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좀비로 뒤덮인 세상-17화 (17/36)

4화 - 성배의 위기

“어이, 녹색 티 잠깐만 서봐.”

지연은 성배의 부름에 걸음을 멈추고 뒤를 돌아봤다. 성배는 머리를 긁적이며 지연에게 다가갔다.

“아깐 내가 너무 황당한 이야기를 들어서 미처 생각을 못했는데, 니들 그냥 지금 도망가면 되는 거 아니냐?”

성배의 말에 지연과 혜정은 당황하며 말을 하지 못했다. 성배는 그런 그녀들을 보자 더욱 다그쳤다.

“안 그래? 지금은 니들 둘이 돌아다니잖아. 그냥 도망가면 되는 거 아냐?”

“아니, 뭐 그렇긴 한데요.”

지연과 혜정은 성배의 눈치만 보며 섣불리 대답을 못하고 있었다. 그녀들은 계속해서 눈치만 보며 마른 침을 꿀꺽 삼켰다.

성배는 그런 그녀들의 바로 앞까지 성큼 다가섰다. 성배의 시선은 뭔가 골똘히 생각하는 듯 위를 향하고 있었다. 잠시 생각에 빠져있던 성배는 뭔가 떠오른 듯, 한쪽 입꼬리가 올라가며 헛웃음을 지었다.

“하, 나 이거 참. 이것들이 이쁘장하게 생겨갖고….”

성배는 알 수 없는 표정으로 그녀들을 보며 말했고, 지연과 혜정은 잔뜩 긴장했다. 그런 그녀들을 향해 성배가 배트를 살며시 들었다.

“은근히 독하네. 그러니깐 그냥 도망가긴 억울하니깐 딱 봐도 강해보이는 나한테 복수 해달라는 거지? 그치? 크하하!”

성배는 배트로 때리는 시늉을 하며 호탕하게 웃었고, 지연과 혜정은 긴장이 풀린 듯 미소를 머금고, 고개를 가볍게 끄덕이며 재빨리 대답했다.

“네, 맞아요. 우리가 당한 게 너무 억울해요. 그런 미친놈은 혼 좀 나봐야 돼요.”

성배는 아주 거만한 표정을 지으며, 지연과 혜정의 가운데에 서서 그녀들에게 어깨동무를 했다.

“걱정마라, 우리 이쁘니들. 그 미친놈은 내가 죽여 줄 테니깐.”

“진짜 죽일 거예요?”

혜정의 질문에 성배는 그녀를 빤히 쳐다보며 말한다.

“말이 그렇다는 거지이이. 우리 이쁘니 너무 막나갈려고 하네. 이래 봬도 난 사람을 죽여본 적은 없어. 물론 앞으론 어떻게 될지 모르지만 말야. 세상이 이 모양이니….”

성배는 이렇게 말하고 뒤를 돌아본다.

‘한이 자식 알아서 잘 돌아갔겠지. 미안하다. 형이 그 미친놈만 손봐주고 금방 갈게.’

잠시 한이 걱정을 한 성배는 다시 그녀들을 재촉했다.

“자, 다시 가볼까.”

다시 걷기 시작한 성배는 뭔가 확인 하고 싶은 듯 그녀들에게 물었다.

“뭐, 나는 너희들을 믿지만 그래도 확실히 해두고 싶어서 다시 묻겠는데, 그러니까 몇 일전에 좀비가 발생했다는 뉴스를 보고 녹색 티 너는 혼자 있기 무서워서 흰 티 집으로 가서 같이 지냈다.”

“네.”

“그러다 신림동에도 좀비가 나타났고, 때마침 그 미친놈이 와서 도와달라고 했다 이거지?”

“네, 맞아요.”

“그래서 처음엔 망설이다 집으로 들어오게 해줬더니 돌변해서 흰 티 가족들을 해치고, 집에 있는 음식도 맘대로 먹고, 마시고, 대낮부터 취해서 흰 티는 강간까지 당 할 뻔했고.”

혜정은 그 말을 듣고 울먹이며 고개를 돌렸고, 지연은 그런 혜정의 어깨를 매만지며 위로했다.

“그리고 무엇보다 중요한 게 그 미친놈이 자신이 좀비를 만들었다고 했고.”

“네, 다 사실이에요. 우리한테 항상 말했어요. 지금 좀비를 만든 게 자신이라고요.”

성배는 고개를 들지 못하고 흐느끼는 혜정을 안쓰럽다는 듯 바라보았다.

“어이, 흰 티! 울지마 인마. 내가 제대로 복수 해줄 테니깐, 내가 젤 싫어하는 새끼가 여자들 성폭행하는 새끼야.”

혜정은 고개를 숙인 채, 조그맣게 말했다.

“고마워요, 사실 생판 모르는 남의 일인데, 이렇게 선뜻 도와주신다고 하셔서 진짜 고마워요.”

성배의 미간이 순간적으로 움찔했다.

“아니, 뭐, 요 근래 일어나는 일들은 나한테도 조금의 책임이 있으니깐. 너무 고마워 안 해도 돼.”

“네? 무슨 책임이요?”

“아냐, 아냐! 자자, 가자고.”

성배는 말을 아끼며 길을 재촉했고, 지연과 혜정은 다시 앞장서 걷기 시작했다. 그렇게 20여 분을 걸어 그녀들이 성배를 데리고 간 곳은 마트는 물론 일행이 밴을 세워두고 쉬던 곳에서도 한참 떨어진 곳이었다.

빼곡히 동네를 채우고 있던 단독주택들도 거의 보이지 않았고, 주변에 몇 채의 저택들만 있는 외진 곳이었다. 그 중 유독 담장이 높은 집으로 성배를 안내했다.

“여기에요. 여기가 우리 집이에요.”

성배는 집 주위를 어슬렁거리며, 주변을 살피기 시작했다. 오면서 처리한 좀비 몇 마리 외에는 주변은 비교적 안전해 보였다.

성배는 혜정의 집 대문 앞에서 안쪽을 들여 다 봤다. 별다른 인기척은 느껴지지 않았다.

“니들은 여기 있어라. 내가 후딱 가서 처리하고 나올게.”

“아뇨! 우리도 들어갈래요.”

지연과 혜정은 당당하게 대문을 열고 들어갔다. 그 뒤를 성배가 어이없다는 듯 콧방귀를 끼며 따라 들어갔다.

수백 평은 되 보이는 정원에 2층짜리 집과 큼지막한 주차장이 나란히 있었다. 정원을 지나 현관문으로 가면서 성배는 온통 커튼이 처진 집을 유심히 살펴보았다.

현관문을 연 혜정은 당당하게 말한 것과는 달리 쉽사리 앞장서지 못했고, 성배는 그런 혜정을 뒤로 한 채 집 안으로 성큼 걸어 들어갔다. 역시 성배답게 긴장하는 모습은 전혀 보이질 않았다.

집 안엔 한눈에 보기에도 값비싸 보이는 호랑이 가죽 양탄자가 거실 중앙에 화려하게 깔려 있었고, 베이지색 고급 가죽 소파가 그 주변에 자리 잡고 있었다. 소파 옆에는 텔레비전 광고에서나 보던 최고급 에어컨이 떡하니 서 있었다. 거실 한 쪽 벽면엔 어마어마하게 큰 칼이 두 자루가 서로의 칼날이 엇갈린 채 진열돼 있었다.

‘뭔 칼이 저렇게 크냐. 저거 한이 자식 갖다 주면 좋겠는데.’

성배는 큰 칼을 보며 한이 생각을 하면서, 거실과 주방을 대충 둘러본 후 1층에 있는 방들을 하나씩 들어가 봤다.

“뭐야, 여기도 없잔아! 2층에 짱박혀 있나?”

1층에 있는 두 개의 방은 모두 비어있었다. 지연과 혜정은 성배의 뒤만 쫄쫄 따라다니고 있었다. 성배는 그런 그녀들을 바라보며 한마디 한다.

“아, 더워어어! 니들은 에어컨이나 키고 소파에서 쉬고 있어. 그놈 나오면 어차피 니들은 짐만 돼.”

지연이 아무래도 뭔가 이상하다는 듯 말한다.

“아니, 근데 그 미친놈 없는 거 같은데요? 집 안에 있다면 나와 보지 않았을까요?”

성배는 고개를 끄덕였다.

“혹시 모르니깐, 내가 2층 한 번 돌아보고 올게.”

성배는 그렇게 말하고 2층으로 가는 계단을 올라갔다. 2층에 오르자마자 3개의 방문이 보였다. 성배는 가장 앞쪽에 있는 방문의 손잡이를 살며시 돌렸다.

방 안엔 하얀색 침대만 하나 덩그러니 놓여있었다. 성배는 방을 나와 그 옆방의 문을 열었다. 역시 아무도 없는 빈 방이었다.

“이제 저 방 하나 남았는데.”

성배는 혼잣말을 하며 마지막 방 앞으로 조용히 다가갔다. 역시 방 안에서는 어떠한 인기척도 느껴지지 않았다. 성배는 배트를 움켜쥐고 마지막 방문을 열었다.

“이런 씨발!”

지연과 혜정이 황급히 2층으로 뛰어 올라왔다.

“왜 그래요?”

성배는 잔뜩 화가 난 듯 외쳤다.

“아무도 없잖아! 그 미친놈 꼭 만나고 싶었는데, 아 개새끼 눈치 하난 드럽게 빠르네. 이 차성배 님이 올 줄 알고 미리 발른거지 뭐.”

성배는 진심으로 아쉬운 듯, 툴툴거리며 1층으로 내려갔다.

그리고 곧바로 에어컨을 켰다.

에어컨이 가동되자 성배는 잠시 에어컨 바로 앞에서 바람을 쐬다가 소파에 벌러덩 드러누웠다.

어느새 지연이 시원한 사이다를 한 잔 따라와서 성배에게 건넸다.

“더우신데 이것 좀 드세요. 어찌됐건 그 미친놈이 없어져서 다행이에요.”

“그래, 이거 마시고 난 빨리 가봐야겠다. 나 간 다음에 문 잘 잠그고 둘이 잘 버텨라. 앞으로 세상이 어떻게 될지 아무도 모르니깐.”

“네, 걱정해줘서 고마워요.”

말을 마친 성배는 사이다를 한숨에 꿀꺽 들이켰다.

“크으으, 역시 더울 땐 탄산이 최고지. 근데 난 콜라를 좋아하는데 콜라는 없냐?

지연이 씨익 웃으며 입을 열었다.

“콜라는 색깔이 진해서 약을 타면 티가 나더라고요.”

성배는 어이없다는 듯 지연에게 물었다.

“뭐? 무슨 약?”

“하하, 무슨 약은 무슨 약이겠어. 수면제지 이 병신아.”

지연이 크게 웃으며 말했다.

성배는 사태를 직감하고, 순간적으로 일어나 자신의 배트를 찾았다. 그러나 배트는 이미 혜정이 들고 있었다.

“어이, 흰 티! 너 씨발 그거 안 내놓으면 죽는다.”

혜정은 다가오는 성배를 피해 방으로 들어가 문을 잠가 버렸다.

성배는 거실에 있던 지연을 노려보며 다가왔다. 그리고는 등에 메고 있던 산탄총을 풀어 지연을 겨냥하려고 했다. 그러나 수면제를 복용한 성배는 행동이 평소보다 훨씬 느렸고, 지연은 잽싸게 성배에게 달려들어 산탄총을 온몸으로 끌어안고 늘어졌다.

“너! 이 씨발년이 뭐하는 거야.”

지연은 말없이 산탄총만 끌어안고 있었다. 성배는 몰려오는 졸음을 정신력으로 참아내며, 어떻게든 총을 뺏기지 않으려고 애섰다.

악착같이 달라붙는 지연의 얼굴을 성배의 거대한 손이 덮어버렸다. 그리고는 지연의 얼굴을 꽉 쥐고 온 힘을 집중해 지연을 밀어버렸다.

지연은 마룻바닥에 뒹굴며 엎어졌고, 성배는 씩씩거리며 이리저리 휘청거리다 결국 쓰러졌다.

지연은 숨을 헐떡이며, 현관으로 나갔다. 그리고 마당에 있는 주차장으로 가서 문을 두드렸다.

“오빠, 나와 끝났어.”

주차장 문이 열리며, 노란색으로 머리를 탈색한 남자가 한 명 나왔다. 남자의 이름은 고정도였다.

“지연이 수고했다. 거 봐 내가 말했잖아. 미인계가 최고라니깐.”

지연은 인상을 잔뜩 찌푸린 채 대꾸한다.

“미인계는 무슨! 저 인간 우리한테 눈길도 한 번 제대로 안 주던데, 수면제 없었으면 우리 다 죽었어. 도대체 오빤 하는 게 뭐야!”

고정도는 느끼하게 웃으며 지연을 끌어안았다. 지연은 남자를 밀어내는듯하다가 이내 품에 쏙 안겼다.

“오빠는 우리 지연이한테 에너지 넣어 주잖아.”

지연은 정도와 몇 번의 키스를 나눈 후, 집 안으로 들어갔다.

집 안에선 혜정이가 성배의 팔과 다리를 빨랫줄로 꽁꽁 묶어놓고 있었다.

“오빠, 혜정이 재 연기 잘하더라. 저 새끼가 생긴 거랑 다르게 의심이 많더라고. 근데 혜정이 눈물 연기에 오히려 자기가 제대로 복수 해준다고 얼마나 멋진 척을 하던지.”

“오, 그랬어? 혜정이 수고했어.”

혜정은 정도가 칭찬을 하자 평소의 어두운 표정과 달리 아주 환하게 잇몸을 드러내며 좋아했다. 그러나 정도는 별 다른 반응 없이 지연과 방으로 들어가 버렸다.

혜정은 잠시 방문을 쳐다보다가 고개를 돌려 잠에 취한 성배의 얼굴을 쳐다봤다.

성배는 자신이 처한 상황과 상관없이 코를 골며 숙면을 취하는 듯 보였다. 혜정의 표정은 성배가 그녀를 처음 봤을 때처럼 다시 어두워져있었다. 그녀는 조용히 소파에 앉아 성배의 산탄총을 만지작거렸다.

소희는 일어날 줄 모르는 한이의 곁에서 계속 마음을 졸이고 있었다.

진모와 나라가 근처를 돌아다니며 성배의 행방을 찾아보았지만, 그를 찾을 수는 없었다. 진모는 갑자기 찾아온 일행의 시련에 끊었던 담배를 다시 물었다. 담배를 피는 진모의 뒷모습을 본 나라는 소희의 곁으로 가서 소희와 함께 한이를 잠시 지켜봤다.

이상하게도 다른 이들의 걱정과는 달리 한이의 표정은 평온해 보였다. 한이를 한동안 바라보던 나라가 조용히 입을 열었다.

“더 늦기 전에 예지를 구하러 가야하는데, 한이 씨는 일어날 줄을 모르고, 성배 씨는 어디로 갔는지를 모르겠고, 오늘 하루가 참 힘들다.”

“그러게요, 지금 둘로 나뉘어서 움직이는 건 성배 오빠와 한이 씨가 없는 한 너무 위험하고, 그렇다고 여기서 마냥 기다리는 것도 좋은 건 아닌 거 같아요.”

“그래, 네 생각도 그렇지? 진모 아저씨도 예지 걱정에 표정이 너무 안 좋더라. 아무래도 결정을 해야 될 거 같아.”

나라는 진모를 차 안으로 불러서 서로의 생각을 나눴다. 진모는 당연히 지금 당장이라도 예지를 구하러 가고 싶었지만, 자신의 목숨을 구해준 한이가 아직 일어날 줄을 모르고, 역시나 자신과 일행의 목숨을 구해준 성배의 행방 또한 알 수 없었기 때문에 섣불리 마음의 결정을 내리진 못하고 있었다.

“하, 미치겠네. 일단 한 군은 우리와 함께 있으니, 천천히 차를 몰아서 우리 집에 갔다 오는 건 괜찮을 거 같은데, 성배 군은 도무지 위치를 알 수가 없으니 섣불리 움직이지도 못하겠고.”

진모는 고개를 들어 위를 보며 말끝을 흐렸다.

나라 역시 마음의 결정을 내리지 못했는지 시선을 고정하지 못한 채, 일행을 번갈아 보며 말을 아꼈다.

잠시 정적이 흘렀고, 고민하던 소희가 운을 뗐다.

“안되겠어요, 일단 예지부터 구하러 가요. 한이 씨는 정확히는 모르겠지만, 물리거나 외상이 없는 걸로 봐서 순간적으로 기절한 거 같아요. 물론 아니더라도 지금 우리끼리 어차피 손 쓸 방법도 없고요.”

나라가 고개를 끄덕이며, 동조했다.

“그래, 네 말이 맞다. 일단 예지를 구하러 가자. 그쪽이 더 시급한 거 같아. 성배 씨는….”

잠시 머뭇거리던 나라는 말을 이어갔다.

“워낙 강한 남자니깐, 별일 없을 거야. 예지부터 구하고 다시 성배 씨랑 헤어졌던 곳으로 가서 기다리자. 그 사이 한이 씨가 일어나면 무슨 일이 있었는지 들을 수도 있을 거고.”

“괜히 내가 미안하네. 하지만 나도 일단 예지가 너무 보고 싶어. 벌써 며칠이나 혼자 있었을 텐데, 더는 못 기다리겠어.”

진모의 말에 소희는 고개를 끄덕이며, 곧바로 운전석으로 이동했다. 나라는 정배에게 안전벨트를 매줬고, 진모는 보조석으로 이동해 소희에게 길을 알려주었다.

여름이라 해가 길었지만, 어느새 주변엔 노을이 진하게 지고 있었다.

진모의 집은 보통 때라면 20분이면 도착할 거리였지만, 주변에 처진 군경의 바리케이드나 주인을 잃은 차들, 곳곳에 널브러진 시체들을 피해가느라 소희는 최대한 조심스럽게 운전을 했다.

“소희 양, 저 골목으로 들어가 줘.”

진모는 아파트가 많이 모인 곳을 지나 한눈에 보기에도 허름한 집들이 다닥다닥 붙어있는 골목을 가리켰다.

밴은 좁은 골목길을 아슬아슬하게 이동해 나갔다. 어느 정도 골목길을 지나가자 다시 넓은 길이 나왔고, 근처에 다 무너져가는 연립주택 앞에서 진모는 차를 세우라고 했다.

이 근처에서 한바탕 좀비와 경찰들의 싸움이 있었는지 주변에 순찰차 몇 대가 있었고, 바닥엔 살점이 거의 남아 있지 않아 좀비인지 사람인지 분간조차 안 가는 시체들이 많이 있었다.

“나라 양, 같이 좀 가줄래?”

“당연하죠. 아저씨 총 들고 가세요.”

진모는 한이가 쓰러져 있는 동안 나라에게 기관단총과 산탄총의 사용법을 배웠다. 비록 나이로 인한 체력의 한계치는 낮았지만, 오랜 세월 강철 조각들을 만져오며 단련된 그의 팔은 산탄총을 다루기에 부족함이 없었다.

진모와 나라가 차에서 내린 후, 소희와 정배는 차에 남아 쥐 죽은 듯이 주변을 살피고 있었다.

“정배야, 혹시 뒤쪽에서 좀비가 보이면 나한테 알려줘.”

“네, 잘 보고 있을게요.”

정배는 두 눈을 크게 뜨고 차의 뒤쪽 창문을 뚫어져라 쳐다봤다. 아직은 별다른 인기척은 없었다.

진모와 나라가 연립주택 입구로 들어서자 기다렸다는 듯이 주변은 어둑해졌다.

진모는 여러 동으로 나뉜 연립주택의 가장 깊숙한 곳으로 조심스럽게 걸어 들어갔다. 진모의 뒤에는 나라가 바짝 붙어 후방을 안전하게 살폈다.

8동 이라고 쓰인 건물 앞에서 진모가 걸음을 멈췄다.

“나라 양, 여기야. 천천히 따라와.”

진모는 작은 손전등을 켜고, 깜깜한 8동 입구로 들어갔다.

나라는 좌우를 한번 살핀 뒤, 기관단총을 어깨에 견고히 견착하고 그 뒤를 따라 들어갔다.

재밌게 보셨길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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