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토마톤과 함께 하는 겨울 사냥! 66
대량의 마력수정폭탄 포격을 받아 미스트 내부에 들어있던 대다수의 몬스터들이 죽거나 빈사상태가 되어 모험가들에게 사냥 당했다.
“대박이구나! 끝도 없이 쏟아지는구만! 하하하! 올겨울은 풍족하겠어!”
그때 판터의 자동장갑차량 무리가 사냥으로 정신없는 사람들의 사이를 지나간다.
여전히 지붕 위에 자리 잡은 판터는 날아드는 대형 잠자리, 드래곤 플라이에게 롱소드를 휘둘러 그 머리를 쪼개 버린 다음 외쳤다.
“지원사격! 주변 모험가들은 가급적 움직이지 마라!”
장갑차량의 창문이 열리더니 자동석궁이 내밀어졌다.
투바바바바바! 투투투투투투퉁!
자동장갑차량 4대는 물론 보급을 위해 따라오는 마차에서도 호위 병력들이 자동석궁을 난사했다.
수백, 수천 발의 석궁화살이 사방으로 쏘아져 나가 몬스터들에게 박혀들었다.
그리고 더 놀라운 것은 사용된 화살에 있었다.
오토마톤 크리미의 마스터와 파티를 맺은 엘프 여자가 바닥에 떨어진 석궁화살을 주워 들더니 눈을 크게 떴다.
“상태이상을 부여하는 마력석을 화살촉으로 쓰고 있어요? 세상에!”
“오오오! 판터! 고맙습니다!”
남부 모험가들이 환호하자 자동장갑차량들과 함께 이미 저만치 멀어진 판터가 주먹을 들어보였다. 도움을 받은 모험가들이 환호를 지른다.
“어? 저요? 부르는 건가?”
투핸드 소드에 찔린 채 쓰러진 트롤의 배위에 앉아있던 캐롯이 우연히 지나가는 자동장갑차량의 판터와 마주했는데 그가 손짓했다.
잠깐 와보라는 것이었고, 크랭크를 돌아본 캐롯은 지나가는 자동장갑차량의 지붕 위로 폴짝 뛰어 올랐다.
잠깐 그와 마주했다가 눈을 내리깐 캐롯은 치마를 살짝 들면서 인사를 했다.
“오토마톤 캐롯이 남부 니베아 모험가 길드의 최상위 모험가 파티 저주받은 리빙아머와 그 리더 판터를 뵙습니다.”
격식을 차린 캐롯의 인사에 의외로 고지식한 면이 있는 판터가 즐거워했다.
“위명, 대지의 여신이 보낸 안개 속의 작은 인형을 만나 반갑다. 캐롯, 1년 만이구나. 머리카락이 바뀌었군? 작년에는 갈색이 아니었나?”
“에헤헤, 일하다가 타버렸어요.”
“그렇군. 너를 부른 것은 감사의 인사를 위해서였다. 사람들을 구해줘서 고맙구나.”
캐롯이 쑥스럽다는 듯이 웃었다.
“오토마톤이 해야 할 일이었는걸요.”
“그렇지, 해야 할 일을 하는 네 모습이 참 고맙구나.”
달리는 자동장갑차량의 지붕에서 캐롯과 남부의 모험가는 그렇게 얼굴을 마주 하며 웃었다.
차량의 지붕 뚜껑이 열리더니 사람들이 고개를 내민다.
“캐롯!”
“와! 비넬! 비넬이지?”
오토마톤 여성 수리기사 비넬이 하하 웃는다. 지붕에 엎드려 뚜껑 안으로 머리를 집어넣어 거꾸로 보이는 사람들에게 인사를 하던 캐롯은, 어디서 본 적이 있는 여자를 발견했다.
“어엇!”
몸을 빙글 돌려 안으로 들어간 캐롯이 담요를 두르고 의자에 앉아 있는 여자의 앞에 섰다. 개척민 마을에서 캐롯이 구해낸 여자였다.
“안녕해요?”
초췌한 얼굴이었지만 여자가 방긋 웃는다.
“안녕해요.”
“언니, 어디가요? 몸은 괜찮고?”
고개를 끄덕인 그녀가 캐롯의 손을 잡아들더니 자기 이마에 가져다댔다.
“여신의 인형님에게 감사의 인사를 드리고 싶었어요. 그때, 역시 살려주셔서 고마워요. 나, 다시 살아볼게요.”
눈을 동그랗게 뜬 캐롯이 곧 함박웃음을 지었다.
“나야말로! 살아있기로 해줘서 고마워요! 하하하! 나는 내 존재의의를 달성했어! 사람을 살렸어!”
조그만 오토마톤의 외침에 차량 안에 길게 줄지어 앉아 있던 무장병력들이 미소 지었다. 통성명을 하고 손을 흔든 캐롯이 다시 뚜껑의 구멍을 통해 지붕위로 뛰어 올랐다.
“건강해요! 데이지! 또 봐요!”
데이지가 손을 흔든다.
지붕 위로 올라온 캐롯은 풍경이 많이 바뀐 것을 보고 화들짝 놀랐다.
“와! 나 너무 멀리 왔어! 이제 돌아가야 할 시간!”
“우리는 개척민 마을로 돌아가서 그곳에 전초기지를 세울 것이다. 그 후 대량의 보급 물자가 이동 한다. 여러분들은 그 보급선을 지켜주기 바란다. 라고 전해주었으면 좋겠군. 물론 따로 협조 공문은 나오겠지만 말이야.”
“우와! 정말요! 알겠습니다. 판터 대장님!”
판터가 웃었다. 크랭크처럼 투구를 쓰고 있어서 보일 리는 없겠지만,
작별 인사를 하고 마차에서 뛰어내린 캐롯은 와다다다 달려서 일행들이 있는 곳으로 복귀했다.
창문으로 고개를 내밀고 바람에 모자가 날아가지 않도록 붙잡으며 그 모습을 보던 비넬이 놀라워했다.
“와! 뭔가 더 빨라진 것 같지 않아요?!”
“난 모르겠는데 원체 작아서.”
“아뇨! 빨라졌어요! 크랭크는 대체 뭘 어떻게 한 거죠! 뜯어보고 싶어요!”
“와, 비네 무섭다. 사람도 뜯어볼 기센데?”
한참을 달려 일행들에게로 돌아간 캐롯이 판터의 말을 전해주자 경비대 자동장갑차량 주변에서 휴식을 취하고 있던 모험가들을 고개를 끄덕였다.
“놀랍군. 그 개척민 마을을 재건 한다고?”
“무리를 해서라도 그리해야 하는 이유라면 몇 가지 있지요.”
오토마톤 크리미의 곁에 서서 커피를 얻어마시던 엘프 여자가 팔짱을 끼었다.
“가령?”
“인구분산, 그리고 만성적인 겨울 몬스터 난동을 막을 1차 방어선이 필요한 겁니다.”
“가능성이 있군요.”
“그 이야기는 저녁에 밥 먹으면서 하고요. 슬슬 개별 사냥 가죠. 좀 있으면 해가 떨어집니다.”
크리미의 마스터 콘센의 제안에 급조된 그의 동료들이 고개를 끄덕였다. 크랭크도 자신들의 파티를 돌아보면서 말했다.
“개별 사냥은 오후 4시 까지만 하고 철수, 내일 아침에 다시 시작한다.”
“응? 왜지? 몬스터는 밤에 더 날뛰는 거 아닌가?”
직장인 출퇴근 하는 것 같은 상황에 아리에테가 고개를 기울인다.
캐롯이 끓여주는 뜨거운 커피를 감사히 받아마시던 모험가 하나가 끼어들었다.
“남부지만 밤에는 엄청 춥거든요? 몬스터도 밤이 되면 먹이 활동보다 추위를 피해서 동굴 같은 곳에 웅크리고 있지요. 미스트 웜도 대체로 밤에는 안 움직여요.”
무엇인가를 알아챈 아리에테가 눈을 크게 떴다.
“그럼 미스트 웜 안에 몬스터가 모이는 이유가, 추위를 피해서?”
“아리에테 어린이 정답이에요. 상으로 이 커피를 주겠어요.”
캐롯이 웃으며 양철컵을 내밀자 아리에테가 그걸 두 손으로 받았다.
“생태에 대해서 연구한 학자는 없지만 대체로 그 설이 신빙성을 가지고 있지. 커피 다 마시고 준비하자.”
“음!”
휴식 후, 산속과 들판을 뛰어다니며 남은 오후를 보낸 모험가들은 서포터들에게 잡아온 몬스터를 모두 실어 보내는 것으로 하루 일과를 끝내고 도시로 돌아갔다.
오랜만에 날뛰어서 즐거웠지만 그것도 오후가 되니 나른해진 아리에테는 성문을 지나 도시 내로 들어섰다가 놀라움을 금치 못했다.
활기찬 도시의 모습이 아르곤과는 많이 달랐기 때문이다.
건물 사이사이로 등불이 걸려있고 시민들이 몰려나와 반갑게 그들을 맞이했다.
마치 축제 같았다.
“수고했어요! 모험가들!”
“고생했어요!”
물론 이렇게 반겨 주는 이유는 그들 덕분에 안전과 겨울 부수입을 보장받고 있기 때문이다. 잡아들인 몬스터의 가공과 관련 공산품 제작에는 많은 사람들이 종사한다.
그래서 목숨 걸고 사냥에 나서주는 모험가들은 방주도시에 있어서 시장 경제적으로도 중요한 위치에 있었다.
물론 어디까지나 말이 통하는 모험가들에 한해서이지만,
“고마워요! 여기사님!”
아리에테의 시선이 닿은 곳에는 작은 꼬마들이 손을 흔들고 있다. 피곤이 녹아내리는 기분이 들었다.
“크랭크.”
“음?”
“나는 지금 모험가가 되길 잘했다는 생각이 든다.”
잠시 그녀를 내려다보던 크랭크는 차마 그 몸이 되어서도 말이냐? 라는 말은 입에 담지 못했다. 그저 투구를 돌리고는 중얼거렸다.
“오늘 저녁은 뭘 먹을까?”
“바다 생선 요리가 맛있다더군! 먹어보고 싶다!”
“에리스 신관님 생선요리 괜찮겠습니까?”
“예, 하지만 지금은 침대에 쓰러지고 싶어요.”
“먹고 쓰러지십시오.”
“으앙-!”
그때 사람들의 환호가 한층 높이 솟아올랐다. 누구를 보는 것인지 모두가 고개를 돌리고 눈을 크게 떴다.
“우와! 여신의 인형이다!”
“으와! 진짜야?! 어디어디?”
“스팀 레이디도 있어! 저 흑발! 그리고 저 뒤에 파란 머리! 저기 핑크 머리!”
크랭크와 아리에테가 뒤를 돌아보자 허리에 손을 올린 캐롯이 사람들 앞에서 와하하 웃고 있다.
“인기 폭발! 캐롯 인기 만점!”
크랭크가 고개를 돌리고 모르는 척을 하기 시작했고, 아리에테와 에리스는 웃어버렸다.
“누나! 그거! 그거 보여줘!”
“그거?”
“천사의 날개!”
사람들이 기대에 섞인 시선을 했다. 좀 망설이던 캐롯이었지만 어쩔 수 없네 하는 표정을 하더니 근처에 서 있던 남자가 든 술병을 받아 들고는 외쳤다.
“이번 한 번만이야. 이거 마력소모가 장난이 아니라구! 간다!"
트윈 마력 엔진 - 두 개의 심장,
최대 출력.
기이이이이잉!!!!
미세한 기동음이 들리고 캐롯의 머리카락에서 열기가 뿜어져 나온다. 그리고 술병을 입에 대고 기울이자 그 작은 등에서 두 줄기의 증기가 폭발적으로 쏟아져 나온다.
사람들은 그만 입을 다물고 말았다. 정말로 천사의 날개 같았기 때문이다.
이 와중에 주변의 많은 술주정뱅이들이 캐롯의 앞에 엎드려 절을 하기 시작했다. 뿜어져 나오는 증기로 부터 친숙한 풍미를 접한 것이 화근이었다.
게 중에는 뒤풀이 회식을 위하여 술집으로 향하려던 모험가들도 다수 섞여 있었다.
“대지의 여신이라니! 술의 신 바커스의 인형이시다! 찬양하라!!”
“오우오오오! 술의 신 바커스께서 가여운 술주정뱅이들을 보우하사 이 땅에 그 인형을 보내주셨도다!”
술병을 든 캐롯을 포함해서 도시 사람들 모두가 배를 잡고 웃기 시작했고, 성문으로 들어서던 모험가들도 그 광경을 보고 낄낄 거렸다. 그 중엔 허쉬의 파티도 있었다.
“하하하! 남부는 참 재미있는 곳이네.”
남부에서 크랭크들이 겨울 사냥에 매진하고 있는 사이, 아르곤에 홀로 남은 투나는 한가로운 목가적 나날을 보내고 있었다.
그녀는 처음 3일 동안 나태의 극을 선보였다.
거의 하루 종일 잠만 자는 그녀를 샤를이 돌봤다.
“으응···! 샤를 엄마, 오늘 점심은 뭐야?”
“저는 당신의 어머니가 아닙니다. 그리고 지금은 저녁입니다.”
“으히히.”
각종 기자재와 더불어 약초더미가 빼곡한 넓은 공방에서는 말로 형용할 수 없는 향기가 났는데, 투나는 이 냄새를 참 좋아했다.
“언젠가 기회가 된다면, 내 연구실을 차리게 된다면, 지금 이 모습을 참고 할 거야.”
침대에 앉은 채 중얼거리며 신나하는 투나를 의자에 앉아서 바라보던 샤를이 자리에서 일어섰다.
“식사는 어떻게 하시겠습니까?”
“비, 비프스튜 남았어?”
“준비하겠습니다. 빵은 새로 사와야 합니다만.”
“어! 같이 사러가자. 으히히, 가끔 외출도 필요하거든.”
속옷 바람으로 공방 안쪽으로 조심조심 걸어가자 크랭크가 만든 간이 세면장이 나왔다. 수도 밸브를 돌리면 뜨거운 물이 바로 쏟아진다.
어쩐지 대단히 사치스러워진 기분에 투나는 절로 기분이 좋아졌다.
세수를 하고, 머리를 빗고, 옷장 안에서 로브를 꺼내 입은 투나는 마지막으로 후드를 뒤집어썼다. 샤를이 허리에 검을 차고 기다리고 있다가 공방을 나서는 그녀를 호위했다.
투나가 그걸 보고 물었다.
“검은 왜? 여기는 도시 안인데.”
“이것은 당신을 지키기 위해서 필요한 물건입니다.”
그 대답이 마음에 든 투나는 빙그레 웃기만 했다. 외출이라고 해봐야 에밀리아가 있는 빵집이 전부였다. 빵집 소녀 에밀리아의 환한 미소를 투나가 마음에 들어 했기 때문에,
딸랑!
“어? 어디 갔지?”
가게 안을 두리번거리던 투나의 귓가로 조그만 소리가 들린다. 주방 옆의 공간에는 부녀의 방이 있었는데, 얼굴이 발갛게 달아오른 에밀리가 침대에 앉은 채 힘없이 웃고 있다.
“에, 에밀리아? 어, 어디 아파?”
“오셨어요···.”
투나가 후다닥 달려가 그녀를 살폈다.
“감기 같아요. 지금 아버지도 앓고 계셔서 당분간 가게는 쉴 것 같··· 콜록콜록-!”
“헉! 주, 주방장도?”
투나는 맞은편 침대에 등을 돌리고 누워있는 빵집 주방장 롤 아저씨를 들여다보았다.
“아, 아저씨 괜찮아?”
“으으음···!”
뭔가 심상찮다.
투나의 경험과 지식을 기반으로 한 감각이 그리 말하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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