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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동인형 오토마톤-51화 (51/329)

오토마톤과 함께 하는 남부 출장 준비! 51

어깨 위로 살짝 흔들리는 머리를 하고 고개를 돌린 투나는 으히히 웃으며 좋아했다. 캐롯이 질린 표정을 지었다.

“그 웃음소리 좀 어떻게 안 돼? 오호호 하고 웃어봐.”

“호호호. 이, 이렇게?”

남은 머리카락을 올리고 가죽 끈으로 질끈 묶자 가느다란 목덜미가 들어난다. 머리를 이리저리 돌려보던 투나가 자리에서 일어났다.

“펴, 편해. 지, 진즉에 자를 걸 그랬네.”

“이 머리 잘 쓰겠다.”

“어, 그, 로테에게 올릴 거지?”

크랭크는 작업대에 누워있는 두 대의 오토마톤을 바라보며 고개를 끄덕였다. 아리에테가 나섰다.

“나는?”

번쩍이는 눈을 돌린 크랭크는 그녀를 자리에 앉히고 가위와 빗을 들고 예술혼을 불태웠다.

“자! 거울!”

캐롯이 거울을 가지고 앞에 서자 머리 길이는 그대로였다.

“자른 게 아닌가?”

“모양이 엉망이라서 좀 다듬었다. 한결 보기 좋군. 네 머리칼은 지금 시온의 것이기도 하다. 오토마톤은 품행단정을 유지 하려는 습성이 깔려있거든? 신경 쓰였을 거야.”

“와?! 정말? 왜 그렇지?”

크랭크가 캐롯을 보면서 말했다.

“신이 인간에게 바란 것이 있었던 것처럼, 우리도 너희들에게 그걸 바랐기 때문이다.”

“하하하! 깔끔쟁이네! 근데 너희들 원래 지저분하잖아!”

“그래서 더욱.”

머리카락을 매만져 보던 아리에테가 고개를 끄덕였다.

“고마워.”

몸을 돌린 크랭크는 이제 자신이 의자에 기대어 앉으며 긴 한 숨을 내쉬었다.

“···지치는 군.”

“쉬었다가해.”

거울은 든 캐롯이 앞에 서서 크랭크의 얼굴을 비춘다. 그는 자신의 투구를 보면서 웃는다.

“겨울 남부 출장을 준비하려면 부지런히 정비해야해. 이번에는 여러 가지 일들이 있어서 빠듯하구나.”

그 여러 가지 일들 중의 하나는 어느새 공터로 달려 나가 또 칼춤을 추고 있고, 다른 하나는 보일러 옆의 간이 연구실에서 으히히 웃으면서 뭔가를 신나게 끓이고 있다.

“딱히 출장 못가도 상관없어. 농장에서 일해도 되고.”

“그건 안 돼. 돈이 필요하다. 그리고 이걸 시험해보려면 실전이 필수야.”

크랭크는 그렇게 말하며 작업대 밑에서 상자 하나를 꺼내 열었다.

“오와. 이게 뭐야? 마력엔진이 두개 붙어 있네?”

“나는 트윈 엔진이라고 이름 붙였다. 네게 달아보자. 출력이 2배로 오를 거다.”

그리고 오토마톤들은 최소한의 무장능력도 항시 추구한다.

인간을 지키고, 자신을 지키기 위해,

강해지고 싶다는 욕구에 솔직한 캐롯의 눈이 왕방울만 해졌다.

“가자! 남부 출장! 힘내라! 크랭크!”

“음!”

죽이 잘 맞는 둘이었지만 그래도 그 많은 일이 줄어드는 것이 아니다.

“그래서 전투복은 어쩔 수 없이 맡기러 왔어요.”

수레에 한가득 부품과 재료를 싣고 온 캐롯을 보고 아르곤 부인회 회장이자 여관 주인인 마리아가 즐겁게 웃었다.

“잘됐네! 그렇지 않아도 요즘 일거리가 없어서 심심하던 차였는데. 늙은이들 집에서 아무것도 안 하면 눈칫밥 먹거든? 오늘부터 당장 사람들 모아볼게.”

“그래요? 다행이네. 그런데 이번에는 좀 어려워요.”

도면을 받아든 마리아는 머리를 좀 긁적였다.

“이건 좀 복잡하네, 네가 입을 거니?”

“예. 이번에 새로 만드는 거래요.”

“치마 안쪽에 칼날이 2단 수납이네, 복잡한데. 일단 자켓부터 완성하고, 치마 만들 때는 크랭크가 잠깐 와서 봐줘야겠어.”

캐롯은 다음 도면을 내밀며 말했다.

“그리고 마크2 전투복도 3벌 필요해요.”

“저번에 만든 것에서 약간 수정된 거구나? 이건 쉽네.”

“새 전투복을 만든다고!?”

우연히 계단에서 내려오다가 캐롯과 마리아의 이야기를 듣게 된 애덤과 레나가 반색을 했다. 캐롯이 반갑게 손을 든다.

“오우! 레나! 애덤! 일 나간 거 아니었어?”

“파티가 겨울 남부 출장을 나간다고 하더라고, 그때까지 휴가라더군. 그보다! 전투복 새로 만든다며? 레나 것도 같이 될까?”

마리아가 빙그레 웃었다.

“물론이지. 대신 노동력 제공이야. 젊은이들.”

“감사합니다. 마리아.”

“그럼 재료는 크랭크에게 말해 놓을게.”

“고마워요. 캐롯.”

레나를 빤히 보던 캐롯이 애덤을 보았다.

“좀 부드러워진 것 같은데? 전에는 비에 젖은 강아지 같이 오들오들 떨어댔는데.”

“아는 사람들한테만 그래. 모르는 사람은 여전히 경계하지.”

두 사람에게 손을 흔들어주고 캐롯은 빈 수레를 끌고 공방으로 돌아갔다. 그날도 여전히 아리에테가 칼춤을 추고 있었다.

“넌 지치지도 않아?”

“허억허억···! 몸이 굳어있다! 이대로는 안 돼!”

“안 돼 긴 뭐가 안 돼? 혹시 그 몸으로 몬스터라도 잡으러 나갈 거야?”

한쪽 무릎을 꿇고 검에 기대어 숨을 몰아쉬던 아리에테가 고개를 든다. 진중한 표정이었다.

“몸을 다시 움직일 수 있게 된 이상! 나는 은혜를 갚고 싶다!”

캐롯은 그 아리에테를 크랭크에게 데려갔다. 아리에테는 같은 말을 반복했다.

“은혜를 갚고 싶다!”

투나를 데려다가 함께 오토마톤을 조립하던 크랭크가 허리를 펴고 투구를 돌린다.

“그 몸으로?”

아리에테의 얼굴이 금방이라도 울 것처럼 달아오른다. 크랭크가 말을 덧 붙였다.

“솔직히 말하지. 나로서는 그저 보통 사람처럼 살아가 주길 바라는 마음이다. 여관에서 서빙을 하거나, 길드 접수처에서 일하거나 뭐 그런 일을 하면서 말이야.”

“하지만 나는···!”

캐롯이 끼어든다.

“전투복 4벌 맡겨뒀어. 중간에 애덤과 레나를 만났는데 전투복 1벌 더 추가 되는지 물어보던걸?”

“된다. 전투복 재료를 추가 발주하자.”

뭔가 생각하던 아리에테의 얼굴이 확 밝아졌다.

“내 전투복도 같이 있는 건가?”

크랭크가 고개를 돌린다.

“그래. 정 칼질을 하고 싶다면 필요할 것 같아서 미리 주문했다.”

“고맙다!”

몸을 날린 아리에테가 크랭크의 몸을 껴안았다. 너무 넓어서 팔이 다 감기지는 않았지만,

투나가 그걸 보고 경악했으나 크랭크는 강철 같은 얼굴로 아리에테의 등을 두드렸다.

“좋다고 아무나 끌어안지 마라. 별로 좋지 않은 습관이다.”

“아무나 끌어안지 않는다. 너희들이라서 그러는 거다. 우리는 가족이라고 말하지 않았나?”

“확실히 그랬지.”

작업대로 몸을 돌린 크랭크가 말했다.

“몸의 반응이 시온을 거쳐 나오니까 일반인에 비해서 반응속도가 느리다. 그 점을 보완하도록 해라. 그리고 검 말고 다른 무기도 다룰 수 있도록 해라. 비상시에 도움이 된다.”

“알겠다!”

아리에테가 후다닥 달려 나갔다. 크랭크가 캐롯을 보면서 말했다.

“잠깐 상대해줘 봐.”

“와! 진짜? 으헤헤헤!”

아동복 차림의 캐롯이 전투용 부츠와 장갑을 끼고 밖으로 나갔다. 그리고 손을 까딱였다.

“한곡 추실까요? 레이디.”

아리에테가 캐롯을 보고 기쁜 표정을 지으며 검을 얼굴 앞에 세웠다.

“잘 부탁드립니다.”

같은 시각,

아르곤 제1경비대장 집무실,

커다란 창문을 배경으로 커다란 책상을 앞에 놓고 앉은 셀린은 그 넓은 책상이 비좁을 정도로 쌓여 있는 서류들을 검토하면서 도장을 찍고 반려를 하는 등의 작업을 이어가고 있었다.

“그래, 이건 업무가 아냐. 작업이지.”

“왜 또 그러세요.”

“그냥 요즘 좀 그러네. 날이 추워져서 그런가. 춥다, 마음이.”

시큰둥한 얼굴을 하고 있지만 그 커다란 눈은 누구보다 빠르게 서류를 읽고 도장을 찍었다.

쾅-!

다음 서류를 읽던 그녀의 눈이 멈췄다.

“이건 뭐야? 경비견 도입 예산안? 이런 안건이 있었어?”

집무실 안에 개인 책상을 두고 있던 보좌관이 그 말을 듣고 가지고 있던 서류를 빠르게 뒤지더니 자리에서 일어섰다.

“일주일 쯤 전에 있었던 회의에서 나온 안건이에요. 제3경비대장님이 제안한 건데요.”

“반려, 그때 분명히 테스트부터 해보자고 했는데 왜 예산안이 최종 결제까지 올라왔지?”

“그, 글쎄요.”

손을 뻗어 다음 안건을 집어 들던 셀린 경비대장이 입을 열었다.

“보좌관, 커피.”

“예!”

뭔가 켕기는 것이 있던 보좌관이 후다닥 탕비실로 달려갔다.

“···사내 연애 극혐.”

조그맣게 중얼거린 셀린이 안건을 살피면서 도장을 찍고 있는데 노크 소리가 들린다.

똑똑-!

문이 열리고 경비병 하나가 들어와서 경례를 했다.

“모험가 로마니 씨가 찾아왔습니다.”

“왜?”

“흑마도사 잔당과 관련하여 조사 내용을 보고 하러 왔답니다.”

“들어오라고 그래. 보좌관! 커피 두 잔!”

탕비실에서 목소리가 들린다.

“예!”

경비병의 안내를 받아 들어온 로마니가 모자를 벗고 인사를 했다.

“아르곤 제1경비대장님을 뵙습니다.”

“어서 와요. 로마니, 앉으세요.”

서류 더미에 뒤에서 일어선 셀린 경비대장이 소파 쪽으로 걸어와 로마니의 앞에 털썩 앉는다.

“으어···! 좀 쉬자···!”

“힘드십니까?”

소파에 축 늘어져서 천장을 올려다보고 있던 셀린이 그 자세로 말한다.

“···당신도 하루 종일 안건 검토하고 도장 찍으면 나처럼 되지.”

“커피 가져왔습니다.”

셀린과 로마니의 앞으로 커피 잔이 놓여진다. 셀린이 손짓했다.

“잠깐 쉬자, 보좌관은 가서 보좌담당관 잠깐 오라고해.”

“옙!”

경례를 붙이고 호다닥 집무실을 빠져나가는 보좌관의 뒷모습을 노려보던 셀린이 몸을 숙여 무릎위에 팔꿈치를 대면서 로마니를 보았다.

“그래서? 어떻습디까?”

보고에 앞서 커피 잔을 보던 로마니가 시선을 들었다가 눈을 크게 떴다. 그러다가 얼굴이 확 밝아졌다.

“경비대장님 머리 자르셨군요? 한 번도 본적 없는 모습입니다. 아주 잘 어울리는 군요.”

입술을 삐죽 내민 셀린 경비대장이 단발머리를 좀 매만지다가 말했다.

“아니, 뭐, 어쩌다보니 그렇게 됐어요.”

“무슨 바람이 부셔서?”

“바람은 무슨, 준비해온 보고나 하세요.”

싱글벙글 웃던 로마니가 심각한 얼굴이 되더니 보고를 시작했다. 한참 이야기를 듣던 경비대장은 머리가 아프다는 표정을 지으며 커피 잔을 들었다.

“크흐하-!”

“커피를 무슨 술처럼 마십니까.”

“업무 중엔 못 마시니까 흉내라도 내봐야죠. 제길, 토벌대를 한 번 더 구축해야 하나.”

잔을 들어 커피를 한 모금 마신 로마니가 손에 머그잔을 든 채로 말했다.

“저번처럼 길드 규모의 집단이 아니니 토벌대까지 필요하겠습니까? 제게 허락해 주시면 모험가 파티 몇 개 데려다가 처리해 보겠습니다.”

“그게 한두 군데가 아니니 그렇죠. 모험가들도 다들 남부 출장 갈 거라고 준비하던데. 이 와중에 사람 구할 수 있어요?”

“남부 출장이야 늦어도 상관없지 않겠습니까? 눈여겨둔 파티와 사람들이 꽤 있습니다. 제가 말을 걸어보지요.”

잠시 고민하던 그녀가 고개를 끄덕였다.

“알겠어요. 영주님과 이야기 좀 해볼게요. 예산이랑 최종안 결정되면 그때 추진하세요.”

“알겠습니다.”

말을 마쳤지만 로마니는 바로 일어나지 않았다. 커피도 좀 남았고,

“오늘따라 경비대장님께 유독 눈길이 가는 군요. 머리모양이 취향이라 그런 가 봅니다.”

“풉! 콜록콜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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