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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동인형 오토마톤-16화 (16/329)

오토마톤과 함께 하는 원정! 16

헤리슨은 씩 웃어주고 천막을 나섰다.

원정단장들과 엘프 장로가 회의장에서 나오자 주변을 서성이던 사람들이 몰려들었다. 그리고 정해진 바를 알려주자 다들 고개를 끄덕이며 수긍했다.

그 동안 묶여 있던 트로겐 모험가들도 풀어줬다. 엘프들을 보고 으르렁 거렸지만 하드스킨 오토마톤을 대동한 모리 원정대장의 엄포에 입을 다물었다.

“하여튼 그렇게 됐으니 얌전히 있지 않으면 너희들 전부 이 산에서 묻힐 줄 알아.”

“옙!”

이어서 탐색이 시작되었다. 원정대는 몇 개 팀으로 나뉘어 드래곤 레어 바닥을 파서 비늘과 뼈, 발톱 같은 부산물을 수거하거나 그 청동문 안쪽으로 들어가 내부를 탐색했다.

“혹시 안에 오크들은 없던가요?”

“우리가 왔을 때는 아무도 없었습니다. 오크 부락은 이미 불에 탄 상황이었습니다.”

“역시 다 도망갔나.”

캐롯의 질문에 대답한 엘프 여자가 바닥에 쭈그려 앉더니 캐롯을 가만히 쳐다보았다.

“오토마톤을 몇 번 보긴 했는데 당신만큼 유연한 사고와 회화 능력을 가진 이들은 보지 못했습니다. 누가 당신을 만들었죠?”

“응? 에이~! 그건 언니가 커스텀 오토마톤을 많이 못 봐서 그래. 돈만 있으면 나 정도는 아무것도 아니지.”

엘프 여자는 그런가? 하는 표정으로 고개를 기울였다. 그때 헤리슨이 캐롯을 불렀다.

“캐롯!”

“어 나 부른다. 가볼게.”

“나는 트리스타라고 합니다.”

“그래! 엘프 트리스타! 잊지 않을게!”

후우웅~!

시원하고 상쾌한 바람이 불어온다. 언덕의 문에서 나온 사람들은 눈앞에 펼쳐진 이국적인 풍경과 분위기에 별세계에 온 것이 아닌가 하는 착각을 받았다.

헤리슨이 말했다.

“반을 나눈다. 메인쿤,트로겐 원정대는 바깥의 레어 주변의 부산물과 이 주변 탐색, 아르곤과 트레일 원정대는 남쪽과 북쪽으로 탐색을 나갔다가 3시간 뒤 복귀 합니다.”

그들은 곧 출발했다. 아르곤 원정대가 3시간 숲속을 탐색했지만 별 다를 건 없었다.

하늘을 올려다보던 헤리슨이 게토를 불렀다.

“저거 태양 맞지?”

“예, 맞습니다. 정오쯤이군요.”

고개를 끄덕인 그녀는 마법사들을 불러 모았다.

“가장 똑똑하니 마법사가 됐겠지. 당신들 생각은 어때?”

마법사들이 씩 웃더니 저마다 한마디씩 했다.

“오다가 나비와 다람쥐를 봤어요.”

“이 근방은 활엽수가 많이 보이는 군요. 대체로 따뜻한 지역인가 봅니다.”

“밤이 되면 좋겠네요. 별자리를 알아 볼 수 있으니.”

헤리슨이 손바닥을 치며 별자리 이야기를 한 여 마법사를 껴안았다.

“좋은 생각이야!”

“그런데 신기하게 몬스터가 없네.”

“그러네요. 아마 그 오크들은 이 안쪽으로 도망 친 것 같죠?”

“대형 몬스터가 돌아다니는 바깥보다야 났겠지.”

다들 고개를 끄덕였다. 잠시 생각하던 헤리슨이 말했다.

“탐색마법 되는 사람?”

마법사 하나가 주문을 외우고 한참 있다가 눈을 떴다.

“이 주변 3킬로미터 내에 인간의 기척은 없어요. 동물은 좀 보이는데. 정말 몬스터가 하나 없네요.”

“그거 몇 번 더 쓸 수 있어?”

“2번 더 쓸 수 있어요.”

고개를 끄덕인 헤리슨은 복귀를 지시했다.

“시간 됐어. 모험보다 목숨이 더 중요해.”

불타버린 오크 마을로 돌아와 보니 마침 반대편으로 탐색 나갔던 트레일 원정단도 돌아와 있었다.

“어때?”

“바다가 있었어요.”

“엉? 바다!?”

“예, 놀랍게도.”

“우리 쪽은 아무것도 없었어. 주구장창 숲만 있어.”

지아렌이 눈을 가늘게 떴다.

“완전 별세계는 아닌가 봐요?”

“우리 쪽 마법사가 그러던데, 밤에 별자리를 보면 위치를 알 수 있겠다고 하더라고.”

“어머나! 멋진 생각이네요.”

주위를 두리번거리던 헤리슨이 말했다.

“대머리 아저씨는?”

“바깥의 레어 바닥에서 드래곤 스케일이 발굴되기 시작했어요. 그쪽으로 인원 좀 돌려줄 수 있냐고 하던데요?”

“좋아. 애들아! 밥 먹기 전까지 삽질 좀 하러 가자! 돌아갈 때 선물 챙겨가야지!”

“예!”

바깥으로 나가자 모리를 포함한 남자들은 전부 상의를 벗어던지고 삽질에 여념이 없었다.

“이토록 신나는 삽질은 처음이군!”

“모리! 어때요!”

“지금 바쁘니 말 시키지 마시오! 이 주변을 철저히 파헤쳐라! 채굴한 드래곤 스케일은 저쪽에 옮겨! 4개 도시 전부 균등하게 나눈다! 파고 파고 또 파라!”

“예!”

드래곤 스케일을 포함한 부산물이 끊임없이 쏟아져 나오자 사람들의 눈이 뒤집어졌다. 근처를 지나던 엘프들이 혐오감이 섞인 표정을 할 정도로,

3일 후, 필림을 포함한 검은 소나무 탑의 엘프들은 인간의 탐욕이 얼마나 대단한지 알게 되었다. 드래곤 레어 바닥을 노천광산처럼 만들어놓은 남자들은 여전히 바닥에서 삽질을 하고 있었다.

이미 내부 탐색 같은 것은 개나 줘버린 상황이었다.

“자네들의 친구들은 다들 무서우리만치 솔직한 사람들이군.”

원정대 소속의 엘프들이 두 손으로 얼굴을 가리고 몸 둘 바를 몰라 했다.

“아, 아니, 평소엔 좋은 사람들인데, 아아···! 장로님께 고개를 들 수 없어요.”

눈 높고 까다로운 엘프가 하는 말이니 장로는 그저 웃으며 고개만 끄덕였다.

“어떠시오?”

“엉?”

바닥에서 삽질하던 모리가 고개를 들었다.

“한 5미터 내려온 것 같은데 여기서 부터는 별로 없군요.”

“3일 동안 많이도 채굴 하셨소.”

고개를 돌린 곳에는 손이 빠른 사람들이 앉아서 파낸 드래곤 스케일을 묶고 있었다.

“이틀 더 파보고 정리할까 싶군요.”

“그러시겠소?”

모리는 삽질을 하고 있는 사람들과 오토마톤을 보면서 말했다.

“이 주변은 다 파본 것 같으니까요. 애들도 좀 지쳐 있고.”

“오토마톤에게 시키면 되지 않겠소?”

삽을 어깨에 걸쳐 멘 모리가 이빨을 드러내고 웃었다.

“지금 우리들의 관계를 유지하는 건 오토마톤이라는 무력에 크게 의지하는 상황이라서, 막 부려 먹을 수는 없습니다.”

허리를 편 필림도 히죽 웃었다. 두 사람의 모습을 주변에서 쳐다보던 사람들이 수근 거렸다.

“와, 구렁이와 너구리가 이야기 하는 것 같지 않아?”

“모리 단장님도 대단하네. 저걸 저렇게 받아치다니.”

그로부터 2일 뒤, 발굴 작업이 완료되고 분배도 완료되었다. 청동문은 하드스킨 오토마톤 4기가 달라붙어서 가지고 나왔는데, 놀랍게도 위치가 옮겨진 상황에서도 작동했다.

“혹시 모르니 복귀 중간 중간 실험해보자.”

철수 작업이 시작됐다. 발굴한 모든 물자를 산 아래로 옮기는 작업도 하루 이상 걸렸다.

“저 사람들의 공중 전함으로 좀 실어 달라고 하면 안 될까요?”

“아서라. 서로 간섭하지 않기로 정했으니 이걸로 됐어. 물건만 다 싣고 냅다 도망가면 어쩔 거야?”

“에이, 설마 엘프가 그러겠어요?”

지나가던 엘프 남자가 그들의 시선에 미묘한 웃음을 지어줬다.

“고정관념만큼 무서운 건 없지요.”

사람들은 떨떠름한 표정을 지었다.

겨우 산 아래로 가지고 내려온 청동문의 앞에 선 사람들이 문을 열자 그 평화로운 풍경이 그대로 드러났다.

“그래서 별자리는 어땠어?”

“이쪽과 같았어요. 완전 별세계는 아니고 다른 대륙의 어딘가와 연결 된 것 같아요. 그리고 이대로만 가면 확인은 언제든 다시 할 수 있고요.”

모두가 고개를 끄덕였다.

지아렌이 말했다.

“그러고 보니 검은 소나무 탑의 장로께 인사도 못하고 왔네요.”

“지금 하러 가지 뭐.”

청동문을 열고 안으로 들어간 헤리슨을 따라 놀라움을 감추지 못한 지아렌과, 못마땅한 표정의 모리가 따라갔다.

“저희들 가요.”

마치 기다리고 있었다는 듯 청동문 안쪽 언덕에서 느긋하게 바람을 쐬고 있던 엘프 장로 필림이 고개를 돌린다.

“짧은 만남이었지만 다시 보고 싶지는 않군.”

원정단장 셋은 다양하게 웃어보였다.

“여긴 앞으로 사람들이 많이 몰려 올 거예요.”

“알고 있소. 우리는 우리대로 할 일을 할 테니 당신들도 당신네 할 일을 하시오.”

인사를 마치고 문을 나온 단장들은 서로의 자동마차에 올라 출발했다. 그 전에 지아렌은 트로겐 원정단에 말을 전하는 것을 잊지 않았다.

“곧 찾아뵐 거라고 트로겐 길드 장께 전해주세요.”

짐을 가득 실은 자동마차들은 왔던 길을 따라 복귀를 시작했다.

공중 전함에서 그 모습을 쳐다보던 엘프들이 한마디씩 했다.

“우리도 오토마톤이 있었으면 좋겠어.”

“장로회에서 허가하지 않을 걸? 과거의 과오를 되풀이 할 수 없다는 것이지.”

“그건 나도 알아. 얼마 전까지 나도 그랬으니까. 하지만 그래도!”

“나도 오토마톤 도입은 이제 좀 허가 되었으면 좋겠군.”

“장로님!”

어느새 배 안으로 들어온 필림이 뒷짐을 지고 개미 같은 모양새로 평야를 기어가는 자동마차들을 내려다보았다.

“저기 캐롯이라는 조그만 오토마톤이 만든 차는 꽤 괜찮았지.”

고개를 돌린 필림이 말했다.

“위장은 성공적이었다. 저들은 아직 내부에 대해서 잘 몰라.”

“하지만 인간들을 저곳에 들이는 것은 앞으로 큰 위협이 될 것입니다.”

“연산처리 중인 이 배가 위험에 빠지는 것만은 막아야 했다. 해석만 되면 뒤처리야 얼마든지 할 수 있지. 어디까지 됐나?”

현대화된 함선 내부에서 허공에 홀로그램을 띄워놓고 진행상황을 살펴보던 엘프가 말했다.

“3일 정도면 완료 됩니다.”

뒷짐을 진 필림은 흐뭇하게 웃었다.

“해석이 끝나면 저들이 탐색한 거리까지만 개방하고 나머지는 제한해. 드래곤이 심심해서 만들어본 아공간으로 착각하게 만들어 놓도록.”

“알겠습니다.”

“그리고 누가 차 만들 수 있는 사람?”

엘프 여자 하나가 손을 들었다.

“히비스커스 꽃 잎 차 있는데 드릴까요?”

“음, 그래 좀 가져다주게. 그 조그만 오토마톤 때문에 이상한 기호가 생겨버렸구먼.”

장로의 말에 모여 있던 엘프들이 그만 웃어버렸다.

원정단이 돌아왔다. 그리고 마을은 축제가 벌어졌다. 사람들은 마치 자기 일처럼 환호하며 돌아온 원정단원들을 환영했다.

자동마차 가득한 드래곤 스케일과 부산물과 바퀴가 내려앉을 정도의 무게를 자랑하는 거대한 청동문은 사람들의 평화로운 일상에 오래간만의 모험 맛이 들어간 청량감을 선물했다.

“족히 일주일은 안주거리가 될 거야.”

떠들썩한 창밖을 내다보고 있던 사람이 고개를 돌린다. 아르곤의 영주 데오 아르곤이 흐뭇하게 웃으며 고개를 돌린다. 금발과 같은 색의 턱수염이 인상적인 얼굴이었다.

“고생들 하셨습니다.”

“감사합니다. 영주님.”

응접실에 모여 있던 사람들이 고개를 숙여 예의를 표시한다. 데오 아르곤 영주는 푸근하게 웃으며 말을 이었다.

“개인적으로는 홀에서 풀코스로 식사라도 대접하고 싶지만 나를 어려워하는 사람도 많다고 알고 있으니 아쉬운 대로 길드로 특식이라도 좀 보내드리겠습니다. 헤리슨.”

“아, 왜 날 보고 말하세요.”

“그대가 영주 홀에서 하는 식사를 대단히 거북해 한다고 부인께 들었거든요.”

헤리슨이 코를 벌렁거리며 말했다.

“수다쟁이 백작부인이시네요.”

웃고 있던 영주는 두 팔을 벌려 원정에서 돌아온 모험가들을 치하했다.

“살아서 돌아와 줘서 고맙습니다. 여러분이 가져온 보물들은 우리 아르곤의 시민들을 풍족하게 할 것입니다. 물론 당연하게도 여러분 모두에게 적절한 보상금이 주어질 것입니다. 감사합니다. 수고하셨습니다.”

다들 좋아서 입이 귀밑까지 찢어졌지만 환호를 지르거나 하진 않았다. 아무래도 영주의 저택이다니 보니 그들로서도 체면을 차리는 중이었다.

길드장이 대표로 인사를 하고 모험가들은 검소하지만 귀품이 넘치는 영주의 저택에서 몸을 돌렸다.

“와! 여기가 영주님의 저택이야?”

“이 마을에서 10년 넘게 살았지만 처음 와봐!”

“나도! 누나가 메이드로 일하는데 와보는 건 처음이야! 오오오! 부티난다!”

위업을 달성한 모험가들만 올 수 있다는 영주의 저택에 와서 마을에서 가장 높은 영주님의 치하를 받고 돌아가는 길, 모험가들이 긴장이 풀려진 채 저택 여기저기를 구경하며 마당에 세워진 마차로 향하는데 헤리슨이 말했다.

“응? 너희들 어디 가냐?”

“어? 이제 집에 가는 거 아니에요?”

“아니야. 헤리슨을 따라가게. 자네들은 지금부터 백작가 구성원들과 티타임이 있어.”

“티티티티 티타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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