왔지만 아직 7월은 1주일 정도 남았다.

꾸준히 기사를 확인해야겠다.

최건우가 타석에 들어서자 잡생각은 그만두고 크게 외쳤다.

“최건우 파이팅!”

최건우의 안정된 번트로 이규영이 2루로 갔다.

그리고 이어지는 김규완과 강주호의 연속 안타로 득점을 올렸다.

단기전에 점수를 짜내는 김목근 감독님 특유의 운영과 그에 화답하는 타선의 조합은 응원하는 입장에서 완벽했다.

“김규완! 김규완!”

“강주호! 강주호!”

순식간에 만들어진 찬스에 신나서 이름을 불러댔다.

이럴 때 반말 하는 거지.

하지만 1사 주자 1, 3루에서 김민주의 병살이 나오면서 결국 1회엔 1득점에 그쳤다.

아쉬운 1회가 끝이 났지만, 전혀 질 거라는 생각이 안 들었다.

그리고 내 예상은 그대로 적중했다.

최정윤은 6이닝 2실점, 타선에선 6회까지 대거 6득점을 하면서 최정윤의 승리를 도왔다.

승기를 잡은 경기에서 굳이 최정윤이 더 던질 이유는 없어서 다음 투수가 올라왔다.

물론 대표팀에서 필승조로 분류된 투수들이 나온 건 아니었지만, 지금 나온 투수도 리그에서 전부 필승조에 들어 있다.

즉, 대만 타자들이 3이닝 안에 4점 차를 뒤집기 어렵다는 소리다.

그리고 타자들도 가만히 있지 않았다.

7회 김민주가 1회 병살을 만회하는 1타점 적시 2루타, 우오준의 기술적인 안타, 그리고 황인재의 희생 플라이 타점까지.

2점을 더 뽑아내며 8대3으로 첫 경기를 승리로 가져왔다.

먼저 전략 팀원들과 숙소에 가서 기다리고 있자 차례로 선수들이 들어왔다.

경기는커녕 더그아웃에도 들어갈 수 없는 처지였지만, 그렇다고 마냥 가만히 있지 않았다.

“선배님! 제가 들겠습니다!”

“고맙다.”

경기를 치루고 돌아온 선배들의 짐을 들어줬고, 심부름 같은 것도 부담 없이 시켜달라고 했다.

또 투수들에겐 언제든지 볼을 던지고 싶으면 불러 달라고 말해놨다.

기회는 결코 가만히 있는 사람에게 오지 않는다.

2군에 있을 때 뼈저리게 느꼈던 말이다.

그 덕에 내가 지금 여기에 있는 거였고.

물론 지금 내게 기회란 말은 누군가의 부상과 같은 말이었다.

포수로서 출전 기회가 주어져도 순전히 내 실력으로 따낸 기회라고 보기 어렵다.

그런 만큼 내 처지에서 할 수 있는 최선을 다하고 싶었다.

강주호가 했던 말마따나 이번이 첫 번째 올림픽이었고, 앞으로 수많은 기회가 있을 테니까 말이다.

그렇게 다음 날, 쿠바와의 2차전.

“끄악!”

마스크를 쓴 양준이 홈으로 들어오던 쿠바 선수와 충돌해 쓰러지고 말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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