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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p 11 결전
"도망가라!"
경철은 거칠게 잠수함의 선체를 두드리며 외쳤다.
이대로 가다가는 저 거대한 악어의 입속으로 자신들은 물론 잠수함을 포함해 통째로 삼
켜질 것이 눈에 뻔했기 때문이었다.
"어..!? 아,알았어!"
경철의 지시에 따라 제정신을 차린 유현은 거친 물살에서 어떻게든 방향 전환을 하는 것
에 성공할 수 있었고.. 자신들이 왔던 방향 쪽으로 부리나케 속도를 올렸다.
하지만 그 거체에 걸맞지 않은 엄청난 속도로 다가오는 악어의 머리에서 쉽게 도망칠
수는 없었고 거기에.. 움직일 때마다 강해지는 물살의 영향으로 인해 잠수함은 제 속도
를 내기 쉽지 않았기에 잠수함이 가진 최대의 속력을 내고도 악어와의 거리는 전혀 줄어
들지 않고 있었다.
"젠장! 이대로는 따라 잡힌다!"
명백하게 자신들을 집어삼키기 위해 다가오는 거대한 그 입과 잠수함의 거리는 불과 5미
터..
잠수함의 속도가 조금이라도 늦어진다면 단번에 그 시커먼 입안으로 빨려 들어갈 것은
불 보듯 뻔했다.
"미도! 내 배낭에서 수류탄을 전부 꺼내라!"
이 상태에서는 언젠가 따라잡힐 수밖에 없다고 판단한 경철은 조금이라도 거대 악어의
속도를 늦추기로 마음먹고 안에 있는 그에게 외쳤다.
"알았어..!"
경철의 말에 그는 좁은 좌석에 부대끼며 차례대로 쌓여진 커다란 배낭 중 경철의 배낭
을 단번에 찾아내어 그 안을 뒤졌다.
다행히도 경철이 말한 물건은 단번에 발견될 수 있었다.
단지 지금 이 상황에서 문을 열고 건네려고 한다면 매달려 있는 경철과 그녀가 비키지
않으면 안 됐다.
그렇기에 그는 이것을 어떻게 전달해줄까를 생각했지만 그것보다 먼저..
[이러면 됐냐!]
자드가 천장의 한 부분을 물어뜯어 사람 얼굴이 들어갈만한 구멍을 만들어냈다.
물밑에 잠수하는 목적인 이 배의 선체에 구멍을 뚫었다는 것은 원래대로라면 하지 말아
야 할 행위였지만.. 현재는 부상한 상태에서 이동 중이었기도 하고 나중 일을 생각하기
에는 지금 눈앞에 닥친 일이 너무나도 급박했기에.. 여러 의미로 자드의 판단은 타당했
다.
"고마워!"
그는 빠르게 감사의 인사를 건넨 뒤 경철이 말한 물건들을 하나 집은 뒤 구멍 사이로
손을 쑥 하고 빼내었다.
"기다려라!"
지금 중심도 못 잡고 납작 엎드려 있는 상태에서 던지고 싶어도 던지고 싶어도 없었던
경철은 자세를 바꾼 뒤 자신의 두 발을 잠수한 상판의 위에 걸친 뒤 동시에 능력을 발
동하여 자신의 두 다리를 잠수함의 선채에 고정시켰다.
"좋아..! 이걸로 떨어질 걱정은 없겠군..!"
두 다리가 완벽하게 던질 수가 확인한 경철은 그대로 양손을 손잡이에서 대어내어 한참
속도를 올리는 잠수함의 위에 설 수 있었다.
"미도! 내 무기도 줘!"
경철과는 다르게 아직도 중심을 잡지 못하고 납작 엎드려 있던 그녀가 외쳤고 얼마 지나
지 않아 뚫려진 구멍 사이로 그녀의 철골 일부분이 모습을 드러냈다.
"망할 악어 새끼..!"
그녀는 자신들을 향해 달려오는 거대한 악어를 노려보며 거친 말을 내뱉은 뒤 자신의
등 뒤에서 거대한 칠흑의 날개를 뽑아내고는 그대로 양손을 손잡이에서 떄어냄과 동시
에 구멍에 튀어나온 철골의 끝을 잡으며 등 뒤의 날개를 세차게 펄럭여 공중으로 부양했
다.
"네가 물속에서라면 나는 하늘에서 두드려주마!"
하늘 위로 비상한 그녀는 그가 건넨 철골을 고쳐 잡은 뒤 그대로 입을 벌린 채 달려오
는 악어의 후두부 부분으로 이동한 뒤.. 그대로 철골을 양손으로 힘껏 잡은 뒤 세차게
내리쳤다.
하지만..
"망할.. 생각 이상으로 가죽이 두꺼워!'
온 힘을 다해 내리친 그녀의 철골은 악어의 몸에 박혔다.
하지만 악어의 가죽은 생각 이상으로 두꺼웠고 그녀가 가진 철골의 길이는 그 가죽을 꿰
뚫고 그 근육과 내장에 파고들기에는 턱없이 부족했기에 치명상을 입히는 것은 무리였
다.
"미미! 거기서 물러나라!"
경철의 외침에 그녀는 망설임 없이 철골이 뽑아낸 뒤 하늘을 향해 비상해 악어의 몸에
서 떨어져 나갔다.
"처먹어라!"
그에게서 받은 수류탄의 안전핀을 입으로 뽑아낸 경철은 망설임 없이 악어의 벌려진 입
으로 내던졌다.
폭음과 섬광을 동반하여 터져나간 수류탄..
곧이어 2회 3회 4회 5회.. 마지막으로 6회째의 폭음과 섬광이 터져 나와 물살이 거칠
게 튀어나가며 악어의 모습이 감추어졌다.
"해치웠나..!?"
[망할! 그딴 말 처하지 말라고!]
물보라에 가려져 보이지 않는 악어의 방향을 보며 외친 경철에게 격하게 흔들려 속이
안 좋은 자드는 날카로운 목소리로 외쳤다.
아니나 다를까..
"망할..! 꼼짝도 안 하는 건가..!"
6개의 수류탄을 연속적으로 터트렸음에도 불구하고 악어는 별다른 상처가 없는 모습으
로 건재한 모습이었고.. 그 속도조차 조금도 줄지 않은 모습이었다.
"노인장! 노인장의 독으로 어떻게 안되겠습니까?"
그녀의 힘도 저 거체와 두꺼운 가죽 앞에서는 통하지 않았고 자신이 내던진 수류탄도 통
하지 않는 이 마당에 그나마 의지할 수 있다고 생각한 것은 다름 아닌 할배의 '독' 이
었다.
그러나..
"그건 무리 군. 저 몸체를 녹일만 한 양이 나오지 않아."
가장 강한.. 내장은 물론 그 살과 근육조차 녹여버리는 최상의 독은 도착하자마자 그
대량의 불 사병들을 쓰러트리는데 사용했기에 할배의 몸속에 남아있는 분량은 기껏해야
실메리아를 잡기 위해 남겨둔 대략적으로 인간 크기의 상대를 한 명 정도 보내버릴 수
있는 양 정도 밖에는 남아 있지 않은 상황이었고.. 만약 가득 남아있었다고 쳐도 저 거
체를 중독시키는 것은 아무리 생각해도 무리였다.
"칫..! 미도! 수류탄은 몇 개나 남았냐!"
"3개야!"
"간에 기별도 안 가겠군.."
6개를 터트렸음에도 불구하고 상처는커녕 그 움직임조차 멈추지 못한 상황에서 수류탄 3
개 정도의 화력으로는 턱도 없었다.
[미도 새끼가 입안에 들어가서 헤집는 건 어때!?]
그런 경철에게 거인과의 싸움에서 그가 거인을 해치웠던 것을 떠올려 그것을 입에 담았
다.
하지만 그 말에 경철은 고개를 저었다.
"그때는 거인의 정보가 미도에게 있었으니 할 수 있었던 일이지.. 만약 들어가자마자
위액 세례를 받게 될지도 모르니까 말이야."
"나도 아저씨의 말에 동감이야.. 바로 녹아버린다는 일은 없겠지만.."
경철의 말에 그도 동의했다.
팔다리가 녹아내려도 시간만 있다면 재생이 가능하기에 큰 문제는 아니지만.. 만약 머리
를 당한다면 '자신'이라는 자아가 사라져버렸다.
즉 육체는 남아도 자신이라는 존재는 죽는 것을 의미했기에.. 웬만해서 그런 확률 낮
은 도박은 하고 싶지 않았다.
"망할..! 저 새끼 가죽이 너무 질겨!"
그들이 이야기하는 동안에도 쉴 새 없이 철골로 악어를 공격한 그녀였지만 조금도 통하
지 않았다.
좀 더 날카롭고 긴 물건이 있다면 그 내부에까지 도달할 수 있을지도 모르지만 하천과
높게 솟은 계곡 밖에는 없는 이곳에서 사정에 맞는 물건을 구하는 것은 불가능에 가까웠
다.
"눈은 어때?"
가죽이 질기다고 쳐도 눈이라면 가죽보다 무를 확률이 높았고.. 시각을 빼앗을 수 있
는 효과까지 볼 수 있었기에 괜찮은 약점 부위라고 생각했다.
"나도 노려는 봤는데.. 저 악어 새끼 그때마다 눈을 감아버려서 눈꺼풀에 막혀버리더
라."
그녀도 악어의 후두부를 노려봤지만 통하지 않는다는 것을 알고 보기에도 물러 보이는
눈을 노렸다.
하지만 그녀가 공격하려는 찰나마다 악어는 흉측한 그 두 눈을 질끈 감았고.. 그로 인
해 외피에 숨어버린 두 눈을 공격할 수가 없었다.
분명 그런 식으로 눈을 감는다는 것은 약한 분위라고 하는 증거가 되는 바였지만.. 공
격이 통하지 않는다면 말짱 꽝이었다.
"뭐든 좋으니까! 어떻게 좀 해줘! 최고속도로 언제까지 이동할 수 있을지 모른다고!"
잠수함을 조종하느라 밖의 상황이 어떻게 진행되는지 알 도리도.. 알고 싶지도 않은 유
현이었지만.. 이대로 엔진을 풀가동하여 이동하다가는 언제 불이 나도 이상하지 않은 상
황 속이었기에 초조한 목소리로 외쳤다.
"아무래도 남은 시간은 부족한 것 같군."
경철은 험악한 얼굴을 더욱 험악하게 일그러트리며 한결같이 입을 벌린 채 다가오는 악
어를 노려봤다.
"만약 저게 악어의 크기만 커진 거라고 한다면 약점은 알 고 있긴 한데.."
그는 악어의 모습을 위아래로 흟으며 말했다.
"그런 게 있으면 진작 말을 해!"
자신이 여태까지 날파리처럼 주변을 서성거리며 고생하던 게 바보같이 느껴진 그녀는 울
컥한 채 목소리를 높였다.
그러나..
"배야. 악어의 배는 등 가죽에 비교해 연한 편이야."
그는 자신의 지식에 있는 악어의 약점을 전달했지만.. 그것을 듣고 기뻐하는 이는 아무
도 없었다.
물론 모르는 것보다야 낫다고 할 수 있었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가 말한 부위를 노리
기에는 난이도가 너무 높았다.
물속으로 들어간다면 그 배를 노리는 것도 가능한 일이었지만 저 거체에 걸맞지 않은 무
식한 속도로 헤엄치고 있는 악어의 바로 밑에 들어가는 일은 절대로 쉽지 않은 일이었
고.. 들어간다고 쳐도 거체를 마음껏 움직이고 있는 탓에 발생하는 거친 물살에 버티
지 못하고 떠내려가 버릴 확률이 몹시 높았다.
거기에.. 그 두 조건을 충족한다고 해도 악어의 배에 어떻게 상처를 내느냐가 문제였
다.
현재 그들이 가진 장비로는 악어를 단번에 무력화 시키거나 큰 치명상을 줄 수 있는 장
비는 아무것도 없었다.
"저 거대 악어의 배를 어떻게 공략하느냐가 문제 군."
"아무리 나라도 물속에서 휩쓸리지 않고 버티는 건 무리야."
힘이 좋다고는 해도 그녀의 체중으로 악어에 의해 생긴 물살을 지면도 없는 물속에서 버
티는 것은 불가능했다.
그렇게 다들 고민의 색을 띄운 채 문제의 원인인 악어를 노려보고 있던 사이.. 잠수함
안에서 꼼지락 꼼지락거리며 그가 무엇인가를 하고 있었다.
[뭐 하는 거냐?]
"밧줄..?"
밖에 있는 경철과 그녀는 보지 않아 그가 무엇을 하고 있는지 몰랐지만.. 같은 공간 안
에 있는 할배와 자드는 그의 의도는 알 수 없었지만.. 그가 자신의 몸을 기다란 밧줄
로 꽁꽁 매고 있는 것을 확인할 수 있었다.
"구명줄이야. 근데 이 구멍 좀만 더 넓게 해줄 수 있어?"
밧줄을 자신의 몸에 꽉 묶은 그는 씩 하고 웃으며 방금 전 자드가 뚫어놓은 공간을 가
리키며 말했다.
[어려운 일은 아니다만..]
의아하게 생각한 자드였지만 일단 그가 말한 대로 자신이 뚫어놓은 구멍 주위를 먹어치
워 사람 한 명이 들어갔다 나왔다 할 수 있는 정도의 공간을 만들어냈다.
"고마워!"
그는 그 말과 함께 망설임 없이 상반신을 구멍 밖으로 내밀었다.
"미도?"
"미도!?"
두 사람이 두더지 게임의; 두더지처럼 툭 하고 튀어나온 그의 이름을 불렀고.. 그런
두 사람에게 씩 하고 웃어 보인 그는 자신의 몸과 연결된 밧줄의 끝을 그녀와 경철 쪽
에 내밀었다.
"이건.. 뭐야?"
경철보다 먼저 그녀가 밧줄의 끝을 잡은 뒤 의아함을 감추지 못한 채 고개를 갸웃거리
며 해답을 원하는듯한 눈으로 그를 바라봤다.
"놓치지 않게 꽉 잡고 있어."
"음..?"
여전히 이해할 수가 없었지만 그녀는 그가 말한 대로 넘겨진 밧줄을 있는 힘껏 잡았다.
"놓치면 안 돼?"
그는 전신을 구멍 안에서 빠져나온 뒤 그녀를 향해 다시 한번 당부의 말을 내뱉은
뒤.. 일말의 망설임도 없이 잠수함의 위에서 완벽한 다이빙의 자세를 관철한 채 수면
안으로 순식간에 기어 들어갔다.
"자,잠깐!? 미도!!"
이 상황 속에서 물에 뛰어든다는 것은 그야말로 자살행위라고 밖에 말할 수 없는 상황이
었고.. 그녀는 얼굴을 새파랗게 물들인 채로 수면 안에 빨려 들어가듯 사라진 그의 이
름을 외쳤지만.. 그가 수면 위로 떠오르는 일은 없었다.
그저 그녀의 손에 꽉 쥐어진 밧줄이 팽팽하게 당겨지는 것으로 겨우 그가 무사하다는 것
을 알 수 있었을 뿐이었다.
============================ 작품 후기 ============================
진격의 악어!
p.s
소변이 마려워 죽을것 같았던 2명이 왜이리 태연할까요!? 으힛