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토마톤과 함께 하는 원정! 18
영주의 회의가 있은 뒤 트로겐에는 흉흉한 소문이 돌았다. 모험가들의 행실 불량으로 자기네 영주가 다른 영주들에게 고개를 숙인 것에 대한 이야기였다.
“우리가 잘못해서 영주님이 고개를 숙이셨다. 앞으로 잘하자. 하지만 반대로 영주가 고개를 숙이다니 이 무슨 창피냐 라고 생각할 수도 있겠는데요?”
신생 모험가 길드의 임시 길드 장을 맡고 있던 피곤한 얼굴의 사내 에드워드가 펜을 멈췄다. 그는 고개도 들지 않고 중얼거렸다.
“그런 쓰레기들을 골라내려고 일부러 소문을 뿌린 겁니다. 썩은 곳은 쳐내지 않으면 곤란합니다. 트로겐은 신생 방주도시라서 다른 도시에서 추방당한 범죄자며 불한당들이 많거든요. 모조리 쳐내야 합니다.”
험한 말도 서슴지 않은 그는 펜을 내리고 핏발이 선 눈을 들었다.
“그래서 트레일의 유명한 지아렌 루오 단장님께서 어쩐 일이신지요?”
“아, 이 애 나한테 팔으라고요.”
길드장이 고개를 돌린 곳에는 금발을 산발한 새하얀 마스크의 오토마톤이 서 있었다. 긴 한숨을 푹 내쉰 길드 장은 단호하게 거절했다.
“안됩니다.”
철그럭!
테이블에 가죽 주머니가 올라갔다.
“3000만 리즈. 오토마톤 새로 하나 살 수 있는 금액이에요.”
펜으로 머리를 긁적이던 길드 장은 눈을 감고 고개를 저었다.
“돈으로 해결 될 문제가 아닙니다. 들으니 저 그린이라는 오토마톤은 모험가를 협박했다고 하더군요. 그건 자아가 높다고 되는 게 아닙니다. 경험도 많아야 합니다. 저는 그린을 트로겐 임시 경비대장으로 임명할 생각입니다.”
“와오. 경비대장요? 오토마톤을?”
“임시! 사람은 매수나 협박을 할 수 있지만 오토마톤은 그게 안 됩니다. 개척민 마을에서도 중도에 서는 게 가능한 오토마톤에게 보안관을 시키는 곳도 많습니다.”
지아렌이 웃으며 고개를 돌렸다.
“그린, 경비대장이라는데?”
그린은 말이 없었다. 그저 가만히 서서 결정을 기다렸다.
“한 3년만 고생하면 여기도 꽤 괜찮은 도시가 될 것입니다. 여러분의 덕으로 포탈 게이트로 사용 가능한 청동문도 생겼으니까요. 가능한 빨리 이곳을 사람이 살만한 곳으로 다듬어야 합니다.”
지아렌이 허리를 조금 숙여 길드 장을 내려다보았다.
“그 포부 마음에 드네요. 그럼 이렇게 하시죠. 만약 저 애를 불하 할 일이 생기면 가장 먼저 내게 연락할 것, 그리고 언제든 요청하면 출장 형식으로 지원 보내 줄 것, 당연하지만 출장비도 지급할거예요.”
“상황에 따라 요청의 우선순위는 고려할 겁니다. 그래도 좋으시다면.”
“좋아요.”
돈 주머니를 도로 챙겨든 지아렌이 옆으로 슬쩍 비켜서서 손짓했다. 그린이 트레일의 길드 장 앞으로 다가갔다. 책상에 앉아 그린을 올려다보던 에드워드가 말했다.
“잘 꾸며졌군요. 누가 수리 한 겁니까?”
“아르곤의 모험가 크랭크, 전문 마이스터는 아니지만 이쪽으로는 손재주가 좀 있는 사람이에요.”
이름을 메모하는 길드 장에게서 고개를 돌린 지아렌이 그린의 어깨를 두드렸다.
“나보다 이곳에서 너는 빛을 발할 거야. 그럼 잘해보도록 해, 언제든 필요하면 나를 불러.”
“감사합니다. 지아렌 루오, 당신들을 잊지 않겠습니다.”
지아렌 루오는 빙그레 웃으며 집무실을 나섰다.
“나는 에드워드, 트레일의 모험가 임시 길드 장이다. 영주님 허락은 나중에 받으면 되고 너를 임시 경비대장에 임명한다.”
“선임 경비대장은 어디계십니까? 인수인계를 받아야겠습니다.”
군 시절 듣고 배운 대로 열중 쉬어 자세를 하고 질문하자 에드워드의 눈이 빛났다.
밖으로 나온 지아렌 루오에게 기다리고 있던 일행들이 다가왔다.
“어? 그린은요?”
“여기가 좀 급하데. 그래서 침만 발라놓고 왔어. 도시 관광 필요해?”
“아뇨. 여기 새로 생긴 곳이라서 그런지 그다지 볼게 없네요. 그만 집에 가시죠. 저게 있으면 언제든 올 수 있잖아요?”
고개를 돌린 곳에는 그들이 타고 넘어온 청동문이 서 있었다.
“자! 철수! 다들 집에 갑시다! 트로겐 모험가 길드 여러분 저희들 그만 갑니다!”
“그래 어서 꺼져!”
“다시는 오지마라!”
주변의 폭언에도 지아렌 루오는 아하하 웃으며 손을 흔들었지만 그녀의 일행이나 오토마톤들은 다들 무시무시한 표정을 지어서 길드의 모험가들을 입 다물게 했다.
짝짝!
손바닥을 부딪치자 모험가 길드 건물의 홀을 점거하고 있던 모험가들이 일어섰다. 동시에 벽에 서있던 오토마톤들도 움직였다. 하나 같이 개성 넘치게 잘 꾸며진 것들로, 모험가는 물론 마을 사람들까지 신기한 눈으로 구경 중이었다.
모두들 앞서 나서는 지아렌의 뒤를 따랐다.
건물을 나서자 입구 주변을 지키고 서 있던 하드스킨 오토마톤들이 움직였다.
“우와! 가요?! 가는 거예요?!”
“언제 또 와요?”
아이들의 목소리에 지아렌이 씩 웃으며 손을 흔든다.
“그래! 하지만 걱정 마! 곧 또 올게!”
트레일 모험가 길드 소속 대형 파티 오란다는 그렇게 트로겐에서 떠났다.
그리고 얼마 후 아르곤 상인 길드에서 제복을 입고 사무를 처리와 손님을 응대하고 재고를 파악하는 등의 업무를 처리하느라 바쁘게 움직이고 있던 플루이드에게 누군가가 찾아왔다.
“플루이드! 손님이야! 널 찾는데?”
“나?”
창고에 쪼그려 앉아 상품의 재고를 확인하고 있던 그녀가 얼른 옷의 먼지를 털고 달려가자 처음 보는 사람들이 와서 그녀를 보았다.
“댁이 플루이드요?”
“예?”
“정말이군. 금발이야.”
수근 거리는 덩치 큰 남자들을 보고 주임이 달려와서 인사를 했다.
“무, 무슨 일이신가요?”
하지만 눈으로는 플루이드를 흘기며 눈빛으로 말했다.
무슨 사고를 쳤어!
난 몰라요!
“아니, 지나가는 길에 잠깐 들렸을 뿐이요. 가자.”
“예.”
모두들 그냥 돌아갔다.
플루이드와 주임은 어이없다는 표정을 지었다. 놀랍게도 비슷한 일이 몇 번 더 있었다. 그녀가 일의 자초지정을 알게 된 것은 이틀 뒤 찾아온 경비대원으로 부터였다.
“당신이 플루이드인가?”
“아, 예. 또 무슨 일이죠? 이 금발 진짜예요. 그만 좀 물어보세요.”
경비대원은 모르겠다는 표정을 했다가 입을 열었다.
“방주도시 트로겐의 정식 요청으로 당신을 경호하러 왔습니다.”
“예?! 무, 무슨 일인데요?! 요 며칠 째 대체 왜 이래요! 나 아무 짓도 안했어요!”
경비병은 함께 온 경비용 오토마톤에게 그녀를 각인 시키며 말했다.
“트로겐에 새로 부임한 경비대장의 활약에 불만을 가진 사람들이 혹시 당신에게 보복을 가할지 모른다고 해서요. 그쪽 경비대장의 요청입니다.”
“겨, 경비대장요?”
고개를 돌린 경비대원이 슬쩍 플루이드의 금발을 눈여겨보며 웃었다.
“트로겐 임시 경비대장 금발의 심판자 그린은 지금 꽤나 유명합니다. 그게 당신 머리카락이었군요.”
플루이드는 그만 혼절해버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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