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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동인형 오토마톤-276화 (276/329)

< 오토마톤과 함께하는 탕진잼! 276 >

무슨 의미로 받아들인 것인지 얼굴이 벌게진 투나가 몸을 배배 꼬기 시작한다.

모두가 억지웃음을 지으며 두 사람을 쳐다보는데 캐롯이 문득 고개를 돌렸다.

“잉? 잠깐만요! 이렇게 쉽게 될 일을 왜 이젤리아에서는 엘프들에게 먼저 도움을 요청하지 않았대요?”

투나와 크랭크의 만담에 웃고 있던 르클레르가 함박웃음을 지으며 캐롯을 보았다.

“캐롯, 모르겠나? 드래곤 하트다.”

입을 벌리고 멍청한 얼굴을 한 캐롯과 더불어 이야기를 듣고 있던 주변 사람들이 한 대 맞은 얼굴을 했다.

“그래서 개미를? 자기들끼리 어떻게 해보려고?”

“그렇지. 대대로 드래곤 킬러는 효과 만점이었거든? 나라도 그런 생각해 볼 거다.”

“캬아아아! 크아아아! 쓰다! 써! 사람 물욕 참 무섭네!”

캐롯이 인생 쓰다! 하는 표정으로 오만상을 일그러뜨렸다.

도무지 자동 인형의 그것이라고는 믿을 수가 없어서 르클레르가 크게 웃어 버릴 정도였다.

잠자코 듣고 있던 아리에테도 끼어들었다.

“그러고 보니 그 개미가 이상 증식한 이유는 알아냈나? 돌아올 때까지 조사 중이었는데.”

웃느라 대답이 늦어 버린 르클레르가 눈가의 눈물을 닦으며 말했다.

“으음, 파벌 정리 작업 중에 드러났지. 우화를 서두르고 몸집을 더 키우기 위해 키메라 합성 기술을 적용했던 모양이야. 이른바 생식 능력을 가진 열화판을 만들어 버린 거지.”

아리에테와 캐롯, 크랭크의 기분이 좀 찜찜해졌다.

“그게 열화판이면 진짜는 어떤 놈들이야?”

“개미의 경우엔 착실히 잡아가는 수밖에는 없다고 한다. 기사단의 무력이 출중하니 머지않아 퇴치될 거다.”

짧은 숨을 들이쉰 그녀가 손바닥을 내밀었다.

“여기까지. 한참 활약 중이신 보이드 자작이 돌아오시면 드래곤 슬레이어의 탄생을 축하하는 훈장 수여식이 열릴 테니 그리 알고 있도록.”

“호우우우우우! 드래곤 슬레이어 수여식! 주인님! 나 드래곤 슬레이어!”

볼에 손바닥을 댄 캐롯이 좋아라 외치자 크랭크가 투구를 숙이더니 도전적인 시선을 들었다.

“상금도 있습니까?”

“국격을 올려주신 영웅적인 모험가들에게 당연하지.”

기가 찬 아리에테가 테이블 다리가 걱정되는 금화 더미를 가리키며 물었다.

“너는 이걸로도 부족하냐?”

“돈은 수단이다. 수단은 많을수록 좋다. 샤를, 커다란 대야를 가져와라.”

뭐에 쓸 작정인지 샤를이 큼직한 세숫대야를 가져다주자 그 안에 돈자루를 풀어 넣은 크랭크는 이제 모두에게 눈을 감아 달라 부탁했다.

캐롯의 킥킥거리는 목소리가 울린다.

“이제 눈 떠도 돼.”

배를 잡고 웃고 있는 캐롯의 앞에, 크랭크는 돈이 가득 쌓인 세숫대야에 얼굴을 처박고 있었다.

캐롯이 말했다.

“우리 주인님은 가끔 안 하던 짓을 하면 굉장히 기분 좋다는 거야.”

알 수 없는 부끄러움에 아리에테가 두 손으로 얼굴을 가리고 나머지는 다들 웃기 바쁘다.

“저도! 저도 해보고 싶어요!”

비타가 손을 들자 대야에서 크랭크의 목소리가 흘러나온다.

“1분 후 교대하시죠. 습하! 습하!”

금화 가득한 세숫대야에 크랭크가 다이빙하고 있는 동안 르클레르는 미뤄둔 이야기 하나를 더 꺼냈다.

“그리고 기술자들이 이젤리아에서 만든 장비들 말인데, 그 지식재산권에 대해서 협상도 진행 중이야. 현지에서 위력이 입증되어서 여기저기서 러브콜이 쏟아지고 있거든?”

“러브콜!”

여전히 세숫대야에 얼굴을 처박고 있던 크랭크는 엄지손가락을 치켜세웠다.

“요즘 운이 폭발하는 것 같습니다.”

“당신들의 노력 덕분이야.”

덕분에 우리도 상당히 벌었고.

음흉하게 웃음 지은 르클레르는 그만 자리에서 일어났다.

“영주님과 식사 약속이 있어서 슬슬 가봐야겠어.”

보좌관이 코트를 걸쳐 주는 동안 그녀는 자리에 남은 5명의 소년을 바라보았다.

“도련님들, 이곳 영주님께 인사는 드렸나?”

“에, 아, 아니요?”

“그럼 외출 준비를 서두르도록. 저녁은 아르곤 영주 저택에서 먹는다.”

깜짝 놀란 소년들이 부리나케 일어나더니 숙소로 달려갔다.

르클레르가 윙크를 찡긋하더니 말했다.

“부외자는 내가 잠깐 데리고 나갔다 오지.”

좌우로 보좌관을 데리고 멋지게 공방을 나서는 그녀를 바라보며 리슐리에가 뿅 간 표정을 지었다.

“반할 것 같은 분이군요.”

“아, 그런 말을 하면 안돼. 여자한테 낼름낼름 딥키스를 날리는 사람이니까. 그렇지, 아리에테?”

얼굴이 확 달아오른 아리에테가 외쳤다.

“저 녀석에게 당한 건 노 카운트다! 노 카운트!”

이제 리슐리에는 안색 하나 바꾸지 않고 안경을 밀어 올렸다.

“정정합니다. 저도 평범하게 남자가 좋습니다.”

“오우야, 그건 그것대로 야하게 들리는데.”

잠시 후 금화 세숫대야를 비타에게 양보한 크랭크가 투구를 쓰고 모두를 불러 모았다.

“공작 영애께서 자리를 만들어 주셨으니 이참에 정산을 시작합시다.”

세숫대야에서 고개를 휙 든 비타가 말했다.

“에? 하지만 이건 여러분들이 얻은 거잖아요?”

“신관 비타, 우리는 파티입니다. 공평하게 나누는 것이 당연합니다.”

하지만 그것은 크랭크의 생각일 뿐, 아리에테와 리슐리에의 생각은 달랐다.

“그것 때문에 드릴 말씀이 있습니다만.”

“나도다.”

두 사람의 이야기를 들은 모두가 입을 벌렸다.

“던전이요?”

“그래, 초보자 훈련용 던전을 만들자. 이것저것 가르치고 있지만 아무래도 실전 경험을 따라갈 수는 없어.”

불끈 쥔 주먹을 든 리슐리에도 거들었다.

“저는 이번 던전 사건에서 좌절과 실패, 나 자신의 무력함을 겪었습니다. 모두에게 자신을 돌아보는 시간을 만들어 주고 싶어요.”

보리스와 코비도 한마디씩 거들었다.

“나만 당할 수는 없다는 거지. 찬성.”

“어? 잘 꾸며서 입장료를 받으면? 찬성!”

모두가 찬성표를 던졌다.

잠시 생각해 보던 크랭크도 투구를 끄덕였다.

“파티 소유의 던전은 많지만, 훈련용 인공 던전은 없습니다. 틈새시장의 공략이군요. 좋습니다.”

만장일치로 훈련용 던전 만들기가 성립되었지만, 크랭크는 그래도 고집을 부려 이달치 정산을 진행했다.

그는 어딘가의 마왕처럼 돈주머니를 내밀며 말했다.

“우리는 이익과 안전을 위해 뭉친 파티, 정당한 보수가 있어야 합니다. 무보수 정신론으로 움직이는 것은 어딘가의 광인들 뿐.”

던전 제작에 얼마나 들어갈지 몰랐기 때문에 일단 저번 달 기준으로 정산금을 나눠 받은 파티가 크랭크 마왕님을 황홀한 눈으로 바라보았다.

하지만 아리에테는 돈을 도로 내놓았다.

“나는 됐다. 이것은 던전 제작에 쓰도록 하자.”

“예를 들면 이런 여기사 같은.”

“무! 뭐라고?”

크랭크에게 무보수로 움직이는 광인 취급을 받은 아리에테가 볼을 부풀렸다.

캐롯이 돈주머니를 다시 쥐여주었다.

“아리에테, 네가 받아야 다른 사람들이 부담 가지지 않아. 아니면 다들 내놓길 원해?”

캐롯이 은근히 쏘아붙이자 아리에테의 얼굴이 붉게 변했다.

그녀는 입을 꾹 다물고 중얼거렸다.

“어, 음, 생각이 짧았다. 사과하지.”

“음! 됐다. 정산까지 끝! 주인님, 이제 용돈 주세요!”

발랄해진 캐롯이 두 손을 내밀자 벌써부터 주섬주섬 동전을 세고 있던 크랭크가 그걸 내밀었다.

“우오오! 반짝반짝거려! 새 돈이야!”

평소보다 많은 금액에 캐롯은 신나 버렸다.

처음엔 이상하게 여기던 샤를과 로테는 스스로의 의지인지 누군가의 조언인지 각자 항아리를 하나씩 사놓고 거기에 받은 돈을 쏟아부었다.

촤르륵!

“와아, 상당히 모였는걸?”

신관 비타가 빠끔히 고개를 내밀고 안을 들여다보자 함께 안을 들여다보던 로테가 뚜껑을 덮으며 말했다.

“둘 곳이 마땅치 않아 모으고 있을 뿐입니다. 언젠가 도움이 되면 좋겠습니다.”

“분명 도움이 될 거예요. 저축은 미래를 위한 준비니까. 캐롯은?”

알뜰하고 생활력 만랩인 여신관의 기대와는 별개로 두둑해진 지갑을 주머니에 넣은 캐롯은 신난 표정을 지우지 못하고 있었다.

“지금부터 탕진잼! 아낌없이 재산을 거덜내며 소소하지만 확실한 행복을 추구하자! 괜찮아! 주인님이 있으니까! 케케케~!”

청렴결백한 여신관이 자동 인형의 발칙한 발언에 어버버 분통을 터트렸다.

“그, 그런 말은 어디서 배운 거예요?!”

“에? 투나가 자주 그러던걸? 동네 주정뱅이 아저씨들하고.”

도끼눈을 뜬 비타가 고개를 돌렸다.

“투우우우나아아아!”

공방 최고의 갑부이면서 시치미 뚝 떼고 조수 월급을 챙기고 있던 투나가 흐흐히히 웃으며 혀를 날름거렸다.

“이, 이걸로는 로, 로엔 그린 부인의 스위츠를 모, 모조리 섭렵하는 거야. 쿄쿄쿄! 우오오옵!?”

투나의 등을 와락 끌어안은 비타가 볼을 부풀리고 있다.

“투나! 또 이상하게 막 웃고! 그걸 보고 배우잖아욧!”

“요, 욕구에 솔직해야지. 워, 월급 받았으니 내, 내가 쏠게. 가, 같이 가자. 후후히히.”

여신관은 스위츠에 굴복했다.

“엣, 정말요? 와, 신나라.”

보리스가 얼굴을 찡그린다.

“그 누구냐, 어느 영웅급의 태세 전환이네.”

“아무렴 어때요, 공짠데. 헤헤.”

투나와 팔짱을 낀 비타가 고양이처럼 그녀의 어깨에 머리를 비비자 투나는 코를 벌렁거리며 좋아했다.

이상한 소리도 같이 좀 내면서.

“오후후후, 오우후후.”

정산을 마친 크랭크는 짧은 한숨을 내쉬며 탁자 위에서 번쩍이는 돈더미를 바라보았다.

“이걸로 베개 속을 채우면 잠이 잘 올 것 같은데.”

“목 부러진다.”

“이제 던전을 플렉스 하자! 던전 플렉스!”

아리에테의 충고와 더불어 캐롯의 신나는 외침이 공방으로 울려 퍼진다.

이튿날부터 바쁜 하루가 시작되었다.

던전을 준비하는 동안 5명의 귀족 친구들은 아는 파티에 외주를 줘 버렸다.

모험가 길드의 대기실, 캐롯과 마주한 게토가 인상을 찌푸렸다.

“수도 귀족 가문? 어, 싫은걸?”

“에이! 돈 드려요. 두당 하루에 10만 어때요? 5명.”

안 그래도 할부금 때문에 골머리를 싸매고 있던 몰리가 끼어들었다.

“애 보기 하루 50만? 나쁘지 않네!”

귀족 가문의 자제들이라는 말에 게토가 질겁했으나 몰리는 상관없다는 투였다.

“도련님들 체험 모험의 현장이야 얼마든지 있잖아요. 전에도 했고.”

“그건 각서까지 다 쓴 성인 분들이고, 여긴 아직 애들이잖아?”

“상관없어요! 당장 이번 달 이자도 뻑뻑한데! 자꾸 그러면 나 파티에서 빠질 거예요?”

몰리 마법사단의 주축인 마법사가 엄포를 놓자 게토가 놀라서 일을 받아들였다.

캐롯이 히히 웃으면서 손짓했다.

“걱정 마요. 따로 보호자도 딸려가니까.”

좀 떨어진 곳에서 모험가 복장을 차려입은 소년들이 일어났다.

15~17세쯤 되어 보인다.

하지만 그들보다 시선을 사로잡는 존재가 있으니, 덤으로 따라오는 쪼꼬미들.

착착착!

구경하던 모험가 하나가 외쳤다.

“어! 그 누구냐! 도서관의 그 녀석 아냐?”

“아, 맞네! 미네르바잖아?”

캐롯이 뒤를 돌아보며 외쳤다.

“양산형이라 체형이 같을 뿐이고 엄연히 다르거든! 애들 임시 파트너라고!”

소프트 스킨이 없는 소녀형 자동 인형, 이름하여 캐롯 시리즈가 등장했다.

언젠가 쿠르프가 부유섬에 오르겠다고 대포에 넣고 쏴대서 부서진 오토마톤이 있었는데, 그걸 크랭크가 받아 와 수리한 것이다.

크랭크와 트리스타, 쿠르프까지 내내 고쳐 대고 있던 녀석들, 방열 가발도 기성품이 아니라 전부 캐롯의 팬이 보내주는 생모를 사용해 만들어 놓았다.

머리 색만 다르고 쌍둥이 같은 오토마톤들의 앞, 팔짱을 낀 캐롯이 장난스레 웃더니 외쳤다.

“모두! 그걸 선보이자! 출동! 캐롯 특전대!”

차차착!

캐롯 포함 6대의 오토마톤이 미리 연습한 화려한 대형을 갖추자 구경하던 모험가들이 프하하 웃거나 박수를 치기 바쁘다.

함께 온 귀족 자제들은 부끄러운지 전부 고개를 돌려 버렸고.

“크악하하! 그건 뭐야?”

“오! 꽤 멋져!”

자세를 잡고 히히 웃다가 몸을 바로 한 캐롯이 게토를 보고 말했다.

“하여튼 애들이 하나씩 따라붙을 거예요. 개별 경호는 신경 안 쓰셔도 될 듯.”

“알겠다. 그런데 너희들은 뭘 하는데? 바쁘냐?”

“훈련장 만들고 있거든요.”

모험가 길드에 있던 사람들이 다들 고개를 갸웃했다.

“훈련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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