0186 / 0269 ----------------------------------------------
Ep 8 합류
유치하고 추잡한 싸움이 종료후..
그녀는 자신이 말한대로 얌전하게 검사를 받았다.
검사에 필요한 기계들은 충분할정도로 많았고.. 심지어는 의료스탭 이라고 할수있는 파도 솔도 라도 시도의 4인방의 도움 덕분에 나라가 혼자 한다면 이틀이 넘게 걸릴지도 모르는 검사의 기간을 반이나 줄여 나갈수 있었다.
그렇게 만 하루.. 정도가 걸려 할수 있는 검사를 전부 끝낼수 있었던 그녀는 얇은 환자복을 걸친채 진료실의 의자에 앉아있었고 그 맞은편에는 수북이 쌓여있는 대량의 검사결과물과.. 그다지 좋지 않은 표정으로 무엇인가의 차트를 들여다보고 있는 나라가 마주본채로 있었다.
얼마동안 심각한 표정으로 차트의 내용과 초음파 사진 mri 사진 내시경등의 사진을 살펴본 나라는 결과물들을 조심스럽게 책상위에 올려 놓은뒤 고개를 들어올렸다.
"어떄?"
나라가 먼저 말을 할때까지 기다리던 그녀는 결국 참지 못하고 검사에 대한 결과를 물었다.
"솔직하게 말할게요. 문제가 제법 심각해요."
"무슨 문제야..?"
나라의 표정으로 좋지 않다는것은 알고 있었지만.. 직접적으로 그 입에서 들으니 새삼스럽게 마음이 무거워지는것을 느낀 그녀는 나지막한 목소리로 물었다.
"솔직히.. 이걸 어떻게 설명해야 좋을지 저도 잘모르겠네요. 이런 상태는 처음보는거라..."
그렇게 말하며 나라는 방금전 자신이 본 검사 사진들을 자신의 바로 뒤에있는 화이트 보드에 위에서부터 차례대로 붙여나갔고.. 이내 화이트 보드는 검사사진들로 가득 들어찼다.
"이건 당신의 몸을 각종 기계로 촬영한 사진들이에요. 이건 초음파 사진.."
나라는 가장 처음 초음파 사진을 가리켰다.
"그리고 이쪽이 뱃속의 아이에요."
그리고 이번에는 웅크리고 있는 작은 아이의 형태를 가리켰다.
"아..."
비록 흑백의 실루엣만 알수 있는 사진이었지만.. 아이의 형태를 처음본 그녀는 방금전 걱정스러웠던 표정을 부드럽게 만든채 아이의 모습을 자애가 가득한 눈으로 바라봤다.
"아이는 잘 크고있는거야..?"
시선은 아이의 모습에 고정시킨채로 그녀는 나라에게 물었다.
"네.. 성장 자체는 순조로워요. 아이의 건강상태도 양호하고요."
"그럼 뭐가 문제야..? 혹시 내쪽에 문제가 있는거야?"
아이의 문제가 아니라면 자연스럽게 문제가 되는 요소를 꼽자면.. 모체인 바로 자신이었다.
하지만 나라는 고개를 저으며 그것을 부정했다.
"당신과 아이 양쪽다 문제에요."
나라는 작은 한숨을 내쉬며 초음파사진을 화이트보드에서 떄어내어 그것을 그녀에게 건냈고 그녀는 냉큼 그것을 받아든채 귀는 나라의 말에 눈은 아이가 찍힌 사진에 고정 시켰고.. 그것을 쓴웃음 지으며 한번 바라본 나라는 재차 표정을 굳힌 뒤 그녀가 자신에게 확실히 집중할수 있게 하기 위해 탁! 하고 화이트 보드에 찍혀진 두번째 사진을 소리내어 두드렸다.
"이건 MRI 사진이에요.. 여기 보이시죠? 이게 아이고.. 이게 당신의 자궁이에요"
그녀가 사진에서 시선을 떈것을 확인한 나라는 계속해서 말을 이어 나갔다.
"그리고.. 문제가 되는것은 이쪽이에요."
그렇게 말한 나라는 아이와 그녀의 내벽을 가리켰다.
"당신과 아이의 몸이.. 붙어있어요."
"무슨소리야..?"
"솔직히 저도 처음보는 경우라 제대로 설명할수는 없지만.. 당신의 내벽과 아이의 몸이 붙어있어요."
"붙어있다고..? 붙어있다는게 도대체 무슨 소리야."
나라 역시 처음으로 겪고 처음으로 보는 상태였기에 제대로 설명할수가 없었고.. 그런 설명에 그녀 역시 제대로 이해를 하지 못했는지 계속해서 나라를 추궁 했다.
"쉽게 말하면.. 당신과 아이가 한 '몸'인 상태라는거에요. 분명 아이도 따로 살아있지만 아이의 현재 상태는 당신의 '장기' 중 하나랑 다를바 없을정도로 일체화됐다고 밖에 볼수가 없어요.. 이 상태에서 출산은..."
나라는 말 끝을 흐리며 그녀의 상태를 살폈다.
이 다음말은 그녀에게 있어 충격을 받을수 밖에 없는 말이었기 떄문이었다.
"출산은..?"
그러나 그런 나라의 속을 아는지 모르는지 그녀는 계속해서 다음말을 재촉했고.. 나라는 어쩔수 없다는듯 자신의 아랫입술을 강하게 꽉 깨물어 그 고통을 연료삼아 조심스럽게 입을 열었다.
"출산은 무리에요."
"아...."
아니나 다를까 청전벽력같은 나라의 말에 그녀는 손에 쥐고 있던 초음파의 사진을 바닥에 떨어트렸고.. 충격이 큰것인지 그것을 주을 생각도 하지 못한채 나라의 말을 믿을수 없다는 표정을 지으며 흔들리는 동공을 나라에게로 향했다.
그 절망적인 시선을 피하고 싶은 충동감이 마음속 깊은곳에서부터 솟아 올라온 나라였지만.. 그럼에도 그 눈을 피하지 않고 정면에서 받아들였다.
"어떻..어떻게.. 어떻게 안돼는거야..? 방법은..방법은 없는거야?"
언제나 강인한 모습을 보여왔던 그녀는 너무나도 나약하고 연약해진 모습으로 떨려오는 손을 진정시키려는듯 자신의 손을 허벅지 사이에 꽉 누른채 물었다.
"있어요.."
"뭐,뭐야 있는거냐... 젠장.. 겁주지 말라.."
"하지만..!"
방법이 있다고 한 나라의 말에 안도의 한숨을 내쉬던 그녀였지만.. 그런 그녀를 막아서듯 나라가 날카롭게 목소리를 올렸다.
"하지만.. 부담이 너무커요."
나라는 거칠게 숨을 들이마시며 자신의 호흡을 정돈 하고는 자신의 양손을 깍지 낀채로 그녀의 눈을 얼마정도 바라본뒤 조용히 입을열었다,.
"3가지 선택이 있어요."
나라는 깍지낀 손을 푼 뒤 손가락 3개를 그녀가 잘 보이게 들어올렸다.
"첫번째.. 당신이 살고 아이를 죽이는 방법"
그녀와 일체화된 아이를.. '도려' 내는것으로 일종의 장기척출을 하는 수술처럼 아이를 떄어낸다면 아마도 그녀는 살수 있을것이라고 생각했다.
단지.. 그녀는 살지만 척출당한 아이의 목숨은...
"그딴거! 용납할리가 없잖아!!"
그녀는 격한 분노에 꽉 쥔 주먹을 눈앞에 보이는 책상을 향해 내리치려고 했지만..
"두번째! 당신이 죽고 아이를 살리는 방법"
나라의 두번째 말에 움직임을 멈춘 그녀는.. 아까보다 좀 안정이 된듯 심호흡을 한번 한 뒤 조용히 자리에 앉아 나라의 설명을 기다렸다.
두번쨰 방법은 첫번쨰 방법과 반대로.. 그녀의 내벽을 도려내고 아이를 꺼내는 방법이었다.
하지만 이 방법은 그녀의 내벽을 도려냈기에.. 산모인 그녀의 목숨이 위험했다.
"그리고 마지막 세번째는.. 당신도 살고 아이도 사는 방법.. 하지만 이건 반대로 둘다 위험해질수도 있고.. 변수가 너무 많아요."
나라는 마지막 방법을 작은 목소리로 토해냈다.
사실 첫번쨰 방법도 두번쨰 방법도 운이 좋다면.. 둘다 살수도 있는 방법이었다.
한명은 거의 확실하게 살리면서도.. 운이좋다면 다른 한쪽도 살아있을수 있는 가능성이 없지는 않았다.
그러나 세번째 방법은.. 모아니면 도.. 둘다 죽거나 둘다 살거나 할수있을수도 있었으면 누구 한명이 살고 죽을수도 있는.. 변수가 너무많은 방법이었다.
"젠장.."
그녀는 허망한 얼굴로 자신의 흑과백으로 얼룩진 머리를 강하게 쥐어뜯었다.
어째서 자신들에게 이런일이..! 라는 생각이 머릿속에서 맴돌았다.
하지만 동시에.. 어째서 이런 상태가 됐는지 짐작 가는 마디가 있었다.
그것은 다름아닌 자신이 아이.. 미레에 의해 죽지 않고 살아난것에 대한것이었다.
그렇게 생각한다면 자신이 살아난것도 이런 상태가 된것도 앞뒤고 들어 맞았다.
"이번에야말로.. 끝내야하는건가..."
그녀는 자신만이 들릴정도의 작은 목소리로 중얼 거렸다.
자신의 아이인 미레에 의해 죽지 않고 지금까지 살아있을수 있었다.
그런 은인이라고 말할수 있는 미레의 목숨을 담보로 자신이 살아나는것은 구해받은 입장으로서도 엄마인 입장으로서도 파렴치하기 짝이 없는 행동이라고 생각했다.
그렇기에 그녀의 입장에서 가장 타당한것은 자신의 목숨을 희생해 아이를 살리는것.. 이었지만..
솔직한 심정으로 죽고 싶지 않았다.
겨우 살아나.. 그와 행복한 미래를 이어나갈수 있다고 생각했는데.. 그 미래가 끝까지 이어갈수 없다는 현실은 너무나도 잔혹했다.
하지만.. 그렇다고 아이를 희생시킬수는 없었다.
이 선택도 저 선택도 할수 없어 답답한 그녀는 고개를 들어올린채 나라를 바라봤다.
"둘다 살릴수 있는 방법.. 성공률이 몇퍼나 돼..?"
"확정할수는 없지만.. 낮아요. 의사가 좀더 많이 있다면 모르겠지만.. 저 혼자만으로는 한자리수.. 기껏해야 10% 정도 일거에요.."
예상은 하고있었지만 절망적으로 낮은 확률에 그녀는 힘없이 고개를 숙일수밖에 없었다.
얼마동안 고개를 숙인채 숙연한 분위기로 있던 그녀는.. 조용히 자리에서 일어났고.. 이내 진료침대가 있는 커텐으로 다가가 조심스럽게 커텐을 열어.. 죽은것으로 밖에 보이지 않는 그의 육체를 내려다 봤다.
"............."
그녀는 침묵으로 일관한채 예전보다 마른 그의 팔을 들어올린뒤 그 손가락사이에 자신의 손가락을 낀채 약하게 느껴지는 그의 온기를 자신의 손에 전달받았다.
그러자 예전의 추억들이 그녀의 머릿속에 새록새록 떠올라갔다.
별다른 일 없이 느긋하게 여행을 하고.. 엄마가 된다는 불안함에 떨었을때.. 그가 자신을 다독여주고 안심시켜준 일 들.. 그런 기억들이 또렷하게 그녀의 머릿속에 떠올라갔다.
아이의 이름을 외치며 기뻐하던 그의 모습.. 태어날 아이의 육아방침에 대해 떠들던 그의 모습.. 출산에 대한 부담감과 불안함을 품은 자신에게 경험은 없지만 지식과 기술은 있으니 안심하라고 당당히 가슴을피던 그의 모습이 떠올랐다.
불안하면서도 행복했던 그떄의 기억을 떠올림과 동시에.. 만약 그때 자신이 죽지 않았더라면 어떻게 됐을까? 라는 생각을 품었다.
별다른 탈 없이 아이를 낳았을까..? 아니면 문제가 생긴 자신을 그가 가진 기술과 지식으로 문제없이 넘겼을까?
..라는 생각들이 그녀의 머릿속에서 떠올랐다.
그리고.. 그 순간 그녀의 머릿속에 어떠한것이 번뜩였다.
"지식과 기술.."
자신의 머릿속에 번뜩인 그 생각을 조심스럽게 입에 담은 그녀는 휙! 하고 고개를 돌려 이쪽을 걱정스러운듯 바라보는 나라를 바라봤다.
"3번째 방법.. 의사가 많으면 성공 확률도 올라가?"
"네..? 그거야.. 그렇죠."
갑작스러운 그녀의 질문에 당혹스러웠던 나라였지만.. 어떻게든 그 물음에 답해주었다.
"있어.."
"네..? 뭐가요?"
"의사 있다고."
"어디에요?"
"여기"
그렇게 말한 그녀는 손을 잡고있는 그의 육체를 비어있는 손으로 가리켰다.
"아...!?"
그리고 나라는 그녀가 말한것에 대해 꺠달은것인지 높은 소리로 외쳤다.
"거기에 더 있잖아..! 그 녀석들...! 미도 붕어빵들!"
파도 솔도 라도 시도를 생각해내며 그녀가 말했다.
"화,확실히..! 검사할떄도 도움을 받았고... 아니 그래도....!"
나라는 홍수처럼 밀려오는 희망의 빛에 머릿속이 어질어질 했지만.. 그럼에도 어떻게든 냉정을 유지하기 위해 힘을 쓰며.. 복잡한 머릿속을 정리했다.
확실히 그라면 자신과 몇번이나 수술을 한 경험도 있었고.. 그 실력도 확실하다고 말할수 있었기에 분명 큰 도움이 될수 있을거라는 판단을 내렸다.
단지.. 나머지 4명의 경우 직접적으로 본적이 없었기에 뭐라고 장담을 할수는 없었지만 적어도 검사떄를 돌아보면 확실하게 기술도.. 지식도 분명하게 가지고 있다는것은 알수있었다.
"기,기다리세요! 일단 확인해볼테니까!!"
나라는 화이트보드에 있는 사진들을 허겁지겁 떄내어 그것을 품안에 껴안은채 문을 부술 기세로 밀어 내며 밖으로 튀어 나갔고.. 진료실에는 그녀와 그의 육체만이 남겨졌다.
"하늘이 무너져도 솟아날 구멍은 있는건가."
옛 속담을 떠올리며 그녀는 웃었다.
그리고는 자신의 손에 전달하는 온기의 근원지에서 조용히 손을 때 내고는.. 자신의 볼록한 배위쪽으로 가져갔다.
"빌어먹을 절망따위는 꺠부수줘주겠어.. 우리의 미레(미래)를 위해서라도..!"
그녀는 자신들의 유일한 '가족' 들 앞에서 맹세의 말을 내뱉은 뒤 부드러운 미소와 상냥한 눈빛으로 그의 손과 자신의 배를 바라봤다.
행복한 미래를 생각하며...
============================ 작품 후기 ============================
이것으로 본편은 종료!
에필로그만 남았습니다!
에필로그는 납치당한 미도의 모습이 나옴으로..
조금 다크하고 그로테스크할수도 있으니.. 주의(?)해 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