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장야여화-398화 (398/649)

398화. 상황

사장은 찬찬히 기억을 더듬었다.

“생김새가 좀 독특해서 기억하고 있어. 산으로 물자를 운송할 가축이 부족해 주위 거점의 유랑자들한테 도움을 청해야 할 때가 있었어. 누군가가 그런 말을 끌고 왔더라고.

힘이 넘치길래 그 녀석을 사고 싶었는데 절대 팔려고 하지 않더라고, 그 사람이. 할 일을 마친 후에는 말도 다시 끌려갔고. 난 그 삯으로 총 15오레이를 동전으로 지불했었어.”

산속 대부분이 차로 다니기가 어려워 물자 운송은 오직 가축과 사람에게 의지해야 했다. 그래, 그것까진 좋은데, 장목화는 사장이 지금 다른 말을 얘기하는 건 아닌지 혼란스러웠다.

‘그 강력한 변이 생물이, 그 강한 가위 말이 전진 캠프로 와서 물자를 운송하는 일을 했다고? 그 궂은일을?’

장목화도, 성건우도 두 번이고 세 번이고 다시금 물었지만, 사장은 재차 그 말이 틀림없다고 확신했다.

“알겠다!”

성건우가 돌연 주먹 쥔 오른손으로 왼손바닥을 내리쳤다.

“뭔데?”

장목화가 무의식적으로 물었다.

성건우는 진지하게 답했다.

“녀석은 아르바이트한 거예요.”

“뭐? 왜?”

“수종이의 방값과 전기료, 수도세를 벌려고요.”

성건우는 대견하다는 듯한 표정으로 말했다.

“⋯⋯.”

한숨을 쉰 장목화는 금세 또 솔깃해졌다. 별난 생물에게 일어난 일인데, 이 기이한 추측이 진상에 가까운 것 아닐까?

그런데 그 당당한 무심자의 제왕도 방값, 전기료, 수도세를 내야 하나?

이때 여관 주인이 의아하다는 듯한 눈빛으로 두 사람을 바라보았다.

“자네들이 말하는 수종이라는 자가 그 말을 끌고 왔던 그 사람인가?”

장목화는 가위 말을 데리고 온 자는 수종이가 아니리라 확신했다. 수종이는 두문불출하면서 게임에만 몰두하는 성향이었다. 이따금 기분 전환을 위해 움직일 때가 아닌 이상, 직접 나서서 그런 일을 하려 할 리는 없었다.

성건우 역시 그렇게 생각했다.

“그 사람 어떻게 생겼어요?”

그의 물음에, 여관 사장이 다시 기억을 더듬었다.

“키는 나랑 거의 비슷했어. 머리카락은 검은색인데, 하나로 묶고 있었지. 아주 기름지더라고. 몸은 상당히 건장하고 튼실했었지. 안에는 흰색 러닝셔츠, 겉에는 검은색 얇은 외투를 입고 있었고.

얼굴엔 수염이 무성했고, 손등에도 털이 숭숭 나 있었어. 선글라스를 끼고 있어서 눈은 안 보였고.

엄청 내향적이고 우울한 사람 같더라고. 말수가 적었어. 아니, 그냥 말을 할 줄 모른다고 해야 하나. 내가 10오레이를 말하니까 고개만 젓더니, 15오레이를 주니까 그제야 고개를 끄덕이며 말을 내주더라고. 그 후엔 내가 말할 날짜에 맞춰 말만 데려갔고.”

이야기를 들으면 들을수록 뭔가 이상하다고 생각한 장목화는 생체 공학 의수 속 보조 칩에 의지해 기억 속 유사한 이를 빠르게 찾아냈다.

그는 평범한 사람이 아닌, 무심자였다.

늪 1호 유적, 도시 정보망 통제 센터 지하에 수종이 게임을 하던 방 근처에 아이를 낳고 있던 여자 고등 무심자가 있었다. 당시 그녀 주위를 지키던 남자 무심자의 생김새는 여관 사장이 묘사한 것과 매우 흡사했다.

‘설마 여관 사장은 고등 무심자와 거래한 건가? 말을 하지도 못하고, 지나치게 복잡한 말을 알아듣지도 못하지만, 가격 정도는 이해하는 모양이네. 혹시 수종이가 특별히 주입한 능력일까?’

장목화는 스스로 한 추측에 스스로 흠칫했다. 너무도 얼토당토않고 소름끼치는 이야기였다. 사실 수종이 주위에서 일어나는 일은 항상 그랬다.

생각을 거듭하던 장목화는 사장에게 진상을 알리지 않기로 했다. 굳이 그럴 필요도 없거니와 상대에게 큰 충격만 안길 게 뻔했다. 보통 사람이 무심자와 면대면으로 거래했다는 사실을 어떻게 받아들이겠는가.

“수종이는 아니네요. 수종이는 어린아이거든요.”

여관 사장은 알겠다는 듯 고개를 끄덕거렸다.

“아, 그 사람이 말을 빌려준 게 아이를 위해서 방값이랑 전기료, 수도세, 식비를 내려고 그랬던 거야?”

‘뭐, 틀린 말은 아닌데 진상은 그것보다 훨씬 더 복잡하답니다.’

장목화는 속으로만 중얼거리며 고개를 끄덕였다.

“저희는 이만 다른 사람한테도 물어보러 갈게요. 그 사람과 그 말을 본 사람이 더 있는지 찾아보려고요.”

여관 사장이 정색을 했다.

“왜? 실종되기라도 한 거야? 그 흰 늑대에게 당한 건 아니겠지?”

그는 장목화와 성건우가 집으로 돌아오지 않은 친구를 찾고 있다고 생각하는 모양이었다.

“그런 셈이죠.”

장목화는 대충 얼버무린 후 성건우와 여관을 떠났다.

* * *

그 후로도 구조팀은 여러 유적 사냥꾼과 캠프 내 주민들에게서 비슷한 이야기를 들었다.

누군가는 가위 말과 비슷한 생물이 물자를 지고 산길로 다니는 걸 본 적이 있다고 했고, 누군가는 말이 성 본채에 가축 사육하는 곳에서 풀을 먹으며 다른 소나 말과 일정한 거리를 유지하는 것을 봤다고 했다.

또 누군가는 선글라스를 끼고 흰색 러닝셔츠를 입은 남자가 어디론가 황급히 쫓기듯 이동하는 것도 본 적 있다고 했다.

“강력한 변이 생물이 캠프에서 물자를 운송해주고 돈을 벌었다니.”

용여홍은 믿을 수가 없었다. 만약 모든 변이 생물과 고등 무심자, 그리고 강력한 각성자와 개조인들이 이렇게 성실히 일하며 안분지족할 줄 알았다면 애쉬랜드의 상황은 몇 배나 더 좋아졌을 것이다.

그리고 그때쯤 신세계의 빛줄기도 나타나지 않을까?

그랬다. 용여홍은 아직도 신세계를 은유적인 상징으로 여기고 있었다. 구세계 파괴의 그림자에서 완전히 벗어난 인간이 새로운 질서와 문명을 건립해 새로운 고향을 가지게 될 순간을 일컫는 표현이라 생각했다.

이내 백새벽이 입술을 잘근잘근 깨물며 말했다.

“수종이의 애완동물에게 일어난 일이 아니라면 농담인 줄 알았을 거야.”

그녀는 황야 유랑자와 유적 사냥꾼으로 살았을 당시, 여러 변이 생물을 맞닥뜨린 적이 있었다. 그런 변이 생물은 전부 무시무시하고 공격성이 강해서 인간 사회나 노동과는 근본적으로 연관을 지을 수가 없었다.

가위 말을 처음으로 마주치고 차으뜸에게 관련한 이야기를 들었을 때도 백새벽은 그토록 위험한 변이 생물은 어지간하면 건드리지 말아야 하는, 최대한 멀리 피해 다녀야 하는 유형이라 생각했다.

그러나 오늘, 그녀가 생각했던 그 신비롭고 무시무시한 가위 말의 인상이 대대적으로 무너져버렸다.

그때, 곁에서 성건우가 대견하다는 듯 고개를 끄덕였다.

“이건 수종이가 준법정신이 있는 사람이라는 뜻이야. 그냥 방에 틀어박혀서 게임하는 걸 좋아할 뿐인 거지.”

‘넌 정말 수종이를 친구로 생각하는구나. 근데 잊지 마. 퍼스트 시티의 무심병 폭발 사태는 수종이와 관련돼 있을지도 모른다는 걸.’

속으로 중얼거리던 장목화가 입을 열었다.

“15오레이로는 퍼스트 시티에서 얼마 못 버텨. 가위 말과 고등 무심자는 지금도 산속 어느 거점이나 전진 캠프에서 일하고 있지 않을까?”

수면 고양이는 지나치게 무섭게 생겨서 사람과 접촉하긴 무리가 있었다.

“그럴 지도요.”

용여홍에 이어, 백새벽도 호응했다.

“그럼 탐문 범위를 넓혀야겠네요.”

동굴의 다른 출구를 찾으러 다니는 동안 구조팀도 어쨌든 다른 전진 캠프나 다른 황야유랑자 거점을 거치게 될 것이었다.

장목화가 고개를 끄덕였다.

“그래. 근데 사실 다른 생각도 있어.”

“뭐지?”

게네바는 데이터를 수집해 장목화 분석 모드를 생성하기 위해 노력했다.

장목화가 말했다.

“수종이는 늪 1호 유적을 떠나면서 가위 말과 수면 고양이뿐만 아니라 고등 무심자도 대량으로 끌고 나온 것 같아. 그럼 그 고등 무심자들은 지금 어디서 뭘 하고 있을까?”

“아르바이트!”

숨도 쉬지 않고 답한 성건우가 장목화의 매서운 눈빛이 쏟아지기 전에 얼른 이야기를 덧붙였다.

“당시 일부 고등 무심자는 수종이 곁에 남아 보호했고, 나머지 일부는 밖에서 먹거리를 찾으며 폐허 도시 내 일반 무심자를 관리하고 있었어요.”

장목화가 한숨을 내쉬었다.

“맞아. 그러니까 지금도 수종이 곁에 고등 무심자가 몇 정도는 있을 거야. 그들은 일정한 지능을 가지고 있긴 하지만, 그렇게 높은 수준은 아니야. 그러니 평소엔 본능을 따를 거야. 퍼스트 시티에 돌아가면 이 부분부터 파고 들어가 보자. 무심자의 본능을 이용해 그들을 꾀어내고 수종이를 찾는 거야.”

‘우리 팀장님, 고등 무심자까지 속여 먹으려 하고 있어.’

용여홍은 혀를 내두르면서도 되게 효과적인 방법이라 생각했다.

성건우가 웃으며 말했다.

“그럴 수고까지는 필요 없을지도 몰라요. 가위 말과 수면 고양이가 제가 수종이를 찾는다는 걸 전해준다면 수종이가 직접 절 찾아올 거예요.”

장목화는 일단 건성으로 고개를 끄덕거렸다.

“그래, 그랬으면 좋겠네. 우선 어젯밤 상황을 보면 수면 고양이 능력 적용 범위가 건우랑 크게 차이 나지 않더라고. 가위 말도 우리가 예상했던 것만큼 그렇게 무시무시하지는 않고.”

이야기가 마무리됐을 즈음, 게네바와 성건우는 현재까지 수집된 각종 전자 부품을 연구하기 시작했다.

전에 얻은 일부 전리품으로 바꿔온 것들이었다.

용여홍 역시 그들을 따라 잠시 연구하다가 무료하다는 얼굴로 일어났다.

그가 스스로 말했던 것처럼 그의 성적은 그저 그런 편이었다. 대학교에서도 언제나 중간 등수였었다.

애초에 용여홍은 전공에 별다른 애정을 느낀 적도 없었다. 그 전공을 택한 건 순전히 쉬운 직무에 배치되고 싶어서였다.

그를 보고, 장목화가 웃었다.

“사실 사람이 많이 붙어야 할 작업은 아니야. 너희가 여기 남아봤자 별 의미도 없어. 그냥 차라리 캠프 안을 돌아볼래? 음, 무슨 정보라도 얻을 수 있을지 모르잖아.”

“네!”

안 그래도 밖을 돌아보려던 용여홍이 얼른 답했다.

그러자 백새벽이 어떤 팀원도 단독으로 행동해서는 안 된다는 원칙에 입각해 그의 뒤를 따라나섰다.

* * *

용여홍과 백새벽이 성 본채에 들어가려던 그때, 린넨색 머리카락에 같은 색 눈동자를 가진 젊은 남자가 건물에서 나와 두 사람을 스치듯 지나쳤다.

순간 용여홍은 상대가 통한이 담긴 눈으로 자신을 바라보는 걸 알아챘다.

용여홍이 무의식적으로 상대를 돌아보자, 젊은 남자는 고개를 푹 숙인 채 황급히 걸음을 재촉했다.

용여홍이 의아해하는 사이, 백새벽이 낮은 목소리로 말했다.

“저 사람 기억나. 저 사람 동료가 우리 손에 죽었어.”

“그렇구나.”

용여홍은 그제야 알겠다는 듯 조용히 중얼거렸다.

이내 백새벽은 멀어져 가는 상대를 돌아보다가 덤덤하게 물었다.

“기회를 봐서 처리해버려야 하나?”

“어, 그, 그럴 필요는 없을 것 같은데.”

용여홍이 얼른 고개를 저었다.

그는 구조팀이 이 정도 원한을 겁낼 필요는 없다고 생각했다. 스스로를 보호할 힘을 충분히 가지고 있는 이상 과한 살육은 필요치 않았다.

백새벽도 더 말을 늘어놓지 않고 용여홍을 이끌고 성 본채로 들어갔다.

* * *

며칠 후, 웨트가 퍼스트 시티에서 돌아왔다. 이제 로엔과 또 하나의 생존자도 거의 회복을 마친 상태였다.

이들은 각각 구조팀과 독행 사냥꾼 팀을 이끌고 산속으로 향했다.

동굴의 다른 입구를 찾기 위해서였다.

무시하고 공격성이 강해서 인간 사회나 노동과는 근본적으로 연관을 지을 수가 없었다.

가위 말을 처음으로 마주치고 차으뜸에게 관련한 이야기를 들었을 때도 백새벽은 그토록 위험한 변이 생물은 어지간하면 건드리지 말아야 하는, 최대한 멀리 피해 다녀야 하는 유형이라 생각했다.

그러나 오늘, 그녀가 생각했던 그 신비롭고 무시무시한 가위 말의 인상이 대대적으로 무너져버렸다.

그때, 곁에서 성건우가 대견하다는 듯 고개를 끄덕였다.

“이건 수종이가 준법정신이 있는 사람이라는 뜻이야. 그냥 방에 틀어박혀서 게임하는 걸 좋아할 뿐인 거지.”

‘넌 정말 수종이를 친구로 생각하는구나. 근데 잊지 마. 퍼스트 시티의 무심병 폭발 사태는 수종이와 관련돼 있을지도 모른다는 걸.’

속으로 중얼거리던 장목화가 입을 열었다.

“15오레이로는 퍼스트 시티에서 얼마 못 버텨. 가위 말과 고등 무심자는 지금도 산속 어느 거점이나 전진 캠프에서 일하고 있지 않을까?”

수면 고양이는 지나치게 무섭게 생겨서 사람과 접촉하긴 무리가 있었다.

“그럴 지도요.”

용여홍에 이어, 백새벽도 호응했다.

“그럼 탐문 범위를 넓혀야겠네요.”

동굴의 다른 출구를 찾으러 다니는 동안 구조팀도 어쨌든 다른 전진 캠프나 다른 황야유랑자 거점을 거치게 될 것이었다.

장목화가 고개를 끄덕였다.

“그래. 근데 사실 다른 생각도 있어.”

“뭐지?”

게네바는 데이터를 수집해 장목화 분석 모드를 생성하기 위해 노력했다.

장목화가 말했다.

“수종이는 늪 1호 유적을 떠나면서 가위 말과 수면 고양이뿐만 아니라 고등 무심자도 대량으로 끌고 나온 것 같아. 그럼 그 고등 무심자들은 지금 어디서 뭘 하고 있을까?”

“아르바이트!”

숨도 쉬지 않고 답한 성건우가 장목화의 매서운 눈빛이 쏟아지기 전에 얼른 이야기를 덧붙였다.

“당시 일부 고등 무심자는 수종이 곁에 남아 보호했고, 나머지 일부는 밖에서 먹거리를 찾으며 폐허 도시 내 일반 무심자를 관리하고 있었어요.”

장목화가 한숨을 내쉬었다.

“맞아. 그러니까 지금도 수종이 곁에 고등 무심자가 몇 정도는 있을 거야. 그들은 일정한 지능을 가지고 있긴 하지만, 그렇게 높은 수준은 아니야. 그러니 평소엔 본능을 따를 거야. 퍼스트 시티에 돌아가면 이 부분부터 파고 들어가 보자. 무심자의 본능을 이용해 그들을 꾀어내고 수종이를 찾는 거야.”

‘우리 팀장님, 고등 무심자까지 속여 먹으려 하고 있어.’

용여홍은 혀를 내두르면서도 되게 효과적인 방법이라 생각했다.

성건우가 웃으며 말했다.

“그럴 수고까지는 필요 없을지도 몰라요. 가위 말과 수면 고양이가 제가 수종이를 찾는다는 걸 전해준다면 수종이가 직접 절 찾아올 거예요.”

장목화는 일단 건성으로 고개를 끄덕거렸다.

“그래, 그랬으면 좋겠네. 우선 어젯밤 상황을 보면 수면 고양이 능력 적용 범위가 건우랑 크게 차이 나지 않더라고. 가위 말도 우리가 예상했던 것만큼 그렇게 무시무시하지는 않고.”

이야기가 마무리됐을 즈음, 게네바와 성건우는 현재까지 수집된 각종 전자 부품을 연구하기 시작했다.

전에 얻은 일부 전리품으로 바꿔온 것들이었다.

용여홍 역시 그들을 따라 잠시 연구하다가 무료하다는 얼굴로 일어났다.

그가 스스로 말했던 것처럼 그의 성적은 그저 그런 편이었다. 대학교에서도 언제나 중간 등수였었다.

애초에 용여홍은 전공에 별다른 애정을 느낀 적도 없었다. 그 전공을 택한 건 순전히 쉬운 직무에 배치되고 싶어서였다.

그를 보고, 장목화가 웃었다.

“사실 사람이 많이 붙어야 할 작업은 아니야. 너희가 여기 남아봤자 별 의미도 없어. 그냥 차라리 캠프 안을 돌아볼래? 음, 무슨 정보라도 얻을 수 있을지 모르잖아.”

“네!”

안 그래도 밖을 돌아보려던 용여홍이 얼른 답했다.

그러자 백새벽이 어떤 팀원도 단독으로 행동해서는 안 된다는 원칙에 입각해 그의 뒤를 따라나섰다.

* * *

용여홍과 백새벽이 성 본채에 들어가려던 그때, 린넨색 머리카락에 같은 색 눈동자를 가진 젊은 남자가 건물에서 나와 두 사람을 스치듯 지나쳤다.

순간 용여홍은 상대가 통한이 담긴 눈으로 자신을 바라보는 걸 알아챘다.

용여홍이 무의식적으로 상대를 돌아보자, 젊은 남자는 고개를 푹 숙인 채 황급히 걸음을 재촉했다.

용여홍이 의아해하는 사이, 백새벽이 낮은 목소리로 말했다.

“저 사람 기억나. 저 사람 동료가 우리 손에 죽었어.”

“그렇구나.”

용여홍은 그제야 알겠다는 듯 조용히 중얼거렸다.

이내 백새벽은 멀어져 가는 상대를 돌아보다가 덤덤하게 물었다.

“기회를 봐서 처리해버려야 하나?”

“어, 그, 그럴 필요는 없을 것 같은데.”

용여홍이 얼른 고개를 저었다.

그는 구조팀이 이 정도 원한을 겁낼 필요는 없다고 생각했다. 스스로를 보호할 힘을 충분히 가지고 있는 이상 과한 살육은 필요치 않았다.

백새벽도 더 말을 늘어놓지 않고 용여홍을 이끌고 성 본채로 들어갔다.

* * *

며칠 후, 웨트가 퍼스트 시티에서 돌아왔다. 이제 로엔과 또 하나의 생존자도 거의 회복을 마친 상태였다.

이들은 각각 구조팀과 독행 사냥꾼 팀을 이끌고 산속으로 향했다.

동굴의 다른 입구를 찾기 위해서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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