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1화 - 나라의 분노
나라는 2층으로 올라가서 복도를 살폈다.
2층엔 좀비가 보이지 않았다.
나라가 다시 위층을 보며 계단을 올라가려는데, 좀비들의 괴성이 그녀에게 들리기 시작했다.
‘3층이구나.’
최대한 조심스러운 발걸음으로 나라는 계단을 오르기 시작했다.
그녀는 가지고 있던 기관단총을 들어 오른쪽 어깨에 견착시키고, 가늠자를 눈에 가까이 했다.
“후우…, 후우….”
나라는 숨을 몰아쉬며 3층에 도착해서, 벽 뒤에 숨어 고개를 살며시 내밀어 복도를 살펴본다.
형사과 사무실 입구 앞에는 꽤 많은 좀비들이 몰려있었다.
그녀는 일단 좀비들을 처리하는 과정을 머릿속에 떠올려본다.
‘정확한 조준 사격으로 두, 세 발에 한 마리씩 잡는다고 쳐도, 저것들이 나를 둘러싸기 전에 내가 최대한 죽일 수 있는 건 다섯 마리 정도다.’
나라는 다시 고개를 내밀어 상황을 파악한다.
‘어림잡아 아홉 마리…, 무리다.’
그녀는 지금의 상황이 너무 좋지 않다는 걸 느꼈다.
그러나 그녀의 복잡한 심경 속에 확고한 한 가지 생각은, 이 상황을 피할 수는 없다는 것이었다.
잠깐의 망설임 끝에 나라는 결정을 내렸다.
그녀는 복도로 나가 좀비들을 조준 사격하기 시작했다.
타다당! 타다당!
정확히 두 번의 점사로 두 마리 좀비를 처리했다.
성배를 노려보던 좀비들은, 일제히 나라 쪽으로 고개를 돌렸다.
“크아아아아아”
눈앞에 잡을 수 있는 먹이를 본 좀비들은 나라를 향해 몰려들기 시작했다.
타다당! 타다당!
앞서 뛰어오는 좀비 두 마리를 다시 한 번 집중 사격 해서 한 마리는 죽였지만, 다른 한 마리는 죽이지 못했다. 총알은 머리를 빗나가 목과 귀에 맞았고, 그 좀비는 피를 분사해대며 그대로 뛰어왔다.
나라는 황급히 기관단총의 방향을 틀어, 자신에게 뛰어오는 좀비의 눈에 그대로 탄창을 박아 버렸다.
순간적으로 좀비의 눈에서 뿜어져 나온 피가 나라의 얼굴에 튀었고, 그녀는 반사적으로 눈을 감으며 고개를 돌렸다.
다른 좀비들이 다가오자, 황급히 좀비의 눈에 박힌 탄창을 뽑아내고, 사격 자세를 취하려 했지만, 이미 좀비들은 나라의 바로 앞까지 다가와 있었다.
나라는 바로 앞에 있는 좀비를 향해 총을 쏘려고 했지만, 그녀보다 좀비의 손이 빨랐다.
좀비는 나라의 총을 잡고, 잠시 나라와 힘겨루기를 하다가 그대로 총을 뺏어 버렸다.
총을 뺏긴 나라가 일단 뒤로 돌아 도망가려는 그때, 형사과 사무실 철창문이 열리며 성배가 외친다.
“엎드려!”
나라는 복도 측면 쪽으로 몸을 굴리며 엎어졌고, 곧바로 성배의 산탄총이 불을 뿜었다.
펑! 철컥 펑! 철컥 펑!
산탄총에 맞은 좀비들은 신체의 반 이상이 떨어져 나가며, 차례대로 쓰러졌다.
곧바로 성배가 달려오며, 다시 한 마리를 날려 버렸다.
그러나 마지막 좀비 한마리가 엎드려 있던 나라의 다리를 잡아챘다. 그녀는 필사적으로 발길질을 하며 좀비에게 벗어나려고 애썼다.
침을 질질 흘리며 나라의 발목을 물어뜯으려고 좀비가 입을 쩍 벌리고 다가오던 그때, 갑자기 좀비가 뒤쪽으로 끌려가며 나라의 다리를 놓쳐버렸다.
달려온 성배가 좀비를 뒤쪽에서 안으면서, 산탄총으로 좀비의 목을 졸랐던 것이다.
좀비는 머리를 좌우로 요동치며, 팔로 산탄총을 뿌리치고, 이빨을 부딪쳐 딱딱 소리를 내며 곧바로 성배의 어깨를 잡았다.
좀비의 지저분한 입이 성배의 목덜미를 물려는 찰나, 성배는 있는 힘을 다해 두 손으로 좀비의 얼굴을 밀어내며, 버티고 있었다.
성배의 인생에서 최대의 위기의 순간이 찾아온 이때, 이번엔 뒤쪽에서 나라가 복도에 있던 소화기로 좀비의 뒤통수를 거세게 내려쳤다.
좀비는 균형을 잃고, 비틀거리며 성배의 옆으로 지나쳐 갔고, 나라는 다시 한 번 소화기로 좀비의 뒤통수를 가격했다.
퍽!
좀비는 바닥에 엎어지며 대자로 뻗었고, 나라는 멈추지 않고, 좀비의 등 뒤에 올라타 뒤통수를 계속 가격했다.
좀비의 머리통이 완전히 부서지며, 바닥에 엄청난 양의 끈적한 피가 흘렀다.
나라는 성배가 일으켜 주기 전까지, 그대로 좀비의 등 뒤에 앉아 있었다.
성배는 나라의 기관단총을 집어 가방에 넣고, 나라와 함께 지하 무기고로 내려왔다.
무기고로 돌아와서도 그 둘은 한동안 아무런 대화가 없었다.
성배가 어디서 구했는지 가방에서 수건과 생수병을 꺼내, 물로 수건을 적셔 나라에게 건네주었다.
“야, 이걸로 얼굴이라도 닦아라.”
성배가 내민 물수건을 나라가 받아 들며, 누가 봐도 억지스러운 미소를 지어보였다.
“고마워요.”
나라는 물수건을 건네받아 얼굴에 묻은 피를 닦아냈다.
아버지와의 통화 후에 급격히 마음이 심란해진 나라의 심경은, 그대로 얼굴에 다 드러났고, 성배는 그런 나라의 눈치를 보며 조심스레 입을 열었다.
“야, 내가 그렇게 걱정됐었냐? 이렇게 잘 돌아 왔잖아. 얼굴 좀 펴 인마.”
나라는 성배를 바라보며, 다시 한 번 억지스러운 미소를 지었다.
“성배 씨가 무사해서 다행이에요. 아까 총소리 듣고 제가 좀 놀랐어요.”
“난 솔직히 말하면, 네가 도망갈 줄 알았다. 나 버리고….”
“전 연약한 여자이기 이전에 대한민국 경찰입니다.”
“또, 그 소리냐. 잘나신 경찰 나으리 모시고 다녀서 영광이다 아주.”
성배의 핀잔 섞인 농담에 나라는 실소를 터뜨리며, 조금은 우울함을 떨쳐 버릴 수 있었다.
“성배 씨는 참 알다가도 모를 사람이네요. 처음엔 정말 예의 없고, 거칠기만 한 악마 같아 보였는데, 유치장에서 나와서 어머니 걱정에 목숨까지 버릴 각오로 좀비들과 싸울 생각도 하시고, 또 경찰이라면 치를 떠시면서도 여자인 저를 지켜주시려는 것도 그렇고요.”
나라의 진지한 말투에 성배는 멋쩍은 듯, 턱을 긁으며 말한다.
“딱히 널 구하려는 게 아니라….”
성배의 말이 끝나기도 전에 나라가 치고 들어온다.
“에이, 저도 다 알아요. 어쩌다 보니 마치 성배 씨가 이 일의 원흉인 것처럼 됐지만, 엄밀히 따지고 보면 성배 씨는 그냥 마약인줄 알고 사온 것뿐이죠.”
“그…, 그래 내 말이 그거야. 난 그냥 마약을 거래 한 것뿐이라고….”
성배는 계속되는 진지한 분위기가 어색한 듯, 자리를 떠나 무기고 입구 쪽으로 걸어갔다.
나라는 그런 성배를 향해 계속 말을 걸었다.
“그러고 보니 아까 저한테 하신 말 있잖아요.”
“어, 무슨 말?”
“처음 볼 땐 똑 부러져 보였는데, 대화할수록 깬다고 하신 거요.”
입구 쪽으로 걸어가던 성배가 황당하다는 표정으로, 다시 나라에게 다가오며 따진다.
“내가 언제 깬다고 했냐! 그냥 좀 그렇다고 했지.”
나라는 가볍게 웃으며 대화를 이어간다.
“아무튼 우린 서로에 대해 전혀 모르면서, 대화 몇 번으로 잘 안다고 착각하고 있었네요. 인간은 참 선입견이 심한 거 같아요.”
“근데 너 갑자기 또 왜 이러냐. 내가 아까 그런 소리 했다고 갑자기 있어 보이는 척 하는 거냐?”
“아뇨, 그냥 문득 그런 생각이 들어서요. 사실 어저께 성배 씨 처음 봤을 때, 내색은 안했지만 정말 예의 없고 재수 없는 인간이라고 생각했는데….”
나라의 솔직한 말에 성배의 미간이 잠시 꿈틀 거린다.
나라는 계속 말을 이어갔다.
“성배 씨와 같이 다니면서, 내가 너무 겉만 보고 사람을 함부로 판단했었던 거 같아서요.”
“나도 뭐 할 말이 없네. 그냥 넌 다른 사람의 의견을 존중해주는 건데, 그걸 보고 허점이 많고, 우유부단 한 걸로 착각했었네.”
나라와 성배는 잠시 눈이 마주쳤지만, 서로 헛웃음을 지으며 바로 시선을 피했다.
“자, 이제 탄창 쓸어 담자. 그리고 눈 좀 붙이자. 아오, 정말 긴 하루였다.”
“그래요 여분의 총도 전부 담아가죠. 그리고 식당가서 뭐라도 좀 먹어요.”
그들은 무기고에서 기관단총 세 정, 산탄총 두 정 그리고 꽤 많은 양의 탄창과 총알을 가방에 넣고, 식당으로 향했다.
식당에서 가볍게 라면을 끓여 먹은 후, 1층에서 가장 깨끗한 사무실에 들어가 대충 책상을 붙여 놓고 잠을 청했다.
성배는 머리맡에 산탄총과 알루미늄 배트를 놔두고 눕자마자 잠이 들었고, 나라는 이런저런 근심 걱정에 잠이 잘 안 오는지 밤새 뒤척이다 새벽이 돼서야 간신히 잠이 들었다.
쾅! 쾅! 쾅!
새벽 4시쯤 이었다.
누군가 편의점의 문을 세게 두드렸다.
“안에 사람 있는 거 다 알아요. 저 좀 살려 주세요!”
잠귀가 밝은 진모가 일어나서, 편의점 앞문으로 조용히 다가갔다.
그리고 그는 통유리창 틈새로 바깥을 살폈다.
순간적으로 누군가와 눈이 마주친 진모는 흠칫 놀라며 뒤로 잠시 물러났다.
“아저씨 저 좀 살려주세요. 제발 부탁이에요.”
진모는 말이 없었다.
어느새 한이가 일어나서 진모의 옆으로 다가왔다.
한이는 아주 작은 소리로 진모에게 물어본다.
“아저씨, 누구에요?”
“글쎄, 우리가 여기 있는 걸 안다는데…. 도와 달라는데 어쩌지?”
그때 밖에서 다시 문을 두드린다.
쾅! 쾅!
“제발 도와주세요. 지금 근처엔 좀비가 없어요. 문 열어도 안전해요.”
한이가 조용히 바깥을 향해 말한다.
“일단 조용히 해주세요. 근데 우리가 여기 있는 거 어떻게 아셨죠?”
“그냥 좀비를 피해 다니다가 본 거예요. 편의점 유리창이 온통 박스로 가려져있어서요. 제발 문만 좀 열어 주세요.”
한이는 진모에게 자신이 뒷문으로 나가 보겠다며, 앞쪽 경계를 부탁했다.
진모는 혹시 모를 사태에 대비해, 사무실 안에 숨겨둔 칼을 꺼내 왔다.
주변이 소란스러워지자 자연스레 소희와 정배도 일어났고, 진모는 대략의 상황을 설명하고 그들을 안심 시켰다.
한이는 편의점 뒷문을 열고 나가 주변을 살폈다.
주변은 쥐죽은 듯 조용했다.
상가 입구로 나간 그는 편의점 앞문 쪽으로 살며시 돌아가서, 문 앞에 있는 사람의 정체를 확인했다.
그 사람은 남자였고, 다른 일행은 없어 보였다.
겉으로 보기엔 멀쩡해 보였지만, 물린 후 수 시간이 걸려 좀비로 변하는 사람도 있다는 뉴스 보도가 있었던 만큼, 한이는 신중히 그 남자를 살펴보았다.
어두워서 자세히 보이진 않지만, 물린 사람 같아 보이진 않았다.
한이는 다시 편의점 뒷문으로 돌아와서, 세 사람과 함께 어떻게 할지에 대해 논의하기 시작했다.
소희는 받아들이자는 의견이었지만, 정배와 진모는 그냥 돌려보내자는 의견을 냈다.
한이는 잠시 망설이다, 결정을 내렸다.
“저기, 죄송한데요. 저희는 다른 사람을 받아들일 수 없습니다.”
그 말을 들은 바깥의 남자는 한동안 아무 말이 없었다.
그 남자는 아주 가볍게 두 번 문을 두드렸다.
“제발요…. 제발.”
한이는 다시 한 번 편의점 안에 있는 세 사람의 얼굴을 바라본 후, 대답했다.
“죄송합니다.”
순간 태도가 돌변한 남자는 일행을 향해 분노에 찬 목소리로 말한다.
“같이 좀 살자는데, 그게 그렇게 어려워? 내가 너희들 후회하게 해줄게.”
이 말을 끝으로 그 남자는 편의점을 떠났다.
잠시 아무 말이 없던 편의점 안의 적막을 소희가 깼다.
“너무 신경 쓰지 말아요. 저도 찬성은 했지만, 사실 좀 꺼려지긴 했어요.”
진모도 머리를 긁으며 한마디 한다.
“우리가 너무 했나? 소희 양 의견대로 받아 줬어야 한 건가…. 왠지 찜찜한데.”
한이도 통유리창 틈새로 바깥을 살피다가, 고개를 돌리며 말한다.
“혹시라도 물렸으면, 저희가 너무 위험해지잖아요. 너무 우리끼리 자책하지 말아요.”
네 사람은 찜찜한 기분은 뒤로한 채, 다시 잠자리에 들었다.
그렇게 몇 시간이 흘렀고 그들은 잠에서 깨어났다.
한이는 일어나자마자 바깥의 상황을 살펴보고, 스트레칭을 하며 하루를 시작했다.
소희는 물을 마시고, 바로 세수를 했으며, 진모는 어제 가져온 RC카에 음악 재생 장치를 달기 시작했다.
정배가 그 모습을 보더니 진모에게 물었다.
“아저씨, 이건 뭐하는 거예요?”
진모는 정배의 질문에 흐뭇한 미소를 띠며 대답했다.
“응, 이건 쉽게 말해서 소리가 나는 장치야. 이 재생 장치를 이 자동차에 이렇게 붙이고, 이 스위치만 켜면 음악이 나오는 거지.”
진모는 능숙하게 음악 재생 장치를 RC카에 부착한 후, 스위치를 켰다.
스위치를 켜자 꽤 큰 소리로 에델바이스가 흘러나오기 시작했다.
10년 전 휴대폰의 벨소리만큼이나 단순한 멜로디였지만, 잠시나마 네 사람은 에델바이스를 들으며, 마음의 안정을 찾았다.
에델바이스가 끝나고, 진모는 음악 재생 장치의 볼륨을 가장 크게 세팅해 놓았고, 한이에게도 사용법을 알려주었다.
정배와 소희가 컵라면에 뜨거운 물을 받아왔고, 한이가 플라스틱 박스를 뒤집어 놓고, 그 위에 나무판자를 올려놓자 제법 근사한 밥상이 차려졌다.
마지막으로 진모가 햇반을 몇 개 전자렌지에 돌려 와서 앉았다.
다들 배가 고팠는지 컵라면을 후후 불어가며, 맛있게 먹기 시작했다.
한참을 먹던 소희가 진모에게 물었다.
“진모 아저씨, 근데 아까 음악은 왜 에델바이스로 한 거예요?”
“그건 뭐 이것저것 다른 노래도 많은데, 우리 예지가 가장 좋아하던 노래였어.”
“아, 따님이 좋아해서 그 노래로 하셨구나. 예지는 왠지 되게 예쁠 것 같아요.”
“그럼 우리 예지가 얼마나 이쁜데, 여기 사진도 있어.”
진모는 기다렸다는 듯이 지갑에서 사진을 꺼내 소희에게 건넸다.
소희는 사진을 보고 환하게 웃으며 예쁘다는 감탄사를 연발했고, 한이와 정배도 사진을 돌려보며 예지의 외모를 칭찬했다.
한이는 진모가 예지와 연락이 안 되는 걸 알고 있었기 때문에, 슬쩍 진모에게 위로의 말을 건넸다.
“아저씨, 예지는 잘 있을 거예요.”
진모는 애써 덤덤한 척을 했지만, 그의 표정에선 복잡한 그의 심경이 그대로 드러났다.
식사를 마치고, 소희가 한참을 망설이다가 슬쩍 말을 꺼냈다.
“뉴스를 보니까요, 이 근처 말고도 서울 곳곳에 좀비가 계속 늘어 가는 거 같은데, 우리 예지한테 다 같이 가보면 어떨까요?”
순간 잠깐의 정적이 흘렀고, 잠시 고민하던 진모가 고개를 저으며 힘없이 말을 했다.
“아냐, 뜻은 고맙지만 나 때문에 모두가 위험해 질수는 없어. 지금은 어찌됐건 편의점이 가장 안전해.”
한이와 소희는 잠시 서로 바라보았다. 한이도 소희와 같은 마음이었는지, 진모에게 다가가 진모의 처진 어깨를 가볍게 주무르며 말한다.
“아저씨, 힘내세요. 그리고 우리한테 미안해하지 마세요. 우린 이미 예지 구하러 가기로 마음 정했어요.”
진모는 그동안 딸 걱정을 속으로만 꾹꾹 숨겨왔던 터라, 참아왔던 감정이 복 받혀 오르며 눈시울이 붉어져왔다.
“아냐, 정말 괜찮아. 정배도 있는데, 너무 위험해.”
어느새 정배도 진모의 곁으로 다가와 그 작은 손으로 진모의 거친 손을 꽉 잡았다.
“아저씨, 저도 갈수 있어요. 저 헐크라서 싸움 잘해요!”
정배의 너무나도 해맑고 순수한 이야기에, 나머지 세 사람은 모두 오랜만에 크게 웃었고, 정배는 얼굴에 인상을 쓰며 헐크 흉내를 내었다.
편의점에 네 사람이 모처럼 희망적인 일을 계획하고 있을 때, 한 남자가 길 건너편에서 편의점을 노려보고 있었다.
그의 왼손에는 확성기가 들려 있었고, 오른손에는 벽돌이 들려있었다.
그는 확성기를 위로 들어 사이렌 소리를 켰다.
위이이이이이잉!
사이렌 소리가 울리자, 한적했던 편의점 주변으로 좀비들이 몰려들기 시작했다.
“크으으으으”
좀비들은 곧장 사이렌 소리를 따라, 편의점 건너편에 서 있던 남자에게로 접근했다.
남자는 좀비들이 몰려들자 묘한 미소를 지었다.
재밌게 보셨길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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