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자동인형 오토마톤-72화 (72/329)

오토마톤과 함께 하는 해적소탕! 72

크랭크가 두 팔을 슬그머니 들었다.

“모험가 입니다.”

“···방해하지 말게.”

손에 든 권총을 허리춤에 꽂아 넣은 구스타프는 끌고 온 상자에서 탄환을 꺼내 대포에 장전했다.

찰칵!

레버를 밀어 포미를 닫고 그걸 어깨에 짊어지고는 방아쇠를 당긴다.

쾅--!

“오왁?!”

폭음과 함께 후폭풍이 지면을 휩쓰는 것을 본 크랭크는 익숙한 목소리에 고개를 숙였다가 캐롯이 옆에 와있는 것을 발견했다.

캐롯은 눈을 커다랗게 뜨고 귀를 막고 있었다.

“우오! 저게 뭐야?! 굴뚝이 불을 뿜고 있어! 대빵 신기-!”

크랭크가 대답하려는데 어린아이 목소리를 내는 캐롯을 돌아보던 드워프가 다시 고개를 돌려 구멍이 숭숭 뚫려 서서히 기울어지고 있는 해적선을 바라보았다.

그는 그제야 어깨에서 대포를 내리더니 말했다.

“이봐.”

“예?”

화약병기를 본 충격 때문에 좀 멍청하게 대답하는 크랭크에게 구스타프가 배에 마을 사람들이 인질로 잡혀갔다는 이야기를 들려주자 그의 근육이 2배로 부풀어 올랐다.

얼굴을 찡그린 캐롯이 빽 외쳤다.

“아니! 그럼 인질이 있는데 그걸 쏴 댄 거예요? 미친 거 아님?!”

구스타프가 처음으로 웃었다. 드워프가 지을 수 있는 가장 날카로운 웃음이었다.

“발을 동동 구르며 망설이다 기회를 놓치는 것보다는 움직이는 것이 났다. 만약 내 손에 죽은 사람이 있다면 내가 평생 기억해주마.”

크랭크와 캐롯은 새삼 눈 돌아간 드워프가 무서워지기 시작했다.

재빨리 주위를 두리번거리던 크랭크가 타고 갈 배를 찾았지만 캐롯의 팔 길이는 노를 젓기에는 너무 짧았다.

내가 저으면 늦는다.

어떻게 하면···!

주변을 두리번거리는 크랭크의 눈에 바다 근처 해안가에 선 야자수가 들어왔다.

“캐롯.”

“응?”

고개를 내린 크랭크가 캐롯을 내려다본다. 투구 속에 제정신이라고는 볼 수 없는 눈동자가 번쩍이고 있다.

트드드드드···!

야자수에 밧줄을 메고 잡아당기자 그것이 휠처럼 휜다.

퉁!

손을 놓자마자 야자수 나무가 휘청이며 매달린 야자수가 하늘로 날아오른다. 그 방향을 눈여겨보던 크랭크가 고개를 돌렸다.

“캐롯, 네 차례다.”

그때 캐롯은 가까이 온 구스타프에게 뭔가를 건네받고 있었다. 크랭크가 손짓하자 캐롯이 야자수를 올려다보며 어이없이 웃다가 와다다다 나무를 타고 기어올랐다.

“파하하! 이건 미친 짓이야!”

야자수 잎사귀가 있는 꼭대기에 올라서서 몸을 웅크린 캐롯이 외쳤다.

“하지만 당장 해보자!”

함께 밧줄을 잡은 크랭크와 구스타프가 그걸 잡아당기기 시작했다.

트드드드···!

그리고 탄성의 최대치에서 줄을 놓고 바닥에 엎드렸다.

촥-!

밧줄과 함께 휘어져 있던 야자수가 반대로 휘청인다. 그리고 캐롯이 날아간다.

“우오오오오오?! 난다! 난다! 난다요!”

하늘을 가르며 날아간 캐롯은 저 아래 바다와 곁을 날고 있는 갈매기를 신기한 눈으로 보다가 서서히 아래로 떨어지기 시작했다.

“우와아아아아! 떨어져! 떨어져! 하으아아아!”

몸을 이리저리 비틀어 각도를 맞춰 최대한 활공을 한 캐롯은 해적선까지 거의 8할, 목전까지 날아가는데 성공했다.

풍덩-!

결국은 바다에 빠졌지만,

부글부글-!

쿠콰···! 콰아아아아!

물속에서 하얀 거품이 오르는가 싶더니 해적선 방향으로 무언가가 쏘아져 나간다. 물속에서 캐롯이 다리를 휘저어 헤엄을 치기 시작한 것이다.

일반 오토마톤은 생활 방수까지만 지원하지만 전신에 소프트 스킨을 씌운 캐롯 같은 경우엔 거의 완전 방수를 자랑했다.

다만 코나 눈으로 들어오는 것은 막을 수 없었다. 등도 찢어져 있었고,

“불을! 불을 꺼라! 그리고 빨리 해안에서 멀어져!”

“선장! 뭔가가 옵니다! 저게 뭐요!?”

난간으로 몸을 내민 해적선장은 눈을 비비며 거품이 다가오는 것을 보았다.

“고래?”

푸확?! 촤아악?!

난데없이 냅다 하늘로 솟아오른 것이 배의 갑판에 떨어졌다.

텅터더덩!

갑판을 데굴데굴 구르던 그것은 곧 멈추더니 고개를 든다. 이때까지도 해적들은 그게 뭔지 몰랐다.

“푸흐으···! 쿠웨에···!”

코와 입으로 바닷물을 토해놓은 캐롯이 자리에서 일어나더니 주변을 살폈다. 웬 어린애가 떨어지자 어이없어한 해적들의 얼굴이 하나 둘 새파래졌다.

기침을 하지 않아?!

스르릉-!

“너! 오토마톤!”

물에 쫄딱 젖은 캐롯이 발을 교차시키고 두 손을 우아하게 위로 들어 올리며 교차했다.

춤추는 오르골 인형,

키이이이잉!!!!

촤아아악?!

“우왁?!”

돌면서 사방으로 물을 뿌린 캐롯이 이윽고 탈수를 멈추더니 허리에 손을 올린 채 주변을 두리번거렸다.

해적선의 해적들은 이 기괴한 상황이 두려웠다. 뭐라고 한마디 하기 마련인데, 이 조그만 오토마톤은 아무 말도 하지 않고 있었다.

“뭐, 뭐냐! 넌 누구야!”

“이 자식! 뭐 하냐는 선장님의 말이 안 들리나!”

용감한 해적이 달려들어 롱소드를 휘둘렀지만 그걸 가볍게 피한 캐롯은 그의 다리를 걸어 넘어뜨렸다.

“너희들의 얼굴을 기억하고 있었어.”

해적들은 등골이 서늘해지는 것을 느꼈다.

캐롯이 걷기 시작했다. 들판의 꽃밭을 걷는 양 자연스러웠다. 선장은 저 자신감이 마음에 들지 않았다.

고출력 오토마톤에게서 가끔 찾아 볼 수 있는 오만이 저 작은 오토마톤에게 흘러넘치고 있다.

“갑판 위에 17명. 나머지는? 인질은 배 안에 있어?”

“메라!”

선실에서 노란색 머리카락을 산발한 오토마톤이 모습을 드러낸다. 캐롯이 눈을 동그랗게 떴다.

“오오! 안녕? 나는 캐롯!”

“반갑습니다. 나는 메라.”

스르릉!

메라가 뛴다. 생각보다 빠르게 덤벼드는 통에 캐롯은 무기를 뽑지 못했다. 하지만 그 전투복에 붙어 있는 장갑판은 장식이 아니었다. 팔에 달린 장갑판으로 검을 막고 접이식 도끼를 꺼내든 캐롯이 전투를 이어나갔다.

캉캉캉! 챙-!

“오토마톤이 싸운다! 거리를 벌려! 피해!”

눈에 보이지 않을 정도로 싸워대는 통에 사방에서 불꽃이 튄다. 놀란 해적들이 거리를 벌리거나 돛대에 기어올라 싸움에 휘말리는 걸 피했다.

그 와중에 배는 점점 기울기 시작했다. 해적 선장이 외쳤다.

“제길! 배가 기운다! 저것들은 내버려두고 보트부터 내려라!”

“선장! 여자들이랑 돈은요?!”

“일단 돈부터 챙겨!”

챙챙챙!

“야! 사람부터 챙겨야지! 이 고블린들아!”

싸우다 말고 소리를 빽 지른 캐롯에게로 롱소드가 날아든다.

깡! 파삭?!

“쓰기는 편한데 내구도가 약해! 에라!”

롱소드에 맞아서 망가진 접이식 도끼를 냅다 던지자 메라가 롱소드를 휘둘러 쳐냈다. 챙-!

앙증맞은 손에 낀 강철 장갑을 꽉 쥔 캐롯이 앞으로 뛰어들며 외쳤다.

“놀라워! 나는 풀 커스텀인데! 넌 뭐야?! 왜 이렇게 잘 싸워!?”

마스크 앞에 롱소드를 세워든 메라가 엄청난 찌르기를 선보였다. 그리고 검이 캐롯의 가슴에 맞는 것을 보고 해적들이 웃으며 환호를 질렀는데 그 웃음에는 캐롯 본인의 것도 섞여 있었다.

“이히히히히!”

짤랑짤랑···!

찢어진 주머니에서 동전이 후두둑 떨어지고 있다. 강철 장갑으로 드디어 칼날을 붙잡은 캐롯이 악동 같은 표정으로 고개를 들더니 주먹을 뒤로 당겼다.

“작은 손에 쥐어주는 돈도 사랑의 표현! 나는 주인님의 사랑을 받는 오토마톤이다!”

빠각?! 퍽퍽퍽!

칼을 휘두를 수가 없게 된 메라도 빈손의 주먹을 쥐더니 휘두르기 시작했다.

퍼퍼퍼퍽?! 깡?! 깡!

오토마톤의 지독한 근접 타격전이 시작되었다. 금속으로 이루어진 뼈대가 닿으면서 불꽃이 튄다.

텅터더덩···!

곧이어 머리가 떨어진 메라는 그대로 무릎을 꿇고 바닥에 쓰러졌다.

“이히잇! 이히히히히!”

오른쪽 뺨의 소프트 스킨이 찢어져 붉은 피를 철철 흘렸지만 캐롯은 웃고 있었다. 고개를 약간 숙이고 시선을 올려 뜬 캐롯이 날카로운 손톱이 달린 강철장갑의 손가락을 펴든다.

“다음은 누구야? 너야? 아니면···! 너냐? 이 고블린 놈들, 감히 사람···, 을···? 어···?”

캐롯의 눈동자가 풀리기 시작했다.

“고블린, 사람, 인간이 아냐? 사람 아니야. 해적, 고블린, 사람 아냐. 인간 아냐. 몬스터, 인간형태를 한 몬스터. 몬스터야. 사람 모양의 몬스터야. 괴물이야. 인간이 아니면,”

머리를 이리저리 꺾으며 이상한 소릴 하던 캐롯이 이윽고 접이식 도끼를 꺼내든다.

“···죽여도 되지 않을까?”

논리충돌이 일어났다.

기겁한 해적들이 바다로 몸을 날렸다.

“으아악! 오토마톤이 미쳤다! 도망쳐!”

풍덩풍덩-!

해적들이 하나 둘 바다로 뛰어들 동안에도 부들부들 떨면서 몸을 가누지 못하던 캐롯의 귓가로 비명소리가 들린다.

“사람 살려! 구해줘요!”

“엄마-!”

눈이 풀린 캐롯이 뒤를 돌아본다.

사람을 살린다.

그것이,

나의,

존재의의.

“으허어억?!”

정신을 차린 캐롯이 몸을 더듬더니 호들갑을 떨었다.

“이게 뭐시야?! 우와! 세상에!”

바로 후다닥 선실로 뛰어든 캐롯은 점점 기울어지는 배안을 돌아다니다가 납치된 사람들을 발견하고는 도끼로 문을 때려 부숴버렸다.

그런데 사람들이 생각보다 많았다.

“나는 너희를 구하기 위해 최선을 다할 거야! 하지만! 너희도 스스로를 구해야해! 일어서! 길을 만들어줄게!”

주머니를 뒤져 구스타프에게 받은 것을 꺼내든 캐롯은 손잡이의 뚜껑을 열고 안에 든 끈을 잡아당겼다.

퍽-! 쉬이익···!

설명대로 연기가 피어오른다. 캐롯은 손에 든 방망이 폭탄을 기울어지는 선실의 벽을 향해 던졌다.

서서히 침몰해가는 해적선을 향해 크랭크와 구스타프가 보트를 연결해 구난을 가는 중에 난데없이 폭발이 일어났다.

콰쾅-!

배의 선장실 뒷부분에서 파편과 연기가 휘날리는가 싶더니 사람들이 몸을 던지고 있다.

“저리로 가세.”

“흠!”

크랭크는 온몸의 근육을 부풀려가며 노를 저었다.

한편, 구멍 뚫린 선실에서 캐롯이 외쳤다.

“뛰어! 뛰어! 할 수 있어! 바다사자들의 용맹함을 나에게 보여줘!”

잡혀온 사람들은 대다수가 여자와 아이들이었다. 사람들이 모두 뛰어내리는 것을 확인한 캐롯은 기울어진 선실을 다시 한 번 돌아본 다음 마지막으로 배에서 뛰어 내렸다.

“빨려든다! 배 가까이 다가가지마라! 이리와! 손 내밀어!”

크랭크와 구스타프가 소리를 지르며 사람들을 건져 올렸다. 그러다가 크랭크는 나무판자를 붙잡고 익사체 마냥 둥둥 떠가는 캐롯을 발견하고는 한손으로 목덜미를 잡아서 들어올렸다.

“아푸푸···!”

“잘했다. 수고했어.”

“데헷.”

캐롯이 혀를 빼물고 볼에 손가락을 댄다. 그 모양이 귀여웠는지 앞서 보트에 올라타 목숨을 부지한 사람들이 희미하게 웃는다.

“우리도 좀 구해줘!”

구스타프가 고개를 돌리더니 허리춤에서 은빛 찬란하게 빛나는 것을 뽑았다.

타앙-!

“꺄아악?!”

여자들과 아이들이 기겁해서 귀를 막는다. 그들의 눈에는 폭음과 불을 뿜으며 악당을 죽이는 마법 무기쯤으로 보였지만 크랭크에겐 아니었다.

“핸드캐논! 실물을 보게 되다니!”

“저게 뭐임?”

크랭크의 다리 사이 얌전히 앉아 있던 캐롯이 고개를 든다. 크랭크가 말했다.

“드워프의 화약병기다. 핸드캐논, 손안의 대포라고 부르더군. 나도 보는 건 처음이다.”

“거기 조그만 녀석.”

“예!”

캐롯이 벌떡 일어났다.

“저 녀석 해적이냐?”

구스타프가 가르킨 것은 아이를 등에 업고 나무판자에 의지한 채 떠 있는 청년이었다.

“아니요. 저건 못 봤어요. 일단 살려요.”

“그럼 저건?”

침몰하는 배의 건너편에서 보트 하나가 나온다. 두 눈을 크게 뜨고 쳐다보던 캐롯이 삿대질을 했다.

“전부 해적!”

“흠!”

권총을 허리춤에 집어넣고 가져온 대포를 어깨에 올리자 크랭크가 기겁했다.

“모두 귀를 막고 엎드려!”

뻐엉-!

엄청난 불꽃과 함께 후폭풍이 해면을 때렸다. 사방으로 짠 비가 쏟아진다.

쾅-!

해적들이 보트 째로 폭사해버리는 것을 쳐다보던 크랭크가 참다못하고 외쳤다.

“이보시오! 드워프! 뒤로 나오는 불꽃에 맞아 죽겠습니다!”

“각도는 잡고 쐈다. 열내지마. 꼬마, 저건?”

다시 권총을 뽑아든 구스타프가 굵은 손가락을 들자 캐롯이 외쳤다.

“해적!”

탕-!

머리에 바람구멍이 생긴 해적이 그대로 가라앉았다. 오토마톤과 드워프의 일련의 작업을 내버려둔 크랭크는 사람들에게 지시를 내려 가까이 온 사람들은 건져 올렸다.

이윽고, 배가 완전히 가라앉았다. 나무로 만들어졌지만 내부를 채운 것이 많아서 무게를 이지기 못한 것이다.

“해적이다!”

탕-!

“해적!”

탕-!

캐롯이 주변을 두리번거리다가 말했다.

“드워프 아저씨 이제 안보여요.”

“구스타프다. 조용히 해봐라.”

권총을 들고 보트의 선수에 서서 가만히 눈을 감고 있던 구스타프가 오른쪽으로 고개를 돌리더니 눈을 가늘게 떴다.

“이봐, 양철거인. 저기, 사람이 보여. 가보세.”

“크랭크입니다.”

크랭크가 노를 저어 보트를 이동해서 허우적대는 사람을 발견했다. 구스타프가 권총을 들이대고 말했다.

“해적인가?”

“어? 못 봤는데? 언니들 이 사람 알아요?”

“나랑 같이! 같이 잡혀왔어! 도와줘!”

말이 끝나기가 무섭게 크랭크가 팔을 뻗어 사내의 멱살을 붙잡아 배로 들어올렸다.

주변을 두리번거리던 캐롯이 또 뭔가를 발견했다.

“어엇! 해적! 그것도 선장! 현상금! 현상금!”

쏴버리려던 구스타프는 인내심을 발휘하여 권총을 집어넣고 밧줄을 주워들더니 허우적대는 해적선장에게 던졌다.

“건지지 말고 끌고 가자.”

“얏호! 현상금 득템!”

신난 캐롯이 밧줄을 보트의 말뚝에 묶었다.

죽이 잘 맞는 캐롯과 구스타프를 걱정스레 쳐다보던 여자 하나가 물었다.

“저, 저기. 저 얘, 오토마톤이죠? 저렇게 막 죽여도 괜찮나요? 아, 아니! 해적이 아니라, 저 애가 걱정 되요. 저는 실수로 사람을 죽이고 미쳐버린 오토마톤을 본 적이 있어요.”

그 말을 들은 캐롯이 고개를 돌린다.

“아니? 내가 직접 죽인 게 아니잖아? 나는 그냥 해적인지 아닌지 가르쳐 주고 있을 뿐이야. 살인은 이 드워프 아저씨가 하고 있지.”

구스타프는 권총의 탄환을 재장전하면서 콧방귀를 뀌었다.

“흥! 살인? 이것들은 인간이 아니다. 해로운 해양 몬스터야. 죽여 없애야 한다.”

그 순간, 입을 헤 벌리고 있던 캐롯이 고개를 뜨드득 기울이더니 빠르게 중얼거린다.

“맞아. 내가 죽인 게 아니잖아? 그리고 저것들이 사람이야? 어? 사람? 사람 아니야? 어? 아닌가? 인간 아냐? 인간 아니면 죽여도 되지 않을까? 응? 어? 어?”

경험과 사고력이 높은 오토마톤 베테랑스들에게 드물게 일어나는 논리 충동, 사고 오류가 캐롯에게서 발생했다.

크랭크가 나섰다. 그는 캐롯의 머리를 붙잡은 다음 그 작은 얼굴을 정면으로 보며 말했다.

“내 허락이 없다면 너는 인간 모양의 괴물을 네 손으로 죽여서는 안 된다. 하지만 내가 허락한다면 죽여도 된다. 네가 저지른 모든 일의 책임은 마스터인 내가 질 것이다.”

덜커덕!

크랭크를 쳐다보던 캐롯이 이내 빵긋 웃는다.

“그래, 알았어.”

이제 캐롯이 주먹을 내민다. 그걸 보던 크랭크도 큼직한 주먹을 들어 그 작은 주먹에 가져다 댔다.

그리고 그 모습을 드워프 구스타프와 배에 탄 많은 사람들이 인상 깊게 지켜보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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