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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화 특성으로 최강 네크로맨서-372화 (372/415)

< 372화. 뜻밖의 소식 >

족장의 등장에 놀란 것은 버박뿐이 아니었다.

지금껏 숨죽이며 구경을 하고 있던 용병들과 사람들마저 앞으로 일어나게 될 일을 예상하며 눈을 질끈 감아버렸다.

“버박! 거기 있었구나! 왜 아무 말도 없이 있는 게냐?”

족장이 다가오며 소리치자 버박은 필사적으로 머리를 굴리며 아드리아스의 눈치를 살폈다.

“아, 아버지! 전 괜찮습니다! 지금 귀중한 손님들이 오셔서 제가 모시고 있었습니다!”

다급히 내뱉은 말 치고는 꽤 그럴 듯해서 살렘을 비롯한 루나와 모른이 흥미롭게 지켜보았다.

“무슨······. 분명 시비가 걸렸다고 들었는데 손님이라니?”

“시비라뇨! 전혀 그렇지 않습니다! 안 그래도 모시고 갈 예정이었는데 이렇게 아버지께서 직접 오시다니 오히려 잘됐습니다. 일단 여기 계신 분부터 소개하자면 그 유명한 살렘 예디디아 님이십니다!”

쉬지 않고 내뱉는 필사적인 버박의 말은 빛을 발했다. 족장, 무쉬드는 살렘의 이름을 듣고는 두 눈을 동그랗게 뜨더니 이내 태도가 돌변했다.

“아이고! 귀한 손님이 오셨구나! 왜 진즉에 모시지 않고 여기 있었던 게냐! 만나서 반갑습니다. 저는 이 주변에 위치한 검은 전갈 부족의 부족장, 무쉬드 후샹이라고 합니다.”

급변하는 그의 태도를 보며 루나가 까르르 웃음을 터트렸고 살렘은 흥이 식었는지 다시 맥주에 집중했다.

“허허, 네놈의 처세술이 어디서 나왔는고 하니 아버지를 닮은 게로구나.”

“하, 하하하.”

모른의 말에 버박은 머리를 긁으며 어색한 미소를 지었다.

“흐흠, 여기서 이러실 게 아니라 저희 부족으로 오시는 건 어쩌신지요? 사막에서는 보기 힘든 산해진미와 술들을 대령하겠습니다.”

“술?”

살렘이 고개를 돌리며 되물었다.

“이곳은 사막이라 술을 구하기 매우 힘듭니다. 기껏해야 이런 주점에서 용병들을 상대로 파는 맥주가 전부지요. 하지만 저희 저택에 오시면 대류에서나 구할 수 있는 귀한 술들이 있습니다.”

“가자.”

살렘이 맥주를 원샷하고는 자리에서 일어났다.

그러나 그를 따라서 일어나는 사람은 단 한 명도 없었다.

‘으음······.’

그 모습을 진지하게 지켜보던 무쉬드가 뛰어난 관찰력으로 살렘의 일행들이 눈치를 살피고 있음을 발견할 수 있었다.

그러나 그들은 살렘의 눈치를 살피는 것이 아니었다.

‘허어······일행들의 대장이 살렘 예디디아가 아니었어?’

일행들을 이끄는 자가 살렘이 아니라면 과묵해 보이는 중년의 사내나 나이가 지긋한 노인이라고 생각했던 무쉬드는 이내 다시 한 번 놀랐다.

일행들이 은연중에 눈치를 살피고 있는 자는 다름 아닌 녹빛깔 머리카락의 젊은 청년이었다.

필사적으로 그 청년을 눈짓하던 자신의 아들이 아니었다면 무쉬드는 끝내 생각조차 못했을 반전이었다.

“저희 부족으로 오시면 산해진미뿐만 아니라 여인들도 대접해드리지요. 귀한 손님들이 오셨는데 극진히 모시고 싶습니다.”

젊은 청년이라면 당연히 여인을 원할 것이라 생각하고 제안을 한 무쉬드는 속으로 쾌재를 불렀다. 오히려 저런 청년이 일행의 대장이라면 구워삶기 더 쉬울 것······.

“실수했군.”

지금껏 조용히 메뉴를 고르던 막시민이 처음으로 입을 열었다.

“예?”

“우두머리를 파악한 것까지는 좋았다. 하지만 이쪽을 너무 얕봤군.”

“그게 무슨 말씀이신지······? 아!”

말을 하던 무쉬드는 아차 싶었다.

‘설마······.’

남색가인가?

무쉬드가 홀로 망상을 펼치고 있을 때 루나가 벌떡 일어나더니 아드리아스를 삿대질했다.

“얼레리꼴레리! 비비안한테 다 이를 거래요!”

“크흠.”

루나가 대놓고 비비안의 이름을 거론하자 에반이 낮게 헛기침을 했다. 동시에 아드리아스는 슬쩍 당황한 눈길로 주변을 둘러보았다.

“······다 알고 계셨던 겁니까?”

“그렇게 티를 내는데 모르는 게 이상하지.”

막시민이 보기 드물게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

그의 대답에 아드리아스가 고개를 돌려 에반을 쳐다보자 그는 말없이 고개를 돌렸고, 이내 모른을 바라보자 모른이 보름달 같은 미소를 보였다.

“허허, 좋을 때구나.”

“하아······. 다들 알고 계신다고는 짐작도 못했습니다.”

아드리아스의 포커페이스가 오랜만에 무너졌다. 그 모습을 본 막시민이 혀를 차며 고개를 저었다.

“모를 거라고 생각하는 게 오히려 이상하군. 지금껏 둘이 계속 붙어 다녔는데 모르길 바라는 게 멍청한 생각이다.”

“그러면 영지 내의 다른 인원들도······?”

“왜 인원이 이거 밖에 안 붙었겠어. 네가 그토록 사랑하는 이를 대신 지켜주기 위해 남은 거지.”

“하하하! 빨개졌데요!”

루나가 탁자를 짚은 채 방방 뛰며 아드리아스를 놀렸다.

그 모든 모습을 지켜본 무쉬드는 자신이 잘못 짚었음을 눈치 채고 다급히 사과했다.

“죄, 죄송합니다. 이미 정인(情人)이 있으신 줄 몰랐습니다.”

“어이, 아드리아스. 그래서 갈 거냐, 말 거냐. 빨리 결정을 내려라.”

이미 마음은 달리고 있는 듯한 살렘이 다시 재촉하자 아드리아스가 화제를 돌리기 위해 손을 빠르게 내저었다.

“가시죠.”

“그래, 잘 선택했다.”

그리고 그 이야기를 들은 버박과 무쉬드는 드디어 나온 청년의 이름에 입을 벌렸다.

“아, 아드리아스 크롬웰 님이십니까?”

“인사가 늦어서 죄송합니다. 예, 제가 아드리아스 크롬웰입니다.”

“최연소 워록이자 오러 마스터······게다가 역사상 최초의 듀얼 마스터!”

숨죽인 듯 있었던 용병 중 하나가 흥분한 목소리로 소리쳤다. 그러더니 이내 헙!하며 자신의 입을 틀어막았다.

“아아······모시게 되어 정말로 영광입니다. 바, 바로 저희 저택으로 모시지요. 아, 그 전에 일단 연회의 준비를······?”

“그것보다는 우선 교류회 약속을 취소해야함이······.”

임기응변이 뛰어난 무쉬드 부자도 이번만큼은 당황하여 횡설수설했다.

그 모습을 지켜본 아드리아스는 자신의 이름을 사람들이 알고 있다는 사실에 고개를 갸웃거리며 자리에서 일어났다.

“일단 가시죠. 산해진미보다는 묻고 싶은 이야기가 많습니다.”

“예, 예! 물론이죠! 애들아! 길 좀 터드려라!”

아드리아스가 먼저 움직이자 그 뒤를 따라 일행들이 일어나 움직였다. 그 모습이 마치 왕을 보좌하는 수하들과 같았다.

“꿀꺽.”

살렘 예디디아, 루나 펜드래곤 그리고 그런 그들이 뒤따르는 아드리아스 크롬웰.

나머지 인물들도 절대 평범하지 않음을 직감한 주점 내의 사람들은 눈부시게 찬란한 뒷모습을 지켜보았다.

“······당장 길드에 알려야 돼.”

마침내 아드리아스 일행이 주점을 떠나자 용병 중 누군가가 중얼거렸다.

“영웅들의 등장인가······.”

“애초에 샤이야 사막에는 왜들 온 거야?”

주점은 다시 한 번 열기를 더해가기 시작했다.

**

“어흠, 어흠. 그나저나 포트리온에서 생환자들이 나왔다는 소식을 들었습니다만 아드리아스 님께서도 무사히 복귀하셔서 너무나 다행입니다.”

무쉬드가 앞장서서 우리를 안내하는 가운데, 버박이 은근슬쩍 내 곁에 섰다.

“운이 좋았습니다.”

“역시 명성대로 너무나 겸손하십니다. 무려 최연소 워록이자 최초의 듀얼 마스터이신 아드리아스 님께서 운으로 살아나오셨을 리 없다는 걸 대륙의 모두가 알고 있을 진데 그리 말씀하시는 걸 보면, 아! 역시나 듀얼 마스터이신 분은 다르구나 하는 걸 새삼 느끼며······.”

주점에서부터 느낀 거지만 버박은 마치 랩을 하듯 말했다. 무호흡으로 쏟아내는 속사포 수다에 정신이 혼미해질 때쯤 갑자기 말이 뚝 끊겼다.

“어험.”

왜 그런가 하며 봤더니 어느새 루나가 다가와 그런 버박을 유심히 바라보고 있었다. 그 부담스러울 정도로 집요한 시선에 버박은 어쩔 줄을 몰라하며 헛기침만 해댔다.

“다시 해봐.”

“옙?”

“다시 해봐, 그거.”

“그거라는 게 무엇인지······?”

“말 안 멈추고 계속하는 거.”

왜 저러나 했더니 나랑 같은 점을 생각하고 있었나보다.

“그, 그게······.”

막상 판을 깔아주면 못하는 타입이군.

덕분에 조용한 환경에서 걸을 수 있게 된 나는 주변을 둘러보았다.

‘오랜만······인가.’

샤이야 사막은 ‘폭식’으로 인한 에피소드 때문에 매번 방문했던 장소였다. 오기 싫어도 집회놈들이 꾸미는 계략을 가만히 두고 볼 수만은 없었지.

실제로 오니 뜨끈한 열기와 모래바람이 끝을 모르고 이어지는 혹염의 땅이었다.

‘추위 다음은 더움이네.’

기가 막힌 우연이 아닐 수가 없었다.

“저기가 저희 부족입니다.”

“가깝군.”

이번 여행에서 비비안 대신 내 호위가 된 에반이 슬쩍 주변을 경계하며 말했다.

사막의 이동수단인 셰일이라 불리는 거대 전갈을 탄 채 도착한 곳은 나도 알고 있는 곳이었다. 애초에 사막에 존재하는 부족들을 전부 꿰뚫고 있으니 당연한 말이었지만.

“오오!”

루나가 감탄을 터트리며 마을을 가리켰다.

“부족이 아니라 마을인데?”

“하하, 아무래도 저희도 대륙과 계속 교류를 하고 있으니 옛 원시부족처럼 살지는 않습니다. 많은 외지인들이 부족이라는 단어에 착각을 하시지만 사실 한 가문을 중심으로 형성된 마을이라 생각하시면 편합니다.”

버박의 설명에 루나가 심오한 표정으로 ‘오오. 그렇군, 그렇군.’ 하며 고개를 주억거렸다.

“일단 안으로 들어가실까요?”

“예.”

마경이라는 명성에 맞지 않게 사막의 문화가 녹아든 웅장한 저택이 태양빛에 빛나고 있었다. 안으로 들어가자 이곳에서는 귀하디귀한 물이 이곳저곳에서 펑펑 솟아오르고 있었다.

“버박, 난 지금부터 연회를 준비할 테니 손님들을 방으로 모셔라.”

“알겠습니다, 아버지.”

“그럼 저는 이만 연회의 준비를 하러 가보도록 하겠습니다.”

무쉬드가 자연스럽게 이탈하고 우리는 버박의 뒤를 따라 거대한 별채로 안내되었다.

“여기서 잠시만 계시면 연회의 준비가 끝나는 대로 하인들이 부르러 올 겁니다.”

“술은?”

“아, 마침 이 방에 있습니다. 어이! 드래곤의 눈물 한 병 들고 와라. 아니다, 내가 직접 가서 한 번에 가져오마.”

버박이 어디론가 급하게 달려가더니 이내 술 여러 병을 품에 안은 채 나타났다.

“흠, 썩 마음에 드는 건 없지만 샤이야 사막이니 어쩔 수 없군.”

“마음에 드시는 물건이 없는 것 같아 죄송합니다. 연회에 나오는 술상은 부족함 없이 준비하라 일러두겠습니다.”

생각해보면 우리는 불청객이나 마찬가지인데 더럽게 고생하는구나 싶었다.

뭐, 자업자득이지만.

“버박, 한 가지 묻고 싶은 게 있습니다.”

“예, 말씀하십시오.”

“최근에 외지인들 중에 유난히 수상한 무리를 본 적이 없습니까?”

“흐음······.”

내가 생각해도 너무 두루뭉술한 질문이었다.

덕분에 버박은 곤란할 만도 했지만 최선을 다해 기억을 떠올리는 모습이었다.

“제국의 황제가 샤이야 사막에 왔다는 정보를 얻었다. 혹, 아는 바가 있는가?”

“화, 황제 말씀이십니까?”

보다 못한 에반이 대놓고 물어보자 버박은 당황한 얼굴로 되물었다.

“황제가 이곳에 왔다는 건 처음 듣습니다.”

“제가 처음에 질문한 수상한 무리가 아마 황제의 행차일 겁니다.”

“허어, 이건 밑에 녀석들을 통해 좀 더 자세히 알아봐야겠습니다. 허어, 황제라니······.”

믿기지가 않는지 연이어 한숨을 내뱉은 버박이 문득 뭔가를 떠올렸다는 듯 고개를 치켜들었다.

“아, 그러고 보니 최근 수상한 무리가 있긴 했습니다. 근데 제국의 황제는 아닌 듯한데······.”

“뭐든 괜찮습니다. 말씀해주십시오.”

“최근 샤이야 사막 중앙 쪽에 수상한 움직임이 포착된다는 정보가 있었습니다. 하지만 저희의 짐작으로는 수인들의 움직임이라 황제와는 아마 연관이 없지 않을까 싶어서······.”

샤이야 사막의 수인이라하면 씬이다.

그들의 본거지가 이곳에 있지. 그 덕분에 폭식의 새끼들을 데려다 세계수에 심을 수 있었던 거고.

‘어차피 폭식도 해결해야 한다.’

황제가 우선이었지만 씬의 정보도 알아둬서 나쁠 건 없었다.

“수인의 대한 정보도 다 괜찮습니다. 그쪽도 제가 관심이 많거든요.”

“아, 그럼 다행입니다. 사실 한 가지 특이한 정보도 있었습니다.”

버박은 자신만만한 표정으로 내게 말했다.

“샤이야 사막 중앙 부근에 수인들이 어쩌다 목격이 되는데 아무래도 그들만의 마을이 따로 있는 것 같습니다. 특이한 정보는 이게 아니고, 그 수인 마을과 교류하는 인간들이 있다는 소문입니다.”

“교류는 당연히 해야 하지 않을까요. 그들도 먹고 살아야 할 텐데.”

“그런 의미가 아니라 그 마을에서 함께 지낸다는 것 같은 의미심장한 소문이었습니다.”

씬과 함께하는 인간?

인간을 증오하는 조직인 씬이 인간과 함께 한다는 건 어딘가 이상했다.

“그 인간 중 하나가 유독 눈에 띄는 외형이라 소문이 조금 돌았습니다. 건장한 체형에 엄청난 근육질, 하지만 노인이라는 이야기가······.”

잠시만.

예전에 울루그라는 수인을 만났던 적이 있었다. 그때 그 녀석이 데슈른 스승님의 밑에서 자랐다고 하며 스승님이 씬과 긴밀한 관계에 있다고 했었지.

‘아마 맞겠지.’

수인과 연관이 있는 건장한 근육질 체격의 노인이라고 하면 스승님밖에 떠오르지 않았다.

사실 다른 사람일 수도 있었지만 이미 일말의 가능성이 보인 이상 확인해봐야 할 문제였다.

“황제는 아니겠군요.”

에반이 내 곁에서 의견을 구하듯 말했다.

“예, 아마 다른 사람일 겁니다.”

“흐음? 누군지 짐작이 가는 듯한 말투구나?”

모른이 무언가를 눈치 챘다는 듯 내게 물었다.

“저도 그저 추측입니다만, 아마 제 스승님이 아닐까 싶습니다.”

“스승?”

모른이 고개를 갸웃거렸다.

그러자 얌전히 술을 마시던 살렘이 돌연 소리쳤다.

“데슈른?!”

“아마 그렇지 않을까요. 샤이야 사막에는 씬의 거점이 있으니까요.”

“씬이 여기에 있다고? 아니, 넌 대체 그런 정보를 어떻게 아는 거냐? 에반이 말해줬냐?”

“예전부터 우연한 기회로 알고 있었습니다.”

내 말에 살렘이 머리를 긁적였다.

“아무튼 여기에 데슈른도 와있다는 소리군.”

“호오, 한 번 만나보고 싶은 인물이었건만 뜻밖의 일이구나.”

“친구의 스승!”

나라고 데슈른을 만날 거라 예상했겠나. 사실 게임에서도 만나게 되는 일이 거의 없었다.

‘아무튼······.’

예상치 못한 인연이 이어지고 있었다.

< 372화. 뜻밖의 소식 >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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