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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동인형 오토마톤-129화 (129/329)

129화 - 오토마톤과 함께 하는 생존경쟁! (1)

콰자작?!

여러 번 칼집을 내고 나무를 뜯어내자 통나무로 역은 문 사이로 큼직한 구멍이 생겼다. 그리고 그 구멍으로 무언가가 머리를 들이밀었다.

유려한 모양새의 하얀 마스크와 붉은 눈이 희번덕인다.

그리고 놀랍게도 굵은 남자의 목소리가 흘러나왔다.

사이퍼즈 말로, 고디브의 통역에 따르면 다음과 같다.

“여러분을 아드미르 대부족 구성원으로 초대합니다. 저희 부족은 역사 깊고 명망 높은 사이퍼즈 대 귀족 아드미르 가문이 주축이 된 부족으로서, 상시 신입, 경력 가리지 않고 재주꾼 인재의 영입을 원하고 있으며, 높은 보수, 정해진 휴일, 약속된 안전을 보장합니다. 타 부족에서의 탈출을 고민하신다면 언제든 무료 상담해드립니다.”

멍청한 얼굴의 모험가가 옆의 동료에게 물었다.

“무슨 회사 사원 모집하는 거야?”

“고디브? 장난이죠? 진짜로 그렇게 말해요?”

리즈넷 사람들은 대체로 어이없다는 표정이었지만, 사이퍼즈 사람들은 달랐다. 안내방송(?)을 듣자마자 대부분 겁을 집어먹었으나 몇몇 용감한 젊은이들은 괴성을 지르며 돌도끼나 돌창을 집어 던지기도 했다.

“오, 열 내는 거 처음 본다. 뭐라고 하는 거래?”

“마을에서 나가라고 외치고 있습니다. 돌아가지 않겠다고 말하고 있습니다.”

고디브의 통역에 캐롯이 함박웃음을 지었다.

“멋져! 병든 닭 같던 사람들에게 삶의 의지가 생겼어! 그래! 정들면 고향이래! 걱정 마요! 그 의지 내가 지켜드림!”

앞치마를 벗어던진 캐롯이 짜랑짜랑한 소리로 외쳤다.

“오토마톤이 싸운다! 다 들어가! 집 안에 들어가서 문을 걸어 잠가!”

고디브가 그 말을 통역했다.

경고의 외침을 듣고 위험을 감지한 사람들이 다들 각자의 집이나 가까운 창고로 뛰어들어 문을 닫았다. 그사이 서둘러 무장을 챙겨온 에이플이 장갑을 끼면서 말했다.

“사이퍼즈 말로 지껄이는 걸 보니 정말로 그쪽 하드 스킨 오토마톤인가 보군?”

“사이퍼즈에는 오토마톤이 없다면서요?”

“생산기지가 없을 뿐이지 돈만 있다면 몰래 밀수입하는 것도 어렵지 않겠지요.”

쾅! 콰작!

굵고 친절한 목소리로 부족원 모집 발언을 계속하면서도 대문을 부수고 안으로 들어오려고 하는 것이 도무지 호의적으로 보이지 않았다.

크랭크가 외쳤다.

“캐롯! 베누스! 방호벽 밖으로 나가서 견제해라! 저걸 안으로 들이면 안 돼! 그동안 요격을 준비하겠다! 다른 오토마톤은 마을 내 방어를 부탁합니다!”

최근 합류한 모험가 중에는 전투용 오토마톤을 데려온 자들도 꽤 있었다. 그들은 크랭크의 지시에 따라 오토마톤들을 마을 내 방어로 돌렸다.

주먹을 팡팡 부딪친 캐롯이 외쳤다.

“우에헤헤! 내내 하드 스킨이랑도 한번 붙어보고 싶었드랬어! 얼마나 잘 싸우나 보자고!”

탁탁탁! 휙휙!

베누스가 그다지 높지 않은 방호벽을 훌쩍 뛰어넘어 바깥으로 달려 나갔다. 캐롯은 뒤따라가는 대신 와다다 앞으로 달려가 문을 부수고 있는 하드 스킨의 앞에 섰다.

“안녕? 나는 캐롯, 너 문 두드리는 게 익숙하지 않구나. 우리 집에 왜 왔니?”

나무를 뜯어내던 대형 오토마톤이 멈췄다. 구멍으로 머리를 쑥 집어넣은 그가 잠시 의기양양하게 서 있는 작은 인형을 내려다보더니 고개를 들어 마을을 쳐다보았다.

투구의 바이저 안쪽에 떠오른 붉은 빛 구슬이 가늘게 일그러진다. 그리고는 안내방송(?)을 멈추고 으르렁거리며 한마디 내뱉었다.

“쉐이멘 두 트란 케로스.”

기겁한 캐롯이 뒤로 물러섰다.

“헉! 이 자식 외국어로 말하고 있어! 나는 사이퍼즈 말 못해! 리즈넷 말로 하라고! 너, 우리집에 왜 왔-!”

왔냐고 물으려 했으나 문 앞의 하드 스킨이 뭔가의 접근을 알아채고 고개를 돌려버렸다.

챙!

방호벽을 넘어 달려온 베누스가 칼을 휘두르자 하드 스킨 오토마톤이 즉각 반응했다. 크랭크에게 갑옷을 입혀놓은 것보다 더 큰 체구를 자랑하면서도 일반 오토마톤 못지않게 재빠르게 움직이고 있었다. 그 때문에 방열 망토 자락이 어지럽게 휘날렸다.

캉-!

칼을 맞부딪힌 로테는 재빠르게 다시 뒤로 빠졌다.

구멍으로 몸을 내민 캐롯이 외쳤다.

“대형 몬스터 잡는 연습 했지!? 연이어서 파상 공격! 시간을 벌어!”

구멍에서 뛰쳐나온 캐롯도 덤벼들었다.

챠챠챠챵! 채채채채챙!

“야아압!”

사방으로 불꽃을 튀기며 오토마톤 2대가 덤벼들어 협공했지만, 도무지 쓰러질 가능성이 보이질 않았다. 들고 있는 전용 검을 마치 방패처럼 사용해 공격을 막고 주먹질도 서슴지 않는 것을 보며 캐롯이 외쳤다.

“와! 이 녀석! 싸움을 잘해! 그리고 너무 단단해!”

자세를 잡은 베누스가 예의 그 찌르기를 선보였다.

촤아아악!

날아든 롱소드의 칼끝이 정확하게 가슴 장갑판에 닿았다. 하지만 너무 두꺼워서 뚫리지 않는다. 되레 그 손목이 꺾이며 칼이 부러져버렸다.

파캉!?

훙!

퍼어엇!

하드스킨 오토마톤이 통나무 같은 다리를 휘두르자 가까이 붙어있던 베누스가 날아가 버렸다.

여전히 웃음을 멈추지 않는 캐롯이 도끼를 들고 뛰어올랐다.

“와아! 엄청나! 굉장해! 하지만 이럴 때가 아니면 언제 하드 스킨과 싸워보겠어?!”

키 차이가 3배는 날 것 같은 대형 중장갑 오토마톤에게 무모하게 덤벼드는 조그만 인형을 보고 그를 알고 있는 동료들이 기겁했다.

“야! 땅콩! 위험해! 아오!”

“너무 빨라서 지원 사격도 못하겠어!”

지붕이나 나무 위에 올라간 모험가들이 안타까워하는 사이 숙소에서 무장을 챙겨온 드워프들이 달려왔다.

“으하하하! 비켜! 비켜!”

그들이 각자 끌고 온 것은 바퀴까지 붙여 놓은 견인식 간이 떡갈나무 대포였다.

변변찮은 추억을 안겨준 극동 국경수비대 마을을 무차별 포격할 생각으로 만든 것인데, 구스타프가 와서 일을 평화적으로 처리하는 바람에 대부분 폐기하고 남겨 둔 것이 지금 가져온 7문이었다.

“빨리 대문을 열어라! 이놈들아!”

“그걸 쏘려고요?!”

모험가들이 달려가 대문의 빗장을 풀고 낑낑거리며 그것을 옆으로 밀어서 치웠다.

활짝 열린 대문 밖으로 오토마톤들의 불꽃 튀는 격전이 보인다. 일곱 난쟁이의 최연장자 브래디가 이빨을 드러내며 외쳤다.

“땅콩 인형! 초록 머리! 비켜라!”

“으잉?”

콰콰쾅! 쾅! 퍼퍼펑!

캐롯과 베누스가 뭔 일인가 싶어서 고개를 돌렸다가 폭음과 함께 포탄이 날아오자 기겁하며 뒤로 뛰었다.

난데없이 쏟아진 포탄의 몇 발이 하드 스킨 오토마톤에게 직격했다.

콰쾅! 빠각!

단단한 돌덩이를 깎아서 쏘았기 때문에 폭발은 일어나지 않았지만 먼지는 풀풀 날렸다. 화가 난 캐롯이 방방 뛰면서 항의했다.

“어이! 아저씨! 맞겠어요! 맞겠다고요!”

“쓰러뜨렸나?”

쿵……!

먼지구름 속에서 다리가 앞으로 내딛어졌다. 뒤를 이어 높은 곳에 위치한 붉은 눈이 깜빡거리더니 켜졌다.

“그럴 리가 있겠냐?! 차탄 장전!”

캐롯과 베누스가 다시 덤벼드는 동안 드워프들은 서둘러 각자의 대포를 재장전 했다.

이 와중에 크랭크가 아리에테를 불렀다.

가져온 배낭 안에서 나온 것은 어른 주먹만 한 유리구슬들로 알아본 사람들이 기겁했다.

“마, 마력수정폭탄?! 몇 발이야?”

“크랭크 씨?!”

크랭크는 엄지손가락을 세우며 말했다.

“남부 겨울 출장 때 고생을 많이 해서 좀 구비해뒀습니다.”

“자네는 용이라도 때려잡을 생각인가!?”

막강한 무력을 눈앞에 둔 사람들의 얼굴로 희열이 번졌다.

마력수정폭탄, 현재 생활의 기반이 되는 엘프들의 마력석을 대체하고자 서부의 마법사 길드에서 연구를 진행 중에 대형 폭발사고를 일으켰는데, 그 위력이 너무도 절륜하여 방향을 바꿔 병기화 된 것이 바로 눈앞의 구슬 덩어리들이었다.

크랭크는 그것을 하나 들어 올렸다.

“아리에테, 너는 이것을 가지고……!”

“꺄아아악!”

방금까지 곁에 있던 아리에테는 방호벽을 뛰어넘어 들어온 정체불명의 오토마톤을 발견하고 서둘러 그쪽으로 달려가고 있었다.

“어? 엇?!”

“멍청히 서 있지 마라! 위험해!”

롱소드를 든 하얀색 오토마톤을 앞에 놓은 모험가의 목깃을 잡아당겨 뒤로 던져버린 아리에테가 팔을 들어 그것을 대신 막았다.

캉-!

사방으로 불꽃이 튀며 빠른 계산이 머릿속으로 돌고 있다. 아리에테는 크랭크를 힐끗 돌아보았다.

역시 그 복잡한 사람은 죽였어야 했다!

카드득-!

쾅-!

칼을 미끄러뜨리며 생긴 빈틈을 노려 무지막지한 힘으로 걷어차 버리자 오토마톤이 속절없이 뒤로 밀려나 새로 만든 건물을 부수고 들어갔다.

“으아악?!”

집 안의 사람들이 놀라 비명을 지른다. 그들을 발견한 오토마톤은 이번엔 여자 목소리로 예의 안내방송을 시작했다.

급하게 달려온 아리에테가 마침 일어서려는 오토마톤의 얼굴을 발로 밟아버렸다.

쾅-! 쾅쾅쾅쾅쾅-! 퍼석-!?

여러 차례 발을 구르자 단단한 오토마톤의 머리도 결국 부서지더니 그대로 멈춰버렸다.

끼릭, 철컥!

투구와 마스크가 해체되고 맨얼굴을 드러낸 아리에테가 씩씩거리며 외쳤다.

“일반 오토마톤은 우리 것과 같다! 좀 단단한 인형에 불과해! 겁먹지 마라!”

난장판인 와중에 마을 청년 하나가 창고에서 자동 석궁을 들고 뛰어나와 지붕에 올라앉은 모험가에게 던졌다.

“고맙소!”

자동 석궁을 받아 들고 견착했지만 문 앞의 캐롯들이 워낙 빠르게 움직이는 통에 지원 사격을 해줄 수가 없었다.

“너무 빨라!”

“그럼 주변을 경계해!”

대포의 장전을 마친 드워프가 외쳤다.

“비켜라!”

“으악! 또야?!”

캐롯과 베누스가 뒤로 뛴다.

퍼퍼퍼퍼펑!

하지만 이번엔 맞추지 못했다. 하드 스킨 오토마톤이 칼을 휘둘러 날아오는 포탄을 쳐냈기 때문이었다.

깡-! 캉!?

“돌덩어리 포탄으로는 한계가 있다! 나무 포신도 얼마 못 버텨!”

“그래도 재장전! 손 놓고 있을 수는 없어! 지금 저기 모험가 놈들이 뭔가 준비하고 있어!”

“무! 저놈이 뛰어온다!”

쿵쿵쿵!

대포를 쏘기 위해 열어놓은 대문을 향해 포연을 헤치고 중장갑 기사가 달려오기 시작했다.

“야! 어디가!”

캐롯과 베누스가 덤벼들었지만 전투 중량 차이로 멈추게 하지 못했다. 겨우 방열 망토를 베어낸 것이 최선이었다.

떡갈나무 대포의 장전 시간을 벌기 위해 모험가 하나가 정면으로 달려갔다. 놀랍게도 그 몸에서는 푸르른 오라가 뿜어져 나오고 있었다.

“하하하! 어딜 들어오려고 하느냐!”

신관의 인챈트를 포함한 각종 보호 마법 버프에 용기의 포션까지 사용해서 신체 능력을 극한까지 끌어올린 모험가 에이플이 달려오는 하드 스킨 오토마톤과 정면으로 격돌했다.

쾅-!

약물과 버프로 엄청나게 높아진 반사신경은 오토마톤이 휘두르는 검의 궤적마저 읽었고 그것을 피할 수 있을 정도의 운동 능력도 선사했다.

다만 지속 시간은 수십 초에 불과.

빠각!

인간에게 카운터 펀치를 얻어맞은 하드 스킨 오토마톤의 투구가 꺾였다. 하지만 그 눈은 꺾이지 않았다. 투구 안의 붉은 눈알이 정확하게 에이플에게 향한다.

검을 치운 하드 스킨 오토마톤이 주먹을 들었다.

쾅!

퍽퍽퍽!

에이플과 하드 스킨 오토마톤이 격투기 선수처럼 주먹질을 시작하자 보고 있던 사람들이 입을 벌렸다.

“저게 돼?!”

“지속 시간이 얼마 안 돼요! 에이플! 빨리요!”

“세상에! 하드 스킨이랑 맨주먹으로 맞짱을 뜨고 있잖아?!”

캐롯도 놀라워하고 있었다.

“우와! 완전 강화 인간 레나 같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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