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8화 >괴이와 불청객의 차이
눕 오오오오오오오오옴쫘 □)-------禳
헤드폰에 서 들리는 소리는 목소리 라기 에는 한없이 늘어 지고, 소리 가 아
니 라고 하기 에는 뚜렷한 음과 진동이 느껴 지는 것이 었다. 목소리 는 한 호흡
에 했다고는 믿기지 않을 정도로 길고 일정하게 퍼져나가며 헤드폰을 끊임
없이 진동을 시켰으며, 오직 소리만으로 싸구려 헤드폰을 덜덜 떨리도록 진
동시키며 리세의 귀를 움직였다.
귀에서 비롯된 진동은 그대로 뇌를 향해 꽂혔고, 뇌에 다다른 진동은 향의
성분에 의해 취해버린 그녀의 뇌를 자극하며 신비스러운 풍경을 보여주었
다.
米 米 米
□
禳
리세는 자신이 무중력 상태에서 부유하고 있다고 느꼈다. 몸에 느껴지는
부유감은 우주복을 하나도 입지 않고 알몸으로 우주 한복판에 떨어져서 둥
둥 떠 다니는 것 같았고, 태 어나기 직전 양수에 휘감겨 몸을 웅크리고 있을 때
같다고도 느꼈으며, 죽어서 영혼이 빠져나간 채 구름 위를 비행하고 있는 것
같았다.
그녀의 육체는 한없이 가벼웠다.
깃털처럼 몸이 천천히 떨어지고 있었고,중력의 영향에서 한없이 벗어나고
벗어나 공기의 속박에서 벗어나허공에서 날아다니는것 같았다.
손가락 하나를 움직 이 면 차갑지도 뜨겁 지도 않은 무감(無感)의 물속을
휘 젓는 느낌 이 들었고, 등을 움직 이 자니 몸에 보이 지 않는 날개 가 몸을 받쳐
주며 하늘을 비행하는듯 한없이 자유롭고 해방된 기분이었다.
그리고 그 와중에 들리는 진동은 그녀의 부유감을 더더욱 가속했다.
길고 긴 진동의 소리.
심해로 가라앉은 채 밖에서 들리는 감미로운 음악을 들으면 이런 느낌일
까?
양수 속에서 가라앉은 채 태교로 틀어주는 소리를 듣는 것이 이런 느낌일
까?
그녀는 한없이 편안한, 동시에 무언가 그리운 듯한 느낌을 받았다.
그리고 마침내 길고 긴 진동이 끝나고, 다시 진동이 시작되 기 전의 짧디짧
은 휴지(休止)가 찾아왔을 때 그녀는 살그머니 눈을 떴다.
"히익!"
눈을 뜬 그녀는 눈을 보았다.
눈.
거대한, 인간으로서는 ■거대하다,라고 인지하는 정도에서 그칠 정도로 터
무니없이 거대한 무언가의 눈이 었다. 그것은 빙글빙글 돌면서 구(球) 형태의
몸체 곳곳을 누비고 다녔고, 구체에 새겨진 거대한 줄무늬들은 살아있기라
도한듯제각기 곡선이 직선이 되고, 직선이 곡선이 되어가며 계속해서 모습
을 바꿨다.
한없이 거대한 것.
동시에 그녀와똑같은 부유감을 품고 있고, 그녀의 몸보다도 가벼울 것 같
은 그것.
검디검은 공간에 서 있는 그것은 공기도 없이 오직 그 상태에서 홀로 부유
하며 거대한 눈으로 세상을 굽어보았고, 입이 없어 오직 진동으로만 자신의
존재를 표현하고 있었으니 그 모습이 참으로 신비로웠다.
그것은 구름이 흩어 졌다가 사라지 듯 표홀하기 짝이 없는 목소리 로 리 세
에 무언가를 말하고자 하였고, 그것은 검은 공간에 위치한 보이지 않는 것을
타고 또 타고 와 진동의 형태로 리세의 몸에 다가갔다.
눕 □
禳
진동이다.
거대한진동.
리세의 뇌를 울리고, 영혼을 자극하는 진동이다.
리세는목성의 눈을 마주한채 계속해서 진동에 끊임없이 몸을, 영혼을 떨
었다. 그리고 정신이 눈에 빨려 들어가고 한 점으로 응축되 어 그 본질을 꿰뚫
었다고 느낄때.
눕--------心
리세는 진동의 의미를 이해했다.
육신이 아닌 정신으로, 영혼이 아닌 마음으로.
그렇다.
오직 마음으로 그것을 받아들이고 이해했다.
그리고 그 뜻을 이해한 그 순간 폭죽처럼 그녀의 눈앞이 터져나갔다.
"아….’,
그것은 색채의 폭력이었다.
그녀가 어릴 적에 보았던 기모노 전시장에서 보았던 것보다도 더 곱고 아
름다운, 선명하고 반짝반짝 빛나는 색채가 사방으로 터져나갔다. 그것들은
하나같이 질서정연하게 퍼져나가며 오직 검은 공간뿐이었던 우주를 아름답
게 물들였고, 그 색 채 가 퍼 지고 퍼 지 며 그 자체 로 아름다운 예술이 되 었다.
이것을 무어라 해야 할까?
우주의 색채라고 해야 할까?
목성 역시 실이 풀리듯제 몸에 흐르던 줄무늬를색채에 녹여내었고, 연기
가 한숨에 흘러나가듯뿔뿔이 흩어지며 세상에 스며들기 시작했다.
오직 마지막까지 남은 것은 눈.
빙글빙글 돌고 흐르며 움직 이던 눈은 끝까지 리세를 마주 보며 그 고고함
을 드러내었고, 이윽고 사방에 퍼진 우주의 색채를 자신의 몸에 빨아들이며
수축, 한없이 수축하기 시작했다.
작아진다.
거대한 별의 눈은 태풍이 되었다.
태풍은 휘몰아치듯 움직이며 검은빛으로 환하게 빛나고, 빨아들이는 색
채로 사방에 나선형의 빛을 발한다. 빛이 반짝이며 그최후의 단말마를 외
친들 점과 함께 수축하고 한 점으로 응축되는 미래를 피하지 못한다.
작아진다.
점점, 작아진다.
태풍은 회오리가 되었다.
회 오리는 공이 되 었다.
공은 구슬이 되었다.
이윽고, 그것은 점이 되었고.
세 상에는 아무것도 남지 않았다.
오직 여백으로 표현할 수 있을 세상이 되 었다.
눕-----------!禳
하지만 여백은 채우기 위해 존재하는 것이니.
점은 오직 지금을 위해서 모든 것을 빨아들였다는 듯 영혼조차 물들일 환
한 빛으로 세상을 밝혔다. 폭탄처럼 터져나간 빛은 세상을 빛으로 가득 메
웠고,그것을 뒤 따라서 형상을 그려 내 기 시 작하였다.
"밴 껬,.
O •
뱀이었다.
무지개로 만들어진 뱀은 소용돌이를 그리며 그녀의 주변을 헤엄쳤고,
점차 속도를 빠르게 해서 이윽고 무지개의 잔상밖에 남지 않는 모습이 되었
다. 잔상밖에 남지 않은 무지개는 빛으로 이루어진 무지개처럼 만진다 한들
그 형상을 집을 수 없으며, 손으로 휘젓는다 한들 그 본질을 해치울 수 없으
니.
그 모습이 참으로 신 기루와 닮은 모습이 었다.
무지개는 세상을 물들이며 곳곳에 꽃을 피우기 시작했다.
물감이 하얀종이에 떨어지며 번져나가며 꽃의 형상을 그리듯, 무지개에
서 피 어난 제 각각의 총천연색의 색채는 꽃을 피우며 시 야를 물들였고, 그 형
상은 물감을 묻히고 종이를 접어 만든 작품처럼 반복되고 또 반복되며 원을
그리며 눈앞부터 시야를 벗어나는 온 세상을 물들였다.
그리고 피어나는 꽃이 그녀의 귓가에 진동으로 속삭였다.
『신이란무엇인가?』
『신앙이란무엇인가?』
『올바른 믿음이란무엇인가?』
『 맹목적인 것은 항상옳은 것인가?』
눕 기존에 모시던 것이 거짓임을 깨닫는다면? 禳
눕 의심이란 믿음의 반대에 있는 것인가? 禳
『 의심 끝에 도달한진실의 가치는? 禳
터져 나오는 진동은 질문했다.
그녀의 마음 깊숙이, 떠오르는무의식에 물었다.
우주의 색채 속에서 비행하며 존재하는 무의식은 오직 진동에 그 질문에
답할 수밖에 없었고, 그것은 오직 그녀 가 배우고 습득했던 것으로만 답할 수
있을뿐이다.
오직 배우고 습득한 것만을 답할 수 있는 것은 정신으로서 한계를 넘지 못
한 자에게 비롯된 너무나 당연한 한계 였으니,어쩔 수 없는 학습의 벽이 었다.
그녀는 뒤죽박죽 떠오르는 것을 순서도 없이, 두서도 없이 외쳤다.
그것은 차마 언 어 가 되 지 못한 것이 며 , 문장도 되 지 못하였고, 오직 단어 만
이 부유한 채 그 뜻으로 꽃을 물들이 려 할 뿐이 었다. 하지 만 꽃은 세상에 부
유하는 리 세 의 의 식 에 그대 로 묻고 또 물으며 전달할 뿐이 었다.
향기 가 바라지 않더 라도 코에 다가와 그 향긋함을 풍기듯, 꽃의 자극적 인
색채가굳이 보려 하지 않아도눈에 들어오는것처럼,그저 당연하게도그녀
의 귓가에 속삭일 뿐이다.
색 채는 흐르고 흐르며 목성의 눈과 같은 형태 를 이 루었다.
다만 피 어 난 꽃은 사라지 지 않았고, 세 상에 퍼져나간 무지 개의 빛깔 역시
사그라지 지 않았으니 흐르는 꽃은 리세를 스쳐 지나갈 때마다 제 각각의 질
문을 던질 뿐이 었다.
그것은 수행자에게 있어서는 참으로 바라마지 않던 문답이 될 것이요, 마
음을 수련하는데 중요한 양식이 되는 기연임이 분명했지만, 나이 어린 무녀
인 리세 에 겐 참으로 견디 기 힘든 것이었다.
그녀는쉴 새 없이 몰아치는 질문에 오직 대답만을 하였다.
문장이 되지 않으며, 짧게 끊어지며, 연관이 없어 보이는 단어들.
그 단어들은 쉴 새 없이 그녀의 몸과 함께 부유하며 그 의미가 빛이 되 어
섞여들었고, 단어와 단어가 연결되며 문장을 이루는 기적이 종종 일어날 뿐
계속해서 이어지는 속삭임은 끊임이 없었다.
그리고 어떤 빛이 꽃에 다다른 순간.
꽃은 만다라가 되 었다.
만다라는 색색으로 피 어나며 반복되는 색채로 그녀의 답을 긍정해주었
고, 영혼과 정신과 육신을 한데 잇는 거대한 진동으로 그 씨 앗을 심 어 그녀 가
꽃이 되게 해주었다.그리고꽃이 되어가는와중에 번개같이 다가온하얀실
이 묶이고 묶이며 그녀의 눈앞에 색채를 찢어발기며 무언가를 만들어냈으니
•
그 형상은 참으로 기기묘묘한, 하지만 분명하게 거대하고 존재감을 한껏
드러내 고 있는 별의 형태를 하고 있었다.
『깨어나라.』
그리고, 그녀는 색채의 배웅을 받으며 눈꺼풀을 닫고 어둠에 몸을 던졌다.
쬞 쬞 쬞
"우, 우우웨 엑!’,
리세는 깨어났다.
그리고 깨어나서 가장 먼저 한 것은 울부짖는 것도, 멍하니 여운을 감상하
는 것도 아닌 속에 있는 모든 것을 게워 내는 작업이 었다.
그녀는 무릎을 꿇고는 위장을 쥐어짜서 위액까지 밖으로 내뱉을 기세로
연신 토악질을 해 댔고, 그것은 한참이 나 이 어 졌다.
진성은 그녀 가 토악질을 끝마치 자 천천히 다가가 물었다.
"무엇을 보았느냐?"
리세는 진성을 올려다보며 멍한 표정으로 말했다.
"별, 별을 보았어요….’,
그 대답에 진성은슬쩍 미소를 지었다.
그리곤 리세와 눈을 마주하며 말했다.
"그것이 바로 네가모실 신이니라."
그 말을 들은 리세의 눈동자가 사정없이 떨렸다. 무언가를 생각하는지 눈
동자는 계속해서 흔들리고, 또 흔들렸으며 그녀의 얼굴에는 혼란이 가득했
다. 하지 만 그 혼란 속에 서도 깨어 나기 직 전 보았던 장엄한 풍경 이 계속해 서
떠오르는지 중간중간 현실에서 벗어난 듯한 표정을 지어 보였고, 그 부유감
가득한 표정은 점차 혼란 속에서 그 비중을 늘려 나갔다.
얼마 지나지 않아 그녀는 진성을 올려다보던 고개를 내리고, 천천히 몸을
일으켰다.
!..
....
그리곤 덩그러 니 놓여 있는 개 모양의 돌덩 이 에 다가가 그것을 한참이 나.
아주 오랫동안 그것을 보고, 또 보았다.
그렇게 신체(神體)가특이한 돌이 되고, 특이한 돌이 돌덩어리가 되며,
돌덩어리가 무가치한 것으로 변할때까지 그녀는 물끄러미 그것을 쳐다보기
만할뿐이었다.
이윽고 그 끝에 다다랐을 때, 그녀는 진성을 바라보며 무릎을 꿇었다.
그리곤 공손하게 절을 하며 말했다.
"저에게, 신사에 새로운신을 내려주십시오.’,
그 모습이란 참된 신앙을 가진 이의 모습과 같아서.
"모든것을 바치겠습니다.’,
그 모습이 참으로 보기 좋았다.
"그리하겠노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