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좀비 얼론 (Zombie Alone)-148화 (148/269)

0148 / 0269 ----------------------------------------------

Ep 7 잠입

몇 시간에 걸쳐 빌딩 내부 전체를 수색한 그와 한솔은 큰 수확이라고까지 말할 수 있

는 물건은 발견할 수 없었지만.. 그럭저럭 쓸만한 물건들과 식료품 몇 개를 발견할 수

있었다.

발굴해낸 물건들 자체의 종류는 그렇게 많은 편은 아니었지만.. 부피가 큰 물건들도 있

었기에 일단 옮길 수 있는 만큼의 물건만을 가지고 간 뒤 나중에 재차 옮기기로 한 그

들은 그대로 10층이 넘는 빌딩의 계단에 짐을 짊어진 채로 단숨에 뛰어 올라가 할배와

자드가 쉬고 있는 방앞까지 도달했다.

"다녀왔습니다!!"

길티의 목에 매달려 있던 한솔이 지면으로 뛰어내린 한솔은 자신의 놀이용과 공부 용의

도구들이 잔뜩 들어간 배낭을 양손으로 안은 채 문을 박차듯 열며 안으로 들어갔다.

"...할아버지?"

그리고 그 순간.. 한솔의 즐거운 얼굴이 단숨에 굳어졌고 동시에 꽉 껴안고 있던 배낭

을 바닥으로 떨어트렸다.

그 탓에 배낭 안에 있던 색연필이나 볼펜 등의 도구들이 힘없이 지면을 굴러 할배가 있

는.. 한 움큼 정도 되는 피가 고여있는 곳을 지나.. 바로 위에 위치하고 있는 할배의

새하얀 머리카락에 부딪치며 그 움직임을 멈췄다.

"할아버지!!"

두 눈이 빠질 정도로 동그랗게 뜬 눈을 한 한솔은 허겁지겁 할배에게 달려가 그 몸을

거칠게 흔들며 소리쳤다.

그러나 할배는 미동도 하지 않은 채 조금도 움직이지 않았다.

"할아...!?"

당장이라도 울음을 터트릴 것 같은 한솔이 재차 그 이름을 부르려던 순간..

"음..? 허..허허허허허! 속았구나 한솔아!!"

할배는 어색한 웃음소리를 흘리며 흐느적거리는 움직임으로 몸을 일으키고는 자신의 손

을 번쩍 들어 올렸다.

[진짜.. 고약한 노친내네.]

그런 할배를 묵묵히 입다물고 있던 자드가 낮은 목소리로 중얼거리며 고개를 절레절레

저었다.

"어..? 할아버지..? 안 죽었어?

"아닌데? 그냥 연기중이었는데?"

시미치를 때는듯한 얼굴로 할배는 평소와 같은 익살스러운 얼굴로 씩 하고 웃으며 한솔

의 머리카락을 쓰다듬었다.

"이크.. 할아버지 연기가 너무 과했나?"

머리를 쓰다듬다 커다란 눈망울에서 소나기 같은 눈물이 바닥을 타고 내려가는 것을 본

할배는 면목없다는 듯 자신의 백발을 긁적이고는 도움을 요청하듯 그를 바라봤다.

".............입가에 피 묻었어."

그리고 요청받은 그는 도움 대신 할배의 피로 더러워진 입가를 가리키며 말했고.. 움찔

하며 몸을 떤 할배는 서둘러 자신의 입가를 양복의 옷소매로 거칠게 닦아 냈다.

"한솔아! 이 못된 할배는 냅두고.. 이 공으로 놀다 와!

그는 한솔이 떨어트린 배낭 안에서 사람 얼굴만 한 동그란 공을 꺼내 내밀며 말했다.

내밀어진 공을 울먹이며 바라보던 한솔은 자신의 눈물을 거칠게 소매로 닦아 낸 뒤..

공 대신 할배를 뾰로통한 얼굴로 찌릿하고 노려 보고는 그에게 공을 받아든 채 뒤도 돌

아보지 않고 밖으로 뛰쳐나갔고.. 그 뒤를 길티가 서둘러 뒤쫓듯 나간 뒤 조용히 방의

문을 닫았다.

그렇게 방안에 그와 할배 그리고 자드 이렇게 셋만이 남게 됐고..

잠시 동안 꺼림칙할 정도로 묵직한 침묵만이 방안에 감돌았다.

"언제부터야?"

자신의 배낭을 바닥에 내려놓은 뒤.. 그다지 혈색이 좋아 보이지 않은 할배의 얼굴을

뚫어지게 바라보며 그가 물었다.

"뭐가..?"

"이번건 연기가 아니잖아?"

시치미 때는 할배에게 그는 할배가 거짓말을 하지 않도록 단호하게 말했고 할배는 그저

입을 굳게 닫은 채 그의 시선을 조심스럽게 피했다.

[폐암이래.]

"자드!? 너..."

입을 다문 할배 대신 자드가 대신해 할배가 방금 전 피를 토하고 쓰러진 것에 대한 원

인을 조용히 말했고.. 그것에 놀란 할배는 큰 목소리로 소리를 치며 막으려고 하다

가.. 밖에 한솔이가 있다는 사실을 새삼스럽게 깨닫고 재차 목소리의 볼륨을 줄이며 자

드를 노려봤다.

[여태까지 연기랑 섞어서 제법 잘 속인 것 같다만.. 애새끼는 그렇다 쳐도 이 새끼를

속일 수 있을 거라고 생각하는 건 아니겠지? 바닥의 먼지 수 차이까지 알아맞히는 미친

놈이라고?]

".....그렇군. "

자드의 말에 납득한 듯 조용히 고개를 끄덕인 할배는 긴 한숨을 내쉬며 고개를 돌려 이

쪽을 물끄러미 바라보고 있는 그의 눈을 마주 봤다.

"폐암말기다."

자신의 시한부 선고를 타인에게 말하는 것 마냥 무덤덤하게 말했고.. 이어 자신의 병력

에 대한 이야기를 시작했다.

사실 좀비들이 나타나기 전부터 할배는 폐암 말기 선고를 받았었다.

길어야 3~4개월이라는.. 그야말로 사형선고와 같은 말이었다.

그것들은 할배의 가족들은 졸도하는 사람이 나왔을 정도로 큰 충격을 받았지만.. 막상

그 선고를 받은 본인은 제법 덤덤했다.

물론 아무리 죽는 연기를 수없이 해온 자신이라도 실제로 죽는다는 것은 몹시 무서웠다.

하지만 여태까지 자신이 이루어온 것들을 생각하면 그다지 큰 미련도 없었다.

자신이 좋아하는 연기자로서 반평생을 넘는 시간 동안 즐겁게 연기도 할 수 있었고..

아들과 딸들은 각자 좋은 부인과 남편을 얻고 자신들과 똑닮은 아이들까지 낳아.. 부인

을 잃고 외로웠던 자신의 고독감을 단숨에 채워주기까지 했다.

자식들은 물론 사위와 며느리도 자신에게 잘해줬고.. 손자들도 자신을 잘 따르고 좋아

해 주었다.

그야말로 풍족한 인생의 결실을 맺은 할배에게 있어서 미련이 없다고 까지는 못했지

만.. 그렇다고 울고불고 난리치고 할 정도의 큰 미련은 없었고.. 오히려 먼저 간 자신

의 부인을 생각하면 뒤늦게 가는 자신이 미안해질 지경이었다.

그렇게 자신의 마지막 날이 오는 것을 덤덤하게 받아들인 할배.. 였지만.. 한 달 후 아

비규환이 되어버린 세계 속에서 할배는 자신의 가족들을 지키기 위해 몸을 좀먹는 병마

와 싸우며 어떻게든 살아남을 수 있었다.

그렇게 의사가 예정한 개월 수를 넘겨버리고도 가족들의 안전에 대한 집착심으로 버티

던 할배였지만 결국 한계를 맞이해 더 이상 움직이는 것조차 힘든 상태가 됐고 그런 상

태에서 할배는 가족들과 함께 태양 교단의 실험체로서 연구시설로 끌려가게 됐고.. 가족

과 찢어진 채 자드와 세트로 이상한 실험을 당하게 됐다.

그리고.. 아이러니하게도.. 이 실험으로 인해 곧 생명의 불이 꺼져가도 이상하지 않은

할배는 자드와 몸이 합쳐짐으로써 생명을 연장시킬 수 있었다.

그러나 생명을 연장시킬 수 있었다고 해도 암세포 자체가 없어진 것은 아니었다.

자드의 포식으로 인한 재생력으로 어떻게든 버티는 상태긴 했지만.. 너무 과한 포식을

하면 오히려 암세포가 증식해 위험했고.. 포식을 하지 않으면 하지 않는 대로 암세포

가 날뛰어 위험한 상태가 되는.. 그야말로 낭떠러지에서 외줄타 기를 하는 아슬아슬한

상태였다.

그러나 최근에는 뛰어난 머리와 전투력을 가지고 있는 그가 동료가 됨에 따라 부담감도

줄어 예전같이 자주 쓰러지는 일은 줄어들었다.

하지만 그렇다고 해서 당연히 완치된 것도 아니었고.. 간간이 병마의 영향으로 쓰러질뻔

한 적도 있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가 눈치채지 못한 것은.. 평소 익살스럽게 쓰러지는 거짓말.. 즉

연기를 함으로써 진짜로 쓰러져도 눈치채지 못하게 그를 속이고 있었다.

양치기 소년의 이야기처럼..

늑대가 나타났다 라고 거짓말을 거듭한 탓에 진짜로 늑대가 나타났을 때 소년의 말을 마

을 사람들이 믿지 않았던 것과 같은 이치라고 할 수 있었다.

그러나 이번에는 그 발작의 강도가 너무 심해 피를 토하는 것은 물론 아주 잠깐이었지

만 정신까지 잃어 틈을 보이고 말았고 이번 건은 자드의 말대로 뛰어난 통찰력과 뛰어

난 머리를 가진 그를 속일 수 없었다.

"어쩐지.."

여태까지 느꼈던 위화감을 그는 할배의 진실을 알고 나서야 깨달을 수 있었다.

자주.. 몸이 아프네 어디 가 아프네라는 말을 한다거나 여행하거나 전투 이외에는 최대

한 움직이지 않고 앉아있거나 누워있거나 한다던가.. 태양 교단 이외.. 그냥 지나다니

는 좀비들을 먹어 치워도 몸 상태가 좋아질 텐데도 불구하고.. 굳이 상처가 난 게 아니

면 포식을 하지 않는다거나.. 하는 작은 위화감들의 이유였다.

"한솔이는 그렇다 쳐도.. 나한테는 왜 말 안 해줬어..?

"그건..."

그의 물음에 할배는 미간을 찌푸린 채 말끝을 흐리듯 입술만을 우물 우물거리며 더 이

상 내뱉지 못한 채 주저하는 모습을 보였다.

[병신아.. 나 암말기라 언제 뒤질지 몰라!라고 말할 수 있겠냐? 말하면 뻔히 너 같은

상판으로 볼 텐데?]

할배 대신 자드가 그의 얼굴을 턱으로 가리켰다.

그 가리킨 얼굴은 평소의 웃음기는 온데간데없이 심각하게 굳어있는.. 걱정스러움이 잔

뜩 묻어나는 얼굴을 하고 있었다.

[뭐.. 할배나 나도 솔직히 속인 거니까 할 말은 없다만...]

날카로운 표정으로 지적한 자드는 이내 씁쓸한 표정으로 입맛을 다시며 고개를 숙였다.

"저기 할배.. 이 여행 그만두지 않을래..?  한솔이랑 둘이서 조용하게 살지 않을

래..? 나머지는 내가 혼자서 할게.. 할배랑 자드 복수는 내가 대신해줄 테니까..

그는 핏기가 쫙 빠질 정도로 강하게 주먹을 쥔 채 애원하듯 말했다.

그는 2년도 채 되지 않는 기간에 벌써 소중한 존재들을 많이 잃었다.

처음에는 그녀.. 그다음에는 경철과 나라와 병원의 사람들.. 그리고 이번에는..

"응? 여행은 그만두자. 내가 꼭 두목 목을 따서 가지고 올 테니까.

그는 할배의 양복 안에 숨겨진.. 가는 팔목을 꽉 잡으며 재차 애원하는 형태로 말했다.

그는 더 이상 누군가를 잃는다는 고통과 절망을 맛보는 것은 싫었기 때문이었다.

그러나.. 그런 그의 애원에도 할배나 자드는 고개를 끄덕여주지 않았다.

"그건.. 무리다."

[무리야.]

두 사람은 누가 말할 것도 없이 동시에 공통된 자신들의 의사를 입 밖에 내뱉었다.

"이 복수극에 우리가 빠져서는 안돼."

[죽는한이 있어도..!]

그들은 조용히 시선을 창문 밖으로 돌려.. 거대하게 펼쳐진 연구소를 당장이라도 찢어발

길듯한 눈으로 노려봤다.

자신들의 소중한 존재들을 개죽음시킨 태양 교단.. 그 존재들을 하나도 빠짐없이 죽이

지 않으면 안 됐다.

그것이 잔혹하게 죽어간 자신들의 가족에 대해.. 그들이 유일하게 해줄 수 있는.. 지켜

주지 못하고 자신들만 살아남아버린 유일한 속죄이기도 했기 때문이었다.

"너도.. 이해하고 있겠지? 같은 처지니까.."

[너라면 남한테 맡겨둔 채 편하게 살수 있겠어?]

두 사람의 분노가 느껴지는 날카롭고 불탈 것 같은 말들에 그는 아무런 반론도 할 수

없었다.

그 말대로.. 자신이 반대의 입장이 된다고 한다면.. 그것은 받아들 이 수 없는 일이었

다.

분명 자신이라도 목숨이 위험하다고 해도.. 불에 뛰어드는 나방처럼 뛰어들 것이 분명했

다.

"도와다오.. 미도.. 우리의 유쾌한 복수극을..!"

[도와줘..! 우리가 녀석들의 마지막을 볼수있게..!]

가슴이 찢어질 것 같은 정도로 그들의 감정이 담긴 말에 그는 아무 말 없이 고개를 숙

였다.

그렇게 감정을 토해내던 세 남자는 언제 그랬냐는 듯 입을 다문 채 다시 한번 묵직한

침묵의 공간을 생성했다.

그리고.. 얼마 후

고개를 숙이고 있던 그가 조용히 얼굴을 들어 올렸다.

그 얼굴에 새겨진 표정은 미소.. 평소와 같은 밝은 미소였다.

"응! 하자!"

그는 힘차게 소리쳤다.

그야말로 기분이 좋아 날아갈 것 같은 높은 텐션이 담긴 목소리..

그리고 그것은 할배와 자드의 부탁을 긍정하는.. 받아들인다는 의미가 담겨 있는 것이었다.

============================ 작품 후기 ============================

어제는 못올려서 죄송합니다 ㅠㅠ

아직 컴을 못고쳐서..

오늘 고치러 용산에 있는 as센터갔다가 지갑을 도둑맞았습니다.

접수증 쓰느라 잠깐 테이블 위에 올려두고 작성하고 그거 건내주고 증상 이야기해주는데 대충 1분정도 썼는데 뒤돌아보니까 지갑이 없어졌더라고요..

12만원이나 들어있었는데 ㅠㅠ

거기에 가진돈이 십원 한장없어서 고치기는 커녕 집에갈 차비도 없어서.. 결국 와이프님 소환해서 어떻게든 집에 돌아왔습니다..

와이프님한테 쓴소리듣고..컴도 못고치고 지갑도 잃어버리고..

심지어 소설 내용도.. 여러가지 우울이 겹치네요 ㅠㅠ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