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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p 6 일행
그녀가 복부에 극심한 고통을 느끼고 나서 1주일 후..
그녀의 배는 그때와 비교해 제법 많이 부풀어 올라 있었다.
그다지 티가 나지 않았던 1주일 전과 비교하면 확연하게 솟아 올라온 그녀의 배는 그녀
가 확실하게 임산부임을 알 수 있게 해주었다.
"지금은 괜찮은 건가요?
솟아오른 배 위에 청진기를 댄 채 그녀의 상태를 확인하는 나라가 물었다.
"지금은 괜찮아.. 자주 그런 건 아니니까."
지퍼를 내려 배를 들어낸 상태의 그녀는 미간을 찌푸린 채 돌이라도 씹은듯한 얼굴로 나
라를 내려다봤다.
"제가 할 수 있는 방법으로 확인한 바로는 정상이에요."
나라는 그녀의 배에서 청진기를 때어내고는 조용히 그녀의 지퍼를 가슴까지 올려 주고
는 자리에서 일어났다.
"그래도 역시 확실한 건 정밀검사를 해보지 않으면 알 수가 없겠네요."
1주일 전 배에 극심한 고통을 느낀 뒤.. 얼마 동안은 아무런 이상이 없었던 그녀였지
만.. 배가 부풀어 오름에 따라 간간이 그녀의 내장을 쥐어뜯는 것 같은 고통이 그녀를
덮쳐왔다.
처음에는 하루에 1~2번에서 대략 몇 초 정도의 고통이 찾아왔고.. 나라는 그녀를 진찰
해보고 그것이 아이가 뱃속에서 움직여서 생기는 진통이 아닐까 하고 추측했다.
즉 태동으로 인한 고통..
단지 의문점인 것은 태동이라고 하기에 그녀가 느끼는 고통이 예사 고통은 아니라는 것
이었다.
물론 사람에 따라 천차만별이기는 하지만.. 태동 때마다 보여주는 그녀의 반응은.. 다
죽어가는 사람처럼 몹시 고통스러운 모습이었다.
얼굴은 고통에 일그러지고 이마는 식은땀으로 흠뻑 젖을 정도로 상태가 좋지 않았다.
그것도 대략 몇 초 정도 밖에 느끼지 않는 고통이 그녀에게 이 정도로 영향을 준다는
것은 적어도 보통은 아닌 일이었다.
일단 나라가 진찰해본 바로는 그녀의 상태는 어디 하나 나쁘지 않아 보였고 체온도 맥박
도 정상이었다.
그러나 이런 진찰만으로도 몸 상태를 전부 알아볼 수 있을 정도로 사람의 몸은 단순하
지 않기에.. 가장 좋은 방법은 기계를 이용한 정밀 검사를 해보는 수밖에는 없었다.
"정밀검사..라고 해도 어딜 가서 하라는 거야.
전기가 끊겨버린 이 세상에 그런 정밀검사는 무리라고 생각한 그녀가 인상을 찌푸리며
말했다.
"큰 병원은 발전기가 있으니까. 못할 것도 없어요?"
진찰 도구들을 가방에 차곡차곡 넣으며 나라는 그녀의 말을 부정했다.
나라와 경철이 거점으로 쓰고 있던 병원도 발전기를 이용하여 전기가 들어오는 상태였
다.
물론 발전소에서 보내오는 전기량과 비교하면 굉장히 낮은 전력이었지만.. 발전기를 돌
린다면 그녀 한 명을 정밀검사하는 데에 필요한 전력량은 어떻게든 될 터였다.
"다만 문제는.. 큰 병원이 근처에 없다는 거네요.. 죄송한데 지도를 꺼내주시겠어요?"
진찰 도구를 다 정리한 나라는 손을 뻗어 그녀에게 지도를 요구했고 그 요구에 그녀도
별말 없이 자신의 품속에 넣어둔 지도를 꺼내 나라에 넘겼고 지도를 건네받은 나라는 그
것을 바닥에 펼친 뒤 천천히 지도를 살폈다.
"제가 모르는 병원이 있을지도 모르겠지만.. 일단 제가 아는 바로는 이 근처에는 큰 병
원은 없어요. 시설이 있을만한 큰 병원은 여기와.. 여기 정도뿐이네요.
그리고 나라가 가리킨 병원은.. 다름 아닌 자신들이 거주했던 병원과.. 그가 약품을 찾
으러 갔던 병원 두 곳이었다.
즉 현재 자신들이 진행하는 방향과는 그야말로 정 반대라고 할 수 있는 위치에 있는 곳
이었다.
"다시 되돌아가는 거잖아!
현재까지 온 것이 무색할 정도로 원래의 장소까지 되돌아가는 일과 다름없는 일이었기
에.. 참지 못하고 그녀는 목소리를 높였다.
"그 이외에는 없어?"
아무리 그래도 몇 주간의 여행을 했던 길을 되돌아갈 수도 없는 노릇이었다.
물론 혹시나 문제가 있을 것을 대비해.. 아이를 위해서라도 돌아가는 것이 좋을지 몰랐
지만.. 그 선택은 최후까지 미루어 두고 싶었다.
"그 이외라면... 여기네요."
나라가 가리킨 곳은 현재의 위치보다 한참 더 위인 곳으로.. 그 사이에는 이곳에서 얼
마 남지 않은 태양 교단의 아지트까지 합하면 3개나 존재하고 있었다.
거리로만 쳐도 한 달 이상은 걸릴 것 같은 거리였다.
"머네.."
"멀지요."
두 여자는 지도를 가리킨 손가락 끝을 바라보며 중얼거렸다.
"어떻게 하실 건가요?
되돌아가든 조금 더 걸리더라도 진행하든 결국 이 일행의 최종 선택권은 그녀에게 있다
고 봐도 무방했기에 나라는 그녀의 의사를 물을 수밖에 없었다.
뭐.. 애초에 나라 혼자서는 이 여행길에 살아남을 수 없었던지라 경철과 그녀가 없었다
면 며칠 안에 죽어도 이상하지 않기 때문에 따라가는 것은 선택이 아니라 필수기도 했지
만 말이다.
"................"
그녀는 팔짱을 낀 채 나라의 말에 고민하듯 미간에 주름을 만들어 현재 상황의 방향성
을 잡기 위해 집중했다.
돌다리도 두들겨 보고 건너라라는 말이 있듯이 혹시나 하는 일에 대비해 일단 돌아가
몸의 검사를 해봐야 하는가.. 아니면 이대로 고통을 참아가며 그를 쫓는 여행을 진행하
는가에 대한 이택에 대한 것이었다.
얼마 동안은 그 상태로 심각하게 고민에 고민을 거듭하며 신음을 흘리던 그녀는.. 이
내 생각이 정리된 것인지 고개를 들어 올렸다.
"이대로 가자."
"괜찮으시겠어요?"
그녀의 의사를 확인하듯 나라는 걱정스러운 얼굴로 물었다.
"괜찮아. 까짓것 좀 참으면 그만이지.. 어차피 오늘 내일 어떻게 되는 것도 아니고."
그 참을 수 없는 고통은 그야말로 오늘내일해도 이상하지 않을 정도의 고통이기는 했지
만 하루에 몇 초 정도만 참으면 될 일.. 즉 자신이 어떻게든 참아내면 될 일이었다.
"아저씨! 들어와도 괜찮아!"
방향성이 정해지자 그녀는 진찰의 탓에 밖으로 내보내진 경철을 불렀고.. 그 소리에 즉
각 반응한 경철은 문을 열고 그 거체를 낮게 숙인 채 방안으로 들어왔다.
"여행은 이대로 속행인가?"
이미 밖에서 대략적인 이야기는 듣고 있던 경철이 재차 확인하기 위해 물었고.. 그녀
는 대답 대신 고개를 끄덕여 긍정의 표시를 했다.
"그런가.. 네가 선택한 거라면 괜찮겠지."
별다른 말없이 경철도 수긍했고.. 그렇게 그들의 여행은 재차 앞을 향해 나아가게 됐
다.
여행을 속행하기로 하고 나서 3일 후..
그들은 목적지 중 한 곳인 태양 교단의 또 다른 아지트 근처에까지 도달할 수 있었다.
그 사이에도 간간이 그녀의 배를 압박하는 태동의 고통이 찾아왔지만.. 어떻게든 그것
을 참아내며 이동속도를 늦추지 않았고 그로 인해 예정대로의 시간에 목적지 근처까지
도착할 수 있었다.
안전해 보이는 건물에 짐을 풀어 놓은 뒤 그녀는 그대로 태양 교단의 아지트로 향해 그
의 정보를 털어볼 심산으로 밖에 나가려고 했지만.. 경철의 커다란 손이 그녀의 팔을
붙잡았다.
"기다려라."
"왜그래?"
"이번에는 나 혼자 다녀오마."
의아해하는 그녀에게 경철은 나직한 목소리로 말했다.
"어..? 아저씨 혼자..?"
당혹감에 찬 소리를 흘리며 그녀는 경철의 상처투성이 얼굴을 점이 된 눈으로 바라본
채 말했다.
"최근 좀비만 상대해서 좀이 쑤시고 있어서 말이지. "
경철은 당황해하는 그녀의 어깨를 잡고 조심스럽게 바닥에 앉게 만든 뒤 자신의 굳어진
몸의 뼈와 근육을 우둑 하고 풀었다.
"아니.. 그.. 위험하지 않겠어?"
경철이 영웅이 됐다고는 하지만.. 그녀 자신과 비교하면 한없이 아래라고 밖에 말할
수 없었다.
그녀라면 대부분의 공격에 대미지를 받지 않기도 했고 압도적인 신체능력으로 적을 압도
할 수 있었기에.. 그녀에게 별다른 위협은 없었다.
그러나 경철은 달랐다.
인간이 상대라면 상관없었지만.. 혹시라도 녀석들의 아지트에 강한 괴물이 있다고 한다
면 고전을 면치 못할 가능성이 높았다.
"위험해지게 되면 알아서 도망갈 테니까 걱정 말라고. 아니면 신호탄이라도 쏠 테니 네
가 구해주러 오던가.
"아니.. 그럴 바에는 그냥 내가.."
"대장님 말대로 하세요. 당신 몸이 튼튼한 건 알고 있지만 '아이'를 위해서라도 간간
이 휴식을 취하는 건 중요해요."
굳이 귀찮지 않게 자신이 그냥 나서려고 했던 그녀였지만.. 경철의 의견에 동조한 나라
가 그녀에게 '아이'를 강조하며 설득했고.. 그녀는 뭔가 말하고 싶은 얼굴로 두 사람
을 바라보다.. 이내 포기하고 세로로 고개를 끄덕여 반 억지로 납득할 수밖에 없었다.
"좋아! 정해졌군!"
호전적인 미소를 띤 경철은 그대로 짐에서 소총을 꺼내 그것을 어깨에 메고 자신의 배낭
을 낚아채듯 챙겨 맨 뒤 그녀가 뭐라고 말을 걸 타이밍조차 주치 않은 채 잽싸게 그 거
체를 움직여 문 밖으로 뛰쳐나갔다.
"다녀오도록 하마!"
문을 닫는 것과 동시에 그 말을 마지막으로 내뱉은 뒤 경철은 그대로 건물 밖에 뛰쳐나
간 채 태양 교단의 아지트로 향하기로 했다.
단지.. 그녀와 다르게 경철은 당당하게 정문으로 걸어들어갈 생각은 전혀 없었다.
애초에 그녀와는 스펙조차가 다르기 때문에 그런 절대강자적인 행동은 경철에게 있어 무
리인 행동이었다.
그렇기에 경철은 자신만의 방식으로.. 여태껏 수많은 전장에서 싸워온 자신의 방식
을.. '병사' 답게 '전술' 을 이용해 아지트를 제압하기로 했다.
경철은 가장 먼저 아지트를 한눈에 내려다보거나 혹은 최대한 많은 정보를 얻을 수 있
을 것 같은 높은 건물을 찾아낸 뒤 최상층으로 올라가 망원경을 이용해 태양 교의 아지
트를 살폈다.
"이상하군.."
경철이 아지트를 보고 나서 떠오른 것은 이상하다였다.
태양의 심벌마크가 박힌 재킷을 입고 있는 다수의 인간들이 총기로 무장한 채 건물 외부
에 모여 있었고.. 그들 전부가 적의 습격을 대비하는듯한 모습으로 하나밖에 없는 입구
에 총구를 겨눈 채 서있었다.
그 모습에 경철은 자신들의 존재가 노출된 것인가?라는 생각이 들었다.
그러지 않고서는 경계가 너무 삼엄하기 짝이 없었다.
건물의 크기나 밖에 나와있는 인간의 수로 보면 많은 수의 병력이 밖으로 나와 있다는
것은 알 수 있었고 그것이 뜻하는 것은 그들이 확실한 정보에 의해 대비하고 있다는 것
을 뜻하는 바이기도 했다.
그것이 자신들인지 혹은 다른 존재들에 대한 대비인지 까지는 알 수 없었지만 말이다.
"뭐 우리든 다른 인간들이든 할 일은 변함없겠지."
태양 교단의 인간들을 마지막으로 살핀 경철은 혼잣말을 중얼거리며 전쟁의 준비를 위해 자신의 배낭을 풀어 해쳤다.
============================ 작품 후기 ============================
이제 이번 에피소드도 중후반.. 이번 에피소드로 시즌2도 종료가 되겠군요.
예전에도 말했지만 미미와 미도가 만나는건 시즌3입니다!
거기에 시즌4.. 총 에피소드12로 완결 예정중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