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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화 특성으로 최강 네크로맨서-356화 (356/415)

< 356화. 복마전 >

한 무리의 인마가 평야를 달렸다.

가장 선두에서 달리고 있는 자는 태양이 그려진 깃발을 들고 있었다.

“취미로만 타던 말을 이렇게 쓰게 될 줄이야. 하하.”

“취미가 도움이 되었군요. 오랜만에 운동하는 기분도 들고 좋습니다.”

중간에는 이 무리의 책임자처럼 보이는 이가 커다랗게 웃으며 소리쳤다.

제국의 네 기둥, 아니 이제는 세 기둥 중 하나인 싱클레어 클로슈였다.

그런 그의 옆에는 태양 기사단의 2조장이 말동무를 하고 있었다.

“그나저나 세상일이란 참으로 모를 일이군.”

“저도 놀랐습니다. 설마 제국을 적대하는 세력이 나타날 줄이야······.”

“그런 뜻이 아니다.”

“그렇다면······?”

싱클레어는 서서히 보이기 시작하는 영지를 보며 커다랗게 미소 지었다.

“내가 오러 마스터로서 전장에 다시 나서게 된 계기가 하필 크롬웰이라는 게 묘하다는 이야기였다.”

“크롬웰과 인연이 있으십니까?”

“아드리아스 크롬웰을 개인적으로 알고 있지.”

싱클레어는 아드리아스와의 첫 만남을 떠올렸다.

처음에는 그저 우연히 만날 수 있게 된 에버라스트 포션의 제작자라고 생각했었다. 그러나 직접 만난 아드리아스 크롬웰은 평범한 인물이 아니었다.

‘그때부터 눈치 챘어야 했는데 말이야.’

그 당시에만 해도 무력은 별 볼일 없는, 그저 운 좋게 포션 하나를 잘 얻어걸린 아카데미 학생에 불과했던 그가 이렇게 성장할 줄은 그 누구도 몰랐을 거다.

“조금 마음이 불편하겠군요.”

“불편? 내가?”

“아, 그런 뜻이 아니라······.”

“난 오히려 기대된다.”

무안공(武安公) 싱클레어 클로슈.

무(武)로서 제국을 평안하게 만드는 자.

대륙 10인에 포함되지 못했지만 그건 싱클레어의 실력을 모르고 하는 말이라는 걸 함께 출전하게 된 태양 기사단의 2조장은 알고 있었다.

‘클로슈 전하의 실력은 우리 기사단의 단장과 비슷하다.’

태양 기사단의 단장은 근위기사단장을 역임하고 있는 자비에 레오날드였다. 자비에가 대륙 10인 중 하나인 걸 알면 절대로 무시할 수 없는 전투력이었다.

“그러고 보니 여기에 아드리아스 크롬웰과 함께 임무를 수행했던 인원이 있다고 들었는데?”

“3조장인 레이튼 클락 경입니다.”

자신의 이름이 나오는 걸 들은 레이튼이 뒷열에서 말을 몰며 앞으로 합류했다.

“부르셨습니까, 전하.”

“아드리아스와 보르기옌 수성전을 함께 했다고?”

“사실 그가 참전한 것은 거의 끝 무렵이었기에 별다른 점은 느끼지 못했습니다.”

“그래? 그렇군.”

“다만······.”

보르기옌을 막아낸 공으로 작위가 올라가고 영지까지 얻은 레이튼은 조심스레 입을 열었다.

“어떠한 상황에서도 다 대비가 되어 있는 모습이었습니다. 심지어 보르기옌이 함락되기 직전에도 마치 그의 손에 의해 모든 게 꾸며진 일처럼 느껴졌었습니다.”

“녀석이 조금 음침한 구석이 있긴 하지. 나도 동감하는 바다.”

싱클레어는 고개를 끄덕이더니 이내 기대된다는 표정을 지었다.

“과연 이번에도 통할지 모르겠군.”

“아무리 그래도 이번에는 무리일 겁니다. 무려 5명의 오러 마스터와 2명의 워록이 포함된 부대인데 이를 막을 수 있는 건 왕국 하나의 전력쯤이어야 합니다.”

2조장의 말에 싱클레어가 레이튼에게 넌지시 물었다.

“그대의 생각은?”

“······그는 멍청한 자가 아닙니다.”

“호오? 그 말은 정확히 뭘 의미하는 거지?”

“무언가를 준비해놓았을 게 분명합니다. 물론 클로슈 전하의 무력이라면 그런 계획조차 무용지물임을 알고는 있지만, 그의 마법은 조심해야 할 것 같습니다.”

레이튼의 솔직한 말에 싱클레어는 미소 지으며 고개를 끄덕였다. 호방한 그 모습에서 두려움이라고는 일절 보이지 않았다.

“기대되는군. 정말로 기대가 돼.”

북부가 남하했을 때조차 본 실력을 온전히 내지 않았었다. 그러나 이번 건에 한해서는 모든 힘을 쏟아도 된다는 황제의 명을 받은 터라 싱클레어는 상대가 강하면 강할수록 좋겠다는 생각을 하고 있었다.

“다 왔습니다!”

선두의 기사가 외쳤다.

그들은 이미 무언가에 의해 파괴된 듯한 작은 흙 동산에 올라서서 내려다보이는 영지를 살폈다.

“저 곳이 크롬웰인가. 생각보다 분위기가 밝군.”

“자, 자. 저희의 임무는 반란군의 수괴인 아드리아스 크롬웰과 그 잔당입니다. 영지를 파괴하는 걸 굳이 말리지는 않겠지만 임무 쪽을 먼저 상기해주십시오!”

반란군을 토벌하기 위해 편성된 초인 부대는 여유가 넘쳤다. 오러 마스터가 다섯, 워록이 둘인 무려 7명의 초인이 포함된 만큼 당연한 반응이었다.

“일단 가벼운 마법으로 인사를 좀 할까요?”

워록 중 하나가 나서며 말했다.

그의 말에 싱클레어는 아무 말 없이 고개만 끄덕였다.

우우웅---!

순식간에 마력이 모여들기 시작하며 거대한 송곳이 허공에 생성되었다.

“일단 가볍게 구멍을 좀 내볼까.”

시시덕거리며 마법을 준비한 워록은 그대로 송곳을 성문을 향해 쏘아 보냈다. 무려 워록이 만든 마법인 만큼 지켜보는 사람들은 그 마법이 성문을 뚫게 될 것을 믿어 의심치 않았다.

후웅!

맹렬한 파공음을 내며 날아간 송곳은 이내 수십 갈래로 나뉘며 성문으로 쏟아졌다.

“음?”

그때 마법을 사용한 워록이 이상함을 감지하고 급히 마력을 끌어올렸다.

“무슨 일이지?”

“이런 말도 안 되는······.”

또 다른 워록이 묻는 말에도 그는 덜덜 떨리는 몸을 진정시키지 못했다.

“뭐가 어떻게 된 거지? 왜 저러는 거야?”

“어, 어? 마법이······!”

사람들의 시선이 처음에 날렸던 마법으로 쏠렸다. 그곳에는 성문을 향해 날아가던 마법들이 그대로 허공에 정지한 채 더 나아가지 않고 있었다.

“설마!”

지켜보던 또 한 명의 워록은 마치 가만히 서서 힘을 겨루는 듯한 모습의 동료를 보며 기겁했다.

“제어의 기원! 마력으로 결투를 하고 있어!”

“그게 무슨 소리요?”

“아드리아스 크롬웰이 발견해낸 제어의 기원은 이론상 상대의 마법조차 훔쳐올 수 있지. 그리고 그 과정 중 하나가 마력의 결투인데 그걸 실제로 보게 될 줄은······.”

그때 누군가가 성벽 위에 올라서서 언덕 위에 집결한 토벌대를 바라보았다.

녹빛이 섞인 특유의 흑발이 바람에 휘날리는 모습이 인상적인 사내가 이내 손짓하자 성문 근처에 있던 송곳들이 천천히 방향을 전환했다.

"큭, 졌다."

마법을 사용한 마법사는 떨던 몸을 진정시키며 말했다.

“방어 마법을!”

“알겠다!”

콰드드드득!

송곳들이 날아오며 거칠게 보호막을 물어뜯었다. 몇몇 송곳들은 방어 마법을 뚫었지만 이내 오러 마스터들의 검에 부서져 내렸다.

“끝이 아니다!”

“뭐?”

갑작스런 반격은 모두를 혼란스럽게 했다.

경험이 많은 초인들조차 여유로운 분위기를 상상하며 왔던 만큼 예상치 못한 전개에 당황을 금치 못했다.

후우우웅-------!

파아아앙-------!

토벌대의 머리 위에서 거대한 마법이 폭발했다. 그러자 그들의 머리 위로 마법진이 그려진 먹구름이 생성되며 이내 검은 색의 비와 번개가 몰아치기 시작했다.

“흐, 흑마법?”

“흑마법이라고? 어째서 흑마법이······.”

마법의 정체를 눈치 챈 워록이 말을 했을 때는 이미 늦은 상황이었다.

투두두둑!

치이이익!

“크윽!”

“모두 방패를 들어라! 아티팩트를 활성화시켜!”

검은 비는 닿게 되는 모든 것을 녹이기 시작했고 내려치는 번개도 마법의 힘이 담겨 주변을 초토화시켰다.

“같잖은 술수!”

태양 기사단 2조장이 오러 비기를 사용했다.

한순간에 몸이 투명해지며 사라진 그는 이내 빠른 속도로 아드리아스가 서있는 외성벽을 향해 달렸다.

“제이크 조장님!”

그 모습을 본 레이튼이 뒤늦게 불렀지만 이미 그는 앞뒤 재지 않고 달려 나간 후였다.

“재밌군. 한 번 구경해볼까.”

싱클레어는 쏟아져 내리는 산성비를 막을 생각도 없이 그대로 맞으며 웃었다. 그런 그의 주위로는 오러로 이루어진 막이 둘러져 있었다.

만약 여기서 간단히 아드리아스가 죽는다면 실망을 하고 나서지 않을 생각이었지만 만약 그가 예상치 못하게 2조장을 쓰러트린다면······.

스윽-

은밀하게 다가간 2조장이 어느새 성벽 위로 올라갔다. 아드리아스는 그런 2조장을 눈치 채지 못한 듯 토벌대를 바라보고 있었다.

‘순식간에 끝낸다.’

2조장은 질질 끌 생각이 없었다.

그는 단숨에 접근하며 그대로 검을 뽑아 휘둘렀다.

-멈춰라.

‘커헙!’

순간 강력한 마력이 자신을 휘감는 것을 느낀 2조장이 기겁했다.

“오러 마스터한테도 통하는지 알고 싶었는데 잘 통하는군요.”

이 녀석······도대체 어떻게······.

2조장은 등 뒤로 흐르는 식은땀을 느끼며 간신히 구속에서 벗어났다. 그러나 그의 오러 비기는 이미 풀린 이후였다.

“흥, 한 수 있는 모양이지만 그래도 너 혼자 막을 수 있는 건 아무것도 없다.”

2조장은 오러 비기를 다시 발동하며 몸을 숨겼다. 모습뿐만이 아니라 존재 자체가 무색무취로 투명해진 2조장은 다시 한 번 검을 휘둘렀다.

카앙!

“제가 왜 혼자일 거라고 생각하십니까.”

“아?”

당황한 2조장이 자신도 모르게 입을 열고 말았다. 그의 검을 막은 것은 아드리아스가 아니었다. 오히려 아드리아스는 시선도 주지 않은 채 앞만 보고 있는 상태.

2조장의 검을 막고 있는 것은 다름 아닌 새하얀 빛의 검이었다.

“저도 당신들처럼 혼자가 아닙니다.”

불길한 미소가 아드리아스의 입가에 번졌다.

그리고 그 모습을 확인한 2조장의 안색이 창백하게 질렸다.

“이 오러 비기는······! 그럴 리가 없다. 그가 대체 왜 너를······.”

“감히 주군에게 검을 휘두른 죄.”

들려서는 안 되는 목소리가 2조장의 고막을 때렸다.

“죽음으로 갚아라.”

“에반 폰 오를레옹!”

새하얀 검 수십 개가 순식간에 2조장의 주위를 감싸더니 그대로 찔러 들어갔다.

도망칠 공간조차 없이 다가오는 공격에 2조장이 애써 검을 휘둘렀지만 역부족이었다.

“컥!”

“이제 제국은 진짜 저의 적이 되었군요.”

2조장은 고통과 함께 역류하는 피를 느끼며 무릎을 꿇었다. 그러나 그는 전혀 비굴한 모습 없이 오히려 아드리아스를 비웃었다.

“감당······할 수 있겠나?”

“전 욕심쟁이라서요.”

아드리아스가 멀리 보이는 싱클레어에게 눈인사를 한 뒤 2조장에게 다가갔다.

“설령 제국을 적으로 만들더라도, 제 걸 하나도 잃을 생각이 없습니다.”

“흐흐. 죽여라.”

서걱!

갈락슈르가 상대의 수급을 취했다.

허무하게 쓰러져 내리는 초인의 신체를 바라보며 아드리아스가 말했다.

“영지에는 단 하나의 피해도 없이 끝낼 겁니다.”

마치 누군가에게 들으라는 식으로 말한 그는 천천히 성벽 가장자리로 걸어가더니 그대로 떨어져 내렸다.

“존명.”

그런 그의 뒤를 따라 어느새 등장한 에반이 함께 했고, 또 다른 인물들도 나타났다.

어느새 아드리아스의 마법을 파훼한 토벌대는 자신들을 향해 천천히 다가오고 있는 인물들을 확인할 수 있었다.

“······내가 잘못 보고 있는 건가?”

“아니지? 아닐 거야······.”

모두가 부정하는 그 면면들은 화려하기 짝이 없었다.

“막시민 크로넬이라니······!”

“방금 전에 날아다녔던 하얀 검들은 설마 에반 폰 오를레옹의 오러 비기인가?”

“살렘 예디디아! 저 자가 어째서 크롬웰에!”

비록 이름은 불리지 않았지만 루이스 아트만과 비비안 벨로칸도 함께하고 있었다.

“하하, 흐하하하하!”

그 모습을 지켜보던 싱클레어는 결국 웃음을 터트렸다.

“저, 전하······.”

“좋아, 오히려 좋아.”

싱클레어는 한참을 웃다가 이내 웃음기를 싹 지우고 두 눈을 부릅떴다.

“언젠가 이런 날이 올 수도 있다 생각했지. 그 날이 오늘이 될 수 있음에 감사한다.”

붉은 갈기를 지닌 사자와도 같은 사내가 거대한 대검을 꺼내들었다. 그 동작에는 알 수 없는 경건함이 담겨있었다.

“막시민 크로넬! 오라!”

싱클레어가 뛰쳐나가고, 그것을 신호로 토벌대의 남은 오러 마스터들이 따라나섰다.

“시끄럽군.”

그런 싱클레어를 바라보며 막시민이 나직하게 말했다.

“게으름 부릴 생각마라. 빨리 끝내고 연구를 하러 가야하니까.”

그런 막시민의 말에 살렘이 사악한 뱀을 풀며 말했다.

“각자 제가 미리 말한 인원들을 담당해주십시오. 위험할 것 같으면 지체 없이 물러나시고요.”

아드리아스가 검게 물든 날개를 펼쳤다.

“단숨에 박살내서 다시는 크롬웰을 넘보지 못하게 합시다.”

< 356화. 복마전 >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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