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0. 흔들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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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0. 흔들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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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0. 흔들리다
2022.09.09.
기도의 날 이틀 전부터 고위 사제들이 신전 본관에 출입할 수 있었다.
서슴없이 신전 본관으로 들어온 키레타는 막 기도실에서 나오는 대신관을 발견하고 그를 불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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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신관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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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키레타, 지금 시간에 여긴 무슨 일이냐.”
키레타가 신전 본관에 왔을 줄은 몰랐던 대신관은 깜짝 놀라 눈을 휘둥그레 떴다.
고위 사제들이 신전 본관에 모이기로 약속한 시간이 아직 되지 않았다.
키레타는 험악하게 얼굴을 찡그린 채 성큼성큼 대신관에게 다가가더니 기도실을 들여다보려는 듯 몸을 살짝 기울였다.
대신관은 서둘러 키레타를 막아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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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슨 일로 온 거냐고 묻지 않았느냐.”
키레타가 멈칫하고 대신관을 천천히 바라보았다.
딱딱하게 굳은 대신관의 얼굴을 보고 있자니 키레타는 이상하게도 마음이 일그러지는 듯한 기분이 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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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여자가 기도실에 있는 거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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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키레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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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봤어요. 대신관님께서 그 여자와 함께 본관으로 가시는 것을요.”
키레타는 대신관의 눈을 똑바로 마주하며 말했다. 왜 그렇게까지 메이아를 감싸주려고 하는 건지 이해가 되지 않았다.
복잡한 감정으로 요동치는 키레타의 눈을 바라보던 대신관이 긴 한숨을 내뱉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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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키레타, 메이아 님을 너무 미워하지 말거라. 전부 이유가 있어서 그렇게 행동하신 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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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의 뜻을 거부했는데, 대체 어떤 이유여야 용납되나요?”
키레타는 터져 나올 것 같은 감정을 꾹 눌러내며 물었다.
하지만 대신관은 멈칫하더니 입을 다물었다. 그 모습이 키레타의 눈에는 메이아를 감싸주는 거로 보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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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래서 결국, 축복의 의식은 없던 일로 하실 건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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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키레타, 신의 뜻이 우선이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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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
그 말을 듣는 순간 키레타는 헛웃음을 터트릴 수밖에 없었다. 신탁이야말로 진정한 신의 뜻이라 여겨왔다.
대신관 역시 이를 잘 알고 있을 것이다. 누구보다 신에 대한 믿음이 강하고 신념이 올곧은 사람이니까.
그런데, 고작 저 여자의 말 한마디에 흔들릴 줄이야.
도무지 이해할 수 없는 대신관의 태도에 키레타의 표정이 뒤틀렸다.
이 정도쯤 되니 대체 메이아가 어떤 달콤한 말로 대신관을 회유했는지 궁금할 지경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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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가 그 여자와 얘기해 봐야겠어요.”
키레타는 자신을 막고 있는 대신관을 스쳐 지나가려고 했다.
하지만 대신관이 키레타를 붙잡았다. 기도실에서 메이아가 테리투스와 대화를 나누고 있는 탓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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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놓아주세요.”
계속해서 자신을 막는 대신관의 행동에 결국 키레타의 언성이 높아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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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신관님!”
지나치게 감정적인 키레타를 보며 대신관은 긴 한숨을 내뱉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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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선 감정을 가라앉히는 게 좋겠구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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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신관님께서는 지금 저 불순한 여자한테 속고 있는 거라고요! 저 여자는 옛날부터 그랬어요. 무례하고 법도를 어기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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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키레타!”
결국, 대신관이 호통이 떨어졌다. 처음 듣는 대신관의 호령과 엄한 표정에 키레타의 행동이 뚝 멎었다.
키레타는 떨리는 눈으로 대신관을 마주하며 입술을 잘근 깨물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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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제 폐하께서도 지금 일을 알면 가만히 계실 것 같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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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데미안이 죽으면 녹스도 함께 사라질 거라니. 이걸 잘된 일이라고 해야 할지 모르겠다.
데미안은 델카인을 납치했고 나와 라크하, 그리고 아이샤도 습격한 사람이다. 그러니, 충분히 벌을 받아야 마땅한 사람이었다.
하지만 어느 한 사람은 죽어야 된다는 사실을 알자 마음이 불편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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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니야. 데미안은 녹스까지 소환해서 여러 사람을 죽인 장본인인걸.’
나는 고개를 내저으며 괜한 동정심을 떨쳐냈다. 그리고 판단은 내 몫이 아니었다. 일단 데미안을 찾아내는 게 우선이기도 했고.
테리투스와 대화를 끝낸 내가 제단에서 천천히 내려오던 때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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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뭐지?’
기도실 밖이 소란스러웠다. 얼핏 대신관의 목소리와 다른 여자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대신관 외에 다른 사람들에게 내가 여기 있다는 걸 들켰다간 일이 커질 수도 있으니 나는 섣불리 나가지 않고 문 뒤로 숨었다.
그러자 기도실 밖에서 나누는 대화 소리가 선명하게 들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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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키레타, 황제 폐하께는 내가 잘 말씀드릴 것이다.”
대신관과 대화를 나누던 여자가 키레타라는 건 금세 알아챌 수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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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럼 왜 사람들의 눈을 피해서 저 여자와 함께 이곳에 온 거죠? 결국, 지금 일을 황제 폐하께도 숨기려고 하신 거 아닌가요?”
이어서 들려오는 키레타의 말에 심장이 철렁 아래로 내려앉았다. 키레타가 사람들의 눈을 피해서 내가 신전 본관에 온 걸 알고 있다는 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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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스락거리던 게 수풀이 바람에 스치던 소리가 아니었다는 거야?’
키레타가 그곳에서 나와 대신관이 한 대화를 들었다고 생각하니 눈앞이 아찔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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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거 상황이 생각보다 꼬이는 것 같은데…….’
다른 고위 사제였어도 곤란한데 하필 유독 나를 싫어하는 키레타의 눈에 띌 줄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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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키레타, 여기서 할 대화는 아닌 것 같구나. 내 서재에서 기다리고 있거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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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 당장 대답해주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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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이상 따르지 않고 더 고집을 부린다면, 내 신의를 져 버리게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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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잠시 침묵이 흐르더니 이내 뚜벅뚜벅 멀어지는 발걸음 소리가 들려왔다.
발걸음 소리가 완전히 사라지고 나서야 나는 기도실 밖으로 고개를 내밀었다.
복도에 홀로 남아 있는 대신관의 표정이 굉장히 어두웠다. 깊은 한숨을 내뱉는 대신관을 보고 있자니 괜히 내가 더 마음이 안 좋았다.
나는 조심스럽게 대신관을 불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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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신관님.”
내 부름에 대신관은 언제 그랬냐는 듯 상냥하게 웃으며 뒤돌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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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 메이아 님. 얘기가 끝나셨습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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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네, 그런데…… 얼른 따라가 봐야 하시지 않을까요?”
내 물음에 대신관이 멈칫하더니 내게 허리를 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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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들으셨군요. 키레타의 언행에 대해서는 제가 대신 사과드리겠습니다. 원래 저런 아이가 아닌데 메이아 님과 관련된 일에 대해서는 유독 예민하군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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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신관님께서 사과하실 일은 아니에요. 저는 괜찮으니, 얼른 키레타 님을 따라가 보세요.”
대신관에게 사과를 받으려고 꺼낸 얘기는 아니었다. 이러다가 키레타가 황제를 찾아가기라도 한다면 무척 곤란했다.
키네스에게 조금이라도 트집잡혔다가 무슨 일이 생길지도 모르니까.
대신관은 내게 한 번 더 허리를 숙여 인사를 한 후에야 먼저 가 보겠다며 자리를 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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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괜찮겠지?’
멀어지는 대신관의 뒷모습을 보며 걱정이 되는 건 어쩔 수 없었다.
***
대신관과 왔던 길을 따라 밖으로 나온 나는 긴 한숨을 내뱉었다. 레이나와 신전에 있는 광장에서 만나기로 했는데 사람들로 무척이나 붐볐다.
기도의 날이 다가오면서 신전을 방문한 사람들이 더욱 많아진 듯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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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뭐든 쉽게 되는 일이 없네.’
여기서 레이나를 찾아낼 수 있으려나 모르겠다. 그나마 위안이 되는 점은 레이나가 여주인공 버프로 눈에 띄지 않을까 하는 정도이려나.
그래, 마치 저기 사람들 사이에서도 독보적으로 빛나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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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레이나?”
레이나로 추정되는 붉은 머리의 여자가 벤치에 앉아 있었다.
아직 약속 시간도 되지 않았는데? 나는 서둘러 벤치 근처로 다가가 보았다.
놀랍게도 정말 레이나였다. 레이나도 나를 발견한 건지 활짝 웃으며 벤치에서 일어나더니 내게 뛰어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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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메이아 님! 초대해 주셔…… 아니, 이게 무슨 우연이래요! 여기서 메이아 님을 만나게 될 줄은 몰랐어요!”
레이나에게 보냈던 편지에 추신으로, 내 초대로 왔다는 게 알려지면 너무 주목을 받을 것 같으니 우연히 만난 척 해달라고 했지만…….
과장스러운 레이나의 환영 인사에 내가 더 멋쩍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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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레이나 님, 그렇게까지 하지 않으셔도 돼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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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머, 그런가요?”
레이나가 어색하게 웃으며 볼을 긁적였다.
그나저나 이러면 시간이 붕 뜨는데…… 리타에게 내 방으로 식사를 준비해달라고 부탁했던 시간까지는 아직 많이 남아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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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럼 일찍 오신 김에 신전을 둘러볼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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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네, 좋아요.”
레이나는 활짝 웃으며 내 옆에 서서 걸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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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직 약속 시간도 안 됐는데 왜 이렇게 일찍 오셨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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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얼른 메이아 님을 보고 싶었는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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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래도 혼자 기다리시기엔 지루하잖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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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뇨, 지루하긴요. 사실 이것도 조금 늦은 거예요. 더 일찍 와서 먼저 신전을 둘러보려고 했는데, 이른 아침부터 아인티아 공작님께서 방문하셔서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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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렇군요.”
습관적으로 고개를 끄덕이며 대답하던 나는 뒤늦게 흠칫하며 되물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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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네? 라크하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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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네, 갑작스럽게 방문하셔서 조금 당황스러웠어요. 저를 찾으시더니…….”
내 질문에 답하던 레이나가 갑자기 어딘가를 보고 말을 멈추더니 당황한 얼굴로 내 어깨를 가볍게 두드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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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헉, 저분은 황제 폐하가 아니신가요?”
신전 본관의 정문과 이어진 계단 쪽에서 키네스가 고위 사제들과 함께 서 있었다. 다행히 키레타는 없었다.
눈앞의 키네스와 상관없이, 라크하가 레이나를 찾아간 이유가 더 궁금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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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라크하가 찾아오더니 무어라 하던가요?”
하지만 애석하게도 레이나는 이미 나와의 대화에 전혀 집중하지 않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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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 황제 폐하께서 이쪽으로 오시는 것 같아요.”
뭐? 나는 고개를 돌려 다시 키네스 쪽을 바라보았다. 레이나의 말대로 키네스가 우리에게 다가오고 있었다.
순식간에 우리 곁으로 다가온 키네스를 향해 레이나가 허리를 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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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제 폐하를 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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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레이나 양은 신전에 어쩐 일이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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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 기도의 날이 다가와서 방문했다가 메이아 님과 우연히 만났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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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연히 만났다라…….”
레이나가 키네스와 대화를 하고 있는 와중에도 내 머릿속은 여전히 라크하에 대한 생각으로 혼란스러웠다.
라크하가 레이나를 찾아갈 일이 있나? 혹은 원작에서 나오지 않았던 내용인 건가?
그것도 아니라면……. 내가 곁에 없어서 다시 라크하와 레이나의 사이가 원작대로 흘러가는 건가?
괜히 이상한 생각까지 들어 불안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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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폐하, 곧 정화 작업을 진행할 예정입니다만, 동행하시지 않겠습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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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폐하께서도 함께해 주신다면, 분명 더욱 성스러운 기도의 날을 맞이할 수 있을 겁니다.”
곧이어 들려오는 고위 사제들의 목소리에 정신이 번뜩 들었다. 키네스는 고민하는 듯 턱을 매만지고 있었다.
대신관에게 들은 바에 의하면 정화 작업은 저녁까지 한다고 했었다. 그런 상황에서 키네스를 이대로 보낼 수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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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라크하에 대해선 나중에 레이나에게 물어보면 되는 일이야.’
지금은 키네스를 붙잡는 게 우선이었다. 어떻게 키네스를 붙잡아야 할지 머리를 굴려보려던 때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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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쉽게도 메이아 양과 선약이 있어서 지금은 무리일 것 같군. 정화 작업은 저녁 늦게까지 하지 않나? 그때 참여하도록 하지.”
내가 말릴 필요도 없이 키네스는 알아서 고위 사제들의 제안을 거절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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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 그렇군요. 예, 알겠습니다.”
고위 사제들은 나를 흘겨보더니 물러났다. 그들의 눈빛은 달갑지 않지만, 상황은 내게 유리하게 흘러가고 있었다.
나와 키네스가 잡은 티타임 약속까지는 아직 시간이 남아 있었다. 하지만 키네스는 굳이 나와 한 약속을 언급하면서 고위 사제들을 물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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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결국, 지금 시간이 비어 있다는 거잖아?’
이참에 계획을 앞당기는 것도 나쁘지 않을 것 같았다.
이제 본격적으로 레이나와 키네스를 이어줄 시간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