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장야여화-97화 (97/649)

97화. 건우의 대책

몇 초가 지나서야 장목화가 입을 열었다.

“썩 쉬운 방법은 아니네. 심장 마비 능력이 있는 각성자는 대적하기 어려울 거야. 특히 회사 내부처럼 좁은 공간에서는 더더욱.

게다가 교단 내 각성자는 한 사람이 아닐지도 몰라. 고위층 내 각성자도 마찬가지고. 네가 그들을 모조리 해치우려 한다면 그 난도는 더 높아져. 오히려 네가 죽을 가능성이 제일 클걸?

무엇보다, 그렇게나 많은 사람을 죽이고 그 모든 사실을 은닉하는 건 기본적으로 아예 불가능한 일이야. 넌 회사가 장식으로 보여?”

이런 생각에 기반해, 장목화는 계속 말을 이어갔다.

“비록 네게 추리 광대 능력이 있다고 해도 혼자 하는 조사는 회사가 주도하는 조사에 미칠 수가 없어. 회사에서는 모든 방법을 동원해 빠르게 진상을 밝혀내고 문제를 해결할 수 있으니까.

그러니까 내가 할 수 있는 말도 하나뿐이야. 회사에 신고해. 교도들의 경우, 정말 아무 죄도 안 지었다면 딱히 심한 처벌은 안 받을 거야. 기껏해야 훈계 정도나 받겠지. 회사에서도 한 명, 한 명이 귀한 자원이야. 물론 네가 쌓은 공헌 점수로 그들 처벌 수위를 좀 줄이는 방법도 있고.”

성건우는 고민에 빠진 얼굴이었다.

장목화는 그의 표정을 보며 또 한 번 덧붙였다.

“이곳에 사는 모두는 회사가 안정적으로 유지되길 바라고 있어. 이런 문제를 줄곧 틀어막고 스스로 해결하려 한다면 상황만 더 심각해질 뿐이야.”

그 즉시 성건우가 자리에서 벌떡 일어났다.

“질서 감독국에 갈게요.”

“잠깐, 잠깐! 왜 이렇게 급해? 아직 내 얘기 다 안 끝났어.”

장목화가 황급히 그를 멈춰 세웠다.

성건우는 다시 자리에 앉아 그녀의 말을 기다렸다.

“음, 일단 사건부터 다시 설명해봐. 처음부터 끝까지 있는 그대로.”

성건우는 아무것도 숨기지 않고 기억 그대로를 끄집어내 말했다. 심지어 자신이 몇 시 몇 분에 화장실에 갔는지까지도 빼놓지 않았다.

장목화도 그의 이야기를 끊지 않고 진지하게 귀담아들었다. 혹여나 자신이 중간에 끼어들어 성건우의 기억에 빈틈이 생길까 입도 벙끗하지 않았다.

하지만 그녀도 흠칫한 순간은 있었다. 장목화도 이미 성건우의 방식을 잘 알고 있다고 생각했었다. 그래도 임결의 신임을 얻고자 냅다 엄마라고 불렀다는 건, 장목화도 멈칫하게 만든 얘기였다.

놀란 나머지 장목화가 입을 쫙 벌리고 헛웃음을 지었다.

“……이쯤이면 널 충분히 알았다고 생각하면 늘 새로운 모습을 보여주네.”

못 말린다는 듯 한숨을 내쉬던 장목화가 고개를 살짝 끄덕거렸다.

“이 사건에는 논리에 부합하지 않는 부분이 있어.”

“어떤 부분입니까?”

성건우는 매우 협조적이었다.

잠시 말을 고르던 장목화가 설명했다.

“만약 우정현이 이심 주, 아니면 한 달 뒤에 죽었더라도 아무 문제도 없다고 생각했을 거야. 근데 인도자가 우정현을 죄인으로 지정하고, 신이 죄인을 징벌하리라고 선언한 건 새벽 6시의 일이었어. 그리고 세 시간 조금 지나서 갑자기 우정현의 심장이 멈췄지.

여기에는 아주 명확한 문제가 있어. 당시 집회 현장에 있던 모든 교도가 우정현의 죽음을 신의 징벌과 연관 지어 생각하게 될 거라는 거야.”

“맞아요. 정말이에요. 다들 이미 그렇게 생각하고 있어요.”

성건우의 긍정에, 장목화는 피식 웃으며 반문했다.

“그럼 그들은 어떤 반응을 보이게 될까? 두려워하고, 겁에 질리고, 당황스러워하고, 혼란스러워하겠지?”

성건우가 고개를 끄덕였다.

장목화는 계속해서 말을 이었다.

“이렇게 극단적이고 감정적인 충격 아래, 교도들은 각자 성격과 경험에 근거해 각기 다른 선택을 할 거야. 대부분은 신령에 대한 두려움을 느끼면서 사명의 존재를 철저히 신뢰하고, 매우 신실하게 될 게 분명해.

근데 소수는 두려움과 혼란, 죄책감, 혹은 정의감에 휩싸여 회사에 신고할 생각을 하기도 하겠지. 네가 바로 그 대표적인 사례고.”

잠시 생각하던 성건우는 장목화의 말을 대략적으로 이해했다.

“만약 우정현의 죽음이 한 달 뒤에 일어났다면 교도들이 받은 충격은 그만큼 완화됐을 거예요. 대신 지금보다 더 많은 연상과 추측을 하면서 신령을 더 경외하게 됐겠죠. 하지만 지금 이 순간 어마어마한 충격을 받은 교도들은 저마다 다른 선택을 하게 될 가능성이 크겠네요?”

장목화가 진지한 얼굴로 고개를 끄덕였다.

“여기서 한 가지 질문. 교단 내 고위층은 도대체 무얼 믿고 누구도 교단을 신고하지 않으리라 확신한 걸까? 답은 둘 중 하나야.

첫째, 그들은 종교에 미친 자들이라 결과나 자신의 안위에 대해서는 아무런 생각도 하지 않고, 오직 죄인을 심판할 생각만 했다. 둘째, 그들은 아예 배반이나 신고가 성공하지 못하리라는 걸 확신했다.”

장목화가 성건우의 눈을 똑바로 보며 진지하게 물었다.

“네 생각에는 어느 쪽일 것 같아?”

성건우 역시 조금도 물러서지 않고 장목화를 마주 보았다.

“오해일 수도 있습니다. 교단 고위층은 아무것도 하지 않았는데 우정현이 우연히 급사한 것일 수도 있잖아요.”

장목화는 순간 웃음을 터뜨렸다.

“훌륭해. 세 번째 가능성도 찾아냈네.”

그리고 그녀는 천천히 생각을 정리하며 말했다.

“나도 처음엔 그 가능성이 크다고 생각했어. 너희 교단 고위층이 그런 위험을 감수하려 할 것 같지는 않았거든.

근데 자세히 생각해보니 그들의 혐의는 커. 일단 이 사건이 정말로 오해와 우연으로 비롯된 것이라고 해보자.

네가 교단 고위층 인물이라고 쳐. 그럼 임결이 우정현을 죄인으로 지목하고 신이 죄인을 징벌하리란 말을 한 그날, 우정현이 갑자기 바로 죽어버렸다는 걸 알았어. 그럼 넌 무슨 생각을, 어떤 행동을 할 것 같은데?”

잠시 생각하던 성건우가 답했다.

“우리 교단이 이렇게나 대단했었나? 달지기 사명의 신통력이 이렇게나 강력했었나? 이렇게나 강력한 교단에 가입해 고위층까지 이른 나는 그만큼 대박인 존재였었나? 그렇게 생각했겠죠.”

“⋯⋯너한테 물은 내가 잘못이지.”

장목화는 이마를 짚으며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다 말을 이었다.

“만약 정말로 교단에서 우정현을 벌한 게 아니라면, 그리고 이전에도 이런 짓을 하지 않았다면 교단 내 고위층 인물들은 그렇게 생각했을 수도 있지. 하지만 조금 더 정상적으로 생각했다면?”

그녀의 질문이 바로 따라붙었다. 그러나 이는 딱히 성건우에게 묻는 말은 아닌 것 같았다. 장목화는 성건우의 답을 기다리지도 않고 자문자답을 했다.

“한편으로는 굉장히 기뻐하지 않았을까? 달지기 사명의 강력한 신통력이 증명된 이 사건으로 신도들은 더욱 신실해질 테고, 더욱 순종할 테고, 더욱 적극적으로 포교에 나설 테니까.”

성건우도 고개를 끄덕였다.

이후로 장목화는 계속 말을 이어갔다.

“또 한편으로는 걱정도 될 거야. 너무나 공교롭고 갑작스러운데다 되게 충격적인 사건이니, 이에 기겁한 일부 신도들이 지나치게 과민하게 불필요한 반응을 보일지도 모르잖아. 뭐, 교단을 신고한다거나, 자살하거나, 대놓고 포교 활동에 나서거나 등등.”

성건우는 진지하게 생각하며 재차 고개를 끄덕였다.

이내 장목화가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

“그래, 일단은 교단 고위층 인물들 머리가 정상이라고 간주하고 얘기해보자고. 이런 걱정이나 기쁨을 느낀 다음엔 어떤 행동에 나설까?”

그녀는 이번에도 성건우에게 말할 기회를 주지 않았다.

“즉시 수하의 인도자들에게 재차 집회를 소집해 모두를 안정시키고, 사명의 신성함과 강대함을 자랑하라고 하겠지. 뜻밖의 사건이 일어나지 않도록 상황을 통제하고, 이 사건이 더 좋은 방향으로 흐르게 유도하는 거지.

근데 지금 사건 발생 후 이미 하루가 지났지만 넌 집회에 관한 소식을 못 들었어. 이렇게 긴급한 사건이 일어났을 때 교단 고위층이 꾸물거리려 할 리는 없어. 조금이라도 더 빨리 상황을 통제하는 게 중요하니까.”

잠깐 머뭇거리던 성건우가 살짝 반박에 나섰다.

“그들이 생각보다 멍청해서 그런 생각을 하지 못했을 수도 있잖아요.”

장목화가 웃었다.

“그래, 그럴 수도 있지. 모든 적을 영리하고 똑똑한, 어떠한 실수도 저지르지 않을 존재로 여겨서는 안 되지.

하지만 너희 교단은 회사 안에서 그렇게 오랫동안 존속해왔는데도 어떤 문제도 일으킨 적이 없었어. 이건 교단 고위층이 마냥 멍청하진 않다는 거지.

게다가 우정현의 죽음은 지나치게 공교롭기도 해. 그래서 난 더더욱 그들이 한 짓일 거라는 생각이 들어. 다들 종교에 미친 광신도이거나 교단이 어떠한 타격도 받지 않으리라는 자신감에 가득 차 있는 녀석들인 거야.”

“아무래도 후자일 가능성이 큰 것 같네요.”

성건우는 어느새 일반인처럼 생각하고 있었다.

“음⋯⋯, 어쩌면 둘 다일 수도 있고. 순수한 광신도들이었다면 진작 발견돼서 체포됐을 테니까.”

마찬가지로 동조하던 장목화가 성건우를 보며 당부했다.

“질서 감독부 사람을 곧장 찾아갔다간 뜻밖의 일이 벌어질 것 같아. 교단 고위층이 배반이 성공할 리 없다고 자신하는 이유가 뭐겠어?

그러니까 지금 당장은 신고하러 가지도 말고, 조사하지도 말고 일단 기다려 봐. 며칠만, 그러니까 한 일주일 정도만.

교단 고위층에서 이 사건이 이미 잠잠해졌고, 어떤 파란도 일으키지 않았다고 생각하고 경계를 늦출 때까지만 기다렸다가 그때 나서는 거야.”

성건우는 미간을 살짝 찌푸렸다.

“며칠 더 기다렸다가는 모든 흔적이 다 사라질 텐데요.”

특히 시체는 금세 처리될 것이었다. 장목화도 이미 이를 고민했었던 듯 고개를 가볍게 끄덕였다. 이내 그녀가 여유롭게 설명을 이어나갔다.

“그동안은 내 개인적인 인맥을 이용해서 해당 층의 감시카메라 영상을 확인해보도록 할게. 아까 그랬지, 우정현은 9시쯤 갑자기 죽었다고.

어제는 휴일이 아니었으니 그 시간대 각 층 주민 대부분은 작업 구역, 내부 생태 구역 등에 흩어져 각자 작업을 하고 있었을 거야. 생활 구역은 조용한 편이었겠지.

그런 상황에서 누군가 우정현이 담당하는 물자 공급 시장이 있는 층으로 이동했다면 분명 눈에 확 띄었을 거야. 엘리베이터 입구 감시카메라에도 찍혔겠지. 오전 근무 시간에 근무지를 이탈해 돌아다니는 사람은 별로 없잖아.

그래, 사건이 발생한 층의 감시카메라뿐만 아니라 위아래 층의 감시카메라도 다 확인해야겠네. 각성자의 능력은 직선거리만 충족된다면 천장이나 바닥 정도는 충분히 관통할 수 있으니까.”

이는 성건우가 전에 언급한 부분이기도 했고, 차으뜸의 매혹 능력을 통해 직접 확인한 부분이기도 했다.

하지만 성건우는 고개를 절레절레 저었다.

“각성자 능력은 장애물을 관통할 수는 있지만, 그 영향 범위는 줄어듭니다. 게다가 영향 범위에만 근거해서는 범인을 특정할 수도 없고요.”

만약 그 각성자가 아래층 천장, 혹은 위층 바닥 너머에서 우정현을 처리하려 했다면, 잘못된 목표를 대상으로 그 능력을 발휘하면서 목적을 달성하지 못했을 가능성이 컸다.

장목화가 잠시 고민 끝에 말을 받았다.

“그건 그렇네. 음……, 그럼 우정현에게 특정 시각에 혼자서만 있을 수 있는 특정한 공간이 있었다면? 예를 들어 개인 사무실 같은 곳? 그런 공간이 있다면 시간과 장소 파악만 해도 우정현을 완벽하게 죽일 수 있었을 거야.

하지만 그 사람이 죄인으로 지목되고 사망한 순간까지 시간이 고작 세 시간 정도뿐이야. 그 시간 안에 우정현의 행동 규칙을 파악하긴 불가능하지. 그렇다고 누군가에게 물어보기에는 너무 늦고⋯⋯.

그럼 해당 층의 감시카메라 녹화 영상을 보면서 사건 발생 전후에 누가 그 층에 진입했고, 누가 떠났는지를 확인하는 수밖에 없겠네⋯⋯. 아니지, 그래도 그 위아래층을 다 봐야겠어. 조금이라도 더 신중한 게 낫지. 너한테 적용되는 한계가 모든 각성자에게 다 통용된다고 볼 수는 없잖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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