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4. 후회해도 소용없어2022.02.25.
아인티아 공작저로 돌아오자마자 나는 쓰러지듯 침대에 누웠다. 온종일 밖으로 나다니는 쌍둥이들을 통제하고 다니기란 쉽지 않았다. 이를 우려해서 라크하가 나를 따라 나온 게 아닐까?
“으으, 죽겠네.”
가만히 누워 있는데도 발바닥과 종아리가 욱신거렸다.
“이대로 잠이나 잘까…….”
몸도, 정신도, 마음도. 모든 게 지치는 하루였다. 그래서인지 얕은 잠에 빠져드는 건 순식간이었다. 하지만 그것도 잠시, 레이나의 얼굴이 아른거린다 싶더니…….
-한 방에 나락으로!
“으억!”
바르르, 나는 경련을 일으키며 잠에서 깨어났다. 심장이 금방이라도 밖으로 튀어나올 듯이 세차게 뛰었다.
“아으…….”
나는 두 손으로 얼굴을 가리며 긴 한숨을 뱉어냈다. 오늘 밤은 아무 생각 없이 잠들 수 있나 했더니, 역시나 불가능한 일이었다.
‘꿈에서 주먹을 휘두르는 레이나가 나올 줄이야.’
사실, '한 방에 나락으로'는 레이나가 독자들에게 사이다를 안겨준 명대사였다. 키네스의 탄신 연회가 있던 날. 레이나가 치근덕댔던 남자에게 주먹을 휘둘렀을 때 말이다.
“분명 사이다였는데…….”
직접 보니 자못 아찔했다. 단 한 치의 망설임도 없이 머리에 주먹을 내리꽂는 과감함이란. 내가 다 머리가 얼얼한 기분이다.
‘원치 않았던 만남이라 더 감정이 안 좋은 탓도 있겠지.’
나는 다시 눈을 질끈 감았다. 일단 오늘은 푹 쉬어야 할 것 같았다. 라크하도 오늘 하루 동안은 걱정 말고 쉬라고 했고. 만약 문제가 생기더라도, 컨디션이 좋아야 도망칠 수 있을 테니까. 하지만 화들짝 놀라며 깬 탓일까.
“잠이 안 와…….”
엎친 데 덮친 격으로 생각은 꼬리를 물고 물었다.
'그러고 보니 키네스의 탄신일은 언제였더라.'
키네스의 탄신 연회야말로 모든 일의 시발점이었다. 소설 속 주연과 조연들이 제대로 얽히기 시작하는, 그러니까…… 원작의 시작과도 같았다.
‘만약 원작이 시작됐을 때 내가 라크하와 레이나의 만남을 막을 수 있을까?’
그나마 라크하가 탄신 연회 때부터 등장하진 않아 다행이었다. 하지만 완전히 마음을 놓자니 걸리는 점이 있었다. 이미 내가 원작을 흔들어 놓은 데다가, 오늘만 해도 레이나와 라크하의 만남은 우연찮게 일어났으니까.
“하…….”
나는 길게 한숨을 내쉬며 이불을 머리끝까지 끌어올렸다. 마음이 착잡했다. 뜻대로 풀리지 않는 인생에. 내 인생이 남의 손에 의해 결정지어진다는 사실에. *** 입안이 바짝 마를 정도로 싸늘하고 사나운 라크하의 기세에 시롬이 식은땀을 흘렸다. 라크하의 보좌관으로 일하면서 지금처럼 절실히 그만두고 싶을 때가 없었다. 황궁의 인장이 찍힌 편지 봉투를 잡고 있는 라크하의 손등 위로 핏줄이 불거졌다.
“그냥 죽여버리고 싶군.”
“……누구를 말입니까?”
“황제.”
시롬의 입술이 스르르 벌어졌다. 메이아가 저택에 온 뒤로 무자비한 모습이 줄었다고 생각했는데 아니었다. 시롬이 아연실색하며 외쳤다.
“바, 반역입니다!”
“그래서 황제를 죽이는 대신 내 성질을 죽이고 있지 않나.”
라크하는 편지봉투를 업무 책상 위로 툭 던졌다. 뜯어서 내용을 확인해 볼 필요도 없었다. 일전에 그가 받았던 것과 같았으니까.
‘메이아에게 탄신 연회 초대장을 보낸다고?’
속내가 뻔히 보였다. 탄신 연회 같은 공식적인 자리에서 메이아가 신의 딸임을 밝혀 그대로 옭아버릴 심산인 게 틀림없었다. 심지어 직접 황궁의 보좌관을 시켜 보내지 않았던가. 받지 못했다는 변명의 여지를 차단하겠다는 의미였다. 하지만 라크하는 순순히 황제에게 메이아를 빼앗길 생각은 없었다. 제가 먼저 발견했고 먼저 마음에 둔 사람이었다. 그녀가 있을 곳은 황제의 곁이 아닌 제 곁이었다.
“……이대로 가만히 있을 수는 없지.”
라크하가 입술 끝을 비쭉 말아 올렸다. 황제가 어떤 수를 써서 메이아를 데려가려고 하든 평화적인 방법으로 잡아둘 수 있는 방법이 한 가지 있긴 했다.
“약혼 서약서 한 부를 꺼내 와.”
“갑자기 약혼 서약서는 왜 필요하신 겁니까?”
시롬은 도무지 라크하가 어떤 생각을 하고 있는지 이해할 수가 없었다.
“사제와 약혼 서약서를 쓸 거다.”
“예?!”
시롬의 눈이 밖으로 튀어나올 것처럼 커다래졌다.
“메이아를 데려가려 하는 황제를 막기엔 이보다 완벽한 대처 방법은 없지.”
“무슨 소리인지는 알겠습니다만 시터님께서…… 받아들이실까요?”
물론 최근에 저택에서 라크하와 메이아의 관계에 대한 묘한 소문이 돌고 있긴 했다. 하지만 시롬이 보기엔 메이아는 라크하를 피하고 싶어 하는 것 같았다. 메이아가 약혼 대신 다른 방법을 더 생각해 볼 수 없냐는 식으로 나올 가능성이 컸다.
“그저 임시방편일 뿐인데 안 받아들일 이유가 있나?”
“예예, 없지요!”
하지만 어쩐지 심기가 나빠 보이는 모습에 시롬은 말을 아꼈다. 차라리 시키는 대로 하는 게 나을지도. 시롬은 작게 한숨을 내쉬며 책장에서 약혼 서약서 한 부를 꺼내 왔다.
“……여기 있습니다.”
“사인을 해서 황궁에다 제출하면 되는군.”
“네, 그렇긴 한데…….”
시롬은 라크하의 눈치를 슬쩍 보았다.
“정말 허울뿐인 약혼 서약서인 겁니까?”
“그래, 그럼 뭐겠나. 사인만 하면 해결될 일이니까.”
시롬은 인상을 찡그렸다. 대답과 달리 약혼 서약서를 바라보는 라크하의 표정은 들떠 있었다. 영락없이 프러포즈를 하기 전 설레하는 남자의 얼굴이었다.
애석하게도 본인은 자각하지 못하고 있는 것 같지만.
‘그런 공작님께서 만에 하나 거절당하신다면?’
오늘처럼 어마무시한 기세를 내뿜는 라크하와 며칠 동안 일을 하게 될 게 뻔했다. 생각만 해도 소름이 오싹 돋았다. 살얼음판을 걷는 듯한 기분은 오늘만으로도 족했다. 시롬이 라크하의 눈치를 보며 조심스레 말을 꺼냈다.
“공작님, 그래도 공식적으로 약혼자가 될 사이인데 형식은 지키는 게 어떨까요?”
“형식이라고?”
“네, 이를테면 꽃과 반지라든지요.”
“꽃과 반지라…….”
그럴듯한 시롬의 제안에 라크하가 턱을 매만지며 고민에 잠겼다. 그냥 약혼 서약서를 내미는 것보단 꽃과 반지를 주면 메이아가 좋아할 것 같긴 했다. 하지만 시간이 촉박했다.
“내일 당장 사인을 받아서 황궁에 보내야 하는데 꽃과 반지는 어디서 구하지?”
“제가, 어떻게든 구해 오겠습니다!”
시롬이 주먹을 불끈 쥐며 의기양양하게 선언했다. 며칠의 평안을 위해 오늘 하루 정도 불태우는 것쯤이야. 의지가 넘치는 시롬을 보며 라크하가 슬쩍 웃었다.
“간만에 마음에 들게 일을 하는군.”
*** 모든 계획을 마친 그날 밤, 라크하는 여느 때와 다름없이 메이아를 찾아갔다. 어둠이 내려앉은 고요한 방에는 고른 숨소리만이 라크하의 귓전에 잔잔히 울렸다.
‘벌써 잠이 든 건가?’
그렇게 늦은 시간도 아니었는데 외출을 하고 온 터라 피곤했던 모양이었나 보다. 메이아의 곁으로 다가간 라크하는 지그시 그녀의 얼굴을 바라보았다. 불안해하던 때는 언제고, 천사같이 평온한 얼굴로 잠들어 있었다. 그 모습에 라크하는 마음 한곳이 뻐근해졌다. 그만큼 저를 믿고 있다는 의미와도 같으니까. 느른한 미소를 지은 라크하가 침대가에 걸터앉았다. 그러자 메이아가 눈살을 찡그리더니 웅얼거리며 이불을 걷어찼다.
“우웅…….”
이러다가 감기라도 걸리면 어쩌려고 그러는지. 라크하는 픽 바람 빠진 웃음을 흘리며 이불을 덮어주었다. 여전히 옹알거리는 작고 앙증맞은 입술을 보며 라크하는 문득 오늘 낮에 있었던 일을 떠올렸다.
‘남편.’
저 입술로 오늘 자신을 그렇게 불렀다. 그 말을 듣는 순간, 생전 처음 겪는 감정이 라크하를 뒤흔들었다. 메이아의 능력 때문이라고 넘기기엔 접촉조차 없는 상태에서 라크하의 마음이 몹시 강한 폭풍이 치는 것처럼 휘몰아쳤다.
“이상하기도 하지.”
라크하는 고귀한 보석을 만지기라도 하는 듯 조심스러운 손길로 메이아의 머리카락을 매만졌다. 백금색의 머리카락이 어둠 속에서도 묘하게 반짝였다. 라크하에게 메이아란 그런 존재였다. 어느 순간, 묘하게 느껴지고 어렴풋이 반짝이기에 눈길이 갔다. 손끝에 느껴지는 편안한 온기에. 햇살같이 배시시 웃는 얼굴에.
'언제부터였을까.'
-재워 드릴게요.
그때부터였던가? 아니, 이미 그전부터 스며들고 있었던 걸지도 몰랐다. 자신을 구원해 줄 여인은 메이아뿐이었으니까.
“그대는 알까.”
계속 메이아를 곁에 붙잡아두고 싶다는 사실을. 하지만 애초에 예고도 없이 우연히 찾아온 메이아가 자진해서 옆에 있을 거라는 확신은 없었다.
‘뭐, 그래도 상관은 없지.’
무슨 짓을 해서라도 놔주지 않을 생각이었다. 라크하는 고개를 숙여 살며시 쥐고 있던 머리칼 위로 입을 맞췄다.
“메이아.”
나른하고 담담한 목소리가 나직이 울렸다.
“……후회하지 않겠어?”
신전이 아닌 나를 선택한 일에 대해.
“으응…….”
대답 같은 잠꼬대에 라크하는 작게 웃음을 터뜨렸다. 어둠 속에서 그의 눈동자가 진득하게 일렁였다.
“후회해도 소용없어. 이미, 내가 그대에게 얽매여 버렸는걸.”
“으으…….”
뭐가 마음에 안 드는 건지 메이아의 미간이 잔뜩 찌푸려졌다. 라크하는 엷게 웃으며 구겨진 미간을 살살 펴냈다.
“그게 싫다면 진작에 내게서 도망쳤어야지.”
“…….”
“물론 그때도 놓아주지 않으려고 했겠지만.”
생각해 보면 처음 만났던 날에 메이아를 살려준 것 자체가 말이 되지 않았다. 그는 신분도 정확하지 않고 이름 모를 사람에게 자비 따위 베풀지 않았으니까. 라크하는 천천히 메이아의 얼굴을 훑어보았다.
“그대를 갖고 싶다.”
푸른 보석을 숨기고 있는 기다란 속눈썹도, 발그스름한 뺨도, 오물거리는 입술도. 그녀의 모든 것을 독차지하고 싶었다. 일순간 그대로 메이아를 삼켜버리고 싶은 충동이 일었으나 라크하는 인내했다. 집착으로 들끓는 제 마음을 안다면 겁을 먹은 메이아가 지금 당장 도망갈지도 몰랐다. 그러니 천천히 그녀를 옭아매야 했다. 어느 순간, 정신을 차렸을 때는 이미 제 곁에서 벗어날 수 없는 상태가 되게끔. 라크하는 들끓는 제 마음을 겨우 가라앉혔다.
‘얼른 잠이나 자야겠군.’
그렇지 않으면, 무슨 일을 저지를지 몰랐다.
“오늘도 실례하도록 하지.”
그렇게 잠에 들기 위해 메이아의 손을 잡으려던 라크하의 손이 공중에서 멈추었다. 낮에 봤던 반지가 다시 눈에 띄었다.
“반지…….”
황제와 마주친 일을 처리하느라 잠시 잊고 있었다. 느른하게 풀어져 있던 라크하의 표정이 천천히 굳어갔다.
‘대체 누구에게 받은 거지?’
메이아의 눈동자와 똑같은 푸른색으로 빛나는 보석이 박힌 반지였다. 하지만 정반대의 기분 나쁜 기운을 내뿜고 있었다. 라크하는 반지 위로 손을 뻗은 뒤 흑마력을 살짝 끌어올렸다. 그때였다. 파지직-. 반지에서 전류가 흐르듯 빛이 일어났다.
“……역시.”
흑마법과 상충하는 속성은 신성력과 신력밖에 없었다. 라크하의 눈이 매섭게 번뜩였다.
“황제인가?”
반지의 존재 유무를 알아차렸던 때는 황제를 만나고 난 후였다. 하지만, 반지를 주기엔 턱없이 부족한 시간이었다. 반지를 준 게 황제가 아니라면 크게 상관은 없었다.
'그냥 죽이면 되니까.'
제 눈을 피해 외부인을 어떻게 만났는지 몰라도 상대의 목숨을 살려 둘 생각은 없었다. *** 오전 수업이 없는 날이었으나, 나는 이른 아침부터 쌍둥이들을 찾아갔다. 성물의 능력을 제대로 확인해 볼 필요가 있었다. 어제 확인했으면 좋았으련만, 외출을 한 탓에 그럴 여유가 없었다. 그렇게 나는 아이샤에게 성물이 내 능력을 차단해 주는지 테스트를 해 보았다.
“언니…….”
양손으로 내 손을 잡고 있던 아이샤가 천천히 고개를 들었다.
“응?”
“왜 이걸 이제야 말해줬어?”
고저 없는 아이샤의 목소리에 나는 마른침을 꿀꺽 삼켰다. 늦게 말해줬다고 화를 내려는 건 아니겠지?
“너무 좋은 소식이잖아!”
불안했던 것도 잠시, 아이샤가 해맑게 웃으며 내 목을 와락 끌어안았다. 얼마나 세게 끌어안은 건지 휘청 몸이 앞으로 쏠렸다.
“이런 좋은 소식은 미리 알려줬어야지! 어쩐지 그날 언니랑 손을 잡았는데 괜찮더라고! 혹시나 했는데 진짜였다니!”
“아이샤, 형수님 숨 막히겠어.”
델카인이 책을 읽다 말고 시큰둥한 얼굴로 말했다. 정확한 지적이었다.
‘좋아해서 다행이긴 한데…….’
체중을 실은 채 내 목을 꽉 끌어안고 있는 아이샤 때문에 숨쉬기가 버거웠다.
“아, 아이샤…….”
애처로운 내 부름에도 아이샤는 델카인을 향해 매섭게 눈을 부라리기 바빴다.
“내가 언니랑 안고 있으니까, 질투해서 하는 말인 거 내가 모를 줄 알아?”
“형수님 힘든 꼴을 못 보겠어서 그래.”
“아쉬운 거겠지. 나도 이제 언니랑 마음대로 스킨십을 할 수 있는 게. 언니도 나처럼 좋을걸? 그치, 언니?”
“…….”
얼굴에 피가 쏠려 차마 대답을 못 하겠다.
“언니……?”
내가 대답이 없자, 아이샤가 나를 재차 부르며 돌아보았다. 한껏 붉게 오른 내 얼굴을 보더니 아이샤가 활짝 웃었다.
“역시! 언니도 좋구나! 얼굴이 엄청 빨개!”
“그게 아니야, 아이샤…….”
이러다 숨이 막혀 기절하지 않을까 싶어 나는 젖 먹던 힘까지 다해 목소리를 짜냈다. 멀리서 델카인의 한숨 소리가 들려왔다.
“내가 말했지.”
델카인이 아이샤의 곁으로 걸어와 팔을 풀어냈다. 후아, 이제 살 것 같네. 나는 그제야 목을 뒤로 젖히며 숨을 크게 뱉어냈다.
“헉, 언니. 말을 하지 그랬어!”
“숨이 막히는데, 말이 나오겠어?”
나를 대신해서 델카인이 아이샤에게 맞받아쳤다.
“얘, 얘들아…… 나는 괜찮아.”
혹시나 쌍둥이들이 싸우지 않을까, 가까스로 괜찮은 척을 했다. 하지만 쉰 목소리까지는 감출 수 없었다. 별안간 아이샤가 끄응, 하고 앓는 소리를 내더니 초조한 얼굴로 내 목을 살폈다.
“많이 아파……?”
“응? 아니야. 안 아파.”
“다행이다.”
아이샤가 제 가슴을 쓸어내리며 작게 안도의 한숨을 내뱉었다. 그러고는 눈을 도르륵 다른 곳으로 굴리더니 머리를 긁적이며 모기 같은 목소리로 중얼거렸다.
“미안해…….”
진심이 담긴 듯한 사과에 나는 벙찌고 말았다. 내가 잘못 들은 건가? 그렇다기엔 고백이라도 한 수줍은 아이처럼 아이샤의 두 볼이 발그레했다. 아이샤의 사과로 적막해진 공간에 똑똑, 노크 소리가 울렸다.
“누구야?”
민망했던 건지 아이샤가 괜히 더 신경질적인 목소리로 물었다.
“시롬 이라기입니다.”
“시롬은 출입 금지야.”
시롬이 무슨 일로 방문했는지 생각부터 한 나와 달리 아이샤는 단 1초의 망설임도 없었다.
“아가씨…….”
문 너머로 애처로운 시롬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이상하게도 아이샤는 유독 시롬한테 박하다니까.
“아이샤, 그러면 안 되지. 보좌관님께서 어떤 일로 찾아오신 줄 알고.”
“보나 마나 뻔하잖아. 오빠가 시켜서 언니를 데리러 왔겠지.”
라크하가 나를? 나는 홀린 듯이 자리에서 일어났다. 지금까지 라크하는 단 한 번도 낮 시간대에 나를 따로 부른 적이 없었다. 그럼…… 키네스와 관련된 얘기인 걸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