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90화 > 사람을 현혹하는 혀
그렇기에 진성이 해야 하는 것은 그 천칭을 자세히 살피는 것.
악한 곳으로 기우는지, 선한 곳으로 기우는지를 자세히 판별하는 것.
그리하여 마땅히 해악이 될 것이며, 회귀 전과 같은 미래를 걸어갈 것이라
고여겼을때.
그때 이제순의 운명이 결정되게 되리라.
그래.
모든 것은 이제순의 몫이 었다.
쓸모있는 사람이 되느냐.
쓸모있는 도구가 되 느냐.
그모든것이 그의 선택이고,그의 업(業)이 아니겠는가.
말을 물가로 끌고 와 물을 먹 이 려고 해 도 말이 원 치 않으면 먹 일 수가 없듯
, 진성이 아무리 다른 길을 제시한다고 할지라도 그것에 거들떠보지도 않은
채 한 치 앞의 이득만을 탐하며 나아가고 또 나아간다면….
그 결과는 좋지 않게 되겠지.
'그리 오래 걸리지는 않으리라.,
그리고 그 판단은 긴 시간이 필요가 없으리라.
한번 정보를 얻기 시작한 이제순은 미친 듯이 정보를 탐하게 될 테니까.
자신이 쥐 고 있는 수첩 이 제물을 주면 정보를 토해 내는 도깨비 방망이 같
은 주물.■이 아닌, 제물을 통해 활성화되면 미리 설정해놓은 정보를 띄우는
하잘것없는 주물이 라는 사실도 모른 채 , 그저 자기 손에 들린 주물과 그 주
물에서 얻은 정보를 사용한 기사로 전능함마저 느끼게 될 테니까.
정보.
정보.
정보.
위대한정보.
돈을 주고도, 인맥을 이용해서도 쉽게 구할 수 없는 정보.
이제순은 중독되는 것처럼 미친 듯이 수첩을 사용할 것이고….
그리고 종국에 는 깨닫게 되 리 라.
박진성이 기괴한행색으로 이제순의 앞에 나타나수첩을 주었을때.
그때 그가 헤어지면서 남겼던 말의 진의를 말이다.
쬞 쬞 쬞
이제순은 기뻤다.
눕 NP 스튜디오, 정훈상 논란에 대해 입을 열다.』
눕 NP스튜디오"정훈상배우가 자신의 책임을 통감하며 자진 사퇴의 뜻을
밝혀…. 빈자리는 김성준 배우가 자리를 메웠다. 영화 제작에 차질 없을 것.’,
』
눕 피아 치킨, 정훈상 배우가 등장하는 광고 전부 중지 …. 손해배상 청구 가
능성도?』
눕 논란의 중심, 정훈상 배우에 알아보자. 禳
『메타 엔터테인먼트’,분위기가과열됐다. 정훈상배우에 대한취재 받지
않을 것.’, 禳
눕 정훈상배우 자숙 결정.누리꾼들 "침묵만이 답이 아니야. 사과와해명
필요.’, 禳
모든 것이 잘 돌아갔다.
모든것이.
모든 것이 말이다!
수첩에서 얻은 정훈상 배우와 관련된 정보를 이용해 그는 자기 능력을 증
명했고, 동료들에게서 깔보는 시선이 아닌 시기와 질투가 어린 시선을 받을
수 있었다. 그리고 그를 깔아보는 것으로 그쳤던 동료들이 그에게 견제를 날
리기도 했다.
하지만그모든 것이 이제순에게는 기쁜 것이었다.
본디 하찮은 것에는 그 누구도 관심을 가지 지 않는 법.
견제라는 것은 위협이 되는 것에게 행하는 것이 아니던가.
그는 동료들이 자신을 견제하는 것을 그들이 자신이 진가를 드러내자 화
들짝 놀라서 발악하는 것이라고 여겼으며, 자신은 저들의 하찮은 짓거리에
그 어떤 영향을 받지도 않은 채 날개를 펼쳐서 훨훨 저 멀리 날아갈 것이라고
굳게 믿었다.
하지만그를 기분 나쁘게 하는 것도 있긴 했다.
[ 아이고, 제순이. 어,하늘 같으신 선배님이다.제순이 너 기대도 안했는데
큰일을 해주네껬 이야. 잘했다 잘했어. 이렇게 기사를 잘 쓸 줄 아는데 말이
야, 어 평소에는왜 그렇게 죽을 썼는지는 몰라. 혹시 뭐 누가써줬다거나돈
받고 기사 샀다거나 그런 거 아니지 껬 아, 농담이 야 농담. 거 가벼운 농담 하나
던졌다고 반응하는 것 좀 봐라. 거 너도 좋은 기자 되 기는 글렀담마. ]
[ 근데 거 좋은 정보를 얻었으면 선배 한테 귀 띔 이 라도 좀 해주고 그래 야
하는 거 아닌지 몰라. 거 선배 좋다는 게 뭐고후배 좋다는 게 뭐냐.선배한테
은혜를 입혀두면 좋은 일이 생긴다는 게 직장생활의 진리란 말이지. 아이고,
이놈 또 반응 이러네. 그냥 가볍게 하는 말을 무슨 진담처럼 받아들이고 있
어? 누가 정보를 나눠 달라고 했냐, 정보를 나한테 바치라고 했냐? 거 큰 거
하기 전에 우리도 마음의 준비를좀하고, 가능하다면 콩고물이라도좀 얻을
수 있게 배려 좀해달라는 게 뭐 그리 잘못된 말인가? 응? 挖
[ 보니까 그 사회 생활에 대한 이해랑 기자 생활에 대한 상식 이 좀 부족하
네. 야, 제순아. 생각해보니까 내가 너한테 신경을 좀 많이 못 써주고 그랬네.
이런 건 말이야 사수나 선배가 잘 알려주고 체험해주고 하면서 몸에 체득
시켜줘 야 하는 건데 말이 야, 너는 그런 게 없었지. 이 거 지금에 라도 좀 도와줘
야겠네, 도와줘야겠어.]
[ 이게 다〜하늘같으신 선배의 배려다.봐라제순아.네가평소에 이렇게
잘하니까내가 어? 선배로서 너한테 이렇게 베풀고싶어 하는 거 아니냐. 이
게 상식이에요 상식. 서로 주고받고, 서로 돕고. 이게 바로 아름다운 세상 아
니겠냐? 앞으로는 내가너를도와줄테니까그렇게 알고. 어, 지금취재 중이
니까 이따가 가서 보자고. ]
선배라는 작자가 이제순에게 들러붙기 시작한 것이다.
다소 노골적 인 의 도를 보이 면서 말이 다.
'이 빌어먹을 새끼가….,
선배로서 후배를 지도한다는 명분으로 그의 곁에 딱 달라붙어서 이제순
에 대해 알아보려는의도가뻔히 보였다.
이제순이 이번에 터뜨린 기사가속된 말로 ■뽀록,이라부르는, 그냥 한번
의 행운에 지나지 않은 것인지.
이제순이 터뜨린 기사가 훌륭한 정보원에게서 얻은 정보를 기반으로
쓰였다면, 그 정보를 준 정보원은 누구이고 어떻게 접촉할 수 있는지.
만약 이 제순이 충분한 능력을 갖추고 있고 이번 기 사가 그 능력을 토대로
만들어진 것이라면, 가까이하면서 그 능력을 어떻게든 이용해 자신에게 이
득이 되게 할수 없을지.
그런 의도가 뻔하게 보였다.
'저주받아뒈져버릴 새끼 같으니.,
하지만 이제순은 선배의 그 말을 거부하지 않았다.
사회부로 돌아가기 위해서는 그의 인맥이 필요했으니까.
그리고…. 그가 가지고 있는 '수첩,은 선배라는 작자가 알아차릴 만한 것
이 아니었으니까.
상식적으로 수첩에 제물을 바쳐서 정보를 얻을 거라고 누가 생각하겠는
가.
이제순은 초조해할 선배의 얼굴을 생각하며 회심의 미소를 지었다.
그리 고 상황은 이 제 순의 예 상대 로 흘러 갔다.
선배라는 작자는 이제순에게 꽤 노골적으로 달라붙기도 하고, 밥 사준다,
술 사준다 하면서 그를 식당으로 끌고 가 술을 먹여서 이야기를 들으려는 시
도까지 했음에도그의 비밀을 발견하지 못했다.
애초에 존재하지도 않는 정보원에 대해 알아낼 수도 없었고.
평소와 크게 다르지 않은 이제순의 행동을 보면서도 함부로 잔소리할 수
없었고.
이제순을 보면서 '진짜 자기 능력으로크게 터뜨린 건가?,, '그냥뽀록인가
껬■라고 생각하며 고개를 갸웃거리는 것밖에 할 수가 없었다.
이제순은 그런 선배의 모습을 보며 속으로 고소를 머금으면서도, 겉으로
는 시치미를 뚝 떼고 선배를 이용하기 시작했다.
선배가주는 밥과술은 감사히 받아먹었고, 자신을 술에 취하게 만들려는
선배를 오히려 술에 취하게 만들어서 후배의 정보원을 빼앗아 자기가 처먹
으려고 하는 저 놀부 심보를 가진 개자식의 정보원에 대한 정보를 쏙쏙 빼먹
기 시작했다.
그리고 그렇게 빼먹은 정보원에게는 우연을 가장하거나 선배의 이름을
팔아 접근한 뒤 친분을 가지며 인맥을 넓혀갔다.
그리고 이러는 와중에도 그는 수첩을 잘 사용했다.
선배 라는 작자가 붙어 있어서 작은 새나 햄스터를 수시로 소비하는 방법
을 쓰지는 못했지만, 대신에 수산물 시장에서 어패류를 구매해 그것을 제물
로 사용했다. 다행히 수첩은 어패류 역시 제물로 받아들여 주었으며, 훌륭한
정보를 토해내었다.
유명한 트로트 가수가 사실은 권력자의 정부(情婦)였다거나.
유명 남성 아이돌 그룹의 멤버 중 한 명이 70대의 여성 재력가와 스폰 관
계였다거나.
한국에서 허구한 날 문제를 일으키고 다니는 유학파 출신 남자 가수가
사실은 미 국에 서 유학 당시 남창과 함께 대 마초를 피 우며 뒹 굴었다거 나.
하나같이 구하기 힘들고 자극적인 정보들이었다.
이제순은 그 정보들을 훌륭히 활용했다.
『 충격 ! 유명 트로트 가수 繘양의 진실! 禳
눕 트로트 가수 대표 繘양, 사실은 추악한 연예계 대표.』
트로트 가수에 대한 것을 터뜨렸고, 선배가 ■좋은 마음,으로 해준 ■충고,를
가슴에 잘 각인시키고 그것을 그대로 실행에 옮겼다.
눕 트로트 가수 繘양을 정부로 둔 권력자, 친일인명사전(親日人名辭典)에
올라가 있다? 禳
눕 친일파의 후손, 친일파의 첩이 된 가수. 일제강점기의 재현인가? 禳
선배에게 빼앗은 정보원을 더듬어 사회부 기자에 간신히 손이 닿게 되자,
그 사회부 기자에게 자신이 알고 있는 정보를 넌지시 흘리면서 자신 바로 뒤
에 후속 기사를쓰면 좋지 않겠냐고 하면서 그와 연을 이은 것이다.
이로써 이제순은 사회부에 연을 만들 수 있게 되었다.
물론 ,선배,의 인맥에 비할바는 아니었지만….
그게 무슨 상관인가.
그에게는수첩이 있었는데!
수첩은 무적이고!
수첩이 주는 정보는 신이었다!
그래.
수첩은 모든 것을 해 결해주신다.
인맥도.
성공도.
기사도!
눕 유명 아이돌 멤버 絿군, 여성과함께 호텔로…?』
『 재력가떸씨’,순수하게 팬으로 만난 것뿐. 금품이 오가거나불순한 일은
없었어."』
눕 絿군, 스폰인가. 50살 차이를 뛰어넘은 진실한 사랑인가? 禳
눕 누리꾼絿군과떸씨에게 격노, "상식적으로그게 말이 되냐?’, 禳
눕 絿군 소속사측, 사실무근이다. 루머와 악플에 강경하게 대응할 것. 禳
눕 강경 대응할 것이라고 엄포를 놓은 소속사, 하지만 실제로는 침묵. 대책
세우고 있나?』
수첩은 사회 부와 연을 만들 수 있도록 훌륭한 정보를 주었다.
단순히 연예 쪽에서만 난리가 나는 것으로 끝나는 것이 아니라, 다른 쪽으
로도 이슈가 될 수 있도록 연관이 되 어있는 정보를 주었다.
그 덕분에 이제순은 손쉽게 인맥을 만들어 나갈수 있게 되 었다.
그가목표로 삼은 사회부에 '이 녀석 꽤 유능한데껬■라는 긍정적인 인식을
심 어놓는 것에 성공한 것이 다.
『문란함의 극치. 남자가수 皦군…유학 당시 남창과…충격.』
『 선한 얼굴 뒤에 숨은 역겨운 비밀. 그때 皦군은 무엇을 했었나? 禳
눕 皦군 유학 당시 파티 사진 입수! 소돔과고모라가 이곳에 있었다. 禳
눕 통일 대한민국 기독교 연합, 皦군 소속사에 항의 •••"아이들도 보는 TV
에 이런 가수가웬 말이냐.’,』
눕 통일 대한민국 기독교 연합, 방송국 앞에서도 시위 시작. "皦군이 TV에
나오는 것만으로 아이들이 저렇게 자라날 수 있을 것. 방송에서 퇴출해야 마
땅하다.’, 禳
눕 김득수 목사"끝도 모르는 문란함은 사회에 악한 영향을 끼칠 것. 아이들
을 위해 皦군이 방송국에서 영구 퇴출당하는 그 날까지 계속해서 투쟁할 것.
n
』
그리고 종교계 쪽에도 인맥을 만드는 것에 성공했다.
..
!....
......
그는 부모님 이 기독교인이 라고 운을 띄 우며 통일 대 한민국 기독교 연합
에서도 낮지 않은 위치의 목사에게 접근하는 것에 성공하였고, 거기서 은
근하게 정보를 흘림으로써 목사가 행동에 나서게 만드는 것에 성공했다.
그리고 목사가 사람들을 이끌고 행동에 나서자 당연하게도 이는 엄청난
이슈가되었고, 이제순의 입지 역시 예전과는 달라졌다.
동료와 이제순을 보며 경 악했다.
연타석 홈런이 나 다름없는 기 사를 계속해서 터뜨리는 것을 보았으니 행
운이라고 깎아내릴 수 없었고, 이제순의 능력에 대해 부러워할수밖에 없게
되었다.
선배 역시 이제순을 대하는 태도가확연하게 바뀌었다.
그냥 대충 쓰다가 버릴만한 녀석으로 취급하던 옛날과는 달리 선배의
태도가 꽤 조심스러워져 있었으며, 그를 자신 쪽으로 끌어들이 기라도 하려
는 듯 사람을 소개해주거나 진짜 꿀같은 조언을 말해주기도 했다.
아마 사이 가 좀 더 친밀해 지 게 된다면 그가 사회 부로 옮겨 가는 것 역시 어
렵지 않게 이루어지리라.
■좋아. 아주 좋다고.,
수첩은 전지 전능했다.
그의 모든 문제를 해결해주었고, 그를 행복하게 만들어주었다.
그래.
수첩 이 있다면 그는 더 높은 곳까지 올라갈 수 있으리 라.
더 높은 곳.
더 훌륭한곳으로.
수첩만 있다면 그 모든 것이 꿈이 아니 었다.
"어?,.
다만 이제순이 간과한 것이 있었다면.
"왜, 왜?’,
수첩은 소모품에 속하는 것이고.
"왜 페이지가….’,
이제순이 받은 ,수첩,은본래부터 페이지가별로 없었다는 것이었다.
"왜 수첩에 페이지가 이것밖에 안남았어...?"
수첩은 끝을 보이고 있었다.
그리고, 수첩을 다 쓰게 되는 그날 이제순의 꿈도 끝나게 되 리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