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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2. 목줄이 풀린 강아지 (52/136)


52. 목줄이 풀린 강아지
2022.04.29.


멍하니 샤론이라는 여자를 지켜보고 있던 때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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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쩜 이런 인연이! 그때 그 쌍둥이 어머님 맞으시죠?”

뒤에서 불쑥 들려온 익숙한 목소리에 정신이 번뜩 들었다.

이곳에서 나를 쌍둥이 어머님이라고 부를 사람은 단 한 명뿐이었다.

일순간 수많은 생각이 머릿속을 비집고 들어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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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치미를 뗄까? 도망갈까?’

하지만 나는 이내 두 가지 선택지를 모두 쓰레기통으로 넣을 수밖에 없었다.

앞서갔던 아이샤가 내 곁으로 온 것이었다.

아이샤는 눈을 부릅뜨더니 레이나를 가리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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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 넌 그때 재수 없…… 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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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하, 반가워요. 여기서 뵙네요.”

서둘러 아이샤의 입을 막은 나는 레이나를 향해 멋쩍게 웃으며 인사를 건넸다.

그리고 아이샤를 따라 곁으로 온 델카인에게 도움의 눈빛을 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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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눈빛을 찰떡같이 알아들은 델카인이 고개를 끄덕이더니 아이샤를 맡아주었다.

하지만 전에 있었던 일 때문일까.

레이나를 보는 눈빛이 영 시원치만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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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쌍둥이들이 레이나에게 반감을 갖는 건 어쩔 수 없는 건가?’

원작에서도 쌍둥이들은 레이나를 싫어했으니까.

쌍둥이들의 눈빛이 거슬릴 만도 한데, 레이나는 크게 무어라 하지 않았다.

그저 나만 끈질기게 바라볼 뿐이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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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역시, 그때 그분이 맞군요! 그러고 보니 저희 제대로 된 인사를 못 했던 것 같네요. 저는 아드리엔 남작가의 레이나라고 해요. 그쪽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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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는…… 메미르라고 해요. 그리고 아인티아 공작가의 시터예요.”

나는 내 이름을 얘기할 때 잠시 망설였다가 혹시 모르니 가명을 말했다.

그러면서 시터라는 사실을 강조하는 것도 잊지 않았다.

내 소개에 레이나는 당황한 듯 입을 살짝 가리더니 내게 사과를 건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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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머, 죄송해요. 제가 실수를 했네요. 어쩐지 너무 젊으시다 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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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괜찮아요.”

나는 더 이상 묻지도 따지지도 않고 그녀의 사과를 받아주었다.

어차피 레이나와 오래 말을 섞어봤자 좋은 점은 없으니까.

빠르게 대화를 끝낼 생각이었다.

하지만 그런 내 속도 모르고 레이나는 환한 미소를 지으며 좋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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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쩜 이렇게 마음씨가 고우신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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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윽, 양심이 찔린다. 나는 멋쩍게 웃으며 시선을 피했다.

이만 오해도 풀었겠다, 자리를 피하려던 순간이었다.

하지만 레이나는 나와 하고 싶은 얘기가 있는 건지 계속해서 말을 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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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나저나 메미르 님이라도 계시니 마음이 놓이네요. 뒤늦게 초대를 받은 데다가 이제 막 도착해서 겨우 분위기에 적응하고 있던 참이었거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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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 그렇군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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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네, 사실 제가 왜 초대됐는지도 모르겠어요.”

레이나가 내게 몸을 살짝 숙이며 작게 속삭였다.

그럴 만도 했다. 탄신 연회는 영향력 있고 어느 정도 이름이 난 가문만이 참석할 수 있는 큰 연회였으니까.

그럼에도 키네스가 레이나를 초대한 이유는 '잠을 재울 수 있는 여인'이라는 특이한 소문 때문이었다.

다행히 그 부분만큼은 원작대로 흘러가고 있는 듯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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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대로라면 키네스와 레이나의 러브라인은 무사히 이루어지겠구나!'

나는 속으로 기분 좋게 웃으며 레이나에게 화답해 주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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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대될 만한 이유가 있으셨을 거예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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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정하시기까지!”

그렇게 또 한 번 내 양심에 위기가 찾아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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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렇게 다정하신 분이셨을 줄이야. 아는 사람이 없어서 울적했는데 정말 다행이에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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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도 그래서 그냥 아이들에게만 붙어 있으려고요.”

아이들이랑 있을 테니 이만 가달라고 돌려서 한 말이었다.

이 정도면 레이나도 알아들을 것이었다. 아무래도 레이나가 눈치가 없는 편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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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머나! 그럼 저도 함께 있어도 될까요?”

눈치가 없었던가? 양심상 단호하게 말하지 않으려고 했는데, 이렇게 된 이상 어쩔 수 없었다.

나는 눈을 반짝이며 나를 바라보고 있는 레이나를 보며 고개를 내저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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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죄송해요. 아이들이 낯을 많이 가려서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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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

레이나가 눈꼬리를 툭 떨구며 슬픈 표정을 지었다.

그 표정이 어찌나 애처롭고 아련한지. 하마터면 레이나를 붙잡고 내가 말실수를 했다며 외칠 뻔했다.

나는 애써 모른 척 외면하며 레이나를 마주했다.

하지만 레이나는 전에도 그랬듯이 쉽게 포기를 하는 여인은 아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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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신 다음에 메미르 님을 따로 초대해도 될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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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네…… 아니, 초대요?”

무심코 답하던 나는 눈을 동그랗게 뜬 채 되물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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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를 왜 초대해?'

당황한 나와 달리 레이나는 방긋 웃으며 고개를 세차게 끄덕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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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네, 메미르 님과 친해지고 싶어요!”

이건 대체 무슨 상황인 걸까. 갑작스러운 전개에 머리가 굴러가지 않았다.

얼빠진 나와 달리 레이나는 잔뜩 상기된 얼굴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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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 본모습을 보고도 거리낌 없이 대해주신 분은 메미르 님이 처음이거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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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본모습이라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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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먹을 휘두르는 모습이요.”

나도 모르게 몸이 흠칫 떨렸다. 레이나가 주먹을 휘두르는 악몽이 떠오른 탓이었다.

레이나가 내 두 손을 덥석 잡더니 태양같이 빛나는 금빛 눈동자를 접어 웃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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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들 교양 없다며 저를 손가락질하면서 험담을 했었는데 메미르 님만은 달랐어요.”

가만히 레이나의 말을 듣고 있자니 떠오르는 게 있었다.

그러고 보니 원작 속에선 레이나의 친구가 없었던 것 같다.

죄다 그녀를 견제하는 여인이나 악녀뿐이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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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머, 이게 누구죠.”

그래, 저렇게 악독한 말투로 말을 거는…… 응?

나는 눈을 동그랗게 뜬 채 목소리가 들려온 쪽을 돌아보았다.

웨이브 진 금발 머리 여인이 나와 레이나 사이에 서더니 입꼬리를 말아당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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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런 자리에서 레이나 양을 볼 거라곤 생각도 못 했는데 신기하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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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레스타 님.”

레이나의 입에서 나온 익숙한 이름에 나는 고개를 살짝 기울였다.

그러는 사이에도 미레스타와 레이나의 대화는 계속 이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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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탄신 연회에 그런 드레스를 입고 오다니. 남작 가문이라지만 너무 촌스러우신 거 아닌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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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는 제 주제에 맞는 옷을 입은 것뿐이니 신경 쓰지 말아 주세요.”

명백한 도발이었으나 레이나는 조금의 동요도 없었다. 오히려 동요를 보인 쪽은 미레스타였다.

그녀는 레이나의 발언이 마음에 들지 않는 듯 눈썹을 슬쩍 치켜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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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 되겠네요. 제가 가르쳐드리겠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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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실 필요 없으니 이만 가주시겠어요? 제가 지금 메미르 님과 중요한 대화를 나누던 중이었거든요.”

레이나가 내 옆에 붙으며 단호하게 거절하자 미레스타의 눈빛이 살벌해졌다.

그런데 그 눈빛이 향한 곳은 레이나가 아닌 나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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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왜 날 그렇게 쳐다보는 거야?’

시비를 걸 땐 언제고 누가 보면 나와 레이나 사이를 질투하기라도 하는 줄…… 잠깐.

그 순간 내 머릿속에 떠오른 사람이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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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설마 미레스타 로피리테……?”

내가 무심코 중얼거린 말을 들었는지 미레스타가 눈가를 좁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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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뭐죠?”

정말 저 여자가 미레스타라고? 늘 레이나한테 시비를 걸면서 은근슬쩍 다 챙겨주던 그 츤데레 악녀?

엄격한 귀족 사회의 예절을 깨우치는 것에 바빠 억압된 삶을 살아왔던 미레스타는 당차고 자유롭게 행동하는 레이나의 삶을 동경했다.

물론 겉으로 티를 내는 게 익숙하지 않아 다른 방법으로 표출하곤 했지만.

그러다 보니 욕도 많이 먹고 나름 인기도 있었던 조연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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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와, 진짜 신기해.’

주인공들에 이어서 내가 알고 있는 조연까지 실제로 만나보게 될 줄이야.

내가 눈을 반짝이며 미레스타를 바라보자 레이나가 살짝 앞을 막아섰다.

그러자 미레스타가 눈을 더욱 매섭게 뜨더니 부채로 나를 가리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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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쪽이 아인티아 시터인 메미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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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 네. 반가워요.”

내 인사에 미레스타가 눈살을 살짝 구겼다. 아무래도 나에 대해 어느 정도 알고 있는 듯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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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뭐, 이 정도면 양반이지.’

일전에 티테스 백작 부인은 대놓고 내 속을 긁어댔으니 말이다.

이 정도는 고양이 솜 방망이질이나 다름없었다.

하지만 제 얘기에도 크게 반응을 보이지 않던 레이나가 별안간 험악하게 얼굴을 구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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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왜 메미르 님을 그런 눈으로 쳐다보시는 거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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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슨 말씀이신지 모르겠네요.”

아이고, 레이나야. 이마를 짚으며 레이나를 지켜보던 것도 잠시였다.

가만히 두 사람의 싸움을 보고만 있을 때가 아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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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 도망치자.’

이 상황을 모면하는 게 우선순위였다.

점점 이쪽으로 눈길이 쏠리고 있기도 했고, 아이샤의 눈빛도 살벌해지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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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를 감싸주고 있는 와중에 미꾸라지처럼 빠져나가는 게 미안하긴 하지만.’

대신 다음에 레이나가 개인적으로 초대를 하면 한 번쯤은 응해주든가 해야겠다.

하지만 모든 건 내 계획대로 흘러가지 않았다.

무시무시한 눈으로 미레스타를 쏘아보던 아이샤가 델카인의 손을 물고 만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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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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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너는 오늘 잘못 걸렸어!”

델카인이 놓자마자 아이샤는 목줄이 풀린 강아지처럼 미레스타를 향해 뛰어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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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샤!”

아이샤를 잡으려고 했으나 내 손은 아이샤가 아닌 공기를 움켜잡았다.

안 돼! 곧 벌어질 일에 눈앞이 캄캄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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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 제가 잡았어요!”

그때 레이나가 발 빠르게 아이샤를 잡아챘다.

아이샤가 레이나의 품에 안긴 채 버둥거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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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거 놔! 이 재수 없는 여자야! 저 부채 괴물이 우리 언니를 기분 나쁘게 쳐다봤다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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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으, 애가 뭐 이리 힘이 센 거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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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 저한테 넘겨주세요!”

버거워하는 레이나를 향해 다급히 손을 뻗은 그 순간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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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놓…… 음냐.”

버둥거리던 발길질이 점차 느려지더니 아이샤가 툭 고개를 떨궜다.

설마 잠을 재우는 능력을 쓴 거야? 당황해서 나는 굳은 채 레이나를 바라보았다.

댕, 댕, 댕.

때마침 거짓말처럼 큰 종소리가 울렸다. 그리고 큰 목소리가 연회장에 가득 울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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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국의 태양 황제 폐하께서 납시오!”

 

***

황제의 등장으로 모두의 시선이 연회장 입구로 쏠린 틈을 타 세 사람은 서둘러 걸음을 옮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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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형수님, 미안해. 내가 아이샤를 잘 잡고 있었어야 했는데…….”

메이아의 손을 잡은 델카인이 시선을 아래로 떨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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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괜찮아. 어쩔 수 없는 상황이었잖아.”

메이아는 델카인의 머리를 쓰다듬어주며 뒤를 돌아보았다.

뒤에 있던 레이나는 메이아와 눈이 마주치자 어색하게 웃었다.

레이나는 메이아가 무척 마음에 들었다. 자신의 실수도 눈감고 넘어가 줬을뿐더러 편견이 없는 사람처럼 보였으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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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샤를 잡아줘서 고마워요. 이제 제가 아이샤를 안아들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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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

메이아는 일부러 레이나의 능력에 대해 캐묻지 않고 딱 용건만 말했다.

하지만 레이나는 메이아의 배려라고 오해를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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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곤란해 하는 걸 알고 능력에 대해 언급조차 하지 않으시다니.’

그렇게 레이나는 메이아에게 또 한 번 감동을 받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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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레이나 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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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네, 네! 잠시만요!”

넋을 놓고 있던 레이나는 뒤늦게 정신을 차리고 메이아에게 가까이 다가갔다.

그런 다음 아이샤를 넘겨주려던 찰나였다.

툭.

술에 취한 것 같은 시종이 레이나를 치고 지나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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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죄, 죄송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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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

그 순간, 레이나의 품에 안겨 있던 아이샤가 외마디 비명을 지르며 눈을 번쩍 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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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버, 벌써 깰 리가 없는데!’

레이나는 당황한 나머지 다시 능력을 썼다.

그러자 아이샤의 눈이 다시금 감겼다.

깜짝 놀란 메이아가 눈을 크게 뜬 채 쳐다보자 레이나가 멋쩍게 웃으며 말을 돌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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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 그러고 보니 휴게실이 있는데 제가 거기까지 같이 가드릴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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