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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동인형 오토마톤-105화 (105/329)

105화 - 오토마톤과 함께 하는 수도관광! (3)

표를 끊은 크랭크가 고개를 들자 남자가 인사를 했다.

“당신도 반갑소. 크랭크, 통성명은 한 적 없지만, 나는 당시 메인쿤 원정단 소속으로 참가했던 사람 중의 하나입니다. 폰즈라고 하지.”

“예, 반갑습니다. 폰즈 씨.”

“여긴 어쩐 일이시오? 어디 가시는 길이요?”

“리즈넷에 잠깐 볼일이 있어서 가려던 참입니다.”

“오, 식사는 하셨소? 출발 시간이 남으면 밥이라도 대접하고 싶은데.”

크랭크의 손에 든 차표의 출발 시간은 오후 1시였다. 그것까지 확인한 폰즈는 그들을 이끌고 바로 옆 상단으로 들어갔다.

* * *

상단을 호위해서 도착한 지 얼마 되지 않아 쉬고 있던 모험가들이 별안간 들어서는 사람들을 알아보고 자리에서 일어났다.

“어? 저 양철 거인, 낯이 익네?”

“캐롯! 저거, 그 캐롯이잖아?!”

“오! 땅콩!”

엘프 장로를 상대로 으름장을 놓던 조그만 오토마톤을 기억하는 모험가들이 다들 반가워했다. 캐롯은 히히히 웃으며 그들에게 손을 흔들어주었다. 상단 책임자와 회의하고 있던 근육 대머리 모리가 사무실에서 뛰쳐나왔다.

“시끄럽다! 무슨 소란이냐!”

“모리 대장! 봐봐요! 땅콩이 찾아왔어요!”

“크랭크도!”

인상을 찌푸린 모리가 팔짱을 하고 걸어왔다. 크랭크보다 큰 거인인지라 크랭크는 인사 후 투구를 들어야 했다.

“반갑습니다. 모리 화이트 단장님.”

“오랜만이군. 그래서 무슨 볼일이냐?”

그들을 초대한 폰즈가 외쳤다.

“요 앞 매표소에 있기에 제가 점심이라도 대접하려고 불렀습니다.”

“음, 그래. 잘했다. 융숭하게 대접해라. 밥차는 불렀냐?”

“옙!”

고개를 끄덕인 모리는 크랭크 뒤의 여자들과 오토마톤을 보고 굵은 손가락을 들었다.

“저건 네 부인들인가?”

“허, 허어억?! 부부부부인!”

메이드 복장에 두 손을 가지런히 모은 파이는 그저 웃기만 했지만, 그 옆에 갑옷으로 무장한 아리에테는 얼굴을 붉히며 혼란에 빠졌다. 크랭크가 손바닥을 들었다.

“아닙니다. 파티 일행들입니다. 의뢰 차 이동 중입니다.”

“그렇군. 오토마톤들은 새 작품인가. 그 수집가 여자가 좋아할 만한 모양새군. 조심해라. 팔라고 덤벼들라.”

그리고 모리는 허리를 푹 숙여 캐롯을 내려다보았다.

“그런데 이 녀석, 우리한테 팔지 않겠나?”

“와하하! 캐롯! 인기 폭발!”

크랭크는 당연하게도 거절 의사를 밝혔다.

“제 인생 최고의 걸작입니다. 팔 생각은 추호도 없습니다만, 관심만은 감사합니다.”

모리가 처음으로 씩 웃었다.

“그래야지. 오랜만에 반가웠다. 땅콩, 또 보자.”

“예! 모리 대장님도요!”

등을 돌린 채 손을 흔들며 다시 사무실로 향하는 모리 대장을 보면서 크랭크는 짧은 한숨을 쉬었다. 곁에서는 함박웃음을 지은 캐롯이 그의 엉덩이를 철썩철썩 두들기고 있었다.

“빨리 와! 밥차 왔어! 아, 아가씨들은 앉아 계십시오. 저희가 가져드리겠습니다.”

“어머, 고마우셔라.”

우연히 공짜 밥을 얻어먹은 사람들은 차 시간이 다 되어 메인쿤 모험가들의 열렬한 환송을 받으면서 역으로 이동했다.

“잘 가! 날 기억해줘!”

“우릴 기억해줘!”

“아저씨들을 기억할게요!”

절규 비슷하게 환호하는 모험가들을 따라 깍지 낀 손가락을 들어 올리며 캐롯이 와하하 웃어댔다.

상단에서 운영하는 도시 간 이동 차량 역에는 수십 대의 자동승용차량이 서서 사람들을 태우거나 내려주고 있었다.

차표의 차량 번호와 대기실의 번호를 확인한 크랭크는 밖으로 나가더니 4번 자동승용차량의 앞에 섰다. 졸졸 따라간 캐롯이 눈을 반짝였다.

“와! 요즘 도시 간 이동 차량은 전부 자동승용차량이야? 2년 전에 트레일 갈 때는 마차 타고 갔었는데!”

“한동안 다른 도시로 가본 적이 없어서 몰랐는데. 많이 발전하는 것 같구나. 좋은 일이다. 타자.”

인솔자 크랭크가 모두에게 자리를 지정해 주었다. 한 번에 끊었기 때문에 다 한곳에 몰려있었다.

차 안에는 그들 말고도 많은 손님이 타고 있었다.

이윽고 오후 1시, 차량이 발차했다. 창문 밖으로 움직이는 풍경을 구경하며 캐롯이 입을 모았다.

“호오오옥! 간다! 간다! 움직인다!”

승객들을 태운 자동승용차량은 앞뒤로 무장차량들과 함께 움직였다. 느릿느릿 움직이는 차량을 보면서 캐롯이 말했다.

“속도는 자동화물차량이랑 똑같네.”

“그렇지. 애초에 같은 물건이다. 이걸 개조한 게 자동화물차량이니까.”

“호오옹!”

성문을 나서서 들판으로 나온 차량들은 여전히 느릿한 속도로 운행했다. 애초에 도시 밖에 펼쳐진 대로는 비포장도로였기 때문에 마차보다 빠르게 달릴 수도 없었다.

이 때문에 이동 중에 사람들은 대부분 잠을 자거나 책을 읽거나 하며 시간을 보냈다.

우위이이잉-!

크고 길쭉한 외관에 창문이 여러 개 달린 자동승용차량은 주행 중에 마력 모터 특유의 이상한 소리를 냈기 때문에 보통 짐승이나 몬스터는 접근하지 않았다.

습격한다면 대개 안에 사람이 타고 있다는 것을 알고 있을 정도로 지능이 있거나, 비슷한 크기의 괴물들뿐이었다.

끼이이익!

한가로운 오후의 초원과 들판을 느긋하게 달리던 차량이 갑작스레 정차했다.

“긴급 상황 발생! 정차합니다! 무장 승객은 준비해주십시오!”

캐롯과 로테, 베누스가 반사적으로 고개를 들거나 돌렸다. 크랭크도 자리에서 일어났다. 깜짝 놀란 파이가 아리에테를 흔들어 깨웠다.

“아리에테! 일어나!”

“어, 음?! 도착인가?”

캐롯에게 기대어 쿨쿨 졸고 있던 아리에테가 정신을 차렸다.

“뭐, 뭐야? 강도야?”

“몬스터? 어떻게, 아직 반도 안 왔는데……!”

차량의 승객들이 저마다 불안에 떠는 중에 중앙복도로 무장 승객으로 차비를 할인받은 사람들이 걸어 나왔다.

“무슨 일이오?”

덩치 큰 모험가로 보이는 사내가 허리를 숙여 차장에게 물었다. 운전석에 앉아 앞차의 깃발을 살피던 차장이 긴장된 얼굴로 외쳤다.

“습격입니다! 무장 승객 여러분의 도움을 요청합니다!”

철커덕!

문이 열리자마자 사람들이 우르르 뛰어내렸다. 앞쪽에서 고함과 칼날 부딪히는 소리가 들린다.

“오토마톤들은 빨리 가라!”

캐롯을 포함한 오토마톤들이 뛰쳐나갔다. 수도와 가까운 메인쿤 부근으로 오자 개인 경호용 오토마톤도 꽤 많이 보이기 시작했기 때문에 동원되는 숫자도 많았다.

챙챙챙!

자동승용차량이 정차한 곳에서 얼마 떨어지지 않은 길 위에 마차가 전복되어 있고 그 주변을 오토마톤들이 뛰어다니며 서로 칼싸움을 해대고 있었다. 그중의 몇 대는 자동석궁까지 들고 쏴대고 있었다.

“으하하하하! 제3세력 등장!”

캐롯이 앞서서 뛰어나가자 재빠른 오토마톤 하나가 그 곁을 따라 달렸다.

“적은?”

캐롯의 눈알이 휘휘휙 돌아가며 마차 주변을 뛰어다니는 오토마톤들의 궤적을 쫓았다.

아니, 애초에 그럴 필요도 없었다. 복장부터가 너무 눈에 띄었다.

한쪽은 수수한 메이드 제복 차림이었고, 다른 쪽은 전용 전투복에 복면을 하고 있었다.

“일단 마차를 사수! 자동석궁부터 무력화시켜야 해! 저건, 아파!”

“알겠습니다.”

오토마톤들이 격돌했다.

채채채채챙!!

롱소드를 휘두르는 속도가 인간의 그것을 아득히 상회한다. 캐롯은 먼저 자동석궁을 든 오토마톤에게 도끼를 던져 그것을 못 쓰게 만들었다.

콰챵?!

자동석궁이 박살나면서 활줄이 터지고 내부 화살이 튀어 오른다. 고개를 돌린 캐롯이 외쳤다.

“마차! 거기, 마차 안에 사람 아무도 없어?!”

머리가 깨졌는지 피가 철철 흐르는 남자 하나가 쓰러져 있다가 고개를 들었다.

키이이이이잉!! 촤아아악!!

이제 몸을 회전시켜 치마의 칼날로 주변을 휘두르고 다니던 캐롯이 엉덩이를 치켜든 채로 몸을 미끄러트리며 멈추더니 그 남자를 보고 외쳤다.

“당신네 오토마톤은 누구야? 확실한 구분이 필요해! 인간의 판단이 필요해! 적은 누구야?! 도와줄게!!”

“메, 메이드 복장이 우리 애들……!”

“역시! 좋았어! 피아식별한다! 메이드! 메이드가 우리 편! 나머지는 적이야! 메이드 오토마톤은 뒤로 빠져! 마차 지켜! 너네 주인님을 지켜!”

캐롯이 같은 소리를 계속 반복하면서 날뛰는 통에 뒤섞여서 난전을 벌이던 오토마톤들의 움직임이 바뀌기 시작했다. 메이드 제복을 입은 오토마톤들은 수비로, 나머지는 공격으로 전환되었다.

채채채챙! 챙챙!

롱소드를 들고 덤벼드는 오토마톤과 화려한 전투를 벌이던 캐롯이 날아오는 롱소드를 손도끼로 쳐내고 강철 장갑으로 그 칼날을 붙잡아 당기며 주먹을 날렸다.

퍽퍽! 깡! 캉!

주먹을 거둬들인 캐롯이 뒤이어 공중에서 몸을 뒤집어 짧은 다리를 휘둘렀다. 그걸 맞은 복면 오토마톤은 머리가 꺾여 날아가 버렸다.

바닥에 착지한 캐롯이 그들의 사기를 꺾기 위해 아무 말이나 외쳐댔다.

“이제 곧 우리 쪽 마법사가 너희들에게 폭탄 마법을 날릴 거야! 너희가 불리해! 이건 비밀인데 지금 뒤쪽에서 하드 스킨 오토마톤들도 오고 있어! 너희들을 다 으깬 감자로 만들어놓을 거야!”

명령을 충실히 이행하는 오토마톤에게 그런 허풍은 효과가 없었다. 하지만 뒤에서 그들을 지켜보고 있는 인간들에겐 효과가 있었나보다.

피이이이이-!

다시 격돌하려는 찰나 날카로운 피리 소리가 들리더니 공격에 동원되었던 오토마톤들이 재빠르게 물러나 근처 숲으로 달아나기 시작했다.

화가 난 캐롯이 두 팔을 흔들며 외쳤다.

“야! 어디가!”

캐롯이 인기척에 고개를 휙 돌렸다. 망원경을 꺼내든 경호 대장이 숲으로 들어가는 복면 오토마톤들을 살피며 중얼거렸다.

“됐다. 쫓지 마라. 괜한 싸움 만들지 마. 숲속에 몸을 숨길 생각이로군. 뭐 하는 녀석들이지?”

“아저씨! 부상자! 부상자!”

망원경을 내린 경호 대장이 뒤를 돌아보며 외쳤다.

“어이! 승객 중에서 신관님을 수배해서 앞으로 보내줘! 부상자다!”

차량의 경호원들이 뒤로 뛰어가는 동안 무장 승객들은 쓰러진 마차로 달려갔다. 전복된 마차는 바퀴가 떨어져 나가고 말이 활에 맞아 죽는 등 참혹했다.

트드드득-! 콰자작!

“우으럅-! 에잇!”

넘어진 마차 위로 뛰어 올라가 문짝을 뜯어 던져버린 캐롯이 그 안에 머리를 쑥 집어넣었다.

“다친 사람? 예쁜 신관이 있어요! 예쁜 오토마톤도 있고요.”

찬란한 빛과 함께 귀여운 소녀의 얼굴이 나타나자 겁에 질려 있던 사람들은 놀라움과 안도를 동시에 느꼈다.

마차 안에서 구출한 사람들은 붉은 색안경을 쓴 노신사와 10세 부근의 소년, 그리고 인간 메이드 하나였다. 마부 두 명은 마차가 전복되면서 떨어져 다치긴 했지만, 신관의 치료로 목숨을 건졌다.

“영감님. 뭐 짚이는 거 없어요?”

“음? 글쎄다. 크흐흐흘. 내게 싫은 소리 들은 놈들이 어디 한 둘이어야지.”

“와, 어둠의 근원 같은 소리를 하는 어르신이야. 무서워. 근데 멋있다.”

주전자를 든 캐롯이 접이식 의자에 앉은 노신사에게 차를 따라주고는 곁에 앉은 소년에게도 주전자를 내밀었다.

“자, 우리 꼬마도 한잔해.”

멍청한 눈으로 캐롯을 보고 있던 소년이 그 말에 얼굴을 확 붉히며 더듬더듬 말했다. 그러면서도 잔을 내밀었다.

“너, 너도 꼬마잖아!”

“응? 하하! 나는 오토마톤이야. 인간식 나이하고는 상관없지.”

“음?”

노인장과 소년이 동시에 눈을 동그랗게 떴다. 이쪽의 한가로운 티타임과는 다르게 맞은편에서는 사람들이 부산하게 움직이며 전후 처리를 하느라 바빴다.

다친 말과 마부들은 치료를 하고 전복된 마차는 다시 세우려고 고군분투했다.

“됐어!”

마차 곳곳에 밧줄을 걸고 몰려든 사람과 오토마톤들이 그걸 당기기 시작했다.

“당겨!“

“힘 좀 더 줘!”

“으이야압!”

트드드드드드!

쿠우웅-!!

묵직한 소리를 내면서 마차가 원래대로 돌아왔다. 그 와중에 뽑혀버린 바퀴를 찾아서 굴려서 온 크랭크는 그것을 고치기 위해 마차를 살펴보고 있었다.

머리에 투구를 쓴 남자가 손짓하자 주전자를 메이드에게 안겨준 캐롯이 뽀르르 달려갔다.

“캐롯.”

“오우!”

크랭크의 지시에 따라 키가 작은 캐롯이 낮은 마차 밑으로 기어서 들어갔다.

“들어!”

트드드드-!

마차가 들썩이며 움직인다. 그걸 보고 사람들이 놀라워했다.

“아까 그 애, 오토마톤이야?”

“소프트 스킨!”

재빨리 바퀴를 박아 넣고 고정까지 마친 크랭크가 마차 밑으로 허리를 숙이고 캐롯에게 손짓했다.

밖으로 나와 전투복을 털고 있던 캐롯이 사람들의 시선을 느끼고는 대뜸 윙크하며 혀를 빼물고 손가락을 브이한 채 눈가에 가져다 댔다.

“데헷!”

“프흡!”

“하하! 너, 그런 건 어디서 배운 거야?”

꼬마 오토마톤 캐롯의 귀여운 몸짓에 사람들은 그만 헛웃음을 지어버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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