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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화 특성으로 최강 네크로맨서-403화 (403/415)

< 403화. 키메라 >

“다, 당신은······.”

무쉬드가 두 눈을 비비고 이내 믿을 수 없다는 목소리로 중얼거렸다. 그리고는 바닥에 깔려 몸이 터져 나간 하얀 키메라를 보았다.

부족 최고의 전사 델버조차 단숨에 쳐 죽인 괴물이 저항조차 못하고 바르르 떨고 있었다.

“키메라라······.”

그 와중에 아드리아스는 괴물의 정체를 파악하며 검을 뽑아 갈무리하고 있었다.

“사람들을 데리고 물러나세요.”

“아, 아?”

머리 회전이 둔해진 무쉬드가 어리둥절하게 대답했다. 그러자 아드리아스는 천천히 그에게 다가가 억지로 무쉬드를 일으켜 세웠다.

“왜요. 같이 싸워주게요?”

“아, 아드리아스 님. 당신께서 강하다는 건 알고 있지만 적의 수가······.”

“전 걱정하지 않으셔도 됩니다. 더 이상 정체를 숨길 생각이 없거든요.”

“예?”

정체를 숨길 생각이 없다고? 그게 이 대화의 맥락과 무슨 상관이 있다는 말인가? 애초에 정체라니?

무쉬드가 고개를 저었다.

“다, 다른 분들도 함께 오셔서 자신이 있는 건 알겠지만 그렇다 해도 너무 무모합니다! 군대가 있지 않는 이상 저 괴물들은······!”

탁!

때마침 도착한 살렘과 루나가 무쉬드의 입을 자연스레 다물게 만들었다. 일행들의 리더가 아드리아스임을 알고는 있었지만 정작 무서운 것은 아드리아스보다 저들일 수밖에 없었다.

“뭐야, 아직도 실랑이 중이냐?”

“절 걱정해주시는군요.”

“걱정? 크하하하!”

살렘이 배를 잡고 웃었다. 그러더니 무쉬드를 보며 손짓했다.

“너, 지금 누구를 걱정하고 있는 거냐?”

“세, 세 분께서 얼마나 고명한 마법사분들인지는 저도 익히 들어 알고 있습니다만 적들의 수가 수이다 보니······적어도 저희 병사들을 이용해 주십시오.”

“하아, 병사?”

살렘이 어이가 없다는 듯 한숨을 내쉬었다. 그리고는 아드리아스를 눈짓하며 혀를 찼다.

“넌 너무 착해서 탈이다, 아드리아스.”

“전 착하지 않습니다.”

“아니. 넌 병이야, 병. 착한아이 증후군이라도 걸렸냐? 나였으면 그냥 말대꾸를 한 순간에 대가리를 찍어버렸다.”

살렘의 살벌한 말에 후샹 부자가 슬쩍 뒤로 물러났다. 그 모습을 본 루나가 꺄르르 웃으며 놀렸다.

“겁먹었어! 히히!”

아드리아스는 둘의 반응에 머리를 긁적거리며 이내 몸을 돌려 성벽 밖으로 시선을 옮겼다.

“병사는 충분합니다. 그러니 사람들을 데리고 물러나세요.”

“······?”

아드리아스의 말을 이해할 수 없었던 무쉬드와 버박은 이내 뇌리에 스치는 어떤 존재를 깨달았다.

“모, 모른 드왈스키!”

“아! 그 분이 계셨군요!”

분명 저들의 일행 중에 언데드의 대종사라 불리는 모른이 있었다. 그렇다면 이곳에 널려있는 시신으로 언데드의 군세를 만들 수 있을 터.

‘물론 마나의 한계로 기껏해야 백 남짓이겠지만.’

모른과 같은 워록이 만든 언데드 백구에다 그가 소유한 정예 언데드라면 충분히 이곳을 틀어막을 수는 있을 것 같았······.

-일어나라.

대기를 진동하는 언어가 사방을 물들였다. 모두가 알아들을 수 있는 그 문장은 이내 스스로 힘을 지닌 채 쓰러져있는 시체들에게 스며들었다.

“마나가 남아돌지, 아주?”

살렘이 그 광경을 보며 비웃었지만 내심 놀라움을 금치 못하고 있었다.

단순히 네크로맨시를 사용해 언데드를 일으켜 세울 수 있음에도 아드리아스가 굳이 언령 마법을 사용한 이유.

드드드득!

아니, 그것은 단순한 언령 마법이 아니라 조화의 기원을 이용해 네크로맨시를 언령으로 풀어낸 결과물이었다.

-그아아아악!

-끼에에엑!

‘갑자기 마법 실력이 늘어나더니, 괴물이 되었군.’

언령 마법을 통해 풀어낸 네크로맨시는 시체들을 살아생전의 모습 그대로 일으켜 세웠다. 그들은 스켈레톤이나 구울, 미라가 되지도 않았고 말 그대로 죽어 움직이는 자가 되었다.

“커헙!”

“네, 네크로맨서?!”

아드리아스의 부축으로 일어났었던 무쉬드가 다시 뒤로 넘어졌다. 단 하나도 빠짐없이 전부 일어서는 시체들은 질서정연하게 움직이며 발을 맞췄다.

“무쉬드.”

“예, 옙!”

“물러나세요.”

“알겠습니다!”

무쉬드는 그제야 자신의 걱정이 쓸모없었음을 깨닫고 버박과 함께 병사들을 불러 모았다.

“워, 원군이 왔으니 우리는 물러난다! 후샹 가문의 전사들은 모두 성벽 뒤로 물러서라!”

갑작스런 언데드들의 등장에 혼란에 빠졌던 병사들도 이내 언데드가 자신들을 공격하지 않고 오히려 괴물들을 처리하는 걸 보며 환호성을 내질렀다.

“아군?!”

“살았어······!”

“으와아아아!”

수많은 함성 속에서도 일사분란하게 움직인 아드리아스의 언데드들은 이내 깔끔하게 성벽 위에 도열했다.

“흐흐, 이제 누가 진짜 괴물인지 보여주겠군.”

살렘의 기대 어린 목소리가 울려 퍼지고······.

-그아아악!

-끼에엑!

이내 언데드들이 파도처럼 밀려들어 성벽을 올라오는 키메라들을 박살내며 적들을 향해 성벽 아래로 돌진했다.

두두두두!

“가라!”

신이 난 루나가 만세를 하며 응원을 하고 있는 사이 주변이 검은 아공간으로 물들었다. 이제는 나오지 않으면 섭섭한 아드리아스의 정예 언데드들이 천천히 모습을 드러냈다.

“꿀꺽.”

병사들을 뒤로 물리고 있던 버박이 그 모습을 보며 마른침을 삼켰다.

자신들은 목숨을 걸고 행동했던 것들이 아드리아스는 홀로 아무렇지도 않게 감당하는 모습이 그의 실력을 실감하게 만들었다.

‘설마 네크로맨서였을 줄이야.’

그것도 그냥 네크로맨서가 아닌······.

콰아아앙!

화르륵!

-꾸어어억!

-끼아아악!

전설로만 들었던 용의 외형을 한 언데드가 창공을 가르며 심상치 않은 불길을 내뿜었다. 동시에 성벽과 엇비슷한 크기의 거대 언데드가 대검을 휘두르자 사방이 초토화되었다.

살렘 예디디아가 웃으며 말했던 것이 이해가 갔다.

“진짜 괴물······.”

진짜 괴물이 과연 누구인가.

그리고 왜 아드리아스 크롬웰이 저들의 대장인가.

우드득!

키메라가 죽자 죽은 키메라는 곧바로 언데드로 부활해 조금 전까지만 해도 같은 편이었던 키메라를 물어뜯었다.

마치 마른 종이에 물을 떨어뜨린 것처럼 순식간에 언데드가 번져나가고 있었다.

“굳이 비밀 통로로 탈출할 필요가 없겠구나.”

“아아······.”

무쉬드의 말에 버박이 고개를 주억거렸다.

아드리아스는 언데드들을 진군만 시킨 채 아무것도 하지 않고 구경만 하고 있었는데 그 모습조차도 위엄 있게 느껴졌다.

사람들의 눈에 비친 그의 모습은 마치 전장을 조율하는 죽음의 지배자와 같았다.

**

“강하네요.”

이 키메라들, 심상치 않았다.

물량에 관해서는 압도적인 우위에 점할 수 있는 네크로맨서였기에 일이 쉽게 풀렸지만 다른 곳은 아마 고전을 면치 못할 것 같았다.

‘설마 여기서만 나타난 게 아니었을 줄이야.’

급하게 이곳을 향해 이동하던 중에 알게 된 놀라운 사실. 그것은 괴물들의 군세가 하나가 아니었다는 것이다.

“아무리 봐도 흑마법의 흔적이야. 아드리아스, 너. 집회 관리 똑바로 한 거 맞냐?”

“집회는 아니에요.”

살렘의 의심은 정당했다. 이 키메라들은 확실히 흑마법으로 만들어진 것들이었고 이만한 흑마법의 흔적은 집회 소속의 마법사들이나 가능한 수준이었으니까.

하지만 집회의 행동은 절대 아니었다. 집회는 이제 온전히 내 산하에 속한 조직으로 만약 집회의 키메라였으면 철두철미한 내가 이만한 군세를 못 알아차렸을 리 없었다.

“그렇다면 이 녀석들은······.”

“제 생각에는 황제와 연관이 있을 것 같습니다.”

흑마법과 연관된 두 번째 세력은 다름 아닌 제국이었다. 제국 측에서 황제의 지휘에 따라 이만한 준비를 해놓았다고 해도 놀랍지는 않지.

“가라! 싸워라!”

어느새 스포츠 경기를 감상하듯 열기를 띈 채 외치는 루나를 보며 살렘에게 말했다.

“규모를 확실히 파악해야 해요.”

“황제는?”

“전 계속 황제를 쫓을 겁니다. 그러니 이럴 때 집회를 활용해야겠죠.”

아마 지시를 내리지 않았어도 집회의 흑마법사들은 이미 움직이고 있을 터였다. 이런 고품질의 키메라들이 무려 군세를 이루어 움직이고 있는데 가만히 있을 작자들이 아니지.

“너, 이 새끼. 굳이 그 말을 나한테 한다는 건······.”

“부탁드립니다.”

하지만 중구난방으로 행동하는 건 지금으로서는 지양해야했다. 상대에게 대응하기 위해서는 조금 더 조직적으로 움직일 필요가 있었다.

“살렘 밖에 믿을 사람이 없어요.”

“하아, 이 새끼. 골치 아픈 일만 떠넘기네.”

말은 그렇게 해도 살렘은 거절할 것 같지 않았다. 그는 신경질적으로 머리를 쓸어 넘기면서 이내 투덜댔다.

“이럴 줄 알았으면 모른 영감이 간 곳에 내가 대신 갔어야 하는데.”

“모른 대부님은 대부님대로 할 일이 있습니다. 아무래도 그 만한 네크로맨서는 없으니까요.”

“됐다. 그것보다 너나 조심해라.”

“예?”

“결국 갈가리 흩어졌지 않냐. 나까지 빠지면 너랑 루나 밖에 없어.”

참고로 모른과 막시민은 중간에 또 다른 군세가 있다는 정보를 듣자마자 따로 떼서 보냈다. 에반은 네브로의 신체가 있는 방향으로 갔으니 남은 건 결국 우리 셋이었는데 살렘마저 빠지면 나와 루나 밖에 없었다.

“조심하겠습니다.”

“어련히 알아서 하겠냐만······.”

살렘이 갑자기 사악한 뱀을 건넸다.

“이거라도 가져다 써라.”

“오늘따라 답지 않네요.”

“뭔 소리냐. 원래 난 이런 놈이었다. 끝내주게 착했지.”

과연 사악한 뱀이 필요할까?

그렇다고 기껏 호의를 베푸는 살렘을 무시하기는 미안해서 일단 창을 받아들었다.

“간다.”

살렘은 내가 창을 받자마자 곧바로 움직였다. 이내 순식간에 시야에서 멀어지는 그의 뒷모습을 잠시 지켜본 뒤 여전히 옆에서 열을 올리고 있는 루나에게 말했다.

“루나는 되도록이면 저와 계속 함께 할 겁니다.”

“가즈아아아! 응?”

뒤늦게 살렘이 사라졌다는 사실을 안 루나는 주변을 기웃거리다가 이내 내 손에 들린 사악한 뱀을 보며 손을 펼쳤다.

“줘.”

자연스럽게 사악한 뱀을 그녀에게 건네자 이내 그녀의 오팔색 눈이 묘한 빛을 띠었다.

“이건 오늘부터 내거!”

“살렘이 빌려준 겁니다.”

“상관없어!”

마치 장난감을 발견한 듯 기뻐하는 루나를 보니 아무래도 살렘과 한 차례 부딪칠 것만 같아 식은땀이 살짝 흘렀다.

아무래도 나중에 던전이라도 돌아서 사악한 뱀을 대신할 네임드급 아이템을 구해줘야겠다.

‘모든 일이 끝나면······.’

모든 일······모든 일?

어느새 끝이 다가오고 있음을 실감하고 있었다. 처음에는 그저 생존을 위해, 그러나 이후에는 내 행복을 위해 달려온 나날들.

그리고 그 목표는 결국 나만을 위한 것이 아니었다. 내 주변의 소중한 사람들, 그리고 아직까지도 고통 받고 있는 네브로와 일리아스까지.

서걱!

-구어어어어!

마지막 남은 키메라가 쓰러졌다. 그 모습에 마치 승리를 자축하듯 루도가 거대한 함성을 내질렀다.

-띠링!

[조건이 충족되었습니다.]

[진화가 가능한 개체가 탐색되었습니다.]

[루도루도르 카하느동도의 진화 가능성 100%]

[진화를 할 경우 6 가지의 분기가 존재합니다.]

[진화를 하시겠습니까?]

그동안의 경험으로 어느 정도는 예상한 루도의 진화.

사실 진화는 루도만 가능한 것이 아니었다.

하룬겔(알-구르드)도 진화가 가능하지.

각자 폭식과 색욕의 죄를 계승할 것이다.

거기다 모른에게 부탁해서 집회로부터 가져오게 한 ‘질투’까지.

오만을 제외한 모든 7대 죄악이 모였다.

황제만 처리하는 대로 곧바로 오만을 찾을 생각이었다.

“이제 어디로 가?”

“일단은 여기서 에반을 기다리죠. 금방 올 겁니다.”

에피소드의 끝이 다가오고 있었다.

< 403화. 키메라 >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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