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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술사는 초월을 원한다-38화 (38/526)

<38화 >괴이와 불청객의 차이

눕 오오오오오오오오옴쫘 □)-------禳

헤드폰에 서 들리는 소리는 목소리 라기 에는 한없이 늘어 지고, 소리 가 아

니 라고 하기 에는 뚜렷한 음과 진동이 느껴 지는 것이 었다. 목소리 는 한 호흡

에 했다고는 믿기지 않을 정도로 길고 일정하게 퍼져나가며 헤드폰을 끊임

없이 진동을 시켰으며, 오직 소리만으로 싸구려 헤드폰을 덜덜 떨리도록 진

동시키며 리세의 귀를 움직였다.

귀에서 비롯된 진동은 그대로 뇌를 향해 꽂혔고, 뇌에 다다른 진동은 향의

성분에 의해 취해버린 그녀의 뇌를 자극하며 신비스러운 풍경을 보여주었

다.

리세는 자신이 무중력 상태에서 부유하고 있다고 느꼈다. 몸에 느껴지는

부유감은 우주복을 하나도 입지 않고 알몸으로 우주 한복판에 떨어져서 둥

둥 떠 다니는 것 같았고, 태 어나기 직전 양수에 휘감겨 몸을 웅크리고 있을 때

같다고도 느꼈으며, 죽어서 영혼이 빠져나간 채 구름 위를 비행하고 있는 것

같았다.

그녀의 육체는 한없이 가벼웠다.

깃털처럼 몸이 천천히 떨어지고 있었고,중력의 영향에서 한없이 벗어나고

벗어나 공기의 속박에서 벗어나허공에서 날아다니는것 같았다.

손가락 하나를 움직 이 면 차갑지도 뜨겁 지도 않은 무감(無感)의 물속을

휘 젓는 느낌 이 들었고, 등을 움직 이 자니 몸에 보이 지 않는 날개 가 몸을 받쳐

주며 하늘을 비행하는듯 한없이 자유롭고 해방된 기분이었다.

그리고 그 와중에 들리는 진동은 그녀의 부유감을 더더욱 가속했다.

길고 긴 진동의 소리.

심해로 가라앉은 채 밖에서 들리는 감미로운 음악을 들으면 이런 느낌일

까?

양수 속에서 가라앉은 채 태교로 틀어주는 소리를 듣는 것이 이런 느낌일

까?

그녀는 한없이 편안한, 동시에 무언가 그리운 듯한 느낌을 받았다.

그리고 마침내 길고 긴 진동이 끝나고, 다시 진동이 시작되 기 전의 짧디짧

은 휴지(休止)가 찾아왔을 때 그녀는 살그머니 눈을 떴다.

"히익!"

눈을 뜬 그녀는 눈을 보았다.

눈.

거대한, 인간으로서는 ■거대하다,라고 인지하는 정도에서 그칠 정도로 터

무니없이 거대한 무언가의 눈이 었다. 그것은 빙글빙글 돌면서 구(球) 형태의

몸체 곳곳을 누비고 다녔고, 구체에 새겨진 거대한 줄무늬들은 살아있기라

도한듯제각기 곡선이 직선이 되고, 직선이 곡선이 되어가며 계속해서 모습

을 바꿨다.

한없이 거대한 것.

동시에 그녀와똑같은 부유감을 품고 있고, 그녀의 몸보다도 가벼울 것 같

은 그것.

검디검은 공간에 서 있는 그것은 공기도 없이 오직 그 상태에서 홀로 부유

하며 거대한 눈으로 세상을 굽어보았고, 입이 없어 오직 진동으로만 자신의

존재를 표현하고 있었으니 그 모습이 참으로 신비로웠다.

그것은 구름이 흩어 졌다가 사라지 듯 표홀하기 짝이 없는 목소리 로 리 세

에 무언가를 말하고자 하였고, 그것은 검은 공간에 위치한 보이지 않는 것을

타고 또 타고 와 진동의 형태로 리세의 몸에 다가갔다.

눕 □

진동이다.

거대한진동.

리세의 뇌를 울리고, 영혼을 자극하는 진동이다.

리세는목성의 눈을 마주한채 계속해서 진동에 끊임없이 몸을, 영혼을 떨

었다. 그리고 정신이 눈에 빨려 들어가고 한 점으로 응축되 어 그 본질을 꿰뚫

었다고 느낄때.

눕--------心

리세는 진동의 의미를 이해했다.

육신이 아닌 정신으로, 영혼이 아닌 마음으로.

그렇다.

오직 마음으로 그것을 받아들이고 이해했다.

그리고 그 뜻을 이해한 그 순간 폭죽처럼 그녀의 눈앞이 터져나갔다.

"아….’,

그것은 색채의 폭력이었다.

그녀가 어릴 적에 보았던 기모노 전시장에서 보았던 것보다도 더 곱고 아

름다운, 선명하고 반짝반짝 빛나는 색채가 사방으로 터져나갔다. 그것들은

하나같이 질서정연하게 퍼져나가며 오직 검은 공간뿐이었던 우주를 아름답

게 물들였고, 그 색 채 가 퍼 지고 퍼 지 며 그 자체 로 아름다운 예술이 되 었다.

이것을 무어라 해야 할까?

우주의 색채라고 해야 할까?

목성 역시 실이 풀리듯제 몸에 흐르던 줄무늬를색채에 녹여내었고, 연기

가 한숨에 흘러나가듯뿔뿔이 흩어지며 세상에 스며들기 시작했다.

오직 마지막까지 남은 것은 눈.

빙글빙글 돌고 흐르며 움직 이던 눈은 끝까지 리세를 마주 보며 그 고고함

을 드러내었고, 이윽고 사방에 퍼진 우주의 색채를 자신의 몸에 빨아들이며

수축, 한없이 수축하기 시작했다.

작아진다.

거대한 별의 눈은 태풍이 되었다.

태풍은 휘몰아치듯 움직이며 검은빛으로 환하게 빛나고, 빨아들이는 색

채로 사방에 나선형의 빛을 발한다. 빛이 반짝이며 그최후의 단말마를 외

친들 점과 함께 수축하고 한 점으로 응축되는 미래를 피하지 못한다.

작아진다.

점점, 작아진다.

태풍은 회오리가 되었다.

회 오리는 공이 되 었다.

공은 구슬이 되었다.

이윽고, 그것은 점이 되었고.

세 상에는 아무것도 남지 않았다.

오직 여백으로 표현할 수 있을 세상이 되 었다.

눕-----------!禳

하지만 여백은 채우기 위해 존재하는 것이니.

점은 오직 지금을 위해서 모든 것을 빨아들였다는 듯 영혼조차 물들일 환

한 빛으로 세상을 밝혔다. 폭탄처럼 터져나간 빛은 세상을 빛으로 가득 메

웠고,그것을 뒤 따라서 형상을 그려 내 기 시 작하였다.

"밴 껬,.

O •

뱀이었다.

무지개로 만들어진 뱀은 소용돌이를 그리며 그녀의 주변을 헤엄쳤고,

점차 속도를 빠르게 해서 이윽고 무지개의 잔상밖에 남지 않는 모습이 되었

다. 잔상밖에 남지 않은 무지개는 빛으로 이루어진 무지개처럼 만진다 한들

그 형상을 집을 수 없으며, 손으로 휘젓는다 한들 그 본질을 해치울 수 없으

니.

그 모습이 참으로 신 기루와 닮은 모습이 었다.

무지개는 세상을 물들이며 곳곳에 꽃을 피우기 시작했다.

물감이 하얀종이에 떨어지며 번져나가며 꽃의 형상을 그리듯, 무지개에

서 피 어난 제 각각의 총천연색의 색채는 꽃을 피우며 시 야를 물들였고, 그 형

상은 물감을 묻히고 종이를 접어 만든 작품처럼 반복되고 또 반복되며 원을

그리며 눈앞부터 시야를 벗어나는 온 세상을 물들였다.

그리고 피어나는 꽃이 그녀의 귓가에 진동으로 속삭였다.

『신이란무엇인가?』

『신앙이란무엇인가?』

『올바른 믿음이란무엇인가?』

『 맹목적인 것은 항상옳은 것인가?』

눕 기존에 모시던 것이 거짓임을 깨닫는다면? 禳

눕 의심이란 믿음의 반대에 있는 것인가? 禳

『 의심 끝에 도달한진실의 가치는? 禳

터져 나오는 진동은 질문했다.

그녀의 마음 깊숙이, 떠오르는무의식에 물었다.

우주의 색채 속에서 비행하며 존재하는 무의식은 오직 진동에 그 질문에

답할 수밖에 없었고, 그것은 오직 그녀 가 배우고 습득했던 것으로만 답할 수

있을뿐이다.

오직 배우고 습득한 것만을 답할 수 있는 것은 정신으로서 한계를 넘지 못

한 자에게 비롯된 너무나 당연한 한계 였으니,어쩔 수 없는 학습의 벽이 었다.

그녀는 뒤죽박죽 떠오르는 것을 순서도 없이, 두서도 없이 외쳤다.

그것은 차마 언 어 가 되 지 못한 것이 며 , 문장도 되 지 못하였고, 오직 단어 만

이 부유한 채 그 뜻으로 꽃을 물들이 려 할 뿐이 었다. 하지 만 꽃은 세상에 부

유하는 리 세 의 의 식 에 그대 로 묻고 또 물으며 전달할 뿐이 었다.

향기 가 바라지 않더 라도 코에 다가와 그 향긋함을 풍기듯, 꽃의 자극적 인

색채가굳이 보려 하지 않아도눈에 들어오는것처럼,그저 당연하게도그녀

의 귓가에 속삭일 뿐이다.

색 채는 흐르고 흐르며 목성의 눈과 같은 형태 를 이 루었다.

다만 피 어 난 꽃은 사라지 지 않았고, 세 상에 퍼져나간 무지 개의 빛깔 역시

사그라지 지 않았으니 흐르는 꽃은 리세를 스쳐 지나갈 때마다 제 각각의 질

문을 던질 뿐이 었다.

그것은 수행자에게 있어서는 참으로 바라마지 않던 문답이 될 것이요, 마

음을 수련하는데 중요한 양식이 되는 기연임이 분명했지만, 나이 어린 무녀

인 리세 에 겐 참으로 견디 기 힘든 것이었다.

그녀는쉴 새 없이 몰아치는 질문에 오직 대답만을 하였다.

문장이 되지 않으며, 짧게 끊어지며, 연관이 없어 보이는 단어들.

그 단어들은 쉴 새 없이 그녀의 몸과 함께 부유하며 그 의미가 빛이 되 어

섞여들었고, 단어와 단어가 연결되며 문장을 이루는 기적이 종종 일어날 뿐

계속해서 이어지는 속삭임은 끊임이 없었다.

그리고 어떤 빛이 꽃에 다다른 순간.

꽃은 만다라가 되 었다.

만다라는 색색으로 피 어나며 반복되는 색채로 그녀의 답을 긍정해주었

고, 영혼과 정신과 육신을 한데 잇는 거대한 진동으로 그 씨 앗을 심 어 그녀 가

꽃이 되게 해주었다.그리고꽃이 되어가는와중에 번개같이 다가온하얀실

이 묶이고 묶이며 그녀의 눈앞에 색채를 찢어발기며 무언가를 만들어냈으니

그 형상은 참으로 기기묘묘한, 하지만 분명하게 거대하고 존재감을 한껏

드러내 고 있는 별의 형태를 하고 있었다.

『깨어나라.』

그리고, 그녀는 색채의 배웅을 받으며 눈꺼풀을 닫고 어둠에 몸을 던졌다.

"우, 우우웨 엑!’,

리세는 깨어났다.

그리고 깨어나서 가장 먼저 한 것은 울부짖는 것도, 멍하니 여운을 감상하

는 것도 아닌 속에 있는 모든 것을 게워 내는 작업이 었다.

그녀는 무릎을 꿇고는 위장을 쥐어짜서 위액까지 밖으로 내뱉을 기세로

연신 토악질을 해 댔고, 그것은 한참이 나 이 어 졌다.

진성은 그녀 가 토악질을 끝마치 자 천천히 다가가 물었다.

"무엇을 보았느냐?"

리세는 진성을 올려다보며 멍한 표정으로 말했다.

"별, 별을 보았어요….’,

그 대답에 진성은슬쩍 미소를 지었다.

그리곤 리세와 눈을 마주하며 말했다.

"그것이 바로 네가모실 신이니라."

그 말을 들은 리세의 눈동자가 사정없이 떨렸다. 무언가를 생각하는지 눈

동자는 계속해서 흔들리고, 또 흔들렸으며 그녀의 얼굴에는 혼란이 가득했

다. 하지 만 그 혼란 속에 서도 깨어 나기 직 전 보았던 장엄한 풍경 이 계속해 서

떠오르는지 중간중간 현실에서 벗어난 듯한 표정을 지어 보였고, 그 부유감

가득한 표정은 점차 혼란 속에서 그 비중을 늘려 나갔다.

얼마 지나지 않아 그녀는 진성을 올려다보던 고개를 내리고, 천천히 몸을

일으켰다.

!..

....

그리곤 덩그러 니 놓여 있는 개 모양의 돌덩 이 에 다가가 그것을 한참이 나.

아주 오랫동안 그것을 보고, 또 보았다.

그렇게 신체(神體)가특이한 돌이 되고, 특이한 돌이 돌덩어리가 되며,

돌덩어리가 무가치한 것으로 변할때까지 그녀는 물끄러미 그것을 쳐다보기

만할뿐이었다.

이윽고 그 끝에 다다랐을 때, 그녀는 진성을 바라보며 무릎을 꿇었다.

그리곤 공손하게 절을 하며 말했다.

"저에게, 신사에 새로운신을 내려주십시오.’,

그 모습이란 참된 신앙을 가진 이의 모습과 같아서.

"모든것을 바치겠습니다.’,

그 모습이 참으로 보기 좋았다.

"그리하겠노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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