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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화 특성으로 최강 네크로맨서-324화 (324/415)

< 324화. 니바스의 선택 >

“아, 아드리아스 크롬웰. 네놈이 어째서 여기에······!”

날 보며 당황하는 제스터의 반응이 귀여웠다.

“우리가 바보야? 네가 뻔히 몸을 옮길 수 있는 걸 알고 있는데 그냥 공격했겠어?”

“말도 안 된다! 이곳의 위치를 알고 있는 건 오직 나뿐이야!”

제스터의 말이 맞았다.

하지만 난 이미 수 십 번도 넘게 제스터를 상대해본 전적이 있지.

‘수 십 번? 아니지, 세이브랑 로드한 것까지 합치면 족히 수 백 번은 될 거다.’

그렇게까지 했는데 제스터의 은신처를 모르는 게 바보지.

물론 주변 사람들에게는 에반의 정보 조직이나 모른을 통해서 알아냈다고 말했지만 말이다.

“전부 알 수 있는 방법이 있지. 그러니까 순순히 항복해라.”

“크흐흐. 그냥 죽여라.”

제스터는 해골의 몸으로 웃기만 했다.

전이된 직후에는 약해져있는 상태였기에 날 이길 가능성이 없다고 생각했는지 싸움도 포기한 모습이었다.

“이제 보니까 네가 바보였구나.”

“뭔 소리지?”

“내가 왜 널 죽여야 돼? 고민 좀 하고 말하지? 그리고 뭔가 착각하는 게 있는데······.”

제스터, 제스터.

넌 건드리면 안 될 걸 건드렸다.

“감히 내 가족들을 헤칠 생각을 했으면서 무사히 빠져나갈 수 있다고 생각한 건 아니겠지.”

그동안 참아왔던 화가 차갑게 피어올랐다.

“넌 여기서 전이돼도 살아남을 수 없다.”

“웃기는군. 날 죽일 수 있는 건 이 세상에 존재하지 않는다!”

“하하······.”

소름끼치도록 아찔한 감정이 얼굴을 타고 올라왔다.

그것은 미소라는 이름의 형태를 띤 분노였다.

“에든가르, 마그나카짐, 예번브리드, 쾰시아, 벨피에르.”

“······.”

“네 몸이 숨겨져 있는 곳은 다 파악하고 있다, 제스터.”

너 때문에 게임을 망친 게 몇 번이라고 생각하냐.

집회 소속의 워록들은 하나 같이 강력하고 까다로웠다. 단순히 강하기만하다면 그나마 낫지만 흑마법의 특성상 전혀 예측하지 못할 방향의 능력들도 존재했다.

그렇기에 더욱 철저하게 공략했지.

“내가 아직도 예전의 그 애송이로 보이는 거냐, 제스터.”

나는 차마 반응조차 못하는 제스터를 향해 쐐기를 박았다.

“넌 나한테 졌어.”

“······허, 허허······.”

징조도 없이 마법이 발동되었다.

해골의 뼈에 새겨진 마법진으로 발동된 마법.

언젠가 본 적이 있던 검은 손이었다.

스겅!

피잉--------!

그러나 옆에 있던 비비안이 순식간에 베어 내버렸다.

“우리를 너무 물로 보는 거 아니냐, 제스터. 구질구질하네. 워록이란 명성이 보잘 것 없어.”

“내가! 내가 전이된 상태만 아니었어도 너희 둘 쯤은······!”

“제스터.”

난 천천히 그에게 걸어갔다.

그러자 제스터는 흠칫하며 뒤로 물러났다.

“네가 아직도 포기하지 않는 이유도 알고 있어. 내가 네 몸의 위치를 다 말했지만 중요한 걸 한 가지 안 말했거든.”

여분의 몸이 전부 위험해도 실낱같은 희망을 움켜쥐고 있는 이유는 당연히 살아남을 수 있다는 자신감 때문이겠지.

“본체가 숨겨진 장소는 내가 아직 말하지 않았지?”

“거짓말하지마라······.”

제스터가 믿을 수 없다는 듯 고개를 저었다.

“거짓말하지마라! 그 사실을 네가 알고 있을 리 없다!”

“네가 본체의 존재 자체를 숨겨왔다는 것도 알고 있는데 내가 거짓말을 할리가 없잖아.”

나는 그림자 흑마법을 이용해 단숨에 제스터를 묶었다.

“아드리아스 크롬웰! 이 개같은 자식!”

“넌, 내 가족을 공격하면 안 됐어.”

난 차가운 눈으로 제스터를 바라봤다.

“차라리 나를 공격했어야지. 그래도 결과는 같았겠지만.”

꾸득-

그림자가 점점 더 얽혀들었다.

제스터는 정말로 힘이 없는지 저항조차 못한 채 포박이 되었다.

“도대체 어떻게 안 거냐. 죽기 전에 그것만 알고 가자.”

“마법?”

내 한 마디에 제스터의 몸이 떨려왔다.

“역시 그 새끼였군.”

갑자기 혼자 무슨 소리지?

“맥스웰한테 뭘 대가로 그 정보를 알아낸 거냐!”

“그건 네가 알 필요 없잖아. 어차피 죽을 운명인데.”

맥스웰이 알려줬다고 제멋대로 착각하는 제스터를 보며 오히려 좋은 변명거리가 생겼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러고 보니 맥스웰이라면 충분히 알고 있었을 수도 있겠다. 정보에 특화된 워록이니까.

우드득!

“끄으으.”

그림자의 힘이 생각보다 강했는지 제스터의 몸에 금이 갔다.

“흐흐흐. 비록 나는 이 꼴이 되었지만 안심하지마라. 내가 당하는 걸 다른 녀석들이 보고만 있을 거라 생각하지는 않겠지.”

“슬슬 시간이 됐는데······.”

제스터의 본체는 모른에게 맡겼다.

아마 곧 있으면 본체를 박살내겠지.

“헤이겔의 속은 그 누구도 모르지. 에이카 임프도 무력으로만 따지면 나보다 훨씬 강하다. 그리고 너한테 내 정보를 팔아넘긴 맥스웰을 이길 자신은 있고?”

“거기서 갑자기 맥스웰이 왜 나와.”

“······뭐야? 모르는 거냐? 푸하하하!”

갑자기 폭소를 터트리는 제스터가 갑자기 부서지기 시작했다.

쩌저적!

모른이 드디어 본체를 부순 것 같은데 타이밍이······.

“너 같은 애송이 따위한테 죽을 거라고는 상상도 못했군. 지옥에서 먼저 기다리고 있으마.”

파스스--

제스터는 그대로 가루가 되어 사라졌다.

쓰러트리긴 했는데 뭔가 찝찝하네.

‘맥스웰을 내가 상대할 일이 생긴다는 건가?’

그걸 제쳐둬도 제스터의 말대로 남은 면면들도 만만치 않았다.

집회 내의 파벌은 크게 4개였지만 중립에 속한 워록도 신경 쓰였다.

‘라고, 모르셰, 하이얀.’

워록은 아니지만 파이시도 있었다.

그나마 다행이라면 저 중에서 라고는 반쯤 우리 편으로 만들었다는 점일까.

“끝났습니다. 돌아가죠.”

나는 혹시 모르니 제스터의 유해를 챙기고 그 자리를 빠져나왔다.

**

“흐흠.”

즐겁게 콧노래를 부르던 헤이겔은 꽃에 물을 주던 것을 멈추고 뒤를 돌아봤다.

“웬일이지?”

뒤쪽에는 마나의 유동과 함께 갑작스레 나타난 인물이 헤이겔을 가만히 바라보며 서있었다.

“제스터 르반이 죽었다.”

“간만에 반가운 소식이군.”

헤이겔은 고개를 끄덕이더니 턱짓했다.

“저기에 좀 앉아 있어봐.”

제스터의 부고를 알린 인물은 헤이겔이 가리킨 탁자 앞에 앉았다.

“죽인 사람은 아드리아스겠지?”

“그렇다.”

“빠르게 성장했군. 예상대로야.”

헤이겔은 딱히 놀랍지 않다는 표정으로 식물을 가꾸던 것을 마저 끝냈다.

“그의 곁에는 살렘 예디디아, 모른 드왈스키, 에반, 막시민 크로넬이 있다.”

“죽이는군. 그 정도 인물들이라면 왕국도 세우겠는걸. 근데······.”

헤이겔이 탁자에 다가와 얼굴을 들이밀었다.

“루나 펜드래곤은 왜 빼지? 네 딸도 거기 있잖아?”

“······.”

로브로 모습을 숨긴 정체불명의 인물, 아니 맥스웰 펜드래곤은 대답하지 않았다.

“이제 와서 시답잖은 부성애를 발휘하려는 건 아닐 테고. 나한테도 뭔가 숨기는 게 있군.”

“네가 나에게 숨기는 것이 있는 것처럼, 나도 말하지 않은 것이 있을 뿐이다.”

“숨기는 게 너무 노골적이라 오히려 궁금해지는군. 루나 펜드래곤이라······.”

헤이겔의 호기심 어린 모습에도 맥스웰은 동요하지 않았다. 그저 관찰하듯 조용히 헤이겔의 모습을 지켜볼 뿐.

“넌 너무 인간적이지 않아. 그런 모습 때문에 너와 손을 잡고 있지만 가끔씩 기가 질리는군.”

“헤이겔, 네가 인간다움을 논하는 것이냐.”

아무런 감정도 내비치지 않지만 무뚝뚝하게 제 할 말을 하는 맥스웰을 보며 헤이겔이 의자에 앉았다.

“그것보다 왜 여기까지 온 거지. 고작 제스터 따위가 죽었다는 걸 알리러 온 건 아닐 테고.”

“이제 곧 니바스 축제다.”

마법사들의 도시인 포트리온에서 열리는 행사.

매년마다 개최되는, 대륙 각지의 워록들이 모이는 대규모 축제였다.

“그리고 올해는 ‘니바스의 선택’도 있지.”

“벌써 5년이 지났나? 세월 빠르군. 발표할 워록은 있나?”

워록이 된 이들을 발표하는 니바스의 선택은 5년 주기로 존재했다. 그리고 그 발표는 맥스웰 펜드래곤의 몫이었다.

“수트론 강, 보보스 맥켄지, 그리고 아드리아스 크롬웰.”

“뭐?”

헤이겔이 고개를 갸웃했다.

“앞의 두 놈이야 이미 2, 3년 전부터 오리지널 마법을 만든 걸 떠들고 다녔지만 아드리아스는 어느새?”

“1년 전.”

“하!”

헤이겔의 얼굴 문신이 꿈틀거리며 마치 웃는 듯한 모양으로 변했다.

“1년 전에 이미 오리지널 마법을 만들었다고?”

“정확하지는 않다. 나도 예측하지 못한 일이라 관측이 늦었으니까.”

“그 말은 더 일찍 만들었을 수도 있다는 거군?”

“제 4의 기원, 제어.”

맥스웰이 지금까지도 논란이 되고 있는 주제를 나직하게 말했다.

그로인해 아타데미에 직접 방문까지 했지만 다시 떠올려보아도 대단하다는 말 밖에 나오지 않았다.

“아마 그때부터이지 않을까 싶군.”

“그럼 2년이라는 소리잖아? 입이 근질거렸을 텐데 잘도 숨겨왔군. 역시 보통 녀석은 아니야. 그것보다 그걸 넌 왜 지금 말하는 거지?”

“네게 말할 의무는 없다. 오히려 지금이라도 말해준 사실에 감사해라.”

쯧.

헤이겔이 혀를 차더니 자리에서 일어났다.

“어쨌든 본론은 결국 니바스 축제였군. 그건 네 준비만 완벽하면 돼. 이쪽은 알아서 할 테니까 이제 돌아가라.”

헤이겔의 축객령에 맥스웰이 조용히 일어났다.

그러다 문득 무언가 떠올렸다는 듯 말했다.

“······제국보다 남부 연합이 먼저 움직일 것 같다.”

“글쎄.”

헤이겔이 뒤를 돈 채 말했다.

그런 그의 손에는 조경용 가위가 들려있었다.

“시작은 어디든 상관없어. 내가 바라는 건 혼란, 그 자체니까.”

“준비는 끝난 모양이군.”

“그럼. 당연하지.”

싹둑!

힘없이 떨어져 내리는 얇은 나뭇가지를 보며 헤이겔이 중얼거렸다.

“곧 겨울이 올 거다.”

**

제스터의 파벌은 순조롭게 토벌되었다.

위치를 전부 알고 있었던 만큼 계획을 미리 구체적으로 세워 일망타진할 수 있었다.

“항상 임무만 주고, 언제나 죄송할 따름입니다.”

“주군을 보필하는 것은 오히려 제 영광입니다. 편히 명령해주십시오.”

오랜만에 만난 에반이 고개를 숙인 뒤 물러났다.

그에게 부탁한 것은 제파르 광신도들의 정리.

시체들의 왕국에 방문하기 전, 제파르 교도들을 전부 죽이고 그 영혼을 루나가 가둬놨었다.

‘그 영혼들을 이용하면 위치 파악은 금방이지.’

게임을 통해 이미 알고 있던 정보까지 전부 에반에게 넘겼다. 거기다 제파르의 화신이 되어 골치를 썩였어야할 하네스까지 일찌감치 사라졌으니 쉽게 정리가 되겠지.

‘제스터가 끝나자마자 곧바로 보내는 건 미안하지만 미뤄둘 수 없는 일이지.’

똑! 똑!

“들어오세요.”

에반이 나간 직후 다음 사람이 들어왔다.

“애들은 다 아카데미로 먼저 보냈어요.”

고양이 귀가 인상적인 아가타였다.

그녀는 어느 순간부터 자신의 모습을 숨기지 않고 다녔는데 오히려 그 모습이 보기가 좋았다.

“수고하셨습니다.”

“따라다니기만 해서 수고랄 것도 없었습니다.”

“막시민은 어디 있죠?”

“조금 의외이긴 한데 아이들을 아카데미에 향하는 역까지 배웅을 해주러 갔습니다.”

정말로 의외인데.

그럴 양반이 아니라 뭔가 수상했다.

“알겠습니다. 아가타에게는 부탁할 임무가 있기는 한데 일단 며칠 쉬고 나중에 전달하겠습니다.”

“네.”

본인이 사용할 네임드 활을 구하러 보내야지.

그렇게 아가타도 집무실에서 나가자 대충 정리가 끝났다. 살렘과 모른도 한 번 씩 확인하고, 루나도 확인했고······.

‘아, 나태.’

제스터가 의외의 선물을 들고 왔었다.

집회 인원들의 동의가 없으면 함부로 사용할 수 없는 물건, 죄악.

그걸 자기 멋대로 가져와서 사용하다가 결국 살렘에게 헌납해버렸다.

“자신만만했겠지. 죄악이 보통 물건도 아니니까.”

다만 다른 사람들은 원죄가 없기에 그 기능을 100% 끄집어 낼 수가 없지.

똑똑똑!

“오빠, 들어가도 돼?”

“들어와.”

나도 곧 아카데미에 돌아가야 했지만 급한 건 아니었다. 오히려 자주 보기로 한 동생의 얼굴을 못 본 것 같아 미안한 감정이 들었다.

“다 끝난 거야?”

“어. 이제 걱정할 일······.”

말을 하다가 인상을 찌푸렸다.

걱정할 일은 아직 산더미지.

“모하임에서 중간에 연락이 왔었어.”

"그래."

에이미는 눈을 게슴츠레 뜨며 나를 노려봤다.

“나도 대충 돌아가는 분위기는 알아. 이제 슬슬 뭣 좀 설명해주지?”

걱정을 끼치기 싫어서 황제와의 일이나 모하임을 비롯한 서부 귀족 가문들이 일으킬 반란은 말하지 않고 있었다.

“우리는······가만히 있을 거야. 쥐 죽은 듯이. 그러니까 걱정할 필요 없어.”

나는 끝내 고민하다가 에둘러 표현했다.

실제로 제국이 우리를 대놓고 적대하지 않는 이상 가만히 있을 생각이었다.

‘당연히 대놓고 적대하겠지만.’

그때는 그때의 계획이 있으니 아직까지는 괜찮다. 어차피 우리 가문 따위는 신경도 쓰지 못할 정도로 일이 커지고 복잡해질 테니까.

“하아, 오빠.”

에이미의 잔소리가 시작되려 하고 있었다.

나도 지은 죄가 있기에 얌전히 그녀의 말을 들어주려던 그때.

똑똑똑!

급한 노크 소리가 들려왔다.

“죄송합니다, 각하! 급한 소식이 있어서 전달하러 왔습니다!”

에이미의 비서인 마리아의 목소리였다.

“들어오세요.”

오늘따라 손님이 많네.

그것보다 또 무슨 소식이길래 그러지.

덜컥!

“두 분 대화 중에 죄송합니다.”

“아닙니다. 말씀하세요.”

“포트리온에서 공식 발표가 있었습니다.”

“포트리온?”

안 그래도 제스터의 마지막 말로 인해 맥스웰이 신경 쓰이던 참이었는데 또 뭔 일이지?

“이번에 이례적으로 미리 니바스의 선택을 발표했습니다.”

“아!”

니바스의 선택.

근 5년 내에 워록이 된 마법사를 발표하는 행사.

하지만 그건 분명 니바스 축제 도중에 있는 행사인데 아직 축제는 시작되지 않은 상황이었다.

“그렇다는 말은······.”

“선택 명단에는 각하께서도 계셨습니다! 동시에 이번 선택 명단에 포함된 분들도 축제에 초대한다는 공표가 있었습니다.”

맥스웰 펜드래곤.

도대체 뭘 노리는 거냐.

< 324화. 니바스의 선택 >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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