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좀비로 뒤덮인 세상-10화 (10/36)

10화 - 그들이 사는 방식

경찰서로 들어간 성배는 1층 로비에서 소리를 지르고 있었다.

“좀비야! 좀비야! 있으면 미리 나와라. 그럼 덜 아프게 죽여줄게.”

성배의 큰 소리에, 옆에 있던 나라가 몇 번을 참다가 한 마디를 던졌다.

“성배 씨, 좀 조용히 하죠. 그러다 진짜 좀비가 달려오면 좋을 것도 없잖아요.”

“야, 어차피 이 넓은 경찰서 안을 다 뒤질 수도 없고, 좀비가 이 안에 있다면 우리가 죽여야 되잖아.”

당당하게 말하는 성배를 보고 나라가 황당하다는 듯 묻는다.

“성배 씨는 좀비가 안 무서우세요?”

나라의 질문에 가던 길을 멈춘 성배는, 갑자기 나라 바로 옆으로 다가와 험상궂은 그의 얼굴을 나라에게 들이밀었다.

그런 성배의 행동에 나라는 흠칫 놀라며 뒤로 물러섰다.

“아, 진짜. 왜 이러세요.”

“왜 이러긴 개뿔. 인간인 내가 다가가도 그렇게 놀라면서, 하물며 좀비가 다가오면 안 무섭겠냐!”

“아니, 전 성배 씨보다 약한 여자잖아요.”

“나는 뭐 다를 거 같냐? 나도 너랑 똑같다. 좀비 생긴 것만 봐도 아주 몸서리 쳐진다. 아오!”

“의외네요. 전 성배 씨가 하도 좀비를 쉽게 처리하기에 전혀 안 무서워하는 줄 알았는데.”

“이거 이거, 귀한 집 딸내미께서 아주 사람을 괴물로 봤구만. 너 내가 조폭도 아닌데 어떻게 서울 중심가에서 마약 장사를 했는지 모르지?”

“성배 씨는 엄연히 조폭으로 분류돼 있는데요.”

“그거야 니들 짭새들이 잡아넣기 편하게 구분 지어 논거고, 내가 무슨 서민들 삥을 뜯었냐, 아니면 병원 가서 칼질을 했냐?”

“음…, 그건 그렇고 조폭도 아니신 분이 어떻게 서울 중심가에서 마약을 팔게 되신 거죠?”

“연기를 하는 거지. 스스로 강하다고, 스스로 잔인하다고, 스스로 겁이 없다고 연기를 하는 거야. 처음에 종로로 들어왔을 때 지역 건달들이 얼마나 우릴 얕잡아 봤는지 알아? 게다가 우리 애들은 주먹질 한 번 해본적도 없는 그냥 약이나 파는 양아치들 이었거든. 나야 뭐 소싯적에 칼도 좀 써보고, 싸움이라면 져본 적 없는 타고난 싸움꾼이지만 우리 애들은 너무 약했어.”

과거 이야기에 신이 난 듯, 성배가 담배를 꺼내 물고 말을 계속 이어간다.

“너도 알겠지만, 혼자 아무리 싸움 잘하면 뭐하냐. 내가 애들 일일이 쫓아다니면서 커버 쳐줄 수도 없고. 그래서 내가 우리 애들한테 말했지. 절대로 겁먹지 말라고, 쫄아도 티 내지 말고, 무서울수록 더 가서 짖으라고. 안 써도 되니깐 항상 칼을 갖고 다니라고.”

약간 지루해하는 나라의 표정에도, 성배는 아랑곳 않고 신나서 이야기를 계속했다.

“그랬더니 건달들이 우릴 안 건드리더라고, 우리한테 질린 거지. 약장수라고 무시했는데, 겁을 줄수록 더 댐비니깐 그냥 우릴 피하더라고. 결국 우리는 진짜 강한 또라이들이 된 거지.”

성배 몰래 고개를 돌리고 짧게 하품을 하던 나라가 물었다.

“근데 그거랑 좀비를 안 무서워하는 거랑 무슨 상관이죠?”

성배가 나라의 얼굴에 삿대질을 하며 한심하다는 듯 말했다.

“아, 진짜! 나라야 나라야, 너 정말 구멍이 많다. 좀비를 볼 때마다 피하고 무서워하면 결국 그것들한테 물어 뜯겨 죽기 밖에 더하겠냐? 연기를 하는 거지. 난 저것들이 안 무섭다고 연기를 하는 거야. 그래야 이 말도 안 되는 상황을 버티지 않겠냐?”

나라가 고개를 끄덕이며 이해하는 표정을 지었다.

“그렇군요. 근데 성배 씨.”

“왜?”

“제가 처음 만날 때부터 꾹 참았는데요. 저한테 예의를 좀 갖춰 주셨으면 좋겠는데요.”

“아, 죄송합니다. 나라 씨, 제가 예의가 없었군요.”

“…”

“이렇게 계속 해줘?”

“아니오.”

“그럼 또 가볼까?”

“뭐, 그러죠.”

나라는 다시 앞장서 걷기 시작했고, 성배는 미묘한 미소를 띠며 나라를 따라갔다.

1층 우측 복도 끝으로 간 나라는, 뒤 따라 오던 성배를 돌아보며 계단 아래쪽을 가리켰다.

“성배 씨, 이 아래가 무기고에요.”

“그래, 빨리 가보자.”

나라와 성배는 계단을 내려가서 무기고로 들어갔다.

어젯밤에 좀비 소탕 작전이 정신없이 진행 되서 그런지, 무기고의 문은 활짝 열려 있었다.

이미 경찰특공대가 대부분의 총을 들고 나갔지만, 다행히 기관단총 세 정과 산탄총 두 정이 남아 있었다.

나라는 기관단총 하나를 들어 능숙하게 어깨에 견착 해보고, 탄창도 빼서 총알도 넣어보았다.

그 옆에서 성배는 산탄총을 집어 어색하게 이리저리 살펴보다 나라에게 물었다.

“이건 총알을 어떻게 집어넣고 어떻게 장전 하냐?”

경찰대학을 수석 졸업한 엘리트답게, 나라는 성배에게 자세하게 사용법을 알려줬다.

성배는 나라가 알려준 대로 총알을 튜브탄창에 삽입해보고, 장전도 해본다.

“야, 이거 별거 아니네. 내가 생각했던 거랑 똑같네.”

나라는 가볍게 코웃음을 치며, 허세를 부리는 성배를 칭찬해주었다.

“성배 씨는 무기에 관해선 타고 나셨네요. 근데 직접 쏠 때 조심하세요. 반동이 장난 아니에요.”

“이 까짓 거 뭐, 내가 군대에서 K-2 연다발로 간첩 몇 명을 잡아 죽였는데.”

성배의 허세에 나라는 고개를 좌우로 흔든다.

나라는 기관단총을 오른손에 들고, 탄창 몇 개를 바지 주머니에 넣으며 입구 쪽으로 걸어갔다.

“성배 씨, 여기 잠시만 있어요.”

“왜? 어디 가냐?”

“탄창 담아 갈 가방 같은 것 좀 있나 위에 올라갔다 올게요.”

“같이 가면 되지 왜 위험하게 혼자 가냐?”

성배의 걱정에 나라는 의외라는 표정을 지었다.

“지금 설마 저를 걱정 해주시는 건가요?”

“걱정은 개뿔. 너라도 달고 다녀야 내가 덜 심심해서 그래. 그냥 여기 앉아서 기다려라. 내가 갔다 올게.”

성배의 말에 나라는 고개를 갸우뚱거리고, 손으로 문을 가리키며 잘 다녀오라는 표현을 했다.

성배는 방금 전 나라에게 배운 대로 산탄총을 장전하며, 늠름한 표정으로 위층을 향해 껄렁하게 걸어갔다.

경찰서는 좌우로 긴 복도가 있고, 그 복도 양옆으로 각 부서 사무실이 있었다.

복도 중앙과 좌우측 끝엔 계단이 있어서 위아래 층으로 연결 돼있었다.

성배는 먼저 1층 교통과 사무실로 들어갔다.

어제의 분주한 상황을 설명이라도 하듯 사무실은 매우 너저분했다.

책상위엔 갖가지 물품들이 어질러져 있었고, 심지어 총알도 바닥에 떨어져 있었다.

“이 짭새 새끼들 이거 총알 흘리고 다니는 거 봐라. 아무리 급박한 상황이라도 그렇지 쯧쯧.”

성배는 어두운 사무실을 작은 손전등으로 꼼꼼히 비춰가며, 탄창을 담을만한 가방이 있는지 확인했다.

교통과 사무실엔 딱히 쓸 만해 보이는 것이 없었다.

성배는 교통과를 나와 1층 복도를 쭉 따라가며 각 사무실을 둘러보았다.

1층을 다 뒤져 봤지만, 탄창을 담을 만한 가방 같은 것은 구할 수 없었다.

좌측 복도 끝에서 성배는 잠시 멈춰 지하 쪽을 확인했다.

‘어디보자. 지하는 식당이구만 여긴 뭐 없겠네.’

손전등으로 2층 계단 쪽을 비춰본 성배는, 계단을 올라가기 시작했다.

성배가 올라간 2층 계단 바로 앞에는 생활안전과 사무실이 있었다.

문을 열기위해 성배가 손잡이를 밀어봤지만, 문은 열리지 않았다.

몇 번이나 힘을 줘 밀거나 당겨 봤지만, 통유리로 된 문은 꿈적도 하지 않았다.

그는 손전등으로 생활안전과 사무실 안쪽을 비춰보기 시작했다.

교통과와 마찬가지로 지저분한 책상들이 놓여 있었고, 큰 옷걸이와 생수통도 보였다.

성배는 손전등으로 좀 더 안쪽을 비춰보았다.

책상들 뒤편으로, 형사들이 잠시 앉아 쉬는 공간으로 보이는 소파가 보였다. 그리고 그 위에 뭔가 검은 물체가 보였다.

성배는 그 물체를 자세히 관찰했다.

“어디보자…, 저거 가방 같은데.”

소파 위에 있던 검은 물체는 바로, 남자들이 한쪽으로 메고 다니는 큰 가방이었다.

성배는 가방을 보자 이 문을 꼭 열어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는 문에서 몇 발작 뒤로 물러났다. 그리고 산탄총을 들어 통유리로 된 문 중앙을 겨냥했다.

펑!

산탄총 한 방에 그 두터운 통유리 문이 완전히 박살이 났다.

나라의 말대로 산탄총의 반동은 엄청났다.

대충 들고 쐈던 성배는 하마터면 총을 놓칠 뻔했다.

‘아오, 썅. 반동 죽이네.’

생각보다 심한 산탄총의 반동에 놀라며 사무실로 들어간 성배는, 곧바로 소파로 가서 가방을 확인했다.

크기도 적당했고, 내구력도 아주 좋아 보였다.

성배는 가방끈에 목을 넣어 가방을 메고, 또 뭔가 있을까 해서 사무실을 둘러보고 있었다.

그때였다.

“크아아아아아아악”

다다 다다 다다다다다

고요한 경찰서 내부에서 발사된 산탄총 소리는 건물 곳곳에 울려 퍼졌고, 4층에 있던 좀비들은 그 소릴 듣고 괴성을 지르며 내려왔다.

좀비들은 소리의 정확한 위치는 모른 채로 2층 복도를 이리저리 뛰어 다녔다.

성배는 좀비의 괴성을 듣자마자, 바로 자세를 낮추고 책상 밑으로 기어들어갔다.

좀비들은 2층에서만 계속 머물러 있었다. 몇 마리는 뛰어 다녔고, 또 몇 마리는 어슬렁어슬렁 걸어 다녔다.

책상 밑에서 숨죽이고 있던 성배가 조심스레 고개를 내밀어 상황을 살폈다.

마침 밖을 어슬렁대던 좀비 하나가 생활안전과 사무실로 들어왔다.

“크으으으”

성배는 다시 책상 밑에서 숨죽이며, 좀비가 그냥 지나가기만을 기다렸다.

좀비가 사무실 안을 이곳저곳 살피다가 나가려고 하는 순간, 문득 성배의 머릿속에 불안한 생각이 떠올랐다.

‘저것들 우측 계단에서 지하로 내려가면 큰일인데…. 권나라 그 자식 문도 안 잠그고 있을 텐데….’

책상 밑에 숨어있던 성배는, 일말의 망설임도 없이 산탄총을 장전 하며 일어나서 외친다.

“이 새끼들이 아까 나오랄 때 안 나오고 이제 겨 나오고 지랄이야! 니들은 오늘 다 뒤졌어!”

펑!

사무실 안에 있던 좀비는 산탄총을 정면으로 맞았다.

좀비의 몸뚱이가 산탄총의 파워에 밀려 공중으로 조금 떠서 벽에 부딪히며 떨어졌다.

머리통은 무사했지만, 몸뚱이가 산산조각 나서 죽은 시체나 다름없었다.

산탄총 소릴 들은 좀비들이, 복도에서 생활안전과 사무실로 몰려들기 시작했다.

성배는 먼저 들어온 좀비 하나를 발로 차서 넘어뜨리고, 뒤이어 문 앞을 가로막고 있던 좀비의 머리통에 산탄총을 갈겼다.

펑! 철컥

문 앞에 있던 좀비의 머리통 파편이 뒤쪽 벽에 흩뿌려졌다.

생활안전과 사무실을 나간 성배는 달려오는 좀비들을 향해 다시 한 번 산탄총을 선사했다.

펑! 철컥 펑!

“이 새끼들 봐라. 이거 하나 있으니깐 별거 아니구만! 또 한 방 간다!”

딸깍

“이런 씨발 하여간….”

“크아아아아악! 크으으으!”

산탄총의 튜브탄창에 들어있던 여섯 발을 모두 쏴버린 성배는, 일단 달려든 좀비 하나를 총의 앞부분을 두 손으로 잡고, 손잡이 부분으로 가격한 후 복도 반대편으로 달리기 시작했다.

주머니에서 여분으로 챙겨온 총알을 꺼내, 탄창에 급하게 집어넣기 시작했다.

산탄총은 일반 총과 달리 튜브탄창이란 특이한 구조를 갖고 있어서, 하나씩 밀어 넣어야 하는 만큼 재장전 시간이 길다는 단점이 있었다.

게다가 성배는 산탄총을 처음 다뤄봐서, 총알을 삽입하는 것이 아직은 미숙했다.

복도 끝에서 성배는 다시 3층을 향해 계단을 올라갔다.

3층에 도착함과 동시에 총알 네발을 탄창에 집어넣었고, 장전함과 동시에 뒤를 돌아서 올라오는 좀비들에게 총알을 퍼부었다.

펑! 철컥 펑! 철컥 펑!

성배를 따라 올라오던 좀비들은, 산탄총에 맞아 팔, 다리가 떨어져 나가면서도, 성배를 노려보며 이빨을 부딪쳐 기분 나쁜 딱딱 소리를 냈다.

“아이 씨발! 이 새끼들 왜 이리 숫자가 많아.”

아직도 여러 마리의 좀비가 성배를 쫓아오고 있었다.

성배는 지금 서있는 곳의 반대쪽인 우측 복도로 달려가기 시작했다.

우측 복도 끝에서 바로 지하로 내려가 무기고로 가서 나라와 합류할 계획이었다.

성배는 이따금 뒤로 돌아 좀비를 향해 산탄총을 갈겨가면서, 복도 끝으로 열심히 달리고 있었다.

‘아, 조금만 더.’

복도 끝에 다다를 무렵에 하필이면 2층에서 계단으로 올라오는 좀비들의 괴성이 들렸다.

“크아아아악”

성배는 어쩔 수 없이 방향을 바꿔, 바로 옆에 있는 형사과 사무실로 들어가 문을 잠갔다.

형사과의 문은 통유리 문이 아니라 강철로 된 철창문이었다.

좀비들은 듣기 싫은 괴성을 내며, 철창 안으로 들어오려고 머리를 들이밀고, 팔을 길게 뻗었다.

성배는 좀비들을 잠시 노려보다가, 주머니를 뒤져 남은 총알을 세어 보았다.

“하나, 둘, 셋, 넷. 총알은 네발인데. 하아, 저 좀비 새끼들 도대체 몇 마리냐….”

성배는 길게 한숨을 쉬며, 남은 총알 네발을 탄창에 집어넣었다.

성배가 가방을 가지러 올라간 사이, 나라는 잠시 폰을 꺼내 뉴스를 보기 시작했다.

특보 - 대전에도 좀비 의심 환자 발생! 이란 기사가 각 포털 사이트 메인을 장식하고 있었다.

‘결국 대부분의 대도시에서 전부 좀비가 발생했어.’

나라는 제발 아니길 바라면서 뉴스를 읽어 봤다.

‘대전 시내 한 모텔에서 연인 관계의 남녀가 투숙을 했는데, 퇴실 시간이 됐는데도 나오질 않자 모텔 주인이 방에 가봤다. 하지만 그 방엔 남자는 없고, 여자만 피투성이가 된 채 신체 곳곳이 물어뜯긴 흔적이 있어서 모텔 주인은 곧바로 경찰에 신고를 했다.

경찰이 출동해서 모텔을 수습하는 사이, 모텔 인근 대형마트에서는 모텔에서 나간 남자로 보이는 사람이 또 여러 사람을 물어뜯어서, 좀비가 아니냐는 대전 시민들의 항의가 있었고, 대전 시장은 이례적으로 기자회견을 열어 "대전은 사람이 살기 가장 좋은 도시며, 좀비가 나타날 리가 없다"고 했다.

그러나 마트에서 물린 사람들은 병원으로 가던 도중, 앰뷸런스에서 혹은 병원에 도착 즉시 좀비로 변해 병원과 도로에서 또 다른 사람들을 물어뜯으면서 좀비인 것이 확실해 졌고, 대전 시민들은 시장의 거짓말이 사건을 키웠다며 사퇴를 촉구하고 있다.'

나라는 기사를 읽고 나서, 두려움에 심장이 요동치기 시작했다.

처음 좀비가 나타났을 땐, 이렇게까지 빨리 한국 전역에 퍼질 것이라곤 생각하지 못했었기 때문이다.

‘너무 빠르다. 서울만 해도 감당하기 어려운데, 이 정도 속도면 수십일 안에 한국 전체가 좀비로 뒤덮일 거야.’

나라는 한동안 미동도 없었다.

생각해보면 처음부터 이 사태가 쉽게 끝날 가능성은 희박 했었다고 나라는 생각했다.

그냥 이 상황 자체를 버티는 것이 지금으로선 유일한 해결책이었는지도 모른다.

잠시 생각에 잠겨있던 나라는 경찰청장인 아버지에게 전화를 걸었다. 통화 연결음이 끝날 때까지도 나라의 아버지는 전화를 받지 않았다.

그녀는 잠시 무기고 밖으로 나가서 성배가 올라간 위층을 쳐다봤다.

그때 나라의 아버지로부터 전화가 걸려왔다.

“네, 아빠. 어디세요?”

“나라야, 난 지금 용산 역에서 좀비들 소탕 작전하는 현장에 나와 있다. 넌, 어디니?”

“전 아직 종로 쪽이에요. 어제 작전 중에 팀원들 전부 잃고, 저만 겨우 살아남았어요.”

나라의 아버지는 잠시 말이 없었다.

몇 초의 정적이 흐른 후, 나라의 아버지가 대화를 이어 갔다.

“그래 나라야, 힘들겠지만 너무 자책하진 마라, 지금은 누구도, 어떤 것도 장담 할 수 없으니까 어떻게든 살아남아라. 그쪽으로 따로 병력을 보내주고 싶지만…, 그건 힘들 것 같다.”

나라의 아버지는 자신의 사랑하는 딸을 생각하면, 당장이라도 병력을 보내 딸을 구하고 싶었지만, 그는 다른 시민들의 안전도 책임져야 하는 의무가 있었다.

“괜찮아요 아빠. 제 자신은 스스로 지킬게요. 저 경찰 대학 수석 졸업했잖아요. 걱정 마세요.”

순간 나라의 눈에 눈물이 고이며, 목소리가 떨려왔다.

“아빠, 꼭 살아서 만나요…, 끊을게요.”

“그래, 부디 꼭 다시 만나자.”

전화를 끊은 나라는, 고개를 숙이고 흐르는 눈물을 억지로 참고 있었다.

경찰청장이라는 높은 직책에 있으면서도, 직접 위험한 현장에 나가시는 아버지가, 그녀는 너무 존경스러우면서도 불안한 마음을 감출수가 없었다.

잠시 감상에 젖어있던 그때, 위층에서 총소리가 들렸다.

펑 펑

슬퍼할 겨를도 없이 나라는 순간적으로 기관단총을 잡고 일어났다.

‘뭐지?’

그녀는 일단 1층으로 올라가서 위층을 주시했다.

한동안 잠잠하더니 다시 한 번 총소리가 들리기 시작했다.

뒤이어 좀비의 괴성과 총소리, 쿵쾅 거리는 뛰는 소리도 들리기 시작했다.

나라는 다시 무기고로 들어가서 탄창을 최대한 바지 주머니에 집어넣고, 길게 심호흡을 한 번 한 후, 계단을 뛰어 올라갔다.

재밌게 보셨길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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