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별 외전 7 네 식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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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별 외전 7 네 식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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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별 외전 7 네 식구
2023.02.09.
진료실을 나서는 길에 도하는 평소 말이 없는 그답지 않게 말이 많았다.
“얼마나 예쁠까, 우리 아가.”
“도현이도 여동생 원했는데, 알면 좋아하겠어요.”
집에 가서 도현에게 그 사실을 알렸을 때 과연 도현 역시 뛸 듯이 기뻐했다.
엄마와 아빠도 딸을 만날 소식에 기뻐했지만 도현은 유난히 좋아 어쩔 줄 모르는 얼굴을 하고 있었다.
“그럼 나도 민준이 형아처럼 예쁜 여자 아기 동생 생기는 거야? 우아아!”
유치원에 여동생이 있는 친구가 부러웠던 모양이었다.
“우리 도현이 여동생 생기니까 그렇게 좋아?”
“응 나 완전 좋아! 내가 동생 손 잡고 다니고 많이 놀아줄 거야!”
흐뭇해하던 현서는 이 소식을 곧 채 회장에게도 알렸다.
메신저로 초음파 사진을 보내며 셋째는 손녀일 거라고 말씀드렸다. 채 회장도 금세 답장을 보냈다.
[그것참 잘 되었구나.]
간략한 답장 한마디에서 채 회장이 기뻐하는 게 느껴져서 현서는 입가를 씩 올렸다.
서하도 참 예뻐하셨던 할아버지시니 분명 손녀를 예뻐해 주실 것이다.
“엄마, 나 동생 만져볼래.”
“응, 그래.”
도현은 현서에게 다가와 조심스레 배를 만졌다.
“어! 엄마 아기가 방금 발로 찼어!”
“그래, 마침 오빠에게 인사해주네.”
“이번에는 진짜 세게 찼다! 기쁨아! 오빠야!”
도현은 신이 나서 엄마 배에 귀를 대고는 태명을 부르며 아기와 대화했다.
***
“아, 오늘 아침밥도 맛있었다!”
“도현이 요새 밥 잘 먹어서 정말 예쁘다.”
“나 일곱 살 되니까 많이 먹게 돼요. 밥맛이 좋아!”
일곱 살이 된 도현은 또래의 키를 훌쩍 넘어설 만큼 키가 커졌다.
“다 먹었으니까 어서 양치질하자.”
“네!”
그리고 잠시 뒤였다.
“어어!”
현서가 출근 준비를 다 마쳤을 때였다. 나가기 위해 겉옷을 고르던 현서는 돌연 화장실로 달려 들어갔다.
이내 그녀는 울상이 된 얼굴로 화장실 밖으로 나왔다.
“어, 오빠! 나 양수가 터진 거 같아.”
“뭐?”
넥타이를 매려 목에 걸고 있던 도하는 넥타이를 집어 던지고 현서에게 다가갔다.
“벌써?”
“아직 더 있어야 하는데!”
아직 예정일까지 2주도 더 남아 있었고 딱히 어제오늘 배가 자주 뭉친 것도 아니어서 전혀 예상하지 못했었다.
“빨리 병원부터 가자!”
“으응.”
“걱정하지 마.”
도하는 현서의 손을 꾹 잡고 나서며 말했다.
병원으로 직행하는 사이에도 현서는 내내 노심초사였다.
“너무 많이 흐르는데 어떡해. 세 번째지만 이런 적은 처음이야.”
도하는 속으로는 더 많이 걱정을 했지만 현서 앞에서 침착한 모습을 보이려 했다.
“우리 아기는 괜찮을 거야. 잘 자라서 체중도 3킬로 넘었다고 했고.”
그 말에 현서는 초조한 얼굴을 하고도 고개를 끄덕였다.
도하는 시간을 확인하더니 비서에게 전화를 걸었다.
“윤 비서. 나 지금 우리 이 대표랑 산부인과 가는 길이에요. 오늘 일정 다 비워줘요.”
그리고 초조해하는 현서를 위해 SH 비서실에 전화를 걸어 현서의 비서에게도 같은 상황을 전달했다.
병원에 도착하자 곧장 의사가 초음파로 아기를 확인했다.
“양수가 완전히 터져버려서 지금 바로 분만하셔야 해요.”
세 번째인데도 불구하고 긴장 속에서 분만이라는 말을 듣는 순간 현서는 두려움이 턱 느껴졌다.
출산할 준비를 마치고 침대 위에 누워 있는데 그 사이 통증이 꽤 심해져 있었다.
양수가 터지고 나니 꽤 빠르게 진행이 되는 모양이었다.
식은땀을 흘리기 시작하는 현서의 얼굴을 들여다보며 도하는 그녀 이마 위의 땀을 닦아주었다.
현서는 그를 들여다보며 미안한 얼굴을 했다.
“오빠, 오늘 독일 바이어들이랑 중요한 미팅 있는데 어떡해요…….”
“지금 미팅이 문제야?”
도하는 어이가 없다는 듯 미간을 찡긋거렸다.
“전에 너 출산할 때마다 내가 곁에 없었잖아.”
서하 때는 부산에서 업무 중이었는데 현서가 도하 일에 지장 주지 않으려고 진통이 약할 때는 연락도 하지 않아 한창 진행되었을 때에야 연락을 받았다.
도하가 급히 올라왔을 때는 이미 아기가 태어난 뒤였다.
도현은 세 돌이 되어서야 아이의 존재를 알았으니 미안함은 더욱 이루 말할 수가 없었다.
“이번만큼은 처음부터 끝까지 함께할 거야.”
현서는 깊은 눈길로 남편을 바라보며 옅게 웃었다. 그녀의 창백한 얼굴에는 힘겨움이 묻어났다.
“많이 아프지.”
진통 주기가 올 때마다 도하는 잡고 있는 현서의 손에 힘이 들어가는 걸 느낄 수 있었다.
그럴 때마다 그는 어쩔 줄을 몰라 울고 싶은 심정이었다. 그녀의 손에 힘이 강하게 들어갈수록 고통이 전해지는 것 같아서.
“나가서 말할까? 이제 무통 놔달라고.”
“말한 지 5분도 안 지났잖아요. 좀 더 기다려요.”
“너 아픈 거 진짜 두 번은 보고 싶지 않다.”
임신 소식에 마냥 기뻐했던 것도 미안할 지경이었다. 이렇게 힘들어할 줄 알았다면.
현서는 일그러진 얼굴로 미소지었다.
“그래도 이번에는 오빠가 이렇게 옆에 있어 주니까 좋네.”
그 말에 도하는 끝내 눈가가 촉촉해지고 말았다. 힘든 와중에도 그녀가 좋아하는 모습을 보니 더욱 미안해졌기 때문이다.
이렇게 힘든 걸 이전에도 두 번이나 겪었는데 곁에 있어 주지도 못했다니.
“아가도 나올 때 많이 힘들다니까 우리 아가도 응원해줘요.”
현서의 그 말을 들은 도하는 현서의 배를 쓰다듬으며 상냥하게 말을 걸었다.
“기쁨아, 힘들겠지만 힘내서 나와줘. 정말 이제 곧 우리 아가가 엄마 아빠 얼굴 보겠네.”
그 말을 하는 도하도 듣는 현서도 모두 가슴이 벅찼다.
.
.
.
현서는 다행히 순산했다. 탯줄을 자르러 들어간 도하가 현서를 들여다보았을 때 출산을 마친 현서가 후련한 얼굴로 말했다.
“셋째라 확실히 더 수월했어요.”
“후……. 감사합니다. 고생했어, 현서야.”
그리고 잠시 후 깨끗이 씻긴 신생아가 겉싸개에 싸인 채로 다시 부모의 품에 안겼다.
“우리 딸 미인이네.”
부부의 입꼬리는 귀에 걸려 내려올 줄을 몰랐다.
“서하랑 많이 닮은 거 같아.”
그 말을 하던 도하의 눈빛이 순간 아련하게 빛났다.
“오빠가 보기에도 그래요?”
현서도 어느새 눈가를 조금 적시고 있었다.
“응…….”
아기를 들여다보고 있으니 부부는 벅차고도 묘한 기분이 들었다. 너무도 익숙한 얼굴을 보고 있는 것 같았다.
***
“너무 귀여워, 엄마.”
엄마와 아기가 집에 온 날, 도현은 동생을 처음 만난 순간부터 사랑에 빠졌다.
여섯 살 터울이라는 적지 않은 나이 차. 더구나 더욱 의젓해진 도현은 동생이 그저 귀엽기만 했다.
새로운 손주를 보러 방문한 채 회장도 아기를 품에 안아보았다.
“서하가 생각나는구나. 똑 닮았어.”
그는 아기의 얼굴을 한참 동안 내려다보더니 눈물을 글썽이며 말했다.
“우리 손녀, 이 할아버지가 많이 예뻐해 주마.”
가족들의 축복 속에 태어난 아기는 벌써부터 사랑을 듬뿍 받고 있었다.
현서와 도하의 아이 중 가장 평화로운 상황 속에서 태어난 아기는 이렇듯 많은 이들의 애정 속에서 자라갈 것이다.
그렇게 긍정적인 관심으로 충만하게 채워져 사랑스러운 아이가 될 것이 틀림없었다.
***
“맘맘맘맘마!”
둘째 아이는 어느덧 돌을 훌쩍 넘겼다.
“엄마, 기쁨이 벌써 배고픈 가봐요, 또 밥 달래.”
도현은 1년이 넘도록 여전히 예전 습관대로 동생을 태명으로 부르고 있었다.
“응? 우리 지아 또 배고프구나? 간식 조금 줘야겠네.”
현서는 앞에 둔 바나나를 까서 아이에게 맞춰 작게 잘라주었다.
“엄마, 기쁨이는 진짜 많이 먹는 거 같아요.”
“그러게.
주말이라 네 식구는 함께 집에 있었다.
오늘은 정원 잔디밭에 자리를 깔고 피크닉 분위기를 내는 중이었다. 도하는 저편에서 숯을 피워 그릴에 고기를 굽고 있었다.
“엄마, 엄마도 우리 학교에 올 거죠?”
“그러엄. 우리 도현이 공부하는 거 보러 공개수업은 꼭 가야지.”
어엿한 초등학생이 된 도현이 기대감을 가지고 묻는 말에 현서가 반색을 띠며 대꾸했다. 그때 한쪽에서 고기를 굽고 있던 도하가 둘의 말을 듣고는 외쳤다.
“공개수업이라고?”
“네, 아빠! 5월에 우리 교실에 부모님 올 수 있어요.”
“그래? 그럼 이 아빠도 도현이 보러 가야겠네.”
도하가 씩 웃으며 하는 말에 현서와 도현의 눈이 동시에 커졌다.
“네? 정말요?”
“우와, 너무 좋아, 아빠!”
작년 유치원 운동회에 이어 초등학교 공개수업까지?
“왜? 우리 아들 초등학생 되고 처음 공개하는 수업인데 가 봐야지.”
“이렇게 애바라기 아빠일 줄이야.”
“왜, 이현서도 이제 복직해서 바쁜 대표님인데도 가잖아.”
“난 이제 복직해서 슬슬 적응 중인 상태고, 오빠는 나보다 바쁘잖아요.”
“그렇다고 나만 안 될 거 있어? 한 명만 가야 한 대? 그러면 엄마 대신 아빠가 간다고 해.”
현서는 그의 말이 틀린 것도 아니라 반박할 수는 없었다.
“네? 아니 뭐 한 명으로 정해진 건 아니지만 둘 다 오는 집은 드물던데……. 좀 유난스러워 보이는 거 같기도 하고. 오빠는 또 유명하잖아요.”
채도하는 진성의 황태자로 은근히 미디어에 얼굴도 알려졌기에 선생님이 좀 부담스러워하실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런 거면 같이 가. 어쩌겠어, 내가 도현이 아빠인데.”
그러나 현서는 그 말 역시 반박할 수가 없어 쿡쿡 웃었다. 그렇다고 자신이 안 가기엔 그녀 역시 도현이 수업이 너무너무 궁금했다.
“그래요, 같이 가면 도현이는 신나겠죠. 휴가 잘 뺄 수 있겠어요?”
“빼야지. 아주 중요한 날인데.”
“이야, 아빠도 왔으면 좋겠다!”
남편을 말리지 못한 현서는 피식 웃고 말았고 도현은 신이 나서 두 팔을 들어 만세를 했다.
“고기도 거의 다 구워졌다. 어서 먹자.”
“냄새 정말 좋네요.”
노릇노릇하게 익은 토마호크에는 윤기가 번지르르하게 흐르고 있었다. 도하가 썰어서 접시에 놔주자 현서는 한 점 찍어서 도현에게 내밀었다.
“도현아, 먹어보자, 아.”
“아아.”
크게 벌린 도현의 입속으로 먹음직스러운 고기가 쏙 들어갔다.
“이야, 진짜 맛있다! 아빠 고기 진짜 잘 구웠어요!”
“마음에 들어?”
“아빠도 드셔보세요.”
이번에는 도현이 고기를 집어 아빠의 입에 넣어주었다. 그걸 지켜보던 현서도 흐뭇하게 웃으며 고기를 맛보았다.
“맘맘맘맘마!”
그때 지아가 목청 높여 외쳤다. 그러자 현서는 얼른 앞에 남아 있던 바나나를 잘랐다.
“아이쿠, 우리 지아만 아무것도 안 줬어?”
저만 빼고 다들 뭔가를 먹는 꼴은 보지 못하겠다는 듯이 부르짖는 아기를 보며 온 식구가 함께 웃었다.
“아웅, 귀여워! 오빠 뽀뽀!”
도현은 지아 앞에 제 뺨을 들이대며 뽀뽀를 구걸했고 지아는 또 흔쾌히 조그만 입술을 쭉 내밀어 오빠의 뺨에 톡 박치기를 했다.
따스한 날씨와 연푸른 빛깔. 사랑스러운 봄철을 만끽하고 있는 가족들은 단란함에 흠뻑 취해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