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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화 특성으로 최강 네크로맨서-314화 (314/415)

< 314화. 초인 증명 >

강의를 끝내고 오랜만에 만난 루시아와 근처에서 대화를 나누고 있을 때, 돌연 학생들이 달려왔다.

수상한 자가 기사학부 부지 내에 나타났다는 말에 급히 현장에 도착하자 의외의 인물을 마주치게 되었다.

‘자비에 레오날드.’

황실 근위기사들의 정점이자 제국에서 가장 강하다는 소문이 도는 의문의 사나이.

그를 직접 본 이들이 많지도 않고 항상 황제의 곁에서 은밀하게 보필하는 인물이었다.

“근위기사단장께서 그런 평상복 차림으로 아카데미 부지를 걸어 다닌다고 하면 아무도 못 믿겠지요.”

“그대가 크롬웰 백작.”

자비에는 여전히 손에 검을 쥔 채 기묘한 눈으로 나를 봤다.

흰자가 유독 도드라진 소름 끼치는 눈이었는데 말없이 보고만 있자 등골이 서늘했다.

“아카데미에는 어쩐 연유로 방문하셨을까요. 여차하면 제가 안내해드리죠.”

“그대를 찾으러 왔다. 황명이지.”

나를 찾으러왔다고?

아니, 그리고 황명이면 제대로 갖춰 입고 공식적으로 방문할 일이지 왜 저딴 식으로 찾아온 거야?

“일단 검부터 집어넣어.”

비비안이 앞으로 나서며 나직하게 말했다.

상대가 대륙 10인이든 근위기사단장이든 신경 쓰지 않는 모습이 든든하면서도 살짝 불안했다.

“······.”

내가 알기로 자비에는 막시민과도 한 판 붙어볼만한 강자.

전번에 여유롭게 상대했던 울루그와는 격이 다른 오러 마스터였다.

“아드리아스 크롬웰은 황명을 받으라.”

자비에는 비비안의 말을 무시한 채 본인의 할 말을 이어갔다.

“황명을 받습니다.”

일단은 황명이라니 무시할 수는 없지.

내가 한쪽 무릎을 꿇자 자비에는 품에서 황실의 인장이 찍힌 서신을 꺼냈다.

“크롬웰의 백작, 아드리아스는 빠른 시일 내로 황궁에 입성하여 본인의 능력을 증명하라. 증명에 성공할 시 오러 마스터의 칭호와 함께 초인의 특권 한 가지를 선택하게 하겠다. 이상.”

내가 바닥에 시선을 내리깐 채 가만히 있자 자비에가 움직이는 기척이 느껴졌다.

“황명은 하달됐다.”

그제야 자리에서 일어난 나는 자비에를 똑바로 마주보았다.

“굳이 이런 식으로 찾아오다니 자비에 경은 특이하시군요.”

“난 그저 폐하의 명령을 수행했을 뿐.”

기계적인 말투에 표정 없는 기괴한 얼굴.

정상적인 초인이 손에 꼽는다지만 자비에는 특히나 이상했다.

“하나만 물어봅시다. 시일이 정해져 있습니까?”

“시일? 그런 건 없다. 크롬웰 백작, 그대는 지금부터 나와 함께 황궁으로 향한다.”

지금부터?

아주 작정을 하고 왔구나.

“너무 갑작스럽군요.”

“그건 내 알 바가 아니다. 그러니 따라와라.”

“그 전에 그 검부터 좀 집어넣으시라니까요.”

근위기사단장인 자비에가 직접 온 것도 놀라웠는데 오러 마스터의 증명을 당장 가서 하자는 그의 말은 어처구니가 없었다.

황제는 도대체 지금 무슨 생각을 하는 거지?

‘잠시만······.’

황제의 의도를 고민해보자 설마 예상했던 시기가 다가온 건가 싶었다.

원래 게임의 흐름대로였으면 루이스가 졸업한 이후에 이어질 예정이었던 대혼란 에피소드.

‘빨라진 건가?’

알 수 없었다.

결국 알아내려면 직접 황제를 만나보는 게 빨랐다.

“따라와라.”

“따라가겠습니다. 그 전에 우선 검부터 집어넣으시죠. 학생들이 불안해하지 않습니까.”

말을 하면서도 차라리 잘됐다는 생각이 들었다.

어차피 오러 마스터의 증명은 금방 끝나는 일이었기에 시간적 부담도 없었다.

겸사겸사 황제의 의중을 살펴봐야지.

‘이제 슬슬 원죄를 회수하려고 들 수도 있겠는데?’

어쩌면 호랑이굴에 제 발로 기어들어가는 걸 수도 있겠다.

“초인 증명!”

“미쳤다, 미쳤어. 20대에 초인 증명이라니······.”

내가 생각에 잠겨있자 언제 심각한 분위기였냐는 듯 학생들이 술렁였다.

“정말로 증명이 된다면 수라한 학부장님의 최연소 기록이 깨지는 거네?”

“엄청난 차이로 깨지는 거지. 앞으로도 아드리아스 교수님의 기록을 깨는 사람은 안 나올 것 같은데······.”

학생들이 술렁일 때, 그제야 검을 다시 집어넣은 자비에가 나와 비비안을 일견하고 앞서 걷기 시작했다.

“그런데 자비에 경, 데오스 교장님과는 이야기가 된 겁니까?”

“황명을 수행하는데 있어서 허락 따위는 필요 없다.”

아주 막무가내군.

자비에의 경우 게임에서도 경험해본 적이 많지 않기에 대하기가 어려웠다.

게임에서도 그가 막시민과 비슷한 실력이라는 사실만 풍문으로 접했지 오러 비기가 뭔지, 실제로 막시민과 비슷한 실력인지는 미지수였으니까.

“일단 말부터 하고 오겠습니다.”

“그대가 나설 필요 없다. 거기, 너.”

자비에가 마침 우리를 보고 있던 루이스를 가리켰다.

“네가 가서 말해라.”

그리고는 다시 터벅터벅 걸어가기 시작했다.

이 정도로 경우가 없는 캐릭터인 줄은 몰랐는데 좀 놀랐네.

“교수님.”

루이스가 걱정 말라는 표정으로 나를 보며 고개를 끄덕였다.

“제가 전달하겠으니 안심하세요. 조심히 다녀오길.”

“나도 같이 가서 말해줄게요. 선배는 빨리 가서 증명이나 받고 와요.”

쫄래쫄래 따라와서 구경을 하던 루시아도 윙크를 하며 말했다.

“고맙다.”

나는 루시아와 루이스에게 손을 한 번 흔들어주고 자비에의 뒤를 따랐다.

그렇게 자비에를 따라 걸으며 자연스레 마나 부상 열차에 탑승하자 묘한 침묵이 우리 사이를 둘러쌌다.

“자비에 경.”

그래도 이런 흔치 않은 기회를 놓칠 수는 없으니 말은 걸어봐야지.

“말하라.”

“특별히 그렇게 오신 이유가 있습니까? 그리고 애초에 수하를 아무나 시켜서 제게 황명을 전달했어도 될 텐데요.”

“폐하께서 내게 직접 내린 명령이다. 다른 이가 할 수 있는 일이 아니다.”

그리고는 다시 무뚝뚝하게 입을 열었다.

“근위기사단장의 갑옷은 너무 눈에 띄어서 벗고 왔을 뿐, 갑옷이 없어도 나를 헤칠 수 있는 자는 이 제국에 없다.”

“그러면 아무 통보도 없이 온 거는요?”

“빠르게 처리해야 했다.”

빠르게? 굳이?

역시 뭔가가 있는 것 같은데······.

아무리 생각해도 역시 대혼란 시나리오의 전초로 읽혀졌다.

‘대륙 전체가 전쟁에 휩싸이는 대혼란 시나리오. 그 덕분에 멸망급 에피소드가 진행되지.’

애초에 내가 제국이라는 거대한 국가를 막을 힘은 없었다.

막을 수 있었으면 멸망급 에피소드도 자연스레 막았을 텐데 아쉬울 따름이지.

“그런데 크롬웰 백작.”

참고로 자비에도 나와 같은 백작이었다.

제국 최강치고는 작위가 낮다고 볼 수 있었지만 거의 명예작위나 마찬가지여서 후작들도 함부로 대하지 못한다.

“왜 그러십니까.”

“그대는 오러 마스터가 아님에도 어째서 오러 마스터라는 칭호로 불리는 거지? 덕분에 증명이 허탈하게 끝날 듯싶군.”

“······.”

뭐지? 어떻게 안 거지?

“그대를 만나기 전에는 소문이 그렇게 퍼져서 당연히 오러 마스터인 줄 알았다. 하지만 실제로 보니 다르군.”

“제가 오러 마스터가 아니라는 말씀이십니까?”

“그래.”

“그걸 어떻게 아십니까?”

자비에는 무표정한 얼굴로 나를 뚫어지게 바라봤다. 흰자가 가득한 특이한 눈이 그리 바라보자 기분이 좋지 않았다.

“나는 자비에 레오날드. 황제폐하를 보필하는 제국 최강의 검.”

마치 그 칭호가 설명의 전부라는 듯 말을 마치는 자비에를 보자 한 대 쥐어박고 싶었다.

‘오러 비기랑 연관이 있는 건가.’

나는 대륙 10인은 물론이고 알려지지 않은 수많은 강자들을 파악하고 있지만 자비에만큼은 몰랐다.

애초에 게임에서는 제국과 부딪힐 일이 없기 때문에, 오히려 도우면 도왔지, 황제의 곁에만 있는 자비에의 무력을 실감해본 적이 없었다.

“지금 보여드릴까요?”

그래도 혹시 모르니 블러핑을 쳐봤다.

“무엇을 말이지?”

“오러 비기.”

내가 자신 있게 말하자 자비에는 예의 소름끼치는 눈길로 나와 눈을 맞춘 채 말을 하지 않았다.

“그럴 필요 없다. 예정된 초인 증명은 그대가 오러 마스터이든 아니든 치러질 테니.”

그는 전혀 관심 없다는 듯 말하고는 눈을 돌렸다. 내가 오러 마스터이건 아니건 상관없다는 태도였다.

끼이익---

열차는 금세 황궁이 위치한 수도 로들렌에 도착했다.

우리는 열차에서 내린 뒤 곧바로 마차역을 향해 걸었다.

“찾았다!”

그때 마차역의 군중들 사이에서 누군가가 우리를 보며 외쳤다.

“아는 사람?”

비비안이 슬쩍 경계하며 내게 물었다.

“아니요. 모르는······.”

나는 고개를 저으며 대답했지만 이내 그 인물의 중절모에 새겨진 문장을 보며 말을 멈췄다.

“모하임?”

그건 모하임 공작가의 문장이었다.

우르르르---!

그 사내의 외침과 동시에 갑자기 인파들 틈에서 길이 열리기 시작했다.

“미리 와있길 잘했네.”

동시에 들려오는 익숙한 목소리.

“쓰읍, 후우. 잘 지냈나, 동생?”

미누스 모하임이 언제나 그렇듯 백정장을 입은 채 수하들을 잔뜩 거느리고 갈라진 인파의 틈으로 등장했다.

그는 피고 있던 담배를 퉁겨내더니 씨익 미소 지었다.

“신수가 훤하네.”

“오랜만에 뵙습니다, 모하임 전하.”

뜬금없는 모하임의 등장에 놀라움이 컸다.

그러나 무슨 일인지 채 알기도 전에 미누스가 자비에를 손짓했다.

“자비에 경도 오랜만이야?”

“모하임 공작.”

백작 주제에 건방지게 공작을 호칭한 자비에였지만 미누스는 전혀 기분 나쁜 기색이 아니었다.

“그래, 그래. 우리 이렇게 만난 것도 인연인데 잠깐 찻집에서 대화나 나눌까?”

“우리는 지금 황명을 받고 황궁으로 향하는 중이었다. 방해하지 마라.”

자비에가 단칼에 거절했지만 미누스도 호락호락하지 않았다.

“너한테 말한 게 아니야, 자비에. 난 크롬웰 백작한테 말한 거라고.”

“모하임 공작, 그대는 크롬웰 백작보다 먼저 처리해야 할 문제가 있을 텐데.”

자비에의 의미심장한 말에 미누스가 웃었다.

“어이, 자비에 경. 아무것도 모르는 줄 알았더니 다 알고 있었네?”

그러나 그 웃음은 절대 호의적이지 못했다.

“폐하께서 보내신 서신은 그리 쉽게 결정할 일이 아니야. 시일을 두고 고민을 해야 할 일이지.”

“그럼 고민을 해야 할 그대가 왜 크롬웰 백작을 만나겠다는 거지?”

“굳이 숨겨서 뭐하겠어? 공공연한 비밀이지만 나와 아드리아스 공은 아주 친근한 사이거든. 자비에 경도 알고 있잖나?”

미누스가 말을 하는 동안 그의 수하들이 동그랗게 우리를 감쌌다.

“아주 잠깐만 이야기를 나누겠다는 거야. 오래 걸리지 않아. 기껏해야 30분?”

“허튼 짓은 용납하지 않는다.”

자비에가 한 발 물러섰다.

의외네.

원리원칙에 따라서만 움직일 줄 알았는데.

“그럼 가볍게 차나 한 잔 할까? 저쪽에서 이야기하자고.”

미누스는 자비에의 감시를 받으며 나를 데리고 바로 옆에 위치한 찻집으로 향했다.

그러나 입장하기 직전, 그는 우리의 뒤를 따라오는 자비에에게 말했다.

“여기서부터는 가문 간의 이야기라 우리끼리만 들어가고 싶은데.”

“허튼 짓은······.”

“내가 감히 황명을 받은 자비에 경과 크롬웰 공을 어떻게 하겠나? 고작해야 30분이야. 아니지, 오히려 더 짧게 끝날 수도 있으니까 걱정 말고 기다려주라고.”

역시 공작은 공작인가.

처음에 막말을 하는 것 같던 자비에도 더 이상 뭐라하지 않고 우두커니 선 채 우리를 지켜만 보았다.

“자, 들어가자고.”

미누스가 먼저 입장하고 나도 들어갔다.

“잠시만, 호위 기사는 조금만 밖에서 대기하고 있어 주실까?”

나와 함께 따라 들어오는 비비안을 향해 미누스가 말했다.

“자비에가 불편해할 거야. 조금만 이해해줘, 아가씨.”

그의 제지에 비비안이 나를 바라보았다.

그 눈빛이 마치 이거 치워버릴까? 라며 묻는 듯했다.

“이번 한 번만 부탁드립니다, 비비안.”

“알았어.”

내 명령에는 거의 절대라고 단언해도 좋을 만큼 따라주는 덕분에 그녀는 아무 내색 없이 다시 나갔다.

“좋아, 좋아. 드디어 우리 둘이 남았네.”

미누스가 두툼한 손을 비비더니 슬쩍 바깥의 동태를 살폈다.

“제가 여기 올 줄 알고 계신 겁니까?”

“음? 아, 안 그래도 네가 아카데미에 복귀했다는 소식에 찾아가려고 했거든. 그러다 우연찮게 황궁에서 자비에를 아카데미로 보냈다는 말을 들어서 미리 경로를 예측했지.”

가볍게 말하는 그의 어조가 마치 인사치레처럼 들렸다.

“아드리아스.”

“예.”

“황궁에는 가면 안 된다.”

분명 여전히 가벼운 어조였다.

입가의 미소도 똑같았다.

그러나 그가 말하는 내용은 전혀 그러하지 못했다.

“지금 황궁에 가면, 넌 죽어.”

< 314화. 초인 증명 >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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