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화 - 한이의 위기
“하, 아이스크림 하나만 먹어도 소원이 없겠네.”
마트 입구에 텅텅 빈 아이스크림 냉장고를 들여다보며, 한이가 푸념 섞인 말을 늘어놓았다. 그는 빈 냉장고를 열어 그 안에 머리를 넣고, 잠시 차가운 냉기를 만끽하고 있었다.
‘와, 진짜 시원하다. 이따가 성배 형 오면 같이 해야지.’
잠시 동안 기분 좋게 냉기를 만끽하던 한이는, 냉장고를 닫고 마트 곳곳을 둘러보았다. 정말 전쟁이라도 난 것처럼 마트는 싹쓸이를 당한 것 같았다. 그래도 한이는 혹시나 하는 마음에 마트를 둘러보기 시작했다.
입구 쪽에 있던 빈 냉장고를 지나면, 바로 신선 식품 진열대가 나왔다. 원래는 두부, 콩나물 등을 비롯해서 된장, 계란, 시금치 등이 잔득 진열돼있어야 했지만, 그곳은 그저 빈 공간에 지나지 않았다.
그 맞은편엔 과자들이 진열돼있었던 것으로 보이는 공간이 있었고, 안쪽으로 좀 더 들어가자 생활용품들이 눈에 띄었다. 세제나 비누, 샴푸 등은 거의 남아있었고, 그 외에 공산품들도 거의 제자리를 가득 채우고 있었다.
‘역시, 먹을 건 없구나.’
이곳저곳을 살피던 한이는 어느새 마트 가장 깊숙한 곳까지 와있었다. 마트 가장 왼쪽 끝에는 문이 하나 있었고, 그 문 뒤로는 작은 사무실과 간이 창고가 있었다.
한이는 살며시 그 문 앞으로 다가가서 안을 들여다보았다.
‘설마 좀비는 없겠지.’
한이는 문을 두 번 두드렸다. 안쪽에서 특별한 반응이 없자 그는 살짝 문을 열고 들어갔다. 4평 남짓한 사무실엔 책상과 사물함, 대형 행거 등이 놓여있었고, 그 옆에 바로 붙어서 커튼이 처진 곳이 간이 창고였다.
한이는 사무실을 대충 둘러본 후, 간이 창고로 발걸음을 옮겼다. 다행히 간이 창고에는 꽤 많은 양의 생수와, 라면이 쌓여있었다.
‘그래, 이정도 양이면 예지까지 7명이 꽤 버틸 수 있겠네. 위험하지만 차로 한 번 와야겠는데, 뜻밖의 수확이다!’
생각보다 많은 양의 물과 라면을 발견하자 한이는 금세 기분이 좋아졌다. 악몽 같은 건 더 이상 한이의 머릿속에 남아있지 않았다. 그는 마음속으로 나이스를 외치며, 빨리 성배에게 돌아가야겠다고 생각하며 사무실 문 앞으로 걸어 나갔다.
“크으으으”
사무실 문에 달린 작은 창 너머로 좀비 한 마리가 모습을 드러냈다. 한이는 바로 자세를 낮추고 사물함 뒤로 몸을 숨겼다.
좀비는 사무실 바로 앞에서 서성이고 있었지만, 다행히 한이를 발견하진 못 한 것 같았다.
‘아, 어째 일이 잘 풀린다했더니.’
한이는 마트 안의 상황을 확실히 파악할 수가 없었기 때문에, 일단 무리해서 밖으로 나갈 생각은 하지 않았다.
그는 사무실 안을 자세히 살펴보기 시작했다. 사무실을 살피던 한이의 시선은, 이번엔 간이 창고로 이동했다. 간이 창고엔 밖으로 통하는 작은 창문이 하나 있었다.
한이는 자세를 낮춘 채로 간이 창고의 작은 창문 앞으로 걸어갔다.
그리고 조심스럽게 일어나서 창문 바깥쪽을 살펴보았다.
창문 바로 앞에는 썩어버린 시체들이 널브러져 있었고, 그 주위엔 파리와 바퀴벌레들이 득시글거렸다. 보기만 해도 인상이 찌푸려질 정도로 역겨운 풍경이었다. 하지만 사무실 밖에 좀비가 몇 마리나 더 있을지 모르는 상황에서는 이쪽이 그나마 나아보였다.
한이는 일단 창문의 잠금장치를 돌려서 풀고, 창문을 천천히 열었다. 그리고 고개를 조금 내밀어 창밖의 상황을 확인했다.
근처는 고요했다. 한이는 최대한 소리를 내지 않기 위해 온몸에 힘을 주어 자세를 유지하며 창문을 빠져 나왔다.
‘탈출은 성공했고, 일단 성배 형과 합류하자.’
한이는 살금살금 마트 건물의 벽에 붙어 이동해서 자신이 왔던 길로 돌아가려고 했다. 그러나 어느새 마트 앞길에는 일곱 마리나 되는 좀비들이 돌아다니고 있었다.
잠시 어떻게 돌아갈지 생각을 하던 한이는 곧 결정을 내렸다.
‘일단 빨리 성배 형한테 돌아가야겠는데, 섣불리 돌아가다간 길을 잃을 수도 있으니, 도로를 포기하고 주택의 담을 넘어서 이동해야겠다.’
한이는 벽 뒤에 몸을 숨긴 채, 좀비들의 시선이 전부 다른 쪽을 향하길 기다렸지만, 일곱 마리의 좀비들이 한꺼번에 전부 한이 쪽을 보지 않을 기회는 좀처럼 오지 않았다.
그는 하는 수 없이 다시 자신이 탈출한 창문으로 넘어 들어갔다. 그리고 라면 몇 봉지를 들고 방금 전 몸을 숨겼던 벽 뒤로 돌아갔다.
‘제발 물어라, 제발 이 미개한 놈들아.’
한이는 좀비들에 걸리지 않도록 재빠르게 라면 한 봉지를 좀비들 너머로 던졌다.
바닥에 라면이 떨어지는 소리가 한이의 귀까지 들렸지만, 좀비들은 반응이 없었다.
어떻게 할까 다시 망설이던 그의 눈에, 마튼 입구 앞에 있던 간판이 들어왔다.
한이는 다시 고개를 내밀어 좀비의 동태를 살핀 후, 다시 잽싸게 골목으로 나가서 라면을 힘껏 마트 앞에 있는 간판을 향해 던졌다.
아까보다 확실히 더 큰소리가 났다. 잠시 벽 뒤에 숨어있던 그는, 몇 초의 시간이 흐른 후에 고개를 내밀어 확인했다. 좀비들은 간판 쪽으로 모여들어 있었다.
한이는 잽싸게 건너편으로 도약해서 담장을 넘어 그 집 마당으로 착지했다. 그리고 다시 호흡을 가다듬고 옆집 담장을 넘어갔다. 이렇게 집과 집의 담장을 넘어가며 마트 앞길에 있던 좀비들의 시선을 피해 한이는 조금씩 전진하고 있었다. 그러나 이 방법의 단점은 체력소모가 심하다는 것이었다.
연속으로 6개의 집 담을 넘느라 지친 한이는, 그래도 마트 앞에 있던 좀비들은 지나쳐왔기 때문에 조금은 안전하다고 생각하고, 잠시 앉아 쉬기로 했다.
‘성배 형하고 주변 좀비들 정리하고, 라면만 우선 한 박스씩 챙겨가자. 그리고 물도 많으니깐 다 같이 차로 와서 남은 라면하고, 물 가져가면 한동안은 식량은 걱정 없을 거야.’
한이는 성배가 말한 대로 악몽은 현실에선 반대로 좋은 꿈이었다고 생각하며 일행과 다 같이 맛있는 라면을 끓여 먹을 달콤한 생각을 하며 웃음 지었다.
잠시 행복한 상상을 하던 한이는 가방에서 물을 꺼내 마시기 시작했다. 물을 마시던 한이의 고개가 자연스레 뒤로 젖혀지면서, 그는 2층집 복도난간에서 아까 그 검은 고양이가 자신을 쳐다보고 있는 걸 발견했다.
한이는 씨익 웃으며, 고양이를 향해 손을 흔들어 보였다.
‘저 놈 내가 좋은가 보네. 여기까지 쫓아온 건가.’
고양이는 그런 한이를 비웃기라도 하듯 입을 열었다.
“야옹!”
한이는 생각지도 못한 고양이의 울음소리에 황급히 양손을 마구 저었다.
‘아냐, 제발 조용해.’
그러나 고양이가 한이의 몸짓의 의미를 알리가 없었다.
“야옹!”
한이는 재빨리 일어나 마트 쪽을 살폈다.
“크으으”
좀비들은 고양이의 울음소리를 들었는지, 한이가 숨어있는 집 쪽으로 다가오기 시작했다.
네 마리의 좀비가 천천히 다가왔다.
하필 쪽문이 조금 열려있었지만, 지금은 좀비가 보고 있기에 닫을 수가 없었다.
‘아, 고양이 너 정말….’
한이는 오른손으로 칼을 힘껏 움켜쥐고,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한 채 쪽문 바로 옆 담장에 몸을 숨기고 있었다. 좀비들은 집 담장 바로 앞까지 다가와서 듣기 싫은 괴성을 내기 시작했다.
“크으으 크으악”
한이는 혹시라도 문을 밀고 들어 올까봐, 발에 잔득 힘을 실어 문 뒤에 갖다 대고 있었다.
‘조금만 버티자. 분명히 갈 거야. 악몽은 현실에선 좋은 꿈이라고.’
한이가 마음속으로 간절히 좀비들이 돌아가길 바라던 그때. 결국 사고가 터졌다.
“야옹!”
고양이가 벽을 타고 한이 쪽으로 내려오며 결정타를 날린 것이다. 한이는 고양이에게 빨리 도망가라는 손짓을 하며, 온 몸으로 문을 막았다.
“크아아악!”
한이 혼자서는 네 마리의 좀비들이 밀어붙이는 힘을 당해낼 수는 없었다. 한이는 미련하게 힘을 낭비하지 않고, 바로 문에서 몸을 떼고 좀비가 들어오길 기다렸다. 한 마리라도 죽이고, 도망갈 생각이었다.
문이 열리자 좀비들은 앞다퉈 집 안으로 몸을 밀어 넣기 시작했다.
“키야악!”
“크아악!”
“안 돼!”
가장 먼저 들어온 좀비에게 겁 없이 고양이가 달려들었다.
좀비는 공중에서 날아오는 고양이를 두 손으로 잡아, 머리를 뜯어 그 자리에서 짭짭 소리를 내며 바로 먹기 시작했다.
뒤이어 들어온 좀비도 그 작은 고양이가 맛있어 보였는지, 자기들끼리 고양이를 두고 싸우기 시작했다.
그 광경을 분노의 눈으로 지켜보던 한이의 매서운 칼날이 고양이의 머리를 뜯어낸 좀비의 입 중앙으로 들어가 뒤통수를 가르고 나왔다.
그 좀비의 머리에선 사방으로 피가 분사됐다.
“이런 역겨운 새끼들! 저 작은 고양이가….”
한이는 참을 수 없는 분노를 몇 마디로 쏟아내며, 매서운 칼질로 앞에 있던 좀비들을 마구 난도질했다. 이성을 잃고 눈앞에 있던 좀비들의 면상과 목 쪽만 노리며 지칠 때 까지 칼을 휘둘렀다.
“크아악!”
앞에 있던 두 마리의 좀비가 쓰러지자, 곧바로 뒤에 있던 좀비들이 문을 비집고 한이 앞으로 성큼 다가왔다.
한이는 먼저 들어온 좀비의 가슴을 발로 힘껏 차버렸다. 좀비는 뒤쪽으로 넘어지는 듯싶더니, 바짝 붙어 들어오던 다른 좀비의 몸에 부딪히며 오뚝이처럼 바로 일어났다.
한이는 놓치지 않고, 좀비가 다시 균형을 잡는 사이 다리를 썰어 버렸다. 다리가 썰린 좀비는 엎어져서도 이빨을 강하게 부딪치며 한이의 다리를 노렸다.
한이는 기다렸다는 듯이 발로 좀비의 머리통을 짓밟았다. 수차례 한이의 발은 좀비의 머리통을 짓밟았다. 그 뒤에 서있던 좀비가 다가오자, 한이는 머리통을 밟던 발로 다가오던 좀비를 거세게 차버렸다.
“크으으”
발에 차인 좀비는 뒤로 넘어졌고, 고통을 전혀 못 느끼는 좀비답게 천천히 다시 일어났다.
그 사이 한이의 발은 엎어져있던 좀비의 머리통을 산산조각 냈다.
“덤벼! 이 미개한 좀비새끼야.”
한이는 다가오는 좀비에게 다시 칼을 휘둘렀다. 하지만 여러 집의 담장을 넘고, 흥분한 상태로 좀비 세 마리를 죽인 한이는 힘이 남아 있질 않았다.
힘없는 한이의 칼질은 좀비의 목조차 썰어내질 못했다. 엎친 데 덮친 격으로 마트 앞에 있던 나머지 좀비 세 마리가 소란스러운 소리에 한이 쪽으로 다가오기 시작했다. 한이는 숨을 거칠게 몰아쉬며 아슬아슬하게 좀비의 양 팔을 잡아 밀어버리고는 반대쪽으로 도망치기 시작했다.
“크아악”
뒤로 밀렸던 좀비는 한이를 쫓아 뛰기 시작했다. 한이는 순간적으로 대문을 열기위해 멈칫할 시간에 당할 수도 있다고 느꼈는지, 대문이 아닌 2층을 향해 계단을 뛰어 올라갔다.
계단을 반쯤 오른 한이는, 거기서 담장을 곧바로 뛰어 넘어 버렸다. 그러나 높이가 상당했던 만큼, 한이의 발과 몸에 상당한 충격이 가해졌다.
좀비는 빠르게 뛸 수는 있었지만, 한이처럼 장애물을 뛰어 넘진 못했다. 한이를 따라 계단을 반쯤 올라간 좀비는, 그를 잡으려고 손을 계속 뻗다가 계단과 담장 사이로 고꾸라져 버렸다.
뒤 따라오던 좀비들은 대문 앞에서 괴성을 내며 한이를 노려보고 있었다. 당장 문을 열지는 못했지만, 다른 좀비들이 언제 더 몰릴지 모르는 상황이었다.
‘젠장, 어떻게든 일어나야 돼.’
한이는 충격으로 인해 호흡이 원활하지 못한 걸 참아내며, 일단 벽을 짚고 일어섰다. 한이의 이미 체력은 전부 소진됐고, 낙하 충격으로 인해 몸 상태마저 매우 좋지 않았다.
“크아아아아아아아악!”
미친 듯이 울부짖는 좀비들을 옆에 두고, 한이는 바로 옆 벽에 기대어 잠시 숨을 고르고 있었다.
좀비들은 대문의 창살 틈으로 한이를 노려보며, 이빨이나 손가락으로 어떻게든 한이에게 닿으려고 본능적으로 노력하는 듯 보였다.
한이는 그런 좀비들을 노려보며 한 걸음, 한 걸음 좀비들의 앞을 가로 질러 갔다.
좀비들은 한이가 자신들의 앞으로 지나가자 더욱 크게 괴성을 질렀다.
“크아아아아아! 크으으으으으윽!”
철그렁! 철그렁! 쾅!
금방이라도 대문의 잠금장치는 부서질 것 같았다. 격렬하게 대문을 흔들고 부딪치는 소리가 한이의 귀에 심하게 거슬렸지만, 우선 침착하게 이곳을 벗어나야 하는 그는, 동요하지 않고 조금씩 걷는 속도를 높였다.
그때였다.
한이의 우측 골목에서 밴이 빠른 속도로 나타났다. 한이는 일행을 보자 안도하는 마음에 긴장이 풀리며, 그대로 쓰러졌다.
“한 군!”
진모가 잽싸게 밴에서 내려서 한이를 부축하려고 하는데, 마침 좀비들이 대문을 열고 나와 진모 쪽으로 그대로 돌진했다.
“진모 아저씨, 숙여요!”
나라의 외침에 진모는 한이를 자신의 몸으로 덮으며 엎드렸다. 나라는 밴에서 내려 기관단총으로 신중하게 좀비들을 겨냥했다.
발사된 여러 발의 총알은 앞선 두 마리의 머리통을 정확히 뚫고 지나갔다.
“크으으악”
하지만 뒤늦게 쫓아온 한 마리를 나라는 정확히 맞추지 못했다.
좀비가 한이를 몸으로 덮고 있던 진모의 위로 올라타 그의 등을 물려는 찰나에, 소희의 창이 먼저 좀비의 머릴 관통했다.
아직 이런 것에 익숙지 않은 소희의 두 손은 파르르 떨리고 있었고, 좀비의 이빨은 진모의 등에 닿아있었다.
누구랄 것도 없이 서로가 서로를 바라보며 잠시 동안 아무 말이 없었다.
잠깐의 정적이 흐른 후, 나라가 달려와 진모를 부축했다.
“소희야, 넌 괜찮아?”
“네, 전 괜찮아요. 진모 아저씨는요?”
나라의 부축을 받아 일어난 진모는, 자신의 상의를 걷어 등을 나라와 소희에게 보여주며 급하게 물었다.
“어때? 설마 나 물린 거야?”
나라와 소희는 진모의 등을 자세히 살폈다. 진모의 등에는 다행히 좀비의 이빨자국은 없었다.
“아뇨, 아저씨 괜찮아요.”
소희의 말에 진모는 재빨리 쓰러져 있던 한이를 일으켜 부축한 후 밴에 태웠다.
차 안에 있던 정배는 좀비들과의 싸움을 직접적으로 도울 순 없었지만, 한이를 눕히자마자 한이의 머리에 물수건을 얹어주며 자신이 할 수 있는 유일한 일을 했다. 그럴 때마다 진모는 어린 정배가 어른들 사이에서 아무것도 못하는 자신을 자책할까봐 정배에게 늘 따뜻한 말을 건넸다.
“그래, 정배야 고맙다. 한이 괜찮을 거야.”
나라와 소희도 그런 정배가 안쓰럽기는 마찬가지였다. 모두 같은 상황이지만, 어린 정배는 분명히 자신들보다 훨씬 힘들 거라고 모두들 생각하고 있었다.
“근데 성배 씨는 어딨는 거지.”
한이가 기절해 있는 상황에서, 성배의 행방을 알 수 없자 나라가 궁금한 듯 혼잣말을 했다. 소희도 주변을 살피며 걱정하는 표정으로 말했다.
“그러게요, 이 근처엔 안 보이는데요.”
진모 역시 사방을 둘러보며 성배를 걱정했다.
“워낙 강한 성배 군이니깐, 별일은 없을 텐데. 그렇다고 우리끼리 움직일 수도 없고.”
주변을 살피던 소희가 근처에 공터를 가리켰다.
“일단 저기 공터에 차를 좀 세워놓고 한이 씨가 일어날 때까지 기다려보죠.”
모두들 고개를 끄덕이며 우선은 상황을 지켜보기로 했다.
“그래, 소희야 그게 좋겠다.”
일행을 실은 차는 천천히 이동해서 공터 구석으로 가서 멈춰섰다.
체력적으로는 성배보다도 뛰어난 한이가 좀처럼 일어나지 않자, 소희를 비롯한 모두는 점점 불안감이 커져만 갔고, 도무지 알 수 없는 성배의 행방에 나라는 죄책감마저 들며, 그들은 우울한 오후를 보내고 있었다.
재밌게 보셨길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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