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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능빨로 FA 천억 포수-25화 (25/203)

25화 첫인상 - 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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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상으로 빠진 선수가 복귀한다는 건, 누군가가 2군으로 내려간다는 말과 같다.

강주호의 부상으로 인한 공백을 채우기 위해 콜업된 건 나였지만, 강주호의 복귀와 동시에 2군으로 내려 간 건 내가 아니었다.

그 말은 일주일이라는 짧은 시간 동안 감독, 코칭 스테프들에게 확실한 눈도장을 찍었다는 뜻이었다.

물론 나도 내가 2군에 갈 거라곤 생각조차 안 했다.

하지만 2군에 있을 때 1군에서 내려온 선수의 표정을 떠올리면 마음이 편치 않은 건 어쩔 수 없다.

나를 대신해 2군으로 간 선수는 포수 주동훈.

개인으로 보면 안타까웠지만, 팀으로 보면 좋은 일이었다.

기존에 4, 5번을 치던 잭과 김민석의 타순이 하나씩 밀렸고, 4번에 강주호의 이름이 올라왔다.

빠진 선수는 채지훈.

하지만 별로 신경 쓰는 느낌은 아니었다.

“캬. 이게 중심 타선이지. 라인업 쥑이네!”

오히려 오늘 선발 명단을 보면서 감탄을 할 뿐이었다.

나는 변함 없이 7번에, 그리고 이번에 처음으로 콜업된 이주학은 선발 명단에 이름을 올리지 못했다.

“설마 선발 아니라고 우울해 하는 거야?”

이호민이 어이없다는 듯 내게 물었지만, 그냥 고개를 저었다.

아무튼 꼴찌인 마린스지만, 강주호의 선발 복귀로 드디어 완전해졌다.

거기에 오늘 선발투수는 허하준, 지옥 같은 원정의 시작에 가장 적합한 투수다.

1회는 양 팀 모두 삼자 범퇴.

2회 초, 우리의 공격은 강주호부터 시작이다.

“마. 어떻나. 똑같제?”

채지훈이 강주호의 타격폼을 따라 하자 선수들 사이에서 웃음이 흘러나왔다.

최근 팀 분위기를 말해주듯 화기애애한 모습이다.

나도 그 모습을 보고 홀린 듯 따라 웃었다.

그에 화답하듯 강주호가 특유의 부드러운 스윙으로 가볍게 유격수의 키를 넘는 안타를 쳐냈다.

“나이스!”

“역시 강주호!”

박수 소리와 함께 짧은 감탄을 내뱉는 선수들 사이로 비장한 얼굴을 한 이주학이 보였다.

그 순간 본능이 당장 말리라고 소리쳤지만, 이미 늦었다.

“야, 이주....”

“선배님 나이스샷!!!”

아. 미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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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 지금 마린스 더그아웃에서 들린 거 같죠?]

[예. 허허. 더그아웃에서 응원하는 건 당연한 일이지만, 이렇게 큰 소리로 응원하는 건 처음이네요.]

[아, 목소리의 주인공은 오늘 콜업된 유격수 이주학 선수라고 합니다.]

[젊은 선수라 그런지 파이팅이 좋네요.]

[확실히 요즘 마린스의 분위기가 좋은 걸 보여주는 것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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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 올라온 유격수 활약상]

선배님 나이스샷~

ㄴ ㅋㅋㅋㅋㅋㅋㅋㅋ 유격수 데려오라고 했더니 어디서 개그맨 하나 주워 왔냐?

ㄴ 원래 마린스 유격수는 개그 담당 아님? 이오준도 매번 상대 팀 웃게 하잖아 ㅅㅂ

ㄴ 나 저 표정 알아. 존나 고민 끝에 말해놓고 ‘하, 지렷다’ 하면서 뿌듯해하는 표정 ㅋㅋㅋㅋㅋㅋ

ㄴ ㅋㅋㅋㅋㅋㅋㅋㅋㅋ

ㄴ 진짜 골 때리네.

ㄴ 야구도 더럽게 못 하면서 페어플레이도 안 하네 ㅉㅉ 그니까 아직도 정규 시즌 우승이 없지.

ㄴ 치사하게 팩트 들고 오지 마라 ㅡㅡ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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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주학의 외침 이후 상대 선발인 이든 하크가 항의했지만, 강주호가 대신 사과하며 사건은 일단락됐다.

“뭔 생각으로 그런 거야.”

“나도 몰라···.”

뭐, 덕분에 선수들이 실컷 웃었으니 이주학에게 손해 보는 장사는 아닐 거다.

물론 ‘유격수는 무조건 진중하고, 신중해야 한다.’는 신념을 가지신 2군 수비 코치님은 어떻게 생각할지 모르겠지만.

아무튼 무사 주자 1루 상황에 잭 미켈이 타석에 들어섰다.

복귀하긴 했지만, 아직 완전한 컨디션이 아닌 강주호는 주자로서 가치가 거의 없는 수준.

이든 하크가 1루는 쳐다보지도 않은 채 잭과 승부를 이어갔다.

-따악!

잘 맞은 타구가 아깝게 외야수 정면으로 향했다.

김민석이 아웃 당해 돌아온 잭과 얘기를 주고받고 타석으로 들어갔다.

다음 타석을 위해 대기 타석에 있자 잭이 다가왔다.

“아까웠어요.”

“고맙다. 오늘 허 정도는 아니더라도 스플리터가 상당히 좋아. 조심해.”

그렇게 말하는 거 치곤 상당히 잘 때렸는데.

어찌 됐든 잭의 조언을 듣고 김민석의 타석에 타이밍을 맞춰 연습했다.

“스트라이크 아웃!”

갑자기 잭의 말에 신용이 생겼다.

김민석도 느낀 게 비슷했는지 스플리터보단 포심을 노리라고 하며 들어갔다.

“여. 네가 그 유명한 리틀 강주호야?”

“안녕하세요. 선배님.”

상대 포수가 살갑게 인사하자 나도 맞춰서 인사했다.

사실 타석에 집중하고 싶었는데, 선배가, 그것도 시비도 아니라 말을 거니 무시하는 게 상당히 힘들다.

하지만 그런 나로서도 귀가 쫑긋해지는 말이 나왔다.

“그거 아냐? 오늘 김목근 감독 왔어.”

“국대 감독님이요? 이미 국대 확정된 거 아니에요?”

“어. 아마 허하준이나 건우 보러 왔을걸? 강주호 선배도 부상 복귀했으니까.”

“아하···.”

그가 말한 세 명은 전부 6월에 발표된 최종엔트리에 이름을 올린 사람들이다.

나이트 선수 중 몇 명이 더 있는 거로 아는데.

“아무튼 열심히 해보라고.”

“감사합니다.”

근데 어차피 엔트리가 확정됐는데 중요한가?

그런 내 생각을 읽었는지 마지막으로 한마디를 했다.

“포수는 언제든지 기회가 생기니까.”

이후 심판의 말에 투수를 바라봤다.

기회? 무슨 기회?

하지만 한 번 들어온 말은 내 머릿속에 계속 맴돌았다.

“스트라이크!”

결국 초구에 타이밍이 완전히 어긋나면서 방망이를 내지 못하고 카운트를 내줬다.

“후.”

집중하자.

웃음소리가 들리는 걸 보니 그냥 날 흔들기 위해 한 소리다.

처음 보는 투수지만 집중하면 충분히 때려낼 수 있다.

포심과 스플리터를 가장 잘 던지는 선수의 공을 몇 번이나 받았는데, 그 하위 호환 선수를 공략 못하면 안 되지.

볼카운트 0-1.

나였다면 허하준의 구위를 믿고 포심을 요구했을 거다.

아직 이닝의 초반이고, 충분히 구위로 찍어 누를 만한 자신이 있으니까.

상대 배터리도 다를 거 없다고 생각한다.

포수를 신경 쓰지 않고 투수에 집중했다.

투수의 손에서 빠져나온 공이 몸쪽으로 빠르게 다가온다.

-탁!

예상하던 터라 그대로 당겼다.

타이밍이 늦어 약간 먹혔지만, 오히려 타구 속도가 줄어 3루수 키를 살짝 넘기고 천천히 좌익수에게 굴러갔다.

혼자였다면 충분히 2루로 갈 수 있는 타구였지만, 1루 주자가 강주호였다.

2사 2, 3루가 될 타구가 2사 1, 2루로 바뀐 상황.

그리고 8번 타자 이준의 연속 안타가 이어졌다.

하지만 강주호는 홈으로 들어오지 못했고, 2사 만루에서 9번 타자 이민상이 타석에 들어섰다.

“스트라이크!”

“스트라이크!”

“스트라이크 아웃!”

무사 1루에서 2사 1루, 하위 타선에서 2사 만루까지 갔지만 결국 무득점.

이게 야구의 얄궂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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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전 경기부터 이어온 허하준의 노히트 기록은 4회에 마감됐다.

역시 국가대표라고 할까?

나이트의 2번 타자인 최건우가 체인지업을 쳐내면서 나이트의 첫 출루에 성공했다.

더그아웃에서 기록이 끊어진 겸, 마운드에 한 번 올라가라는 사인이 나왔다.

“아까 이주학이 왜 그렇게 외친 줄 아세요?”

“왜?”

“어제 강주호 선배가 저인 줄 알고 등에다가 스파이크를 꽂았거든요. 이따 샤워할 때 보면 아직 자국 남아있을걸요?”

물론 허하준은 이런 기록으로 흔들릴 선수가 아니기에 그냥 잡담이나 하고 내려왔다.

스코어 0대0, 1사 주자 1루.

허하준과의 볼배합을 짤 땐 다른 투수와 약간 다르다.

기본적으로 상대 타자의 정보를 가지고 전체적인 볼배합을 구성하는 건 같다.

하지만 투수의 공은 매번 좋지도, 일정한 제구를 보장하지 않는다.

그래서 한 타석, 한 타석마다 고민하고, 또 고민해야 한다.

저번 박지호의 등판 같은 경우는 어디로 던져도 맞을 것 같기에 고민이 길었다.

경기가 끝나고 강기호에게 지적받은 것도 그 부분이었다.

포수가 고민하면 안 된다.

정확히는 ‘고민은 할 수 있지만, 그걸 투수에게 알려주면 안 된다.’, ‘언제나 흔들림 없는 바위처럼 미트를 드는 타이밍을 일정하게 유지해 줘야 한다.’ 같은 지적이었다.

그에 반해 허하준과 호흡을 맞출 땐 일정한 속도로 늘 변함없이 투구 패턴을 이어갈 수 있다.

허하준이 사인에 고개를 젓지 않는 것도 있지만, 약간의 변화만 줘도 타자들이 대처하기 어려워한다.

예를 들면 원래 스플리터 타이밍에 체인지업을 섞어주면.

-따악.

이렇게 땅볼을 쉽게 만들어낼 수 있다.

“아웃!”

“아웃!”

3루수 오준혁이 잡고 2루수 최치호, 그리고 강주호로 이어지는 5-4-3 더블 플레이.

스코어 0대0.

아직 0의 균형이 무너지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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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야. 선배님 왜 저러시냐?”

“나도 몰라.”

7회 초 마린스 공격.

선두타자로 나선 김수호가 상대 투수에게 공 9개를 뽑아내며 분전했지만, 아쉽게 삼진 당하고 더그아웃에 돌아왔다.

오늘 마린스 타선은 상대 선발 이든 하크에게 막혀 아직도 무득점.

그나마 방금 뽑아낸 투구 수로 8회부턴 다른 투수를 볼 수 있게 됐다.

그런 자신을 강주호가 웃으면서 반겨줄 거로 생각했던 김수호는 멍하니 그라운드를 바라보고 있는 강주호의 모습에 이주학에게 이유를 물었던 거였다.

“다 들린다.”

강주호의 말에 김수호가 움찔하더니 천천히 다가갔다.

“선배님, 저 오늘 성적이 안 좋습니다. 어제 선배님이랑 훈련한 거 오늘 AS 해주실 수 있으십니까?”

말은 그렇게 했지만, 오늘 김수호의 타격감은 나쁘지 않았다.

2회 안타, 4회엔 중견수 정면으로 가는 라인드라이브, 그리고 방금 선발투수를 끌어내리는 끈질김까지.

본인도 그걸 알고 있을 텐데 괜히 근처에 와서 징징거리는 이유를 강주호가 모를 리 없다.

새파랗게 어린놈이 자신의 기분을 풀어주려고 노력하는데 뚱하게 있을 수 있을까.

“됐다 임마. 나보다 성적이 좋은 놈이 무슨 AS.”

강주호의 오늘 성적은 3타수 1안타 2병살.

심지어 안타를 치고 나간 2회엔 자신 때문에 득점을 못 한 거니 그야말로 최악이었다.

타격감 문제가 아니다.

그냥, 몸이 문제였다.

‘부상이 생각보다 안 낫는다.’

젊었을 때라면 하루 만에 훌훌 털어버릴 부상을 일주일 동안 앓은 것도 서러운데, 그것도 완벽하게 나은 것도 아니다.

무릎에서 느껴지는 묘한 이물감에 제대로 뛰기 어려웠고, 그 탓에 충분히 1루에서 살 수 있는 타구를 병살로 만들었다.

실력이 아닌 다른 이유에서 부침을 겪는 기분은 썩 좋지 않았다.

특히 자신과 함께 우승하고 싶다는 말을 한 이놈 앞에서 말이다.

그리고 상황은 달랐지만, 어딘가 느껴지는 기시감에 기분이 더러웠다.

“무릎 때문에 그러십니까?”

“... 티나냐?”

“예. 엄청요.”

새끼가, 이럴 땐 모른 척 좀 해야지.

“선배님. 그거 아십니까?”

“뭐.”

“제가 야구장에 처음 갔을 때, 너무 시끄러워서 귀를 막고 있었습니다.”

“그래?”

“예. 그때 주변에서 어찌나 욕을 하던지, 그전까지 들었던 욕보다 많은 욕을 들었습니다. 근데요. 어느 순간 욕이 안 들리길래 귀를 막던 손을 딱 떼고 야구장을 봤는데 한 타자가 타격을 준비하고 있더라고요.”

강주호의 눈은 그라운드를 바라봤지만, 온 신경은 김수호의 입을 향했다.

“그리고 사람들이 그 타자의 이름을 외치는데, 타자가 그에 보답하듯이 딱 멋있게 스윙하는데, 공이 딱 하고 높이 뜬 겁니다. 사람들이 난리 난리를 피우는데, 갑자기 확 조용해졌습니다.”

“홈런?”

“아뇨. 그냥 플라이 아웃 됐어요.”

“뭐 임마?”

누가 봐도 자기 얘기인데, 좀 아름다운 추억으로 만들면 어디 덧나나?

강주호가 얄미운 김수호를 바라봤지만, 김수호의 입은 멈추지 않았다.

“근데 사람들이 욕을 안 하더라고요. 타자가 헛스윙 한 번 했다고 욕하던 사람들이 말이에요.”

“... 그래?”

“뭐, 아무튼 그렇습니다. 허무하죠?”

“스트라이크 아웃!”

그때 8번 타자 이준이 아웃 됐고, 김수호가 실실 웃으면서 말했다.

“그때 못 봤던 그 장면, 오늘 한 번 보여주시면 안 됩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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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주호에게 한 말.

좀 길었지만 요약하면 ‘무릎이 불편하니 그냥 홈런 한 방 쳐서 천천히 걸어오세요’였다.

나부터 시작한 7회 초 공격은 깔끔하게 삼자범퇴로 마무리됐다.

8회 초 공격 역시 1, 2, 3번이 깔끔하게 삼자 범퇴.

그리고 9회 초, 선두타자로 강주호가 나섰다.

7회 말과 8회 말은 어떻게 됐냐고?

말해 뭐해.

내 말이 강주호에게 도움이 됐는지, 안됐는지는 모른다.

그냥 어렸을 때부터 내 우상의 침울한 모습을 보는 걸 참기 힘들었을 뿐이다.

자기만족이라면 자기만족이고, 오지랖이라면 오지랖이겠지.

하지만 내가 아는 강주호는 언제나 팬들의 기대에 부응하기 위해 최선을 다하는 사람이었다.

바로, 지금처럼.

-따아아악!

“우와아아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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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주호가 만들었고, 김수호가 불러들이고, 허하준이 끝냈다. 마린스 1대0 신승!]

[허하준 9이닝 14k 2피안타 2사사구 무실점 완봉승!]

[선두타자 2루타 강주호, ‘뒤에 있는 타자들을 믿고 가벼운 마음으로 내려갔다.’]

ㄴ ㅠㅠㅠㅠ 주장님 늙지마세요 ㅠㅠㅠㅠㅠㅠㅠㅠ

ㄴ 진짜 병살 쳤다고 욕하는 새끼들 다 뒤졌으면;;

ㄴ 하. 은퇴가 얼마 안 남긴 했구나···.

ㄴ 강주호 은퇴하고 허하준 미국가면 무슨 재미로 야구보냐.

ㄴ 222

ㄴ ㅋㅋㅋㅋ 그래도 볼꺼면서

ㄴ ㅇㅈ.

[결승 희생플라이 김수호, ‘강주호 선배님의 조언 덕분.’]

[돛을 펼친 마린스! 최근 7경기 5승 2패!]

[마린스 감독, ‘강주호는 언제나 자신의 클라스를 입증하는 선수.’ ‘허하준 역시 마찬가지’]

[완벽한 호흡 허하준 김수호 배터리, 18이닝 무실점 행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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