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자동인형 오토마톤-70화 (70/329)

오토마톤과 함께 하는 감기약 만들기! 70

“약이 듣는다고요?”

“예, 이유는 알 수 없지만, 신성치료에도 재발하는 감기가 약으로 치료가 되고 있습니다.”

바로 그 약을 먹고 완치된 제1경비대장 셀린과 제2경비대장 파본, 그리고 모험가 길드의 길드 마스터까지 영주의 집무실에 모였다.

더구나 지금 감기를 잠재우고 있는 것은 마녀 고르곤의 능력이 아니었다.

영주는 그럼에도 크게 기뻐했다.

이 난관을 방주 도시 아르곤이 자체적으로 극복하고 있다는 것이 더 의미가 크다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놀랍군요! 며칠 전까지만 해도 차도가 보이지 않았는데, 그러면 시민들의 상태는?”

“대부분 완쾌되어가고 있습니다. 확실히 효과가 있습니다.”

셀린 제1경비대장이 손수건에 싸온 검은 알약을 영주의 앞에 내려놓았다. 그걸 내려다보던 영주가 자리에서 일어났다.

“누가 만든 거지요? 포상이라도 내리고 싶군요.”

“7번가의 약방 주인이 알고 있는데 알려주지 않고 있습니다.”

“알려주지 않는다고요? 왜지요?”

셀린 경비대장이 짧은 한숨을 쉬었다.

“어떤 가정에서 비전의 비법으로 만든 것이라고 하는데, 제조자가 얼굴을 드러내고 싶어 하지 않는다고 하더군요. 영주님까지 거론했지만 완강하게 거절당했습니다.”

멍한 표정을 하고 있던 데오 아르곤 영주는 다시 자리에 앉아 미소를 머금었다.

“부끄럼이 많은 분이신가 보군요. 그렇다면 그 약방 주인을 통해서 라면 전달할 수 있겠군요?”

“그건 가능하리라 봅니다.”

며칠 후, 아르곤에 번지던 독감은 완전히 사라졌다. 하지만 병원에서는 혹시 몰라서 대량의 재고를 확보 해놓고 싶어 했다.

추가 발주 100자루,

기진맥진한 투나와 에밀리아, 지오들은 샤를이 가져온 소식을 듣고 기겁했다.

“그냥 제조방법을 알려주면 안 돼? 이러다가 죽을 것 같아.”

“허어억!”

모두가 투나를 보았다.

“왜 그 생각을 못했지?”

“아오-!”

보리스가 분통을 터트렸다. 으히히 웃던 투나가 덧붙였다.

“그, 급한 불부터 꺼야지. 내가 제일 잘 만들어. 제조법은 나중에 제대로 넘겨줄 거야.”

샤를이 끼어들었다.

“이것은 함께 보내주신 것입니다. 영주님의 편지라고 합니다.”

“뭐?! 영주님?”

공방의 바닥이나 의자 등에 쓰러져 있던 모두가 깜짝 놀라서 쳐다본다. 무쇠 솥에 등을 기대고 앉아있던 투나가 밀랍으로 봉인된 고급 편지지를 열어서 내용을 읽기 시작했다.

편지에는 우아하고 점잖으며 기품 넘치는 글귀로 커다란 감사의 마음을 전하고 있었다.

글에 담긴 진심의 깊이는 읽은 사람의 얼굴에 흐르는 눈물,

“투나?”

“어, 아니. 펴, 편지 엄청 잘 쓰시네. 영주님.”

깜짝 놀란 투나는 소매로 눈가를 마구 비볐다.

“좀 봐도 되요?”

비타가 편지를 받아들자 사람들이 몰려왔다. 에밀리아마저도 호기심에 고개를 기울였다.

“와···! 가슴이 뜨거워지는 글이에요.”

실제로 코비와 에밀리아는 눈가를 훔치고 있었다.

그걸로 끝이 아니었다. 샤를은 이어서 묵직한 상자도 하나 가져왔다.

“이게 뭐지?”

뚜껑을 열자 안에서 빛이 쏟아진다. 상자를 가득 채울 정도의 금화가 쌓여있고 안에는 감사패와 함께 짧은 메모도 한 장 올려 있었다.

-제조방법을 알려준다면 같은 양의 금화를 더 지급하겠습니다.

모두가 눈이 튀어 나올 것 같은 얼굴로 금화를 바라보았다.

메모장을 보던 투나가 웃었다.

비타와 지오는 지금 상자안의 금화보다 투나의 저 밝은 미소가 더 신비롭다 생각했다.

“다행이네요.”

집무실 책상에 앉아 고르곤과 링크된 케이트를 보고 있던 데오 아르곤 영주가 만면에 미소를 띄우고 있다.

팔짱을 낀 고르곤이 뒤를 돌아보며 말했다.

“그럼 여기 만들어 놓은 것들은 어떻게 하죠?”

“물론 매입하겠습니다.”

“정말요? 사람들 감기는 다 나았다면서?”

책상 위에 올린 손을 깍지 낀 영주는 웃으며 말했다.

“급한 불을 껐다고 해서 도움을 주려한 이웃을 져버릴 수는 없습니다. 물론 약속했던 것도 준비하겠습니다.”

고르곤이 눈을 반짝이며 그를 돌아보았다.

“어머나, 진짜로요?”

“그럼요.”

이후로 몇 마디 더 이야기를 주고받은 다음 링크는 끊어졌고,

공방의 연구실 소파에 앉아 있던 고르곤이 음후후 웃으며 수정구에서 손을 뗐다.

“그 음침녀를 시험해 보려고 했던 건데 이런 횡재가 생길 줄이야. 영주를 떠보길 잘했어.”

“맹약의 우회로가 제대로 작동하지 않았으면 주인님은 이렇게 웃고 계시지 못해요?”

부엌에서 고개를 내민 케이트가 뚱한 얼굴로 말한다. 수정구를 허리에 낀 고르곤이 후후 웃으며 자리에서 일어섰다.

“철썩 같이 믿고 있을 사람들에게 미안하지만 나는 인간들을 믿지 않아. 어디 한두 번 뒤통수를 얻어맞았어야지.”

“크랭크와 캐롯은요?”

눈을 동그랗게 뜨고 케이트를 보았다가 잠시 손가락을 입술에 대어보던 고르곤이 한쪽 눈을 찡긋 감으며 윙크했다.

“어디나 예외는 필요해. 후훗,”

“주인님의 잣대는 고무줄이에요.”

“강한 도덕성의 주장은 되레 부족한 자신을 비추는 거울이야. 고무줄이면 어떠니?”

몸을 돌린 고르곤은 책장의 쿠션위에 수정구를 올려두며 말을 이었다.

“우리 크랭크의 곁에 붙어 있는 녀석이 어떤 생각을 하고 사는지 궁금했을 뿐이야.”

겨우 그런 걸 위해서 도시에다 생물병기를 풀어버리는 사람의 정신상태는 대체 어떤가 하고 케이트는 정신적으로 한숨을 쉬었다.

물론 엄청난 잔소리를 퍼부어서 미리 안전장치를 충분히 준비 했지만 말이다.

“다행이에요. 괜찮은 사람 같아서.”

“내가 할 말은 아니지만 마녀는 조심하는 게 좋아. 음, 가게 이름은 뭐라고 할까?”

누가 누굴 조심하라고요?

주인의 클론이지만 정신은 온전히 자신만의 것인 케이트가 이맛살을 좁히며 마녀 고르곤을 쳐다보았다.

일주일 뒤, 방주도시 아르곤에 작은 잡화점이 문을 열었다.

가게 이름은 마녀공방,

취급 품목은 사랑의 묘약에서 부터 각종 포션과 마법 도구 일체, 다만 시에서 등록된 제품 하나하나에 엄청난 세금을 붙였기 때문에 판매실적은 거의 전무 했다.

보고를 들은 고르곤이 가운 주머니에 손을 찔러 넣은 채로 빙그레 미소 지었는데 눈은 웃고 있지 않았다.

“영주님 꽤 하시는 걸? 얕볼 수 없는 사람이야. 음후후후···!”

휴식은 중요한 것이다. 그것도 매일 목숨을 걸고 일하는 사람들이라면 더더욱,

“쉬라고요?”

“예, 강제하는 것은 아닙니다만, 현장 인원의 공백을 막기 위한 조치입니다.”

니베아 모험가 길드에 정산을 하러 왔다가 접수원에게 휴일 제안을 받은 크랭크는 그렇지 않아도 하루 쉴까 하는 생각을 하고 있었던 참이었다.

“어? 작년에는 그런 거 없었잖아요?”

키가 작아서 얼굴은 보이지 않고 목소리만 밑에서 들려온다. 길드 접수처의 여성 접수원이 빙그레 웃더니 자리에서 일어나 상체를 내밀고 아래를 보았다.

고개를 든 캐롯이 눈을 깜빡이다가 새삼 빵긋 웃으며 양 볼에 손가락을 가져다 댄다.

화사하게 마주 웃음 지은 접수원이 고개를 들어 파티 당근 타이거즈를 바라보았다.

“왜냐하면 올해 여러분들은 어엿한 파티가 되었기 때문이에요. 저기 순위표 보이세요? 파티, 당근 타이거즈는 당당히 40위 권 안에 속해 있어요.”

따라왔던 파티 사람들이 벽에 붙어 있는 커다란 나무 판을 보았다. 그곳에는 하얀 분필로 파티의 이름이 적혀 있고 숫자가 표시되어 있었다.

“40위? 그거 밖에 안 되나? 꽤 많이 잡았다고 생각했는데.”

“사냥터는 우리가 맡은 곳 말고도 많이 있다.”

“우와! 100개가 넘는 파티 중에서 40위면 대단한 거지! 평타 이상이야!”

감개무량한 기분이 된 크랭크가 뒤를 돌아보았다. 아리에테, 에리스, 캐롯, 로테, 자신을 포함해 어엿한 5인 파티가 그의 뒤에 서있었다.

“여기까지 오는데 7년 걸렸습니다.”

“축하해요. 크랭크.”

접수원의 응원에 짧은 한숨을 쉰 크랭크는 길드의 제안을 받아들였다. 그리고 파티의 쉬는 날을 정한 다음 중간 정산도 받았다.

“그 동안 잡은 몬스터의 가공비를 제외하고 총 매입금액이 3700만 리즈.”

캐롯이 두 손으로 볼을 감싸며 입을 뻥긋 거린다. 아리에테와 에리스도 서로를 바라보며 즐거워했다. 로테는 가볍게 박수를 쳤다.

“그리고 여기에 여러분들께 도움을 받은 파티에서 맡겨주신 후원금이 300만 리즈.”

이제 캐롯은 뒤로 넘어져 기절하는 시늉을 했고, 깜짝 놀란 아리에테가 그걸 붙잡았다.

접수원의 말을 거기서 그치지 않았다. 그녀는 신관 에리스에게 손짓하여 불렀다.

“신관 에리스님께 들어온 기부금이 190만 리즈.”

사람가리지 않고 닥치는 대로 신성치료를 남발하고 다니는 에리스에게 즉석에서 현찰로 기부를 하는 모험가들도 있었지만 이렇게 길드에 의탁하는 경우도 있었다.

덕분에 에리스가 몹시 기뻐하며 기도를 올렸다.

손가락을 꼽으며 셈을 하던 크랭크가 말했다.

“소모품 비용으로 500만 리즈는 지금 필요합니다. 나머지는 돌아갈 때 약속어음 가능하겠습니까?”

“물론이죠.”

접수원은 바로 처리해주었다. 묵직한 돈주머니를 챙겨든 크랭크는 그대로 파티를 데리고 길드 내부의 식당으로 향했다.

자리에 앉아 간단하게 맥주와 식사를 주문한 크랭크가 모두를 바라보면서 말했다.

“솔직히 놀랍다. 남부 출장에서 중간 정산으로 이렇게 많은 금액은 처음 받아보았다. 여러분들 덕택입니다.”

크랭크는 에리스 신관을 보면서 말을 높였다.

“에리스 신관님, 금액은 균등하게 나눌 생각입니다. 다만 금액의 정산은 아르곤의 길드로 돌아가서 하도록 하겠습니다. 나를 믿어 주십시오.”

“예, 물론이에요.”

고개를 끄덕인 크랭크는 주변을 좀 두리번거린 다음 은화 100개가 든 주머니를 그녀에게 내밀었다.

“소모품이나 필요한 것을 구매하십시오. 물론 이 금액은 정산에서 제외 할 겁니다.”

에리스가 떨리는 손으로 돈을 받아들자. 크랭크가 한마디 덧붙였다.

“에리스, 아끼지 말고 사용하십시오.”

“그, 그래도···.”

“오험!”

헛기침을 한 캐롯이 의자에 올라서서 에리스의 신관모에 오른손을 올리고 왼손으로 자기 가슴을 짚었다. 그리고 반쯤 뜬 눈으로 에리스를 내려다보며 엄숙한 목소리로 입을 열었다.

“여신의 인형인 이 몸이 허가하노라. 용돈을 낭비 하거라. 에리스야.”

“프흡-!”

옆에서 맥주를 마시던 아리에테가 사례가 들려 기침을 좀 해댔다. 이제 에리스도 두 손을 모아 쥐고 캐롯을 올려다보았다.

그 눈은 반짝이고 있었다.

“갖고 싶은 물건이 있어요. 제가 그걸 가져도, 정말 그래도 괜찮을 까요?”

“물론, 그 정도 사치는 여신께서도 눈감아 주실 것이다. 망설이지 말고 플렉스 하거라.”

“큭큭큭···!”

“아, 정말, 밥 먹는데 웃기지 좀 말라고!”

옆 테이블에서 식사 중이던 모험가들마저도 신관과 오토마톤의 만담을 보면서 킥킥 거린다. 고개를 돌린 캐롯이 그들에게 엄지를 들어 보이며 윙크를 한다.

크랭크는 이제 아리에테에게도 주머니를 내밀었다.

“너는 용돈이다.”

“와! 정말인가!”

역시 100만 리즈, 아리에테는 감격했다. 그러다가 미안한 표정을 물씬 지으며 크랭크를 보았다.

“내가 이걸 받아도 되는 건가? 나는···.”

“걱정은 하지마라 당연히 네 몫은 차감하고 줄 거다. 그 몸에 얼마를 들였다고 생각하는 거지? 당분간 박봉으로 부려먹을 거다.”

“그, 그렇지. 후, 후흐흐···!”

씁쓸한 표정이었지만 눈빛은 즐거워 보인다.

크랭크는 캐롯과 로테에게도 돈을 쥐어주었다.

“마스터 크랭크, 전부터 말씀드리지만 저는 오토마톤입니다.”

“알고 있다. 하지만 약간의 비상금은 가지고 있는 편이 좋아. 돈 쓰는 방법은 캐롯을 보고 배우도록.”

로테가 고개를 돌린 곳에는 캐롯이 동전을 주머니에 쏟아 넣으며 이히히 웃고 있었다.

“돈 쓰는 법? 뭐 별거 없어. 마음에 드는 사람들 빵 좀 사주고, 마음에 들고 싶은 사람들 빵 좀 사주고.”

로테가 모르겠다는 듯이 고개를 기울이자 캐롯이 돈주머니를 자켓의 안주머니에 넣으며 말했다.

“선물은 좋아. 공짜로 얻어먹는 걸 좋아하는 인간들의 따뜻한 마음을 살 수 있거든?”

캐롯의 말은 그 주변 사람들의 귀를 자극했다. 로테도 그 말을 귀담아 두었다. 캐롯은 가슴을 두드리며 말했다.

“그리고 이렇게 넣어놓으면 동전이 화살을 막아준다?”

“일단 기능적으로 쓸모가 있군요. 저도 그렇게 하겠습니다.”

가만히 듣고 있던 크랭크가 말했다.

“그리고 오늘 오후는 쉴 거다. 하고 싶은 걸 할 수 있도록.”

“시장! 쇼핑! 가고 싶어요!”

“오오! 나도! 무기점을 둘러보러가고 싶다!”

“같이 가요! 아리에테!”

“그럽시다! 에리스!”

의기투합한 두 사람은 식사가 끝나는 대로 쇼핑을 나섰다. 캐롯과 로테는 호위로 그녀들을 따라갔고, 크랭크는 홀로 창고로 돌아와 무기를 손질하며 시간을 보냈다.

“허억! 헉! 여, 여기 파티 당근 타이거즈라는 모험가들 있니?”

모험가 길드 직원 제복을 입은 사내가 피난민들과 아르곤 모험가들이 임시로 지내고 있는 창고 지대로 들어와서 놀고 있는 아이들에게 물었다.

아이들의 손에 이끌려 간 곳은 사람들의 임시 거처가 즐비한 넓은 창고 안으로, 구석 진 곳에 커다란 남자가 앉아서 롱소드를 손질하다가 투구를 들어올렸다.

“당신이 모험가 크랭크?”

“맞습니다. 무슨 일입니까?”

남자는 크랭크에게 사정을 설명했다.

“해적 토벌? 남부 모험가들은 어쩌고요?”

“지금 겨울 사냥철이라서 다들 몬스터 잡느라 빠질 수가 없다고 합니다.”

좀 생각하던 크랭크가 고개를 끄덕였다.

“알겠습니다. 하지요.”

“오오! 감사합니다!”

“별말씀을.”

이 세계에서는 공권력이 모든 이들을 지켜주지 않는다. 자기 자신이 강해지던가, 아니면 힘 있고 올바른 사람들에게 기대는 것이 가장 현실적인데, 그래서 모험가들은 실력보다 인성을 중요하게 여겼다.

그런 점에서 크랭크는 합격점에 도달한 어엿한 모험가였다.

미묘하게 삐뚤어졌지만,

“해적 토벌?”

해가 기울어 질 때 쯤 가슴 한가득 물건을 사들고 돌아온 사람들은 크랭크의 말에 눈을 크게 떴다.

“준비해라. 출발한다. 에리스 신관님도 부탁드립니다.”

“알겠습니다.”

크랭크는 미리 짐마차를 준비해놓고 있었고, 약간의 준비를 마친 그들은 바로 출발했다.

“어, 크랭크, 캐롯 어디가?”

“해적을 때려잡으러!”

────────────────────────────────────

────────────────────────────────────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