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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p 8 합류
날아간 포탄은 정확하게 불사병들의 근처에 착탄하며 그 범위 일대를 초토화 시켰고...
당연하게도 그 폭심의 중심지에 있던 불 사병들은 고온의 불꽃과 충격파에 휩쌓여 그 뛰
어난 생명력과 재생력이 무색할 정도의 위력을 그 몸으로 체험했다.
그리고.. 폭발과 충격이 사라진 후.. 지면에 서있던 존재들은 단 한구도 존재하지 않았
다.
그들의 원형이라고 생각되는 물건이 눈에 띄지 않을 정도로 깔끔하게 날아간 폭심지..
죽음에 관대한 6명의 불사병들의 육신은 단 한구도 남아있지 않은 상황..이라고 생각했
지만..
폭발로 인해 생긴 크리에이터의 끝자락에.. 운이 좋게 몸의 대부분을 잃었지만 아직 살
아있는 불사병의 머리가 흙더미 속에서 튀어나왔고.. 이내 그 몸이 흙더미 속에서 기
어 나왔다.
꽤나 심한 타격을 받은 것인지 머리와 몸통의 3분의 1가량.. 그리고 왼팔 정도만이 남
아있는 불사병이었지만.. 그 생존도 아주 잠깐..
"끝장내."
길티에게 양쪽 귀를 틀어막아진 상태로 불사병을 바라본 한솔은 한치의 망설임도 없이
옥상에 대기하고 있는 파도에게 명령을 전달했다.
그리고
옥상에서 대물 저격총을 건물 옥상의 끝에 고정시킨 채 엎드린 자세로 대기하고 있던 파
도는 그 명령을 충실하게 따라 아직 살아남은 불사병의 머리를 향해 스코프를 조준한
뒤.. 가차 없이 방아쇠를 당겼다.
제법 큰 총성과 함께 날아간 저격총의 탄환은 살아남은 불사병의 머리에 빨려 들어가
듯 착탄됐고.. 대물용의 위력답게 그 머리를 깨진 수박과 같이 산산조각 내며 지면의
깊은 곳에 박힌 채 그 소임을 끝냈다.
이로써 한솔 일행에게 가장 큰 장애물이자 소년 일행에게는 가장 큰 전력인.. 불사병
의 존재들은 압도적인 화력의 앞에 한 줌의 재가 되어 사라졌다.
승자와 패자가 명확하게 나누어진 상황 속에서.. 패자 진영의 지휘관인 소년은 처음으
로 느껴보는 패배에 당혹스러움을 금치 못 했다.
신이 아닌 소년이 모든 것을 예측할 수 있을 리는 없었지만.. 적어도 소년의 경험에서
이런 식으로 크게 예측이 벗어난 적은 없었다.
벗어났다고 해도 기껏해야.. 결과에 별다른 영향을 미치지 않을 정도의.. 신경을 쓰지
않아도 되는 정도의 아주 작은 일정도였다.
하지만 이번에는 예측을 크게 벗어난 것도 모자라 중요한 전력이라고 할 수 있는 불사병
을 1분도 채 되지 않는 시간에 잃었다는 건.. 감정이 희미한 소년에게 있어서도 몹시
충격적이고 당혹스러운 일이었고 알게 모르게 자신은 타인보다 뛰어나다는 선민사상이
자연스럽게 각인되어있는 소년에게는 굴욕적인 일이라고 할 수도 있었다.
그러나 이런 사태가 발생한 것은 소년에게 있어서는 당연한 일이라고도 할 수 있었다.
분명 소년은 타인과 비교해 뛰어났고.. 목숨을 위협받거나 압도적으로 불리한 전장의 경
험은 없을지라도 어느 정도 전투의 경험도 쌓고 있었지만.. 이번에는 상대방이 너무 나
빴다.
지휘관이자 그 호위인 길티는 그렇다 쳐도.. 나머지 4인.. 파도 솔도 라도 시도라는 존
재는 전략 싸움에 있어서 너무 불리한 상대라고 할 수 있었다.
그것도 그럴 것이.. 그들은 애초에 어느 존재를 기반으로 복제된..
비록 성공작과 실패작이라는 붙어있는 명함은 따를지언정 그 기본은 동일했다.
한마디로 소년이 가능한 일 대부분은 그들도 할 수 있고 소년이 생각하는 일 대부분 역
시.. 그들도 생각할 수 있다는 것이었다.
소년은 적을 모르는 상황에서 전략을 세웠지만 한솔 일행의 경우 적이 누구인지도 적이
어떤 생각을 하고 있는지도 적의 약점이 무엇인지까지 전부 숙지하고 있는 상황에서 그
에 걸맞은 전략을 세웠기에.. 이런 압도적인 패배를 경험하는 것은 당연한 일이었다.
즉.. 요약하자면 소년은 아무런 정보도 없는 상황에서 불리한 싸움을 한 것이었고.. 한
솔 일행은 방대할 정도의 정보를 가진 유리한 상황에서 싸움을 한 것이라고 할 수 있었
다.
거기에.. 추가로 '전차'라는 압도적인 화력까지 더해져.. 지고 싶어도 질수 없는 상황
이 연출된 상황이었다.
"큭..! 전원 트럭에서 떨어져라!"
당혹감을 감추지 못한 상태에서.. 소년은 어느새 정신을 차렸는지 소리를 흘리며 움직이
는 주포를 확인할 수 있었고. 명백하게 자신들과 다른 병사들 쪽을 향해 움직임을 멈
춘 전차의 주포가 다음에 할 일은 싫어도.. 예상할 수가 있는 바였기에 소년은.. 무적
이라고 생각한 불사병들이 단숨에 재가 되어 사라진 것을 목격한 남자들을 향해 외치며
전차의 주포 범위에서 벗어나기 위해 다리를 움직였다.
"어..어!?"
그제야 남자들은 다음 타깃이 자신들이란 것을 자각하고.. 트럭의 몸체에 세워둔 총을
챙길 생각도 하지 못한 채 등을 돌린 상태로 달려 나갔고.. 그 직후 폭음과 섬광을 동
반한 포탄이 트럭을 덮치며 폭발을 일으켜 미처 늦게 반응한 남자들을 단숨에 덮쳐..
고통을 느낄새도 없이 그 존재를 지워갔다.
"(착탄완료)"
목표지점이 폭염으로 감싸지는 것을 확인한 솔도가 고개를 돌린 채 시도와 라도에게 상
황을 전했다.
"(남은 적의 수는?)"
"(Z-06은?)"
시도와 라도 두 사람 각자가 유일하게 밖의 상황을 파악할 수 있는 파도에게 시간차를
두고 각각 물었다.
"(폭발에 말려든 인원은 8 남은 수는 7 Z-06은 생존중)"
"(그럼 예정대로 이곳에서 대기)"
"(나머지 적을 격파한다.)"
사전에 짜둔 계획대로 거의 흡사하게 흘러가는 상황 속에서 그들은 미리 정해진 행동을
따라가기로 한 채 정문의 침입자를 막아서기로 하고 주포를 유일한 입구인 정문에 고정
시킨 상태로 대기 시킨 채로 입술을 읽어야 의사소통이 가능했기에.. 그 대신 모스 신
호를 이용하여 옥상에서 저격 중인 파도에게 상황을 전달했다.
모스 신호를 전달받은 파도도 수긍의 뜻을 모스 신호로 답한 뒤 재차 스코프를 정문의
위치에 고정시킨 채로 언제 튀어나올지 모르는 적의 습격에 대비했다.
그렇게 대략 10분 정도의 시간이 고요하게 흘러갔다.
하지만 잔존세력들은 더 이상 습격할 생각이 없는 것인지 정문의 위치에 코빼기도 보이
지 않았다.
물론 이상한 일은 아니었다.
전차와 저격수가 유일한 입구를 매의 눈으로 지켜보고 있는 와중에.. 맨몸으로 뛰어드
는 것은 웬만한 담력이나 용기를 가지고 있어도 쉽지 않은 일이었고.. 만약 그런 것을
가지고 돌진한다고 해도 그것은 만용일 뿐이었기에 그들이 모습을 드러내지 않는 것은
당연한 일이라고 할 수 있었다.
그러나.. 얼마 지나지 않아 잔존 세력들은 어리석다고 밖에 말할 수 없는 만용을 탑재
한 듯 숨어있던 모습을 드러낸 채 정문을 향해 뛰쳐 들어왔다.
그야말로 자살과 다름없는 행위였고.. 그에 걸맞게 전차의 주포가 발사되기 전에 앞서
파도의 저격총이 불을 뿜으며 선두에선 남자의 머리를 뭉텅이로 날려 버리며 그 몸뚱이
를 지면에 가라앉혔다.
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남자들은 주춤하는 기색 없이 건물을 향해 미친 듯이 달
려 나갔다.
죽음의 공포에도 굴하지 않는 모습...이라고 할 수 있을지 몰랐지만.. 그런 남자들의
얼굴에는 공포의 기색이 뚜렷하게 드러나 있었다.
심지어 어떤 이는 눈물 콧물을 흩뿌리며 앞이 보이지 않는 게 아닐까 할 정도로 얼굴
을 적신 채 미친 듯이 앞을 향해 달려나가고 있을 정도였다.
처절한 기색이 역력한 남자들의 그 모습은.. 애초로워 보이기까지 하는 모습이었지
만.. 그들에게 동정하는 감정 따위는 존재하지 않았다.
그들이 처절하든 불쌍해 보이든 그들에게 있어서는 그저 단순하게 쳐부숴야 할 '적' 이
었기 때문이었다.
그리고 그에 따라 전차를 조종하는 3인조는 망설임 없이 남자들을 향해 주포를 발사했
고..
별다른 반전도 뭣도 없이.. 남자들은 순식간에 폭사하여 숯덩이가 되어 사라졌다.
진정.. 개죽음이란 이런 말이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들 정도로 허무하고 쓸모없는 결말이
었다.
"(남은것은 Z-06 하...!? 녀석들은 미끼다!)"
착탄으로 인한 폭발의 영향으로 뿌얗게 흙먼지가 흩날리는 장소를 물끄러미 바라본 채
두 사람에게 밖의 상황을 전달하던 솔도는 급박한 목소리로 외쳤다.
흙먼지가 바람에 휘날려 사라져가는 그 사이에 하나의 인영이 무서운 속도로 이쪽을 향
해 달려오고 있었기 때문이었다.
다름 아닌 자신들의 형제 격인 존재.. Z-06인 소년이었다.
앞의 남자들을 미끼로 삼아 그 혼란한 틈을 이용하여 침입한 것이라는 것을 깨달은 그들
은 서둘로 주포를 조작했다.
하지만 움직임이 재빠른 탓에 제대로 조준을 맞추기가 힘들었다.
"(들이박는다!)"
가장 좋은 방법은 중기관총을 이용하는 방법이었지만.. 그것은 뒤집혀 질 때 산산조각
나버렸기에 사용할 수 없는 상황이었다.
그렇기에 주포의 공격이 불가능하다면 몸체로 직접 들이박는 것 외에는 답이 없었기에
그들은 서둘러 전차를 최대 시속으로 돌진 시켰다.
그 와중에 옥상에서 저격하고 있던 파도도 소년의 움직임을 포착하고 서둘러 스코프로
소년의 머리를 노리고 방아쇠를 당겼지만.. 착탄하기도 전에 회피 동작을 펼쳐 어렵지
않게 총탄의 범위에서 벗어났다.
연구시설의 부지 내에서 유일한 저격 포인트는 건물의 옥상이었고.. 추가로 이미 저격
포인트가 알려진 탓인지 소년은 어렵지 않게 저격을 피해나가며 돌진하는 전차를 향해
속도를 올렸다.
그리고 이내.. 전차와 소년이 충돌하기까지 얼마 남지 않은 상황... 속에서 소년은 돌
진해오는 전차의 위를 도약만으로 뛰어넘으며 지면에 착지했고.. 쌩! 하고 지나가는 전
차를 뒤로한 채 건물을 향해 질주한 뒤.. 연속으로 날아오는 저격을 어렵지 않게 회피
하며.. 급하게 턴해 소년 쪽을 향해 달려오는 전차보다 먼저 건물의 지근거리에까지 도
달한 뒤.. 원숭이 같은 몸놀림으로 창틀을 타고 올라가 순식간에 2층까지 올라가 창문
을 거칠게 깨며 건물 안으로 들어온 뒤 경계의 태세를 취하고 있는 한솔과 길티를 차가
운 눈으로 바라보며 입을 열었다.
"널 인질로 사용하도록 하지."
소년이 위협을 감수하고 아슬아슬한 묘기 같은 행동을 한채 이곳에 도달한 목적은 다름
아닌 한솔이었다.
이런 불리한 상황이든 유리한 상황이든 '인질'을 잡는 것은 몹시 효율적이고 효과적인
방법이었기 때문이었다.
소년 자신은 절대 이해할 수 없었지만.. 다른 이들에게는 상당히 잘 통하는 방법 중 하
나로.. 특히나 어린아이나 여자에 한해서는 그 효과가 더 컸기에.. 여자이자 아이인 한
솔은.. 인질로서 최상의 가치라고 할 수 있었다.
"그어어어어어어어어!!!!"
그러나.. 한솔을 지키는 든든한 호위인 길티가 그 꼴을 보고 있을 리는 없었고.. 한솔
을 향해 당당하게 선언한 소년을.. 당장이라도 찢어 죽이겠다는 기세를 토해낸 길티는
그 이름에 걸맞게 '유죄'인 소년을 심판하기 위해 붕대 투성이의 주먹을 부서질 것 같
은 기세로 쥔 채 달려 나갔다.
============================ 작품 후기 ============================
제 멘탈은 이미 단련됐습니다!! 라고 할까..
제가 주조연들을 조금 험하게 굴리기는 하지만..
판사님 저는 s가 아닌 평범한 취향을 가지고 있습니다! 정말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