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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p 7 잠입
복도로 나온 그와 한솔은 재차 자신들이 있는 층의 다른 방들을 탐색했다.
대부분의 문들은 잠겨있지 않았기에 평범하게 문을 열고 들어가 안을 뒤질수 있었고.. 잠겨져 있는 문도 그의 힘과 묵직한 미트해머로 인해 의미따위는 별로 없었다.
그렇게 한층을 빼놓지 않고 전부 뒤져본 그들이었지만.. 딱히 쓸만한 물건은 발견할수 없었다.
애초에 그들이 있던 층은 대부분 사무실들로서 사용되던 구조였고.. 그런 사무실에 그들에게 필요한 물건들이 있을 확률은 몹시 낮았다.
그러나 아무것도 건지지 못한것은 아니었다.
사무실답게 펜이나 종이는 잔뜩 있었다
물론 잠입에는 전혀 필요없는 도구들이었기는 하지만.. 한솔의 교육이나 취미생활에 있어서 제법 유용한 물건들이었고 그들이 잠입할시 지루해할 한솔의 시간을 달래줄수 있는 유용함도 가지고 있었다.
그것 외에는 반쯤 녹아버린 과일맛 사탕정도였고.. 그 내용물은 이미 그와 한솔의 입안에서 데굴데굴 굴러가며 녹고 있는 중이었다.
"맛있네!"
"응!"
사탕을 입안에서 녹여가며 웃던 그들은 더이상 이층에는 볼일이 없었기에 그대로 아래층으로 내려갔다.
그러나 아래층도 사무실로 구성된 층이었고 위층과 별반 다르지 않았기에 전투에 도움될만한 물건은 그 어디에서도 발견할수 없었지만 다른용도로서.. 유용하다면 유용한 물건을 하나 발견할수 있었다.
사각형의 가죽으로 된 카드나 사진등을 넣을수 있게 만들어진 케이스 였다.
물론 카드가 있을리도.. 이런 세상에서 사용할수 있을리도 없었기에 그쪽 방면에서는 전혀 쓸모가 없는 물건이었지만.. 그에게 있어서는 제법 쓸만한 용도의 물건이었다.
"사이즈도 딱 좋네!"
그는 방긋 웃으며 자신의 품에서 조심스럽게 손바닥보다 조금 작은 크기의 사진을 꺼냈다.
끝부분이 조금 닳거나 꾸겨지기는 했지만 관리를 잘한것인지 중앙 부분은 아직 빳빳한 상태를 유지하고 있는 사진을 꺼낸 그는 그것을 자신의 얼굴 가까이에 가져가 흐뭇한 미소로 바라봤다.
그 사진은 다름 아닌 그녀와 자신이 같이 찍혀 있는 이 세상에서 유일한.. 한장의 사진..
해맑게 웃고있는 그와 반쯤 눈을 감아.. 안그래도 날카로운 인상이 좀더 날카로워져 보이는 그녀가 찍혀져 있는 사진이었다.
그는 아무런 망설임도 없이 가 가죽케이스에 사진이 구겨지지 않게 조심스럽게 넣은뒤 재차 그것을 흐뭇한 미소로 확인했다.
"여자친구야?"
그의 코트자락을 잡아 당기며 호기심 가득찬 얼굴로 한솔이 물었고.. 그는 잠시 사진에서 시선을 땐 뒤 작은 신음을 흘렸다.
한솔이말한 여자친구라고 한다면 여자친구라고도 할수 있지만.. 그 한마디로 표현하기에는 상당히 애매했기 떄문이었다.
"으음.. 틀릴려나..?"
뭐라고 말하기 애매한 그는 일단 한솔의 말에 부정했다.
"그럼 엄마 사진?"
"아니"
부모에 대한 기억이 없는 그에게 있어서 부모가 어떤 존재인지 잘 몰랐지만.. 적어도 그것은 아닐꺼라고 확신 아닌 확신이 있었기에 그말에 대해서는 단번에 부정했다.
"그럼 누구야!?"
자신이 말한 답들이 전부 부정당하자 한솔은 결국 참지 못하고 거칠게 코트자락을 잡아 당기며 그에게 답을 요구했다.
한솔의 요구에 그는 재차 곰곰히 생각했다.
그러나 그녀와 자신의 관계를 어떤 말 하나로 확정할만한것이 없었다.
"소중한사람..일려나?"
그렇기에 그는 적당하게 모호한.. 그렇지만 어떤면으로 대부분의 의미를 내포하고 있는 만능적인 느낌의 답을 내놓았다.
"으음.. 잘모르겠어... 그 사진 봐도 돼?"
그가 말한 의미에 대해서 이해를 할수 없었던 한솔은 그 대신 조심스럽게 그런 요구를 했다.
일단 그가 그 사진을 굉장히 귀하게 여긴다는 것만큼은 어떻게든 이해 했기 때문이었다.
"으음.. 조심해서 봐야돼?"
그는 잠시 고민하더니 이내 수락하고 조용히 가죽케이스에 들어간 사진을 한솔이에게 넘겼다.
그가 수락하자 밝은 얼굴로 그것을 양손으로 공손하게 받은 한솔은 콧노래를 부르며 사진을 살폈다.
지금과 다를바 없는 그.. 하지만 굉장히 즐거워보이는 얼굴을 하고 있는 그와 모르는 흑발의 여성이 비추어진것을 본 한솔은 그쪽을 뚫어지게 관찰했다.
그리고 느낀 여성쪽의 첫인상은..
"이 언니 이쁘게 생겼지만.. 무섭게 생겼어!"
였다..
"히히히히!"
한솔의 반응에 그는 유쾌하다는듯 배를 부여잡은채 낄낄되고 웃고 시작했다.
아무리 좋게 포장해도 인상이 좋다고 말할수 없었던 그녀였지만.. 솔직하기 짝이 없는 아이의 입에서 나온 그말이 상당히 재밌었기 때문이었다.
얼마동안을 한솔이 말한 말에 유쾌하다느듯 웃어 제낄수 밖에 없었던 그는.. 만약 그녀가 이자리에 있었다면 '누가 무섭게 생겼다는거야!?' 라는 말을 울컥한 상태에서 내뱉었을거라는 생각에 더 욱 웃었다.
"오빠?"
그리고 뭐가 그리 유쾌한지 웃어대는 그의 행동을 이해할수 없던 한솔은 고개를 갸웃거리며 '왜 저래?' 라는 얼굴로 길티의 고양이탈을 바라봤다.
그러나 길티 역시 그것을 알리는 없었고.. 탈사이에 들어난 목만이 양옆으로 작게 흔들릴 뿐이었다.
한동안 심하게 웃던 그는 너무 웃어 흘러 나온 눈물을 손으로 흠치며 호흡을 가다듬기 위해 심호흡을 했다.
"휴우.. 너무 웃었네."
겨우 웃음의 바다에서 빠져나온 그가 작은 한숨을 내쉬며 자신의 가슴을 쓸어 내리고는 귀엽게 고개를 갸웃 거리고 있는 한솔의 머리를 거칠게 쓰다듬었다.
"뭐.. 무섭게 생기긴했지만 굉장히 착한 언니야?"
'목소리는 좀 크지만..' 이라는 사족을 작은 목소리로 덧붙이며 말했다.
"착해?"
"응! 지금쯤이면 분명.. 하늘나라에서 천사가 됐을꺼야."
그녀에 대한것을 직접적이 아니라 간접적으로 표현한 그는 씁쓸한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
직설적으로 그녀가 죽었다는 사실을 말하는것이 꺼려진 이유도 있었지만.. 한솔의 부모님에 대한 생각이 날지도 모른다는 배려에 의해서 였다.
"이 언니 천사야? 날개도 있는거야?"
"으음..글쎄? 아마 있지 않을까?"
그의 답에 한솔은 재차 사진속에 있는 그녀를 바라봤다.
검은 머리카락과 검은 눈동자 검은 옷.. 날카로운 눈매의 미녀
아무리 머릿속으로 이미지를 그려보려고 해도 새하얀 천사의 날개를 가진 그녀의 모습이 한솔로서는 상상을 할수가 없었고.. 대략적으로 상상해봐도 너무 어울리지 않아 중간에 이미지가 무너질정도였다.
"안어울려.."
머릿속으로 떠오른 자신의 솔직한 심정을 입에 담은 한솔은 사진을 뚫어지게 노려보며 중얼 거렸다.
"히히히! 확실히 안어울리긴 하네!"
옷이나 이미지 느낌으로는 새하얀 천사의 날개보다 검은 악마의 날개가 훨씬 잘어울리는 모습이었기에 그도 그것에 대해서 동의 했다.
"다봤어!"
더이상 사진에 대한 흥미는 떨어진것인지 한솔은 까치발을 들어올려 사진을 그에게 내밀었고 그런 사진을 조심스럽게 잡은 그는 마지막으로 한번더 사진을 눈으로 흟은 뒤 조용히 그것을 품속에 넣었다.
"그럼 갈까?"
이 곳은 대략적으로 다 돌아본 뒤였기에 그는 아래층으로 갈것을 제안했고.. 그 제안을 수긍한다는 의미로 한솔은 유일하게 존재하는 그의 왼손과 길티의 붕대가감긴 오른손을 잡으며 끌려가는 외계인 같은 모습이 됐고.. 그런 한솔을 웃으며 바라본 그는 밖으로 걸어갔다.
그렇게 손이 연결된 상태로 아랫층으로 내려간 그들은 별반 다를거 없이 건물안을 샅샅히 뒤지며 돌아다녔다.
중간 중간에 건물안에 남아있던 좀비들 몇마리가 출현했고 한솔을 노리고 달려 들기는 했지만 한솔의 양옆에 붙어있는 무시무시한 경호원들이 그것을 가만히 냅둘리도 없었고.. 한솔에게 도달하기 직전에 머리가 박살나거나 목이 베이거나 하는 결말을 맞이 했다.
"냄시나~"
자신이 습격당한것을 알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한솔은 무서워하거나 두려워하는 기색없이.. 그저 좀비들에게 풍겨오는 썩은내에 코를 틀어막은채 얼굴을 찌푸리는 반응만을 보일뿐이었다.
아이같지 않은 엄청난 담력이라고 말할수 있는 모습이었다.
이것은 그가 좀비들을 이용해 한솔에게 무기를 다루는법을 알려준 덕분에 좀비에 대한 공포는 예전의 벌벌 떨며 피해다닐 때와는 다르게 많이 희석된 상태였고 거기에 한솔이 이런 여유로운 태도를 취할수 있는 이유는 한가지가 더 있었다.
그것은 다름아닌 그와 길티가 양옆에 있다는 안심감.. 혹은 신뢰감을 가지고 있었기 때문이었다.
어린나이에 개고생이라고 밖에 말할수 없는 가시밭길을 걸으며 살아왔던 한솔에게 있어서 의지할수 있고 자신을 지켜주는 길티나 그 그리고 할배와 자드에게 기대는것은 어찌보면 당연한 일이라고 할수 있었다.
하지만 그런 이유만으로 한솔이 그들을 따르는것은 아니었다.
한솔이 그들을 따르는 이유는..
"오빠! 오빠! 가스통! 가스통 있어!"
갑작스럽게 한솔이 흥분한 목소리로 소리치며 창문에서 떨어지지 않을까 할정도로 몸을 내밀며 말했다.
한솔보다 약간 늦게 창문으로 다가온 그도 한솔이가 보고 있는 곳으로 시선을 돌렸다.
거기에는 길다란 가스파이프와 연결되어 있는 몇통의 lpg 가스통들이었다.
아마도 음식점인 이곳에서 사용하던 물건인 모양이었다.
"저정도면 큰 '불꽃놀이' 할 수 있지!?"
한솔은 함박웃음을 지으며 그에게 확인하듯 물었다.
모르는 사람이 듣는다면 아이의 위험한 발언을 지적해야할지 아니면 그 무지함을 웃으며 넘겨야할지 미묘한 발언이었다.
그러나 그는 그 뜻이 무엇인지 확실하게 알고있었다.
그것도 그럴것이 그것은 그가 한솔에게 알려준.. '가스폭발' 의 은어와 같은 말이었기 떄문이었다.
"이 정도면 거기(연구소)도 날릴수있어?"
"이정도로는 무리일것 같은데."
"그럼 더 모아서 터트리면 되겠다!"
흥분한 기세 그대로 한솔은 바닥을 펄쩍 펄쩍 뛰어오르며 말했다.
한솔이 이렇게 흥분한 이유는.. 그에게서 배운 지식을 실제로 해보고 싶다는 호기심 때문이었다.
한솔은 전투기술이나 사람의 심리를 파악하는 일 외에도 그에게서 도움이 되는 '화학' 작용에 대해서도 배웠다.
어떠한것이 잘타고 잘 터지지는지에 대한.. 여러가지 의미로 위험하기 짝이 없는 지식이었다.
물론 다른 의미로 해석하자면 안전에 대한 지식이기도 했지만.. 애초에 폭발을 일으키기 위한 목적으로 가르친것이었기에 역시 위험한 지식이었다.
"다 들고 갈수가 없으니까 연구시설을 날려버리는건 힘들거 같은데?"
"히잉..."
그의 현실적인 대답에 명백하게 실망한 모습을 보인 한솔은 시무룩한 모습으로 아쉬운듯 가스통을 내려다 봤다.
하지만..
"히히히! 그럼 이렇게 하자."
그는 씩 하고 웃으며 한솔의 귓가에 입을 가져간채 무엇인가를 중얼 거린 뒤 조용히 얼굴을 들어올리며 재차 미소 지어보였다.
"할래! 할래!"
그가 무엇을 말했는지 알수 없었찌만.. 한솔의 표정은 방금전 시무룩했다는것이 거짓말인것 마냥 몹시 밝고 힘찬.. 그야말로 아이다운 미소로 웃었다.
그 모습은 그야말로 소풍가기 직전의 흥분한 아이와 같은 모습과 다를바 없는 모습이었다.
============================ 작품 후기 ============================
피씨방 왔다갔다하는거 의외로 피곤하네요 ㅠㅠ
내일 빨리가서 고쳐야겠습니다!
자꾸 피씨방에서 오낳괴(오버워치가 낳은 괴물.. 일명 한조충)가 팀의 멘탈을 파괴하는 모습에 집중력이 계속해서 사라지네요..
어쩔수없이.. 겐지가 함께 한다아아아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