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285화. 고대 왕국의 보상 >
모두가 당황해서 가만히 경계만 하고 있는 가운데, 내가 먼저 나섰다.
나는 자연스럽게 걸어가 섬에 발을 디뎠다.
-띠링!
[알 수 없는 기운이 감도는 장소에 진입하셨습니다.]
이 섬은 전체가 마나 이상 현상으로 범벅이 되어 있었다.
그래서 일행들에게도 출발하기 전에 미리 준비해둔 게 있었지.
메시지를 확인한 나는 곧바로 유령에게 말했다.
“환영해주셔서 감사합니다. 아드리아스 크롬웰이라고 합니다.”
“만나서 반갑습니다, 크롬웰 경. 전 궁정 관리자인 메쥬르입니다. 혹시 어디서 오셨습니까?”
“바다 건너 다른 왕국에서 왔습니다.”
자연스러운 대화에 뒤에서 소란이 일어나는 게 느껴졌다.
보통 언데드란 초인의 시신으로 만들지 않는 한 자아를 가지는 게 불가능에 가까웠다.
그리고 만약 자아를 가져도 단순 행동만 가능할 정도로 미약한 수준이 대부분이었다.
이렇게 사람과 상호작용을 하고 스스로의 이름을 댈 줄 아는 언데드는 이 세상의 상식과 어긋난 것이었다.
“바다 건너에서 오셨다니 고생하셨군요. 이러실 게 아니라 모두 이쪽으로 오시죠. 오랜만에 오신 손님들인 만큼 대접을 해드리겠습니다.”
아마 벤시의 일종으로 보이는 메쥬르가 정중하게 손짓했다.
그 모습이 살아있는 인간과 다를 바가 없어서 오히려 오싹했다.
“어떻게 하지?”
“불경하다, 불경해. 허어······.”
사람들이 망설이는 가운데 루나가 먼저 쪼르르 달려왔다.
“가자! 모험이다!”
잔뜩 신이 난 루나의 모습에 이내 내 일행들도 그녀의 뒤를 따라 섬에 들어왔다.
“어서 가지. 이대로 구경만 할 수는 없잖아.”
결국 파이시의 일행들도 따라 들어오자 남은 사람들이 고민에 잠겼다.
“이거 정말 괜찮은 거 맞아?”
무토가 메쥬르를 눈짓하며 나와 파이시를 향해 물었다.
그러자 파이시가 아무렇지도 않게 대답을 했다.
“일단은 가봐야지. 그리고 애초에 내가 찾은 이곳의 기록은 죽은 자들의 섬이었으니까.”
“아니, 유적이 있는 장소만 알고 다른 정보는 모른다고 했었잖아? 구라를 쳤어?”
“그래서? 이대로 돌아갈 거야?”
파이시의 뻔뻔한 말에 키네인 용병단의 안색이 굳었다.
하지만 그녀의 말대로 돌아갈 생각은 없는지 결국 얼음길을 따라 넘어왔다.
“돌아가는 것도 문제겠군.”
건너온 무토가 뒤를 돌아 저 멀리 얼어붙은 배를 바라봤다.
앞으로 있을 일을 생각하면 쓸모없는 걱정이었지만 무토는 모르겠지.
섬의 내부도 바다에서 보았던 안개로 자욱했다.
덕분에 시야가 잘 분간이 되지 않는 상황에서 메쥬르의 뒤를 따라 열심히 걸었다.
“이거 그냥 걷어낼 수 없어?”
노아가 인상을 찌푸렸다.
마법을 사용하면 걷어낼 수야 있겠지만 이것도 마나 이상 현상으로 생긴 안개라 금세 다시 돌아올 거다.
“이대로 따라가면 되는 거냐? 어째 불안한데······.”
함께 걷던 무토가 메쥬르를 게슴츠레 바라보며 중얼거렸다.
그 말을 들은 메쥬르는 무토를 향해 시선을 뒤로 돌리며 미소 지어보였다.
“걱정하지 마십시오. 곧 저희 왕국이 나올 겁니다.”
그 말에는 전혀 악의가 보이지 않았다.
하지만 메쥬르의 실체를 아는 난 그 연기가 가소로울 뿐이었다.
그는 이 왕국이라 불리는 거대한 도시의 하수인.
지금은 그를 따르는 게 손해가 아니라 묵묵히 가고 있었지만 나중에는 어떻게 될 지 두고 봐야지.
“아드리아스.”
그런 메쥬르를 보며 파이시가 은근히 나를 불렀다.
“저것도 제어할 수 있겠어?”
“글쎄요.”
불가능하지는 않지만 자아를 가졌으니 일반 생명체에게 사용하는 만큼 마나가 많이 소모될 거다.
아마 파이시는 무생물에게만 내 언령 마법이 통한다고 생각하는 모양인데 나로서는 좋은 오해였다.
“오오!”
그렇게 한참 메쥬르의 뒤를 따라 길을 걸어가다 샤히 샤마드의 간부, 가르디온이 갑작스레 소리쳤다.
그의 눈은 기묘한 빛을 띠고 있었는데 내가 알기로 그의 능력은 시야와 관련된 특성이었다.
아마 그의 눈에는 안개를 뚫고 왕궁의 모습이 보이기 시작했겠지.
“무슨 일이냐?”
무토가 묻자 가르디온이 입을 다물고 미소만 띄웠다.
“아무것도 아닙니다. 그저 이 섬의 공기가 신선해서 감탄을 했지요.”
저 놈도 음흉하기 짝이 없어서 이왕이면 빨리 처리해야 할 대상이었다.
도움이 되기는커녕 위기만 초래하는 빌런이라 기회를 봐서 조용히 슥삭해야겠다.
“그 말을 믿으라고?”
“그렇습니다. 신께서 만든 이 공기와 안개가 놀랍지 않습니까? 하하!”
“신? 이게 뒤질려고 헛소리를 지껄이네?”
드디어 섬에 입장한 효과가 서서히 드러나기 시작했다.
갑작스레 험악한 분위기를 자아내는 무토와 그를 바라보는 사람들의 분위기가 이상했다.
“무토.”
“뭐, 이 새끼야!”
“이걸 드세요.”
나는 미리 만들어온 손톱 크기의 포션을 무토에게 건넸다.
그러자 포션을 노려보던 무토는 대뜸 받더니 아무 의구심 없이 포션을 들이키기 시작했다.
아마 감정이 격해진 것과는 달리 뭔가가 이상하다는 걸 무토 본인도 느낀 모양이었다.
“꿀꺽. 후우.”
포션을 마신 무토는 곧바로 효과가 도는지 인상을 찌푸렸다.
“이게 대체 뭔 일이야.”
“상태가 이상해보여서 포션을 드렸는데 다행이군요.”
“순간 별 것도 아닌 일로 화가 치밀어 올랐었어. 이거 설마 마나 이상 현상인가?”
무토가 경계심 어린 눈빛으로 주변의 안개를 훑었다.
하지만 안개가 아닌 이 섬 자체의 문제라는 걸 아는 난 고개를 저었다.
“이 섬 자체에서 느껴지는 마력입니다. 안개 때문이 아니에요.”
“워록이라 그런지 상황 판단이 빠르네. 혹시 포션 더 남았나?”
“여분으로 몇 개가 있습니다.”
우리의 대화를 들은 사람들은 이내 서로를 불안하게 쳐다봤다.
오러 마스터인 무토가 순식간에 이상해지는 걸 본 만큼 남의 이야기가 아니었으니까.
섬의 이상 현상은 무력의 고하와는 상관없이 적용되었다.
‘덕분에 아가타를 플레이했을 때 무토한테만 서너 번은 죽었지.’
이 섬의 이상 현상은 바로 감정의 증폭.
그게 어떤 감정인지는 현상이 발생하기 전까지는 알 수 없었다.
실제로 내가 플레이했던 아가타는 갑작스레 큰 절망을 느껴 스스로 목숨을 던진 적도 있었다.
하지만 이번에는 충분히 준비를 해왔다.
무려 아티팩트에다 포션까지 제작.
아티팩트의 경우 시간이 모자라서 내 일행들만 챙겨줄 수 있었지만 포션은 내 능력으로 꽤 많이 만들어올 수 있었다.
“혹시라도 주변 사람의 상태가 이상해지면 곧바로 말해라. 내가 이상해져도 바로 말하고.”
무토가 자신의 용병단에게 말하며 내게 고개를 까딱했다.
“고맙다. 덕분에 위기를 넘겼어.”
“아닙니다.”
나도 초반부터 무토가 가장 먼저 걸릴 줄은 몰랐다.
누구한테 증상이 나타나느냐도 무작위였기에 조심할 필요가 있지.
“여러분, 거의 다 왔으니 조금만 더 힘을 내십시오.”
우리의 소란과는 관계없이 메쥬르가 재촉했다.
그 모습이 현 상황과는 조금 동떨어진 느낌이라 조금 기괴했다.
“아무리 봐도 수상해. 그냥 죽여 볼까?”
조금 전까지 이상 현상에 걸려 잘못될 뻔한 무토가 스산한 목소리로 중얼거렸다.
살기가 보이는 그의 눈빛에 파이시가 말렸다.
“일단 기다려. 아직 해를 끼치지 않았잖아. 필요한 녀석일 수도 있어.”
“저거 봐. 다 듣고 있으면서 못 듣는 척하잖아.”
무토는 메쥬르가 마음에 들지 않는지 계속 투덜거렸지만 이내 조용히 걷기 시작했다.
그렇게 한차례 위기를 넘긴 우리는 드디어 메쥬르가 왕국이라 불렀던 거대한 성곽에 도착할 수 있었다.
“우와, 안개에 가려져서 이런 게 있는지도 몰랐군.”
“높이가 미쳤는데? 제국의 웬만한 요새들보다 높겠어.”
무엇으로 만들었는지 모를 새파란 성벽.
그 앞에 선 우리는 메쥬르와 성문을 바라보며 열리기를 기다렸다.
“손님들.”
하지만 메쥬르는 성문을 열 생각이 없는지 도리어 우리를 불렀다.
“갑작스레 죄송하지만 저희 왕국은 지금 문제가 있습니다.”
“문제?”
“왕국의 백성들이 반쯤 미쳤거든요. 이대로 들어가시면 큰 일 납니다.”
성문 앞까지 와놓고 말을 바꾸는 메쥬르를 보며 모두 험악한 기색을 드러냈다.
“거 봐! 처음부터 이상했다니까!”
“그럼 우리를 여기까지 왜 데려온 거지?”
메쥬르는 사람들의 분노에도 아랑곳 않고 침착하게 말을 이었다.
“성문은 열어드릴 수 있습니다. 하지만 안에는 말했던 대로 제정신이 아닌 백성들이 많습니다. 그래서 드리는 말인데 혹시 제 의뢰를 받을 의향이 있으신지요?”
“설마 그 의뢰라는 게 제정신이 아닌 것들을 처리해달라는 건 아니겠지?”
“정확히 보셨습니다. 왕국은 현재 일손이 부족한 상황이라 미쳐버린 백성들은 방치해두고 있는 실정입니다. 부디 여러분께서 이 일을 해결해주시면 그에 상응하는 보상을 저희 왕국에서 주도록 하겠습니다.”
쿠우우웅---------!
그 말이 끝남과 동시에 거대한 성문이 열리기 시작했다.
갑작스레 진행된 일에 파이시가 다급히 말했다.
“우린 아직 의뢰를 받아들인다고 하지 않았어.”
“이미 문은 열렸습니다. 여러분들은 싫어도 의뢰를 수행해야 할 것입니다.”
파이시가 다시 뭐라 말하려고 할 때, 열린 성문 틈으로 무언가가 빠르게 튀어나오기 시작했다.
-쿠르륵!
그야말로 미쳤다는 표현이 어울리는 구울들이었다.
“전투 준비!”
“이 개 같은 게! 내가 말했지! 저 놈은 애시당초 믿을 게 못됐어!”
모두가 열심히 떠들고 있을 때 나는 성문이 열릴 기미가 보이던 순간부터 준비하던 마법을 사용했다.
화르륵---!
긴 꼬리를 그리는 거대한 불덩이.
나조차도 긴 캐스팅 시간이 필요한 상급 복합 마법, 메테오 스트라이크였다.
콰아아앙--------!
순식간에 터져나간 마법이 성문에서 나오고 있던 구울들을 터트려버렸다.
그 광경에 사람들의 시선이 다시 한 번 내게 몰렸다.
“아니, 말하고 있잖아.”
묘하게 희한한 구석에서 태클이 들어오는 걸 무시하고 메쥬르에게 말했다.
“보수는 어떻게 됩니까?”
“······미쳐버린 백성들은 소멸하면 파란 돌조각을 남깁니다. 그걸 모아서 제게 가져오시면 개수에 따라 보상을 드리죠.”
드디어 진정한 유적 원정이 시작됐다.
메쥬르가 챙겨주는 왕국의 대가는 고대 시대의 아이템이나 골동품들.
그 보상이 전혀 가볍지 않았다.
그야말로 젖과 꿀이 흐르는 보상의 땅.
특히 난 이 시체들의 왕국을 몇 번이나 공략했던 경험이 있기에 꿀이란 꿀은 다 빨 자신이 있었다.
‘히든 피스도 알고 있고.’
마나 이상 현상만 조심하면 내게는 보상만 안겨주는 기특한 장소였다.
“영혼들이 갇혀있어.”
루나가 구울들이 터져나간 흔적에서 파란 돌조각을 주워들며 말했다.
나도 히든 피스를 해결하며 돌의 정체와 왜 그걸 메쥬르가 모으고 있는지 알고 있기 때문에 놀라울 건 없었다.
그리고 그 히든 피스를 제대로 해결하기 위해 루나를 데려온 것도 있었고.
“그렇게 됐으니 여기서부터는 각자 행동하죠.”
내가 말을 떼자 사람들은 고개를 저었다.
“무슨 일이 있을지 알고.”
“너무 위험해.”
하지만 여기서 보상을 나눠 먹는 건 내가 사양이었다.
나는 품에서 가지고 온 포션의 반을 꺼내 양손에 담아보였다.
그 수만 해도 족히 수십 개는 되는 양.
“조금 전에 무토가 겪었던 증상을 해결해주는 포션입니다. 혹시 몰라 가져왔는데 이렇게 쓰일 줄은 몰랐네요. 이걸 각 그룹에 나눠줄 테니 서로의 일행들끼리 따로 행동하죠. 보상을 나눠 먹는 것보다 그게 좋지 않겠어요?”
내 제안에 파이시가 고개를 끄덕였다.
“지분에 대한 비율을 나눴지만 그건 공동 발견에 대한 배분이었지. 이렇게 각자 활약할 수 있는 판을 깔아주면 따로 행동하는 게 효율이 좋겠어.”
“나도 동의한다.”
무토도 고개를 끄덕이자 용병단원들은 살짝 불안한 듯 그를 바라봤다.
그러자 무토의 동생인 스잔이 소리쳤다.
“이 녀석들아! 왜 이렇게 겁을 쳐먹었어! 네놈들이 그러고도 키네인 용병단의 단원들이냐!”
“죄송합니다!”
결국 남은 건 샤히 샤마드뿐이었다.
우리 중에서는 가장 약해보였는데 가르디온은 의외로 싫지 않은 눈치였다.
“모두 그렇게 생각하신다면 저도 따르겠습니다. 대신 시간을 정해두고 하루에 한 번씩은 모두가 모이도록 하죠. 어떻습니까?”
“그게 좋겠군. 크롬웰 백작, 어때?”
애초에 나도 그렇게 제안을 하려고 했던지라 고개를 끄덕였다.
“그렇게 하시죠. 모두 시계 정도야 있을 테니 매일 정오에 약속 장소로 모이는 걸로 합시다. 약속 장소는······.”
나는 잠시 고민하는 척하다가 말했다.
“일단은 다 함께 내부로 들어가서 약속 장소로 어울리는 곳을 찾아보죠. 그 다음에 개별 행동을 합시다.”
“그렇게 하지.”
이야기가 마무리되자 메쥬르가 슬쩍 나섰다.
“저도 여러분들에게 보상을 해드리려면 함께 들어가서 제 근무지까지 가야합니다. 우선은 왕궁이 있는 곳까지는 길을 내야하죠.”
한 마디로 자기가 길을 뚫을 수는 없으니 우선 왕궁까지의 길을 먼저 열라는 의미였다.
메쥬르의 말에 무토는 드디어 눈치 챘다는 말투로 그를 비웃었다.
“이제 보니까 자기가 집에 못 돌아가니 우리를 이용하려 했던 거였군.”
“그렇게 생각하셔도 무관합니다.”
“그래서 우리한테 보상이나 제대로 줄 수 있겠어?”
무토의 물음에 메쥬르는 나를 바라봤다.
“방금 얻으신 돌조각이 대충 몇 개이지요?”
“서른 개 정도 됩니다.”
“그렇다면······.”
메쥬르는 자신의 품을 뒤지더니 회중시계를 하나 꺼냈다.
유령이 자기 몸에서 물건을 꺼내는 게 신기한데.
“만약 지금 교환하실 의사가 있으시다면 돌조각 30개를 이 회중시계로 바꿔드리죠.”
“뭐야, 고작 시계?”
무토가 끼어들었다가 갑자기 입을 다물었다.
아마 그도 눈치 챈 거겠지. 이 시계가 평범한 시계가 아니라는 걸.
하지만 난 지금 돌조각을 사용할 생각이 없었다.
“나중에 더 모아서 다른 물건들도 보겠습니다.”
분명 저 시계고 좋은 아이템이었다.
무려 고대 아티팩트.
그러나 메쥬르가 보상으로 주는 물건들을 꿰차고 있는 난 일단 참았다.
“그걸 안 바꾼다고?”
옆에서 지켜보던 파이시가 결국 한 마디 했다.
무토는 여전히 꿀 먹은 벙어리가 되어 시계를 바라보고만 있었다.
“예. 안 바꿉니다.”
“알겠습니다. 나중에 다른 물건을 보여드리죠.”
최우선 교환 물품은 이 왕국의 히든 피스가 숨겨진 아이템이었다.
그리고 메쥬르가 교환해주는 물건 중에는 저 시계보다 좋은 게 많았다.
“알아서 잘하겠지.”
무토와 파이시가 여전히 묘한 표정으로 쳐다보자 결국 노아가 입을 열었다.
그리고는 열린 성문을 눈짓했다.
“기척을 보니까 아직도 안쪽이 바글바글한데? 지금이라도 가서 30개만 모아오지?”
“그래, 네가 가지지 않는다니 내가 가져가면 되겠군.”
무토가 씨익 웃으며 소리쳤다.
“가자! 애송이들아! 다 쓸어버리자!”
“오오!”
우르르 몰려가는 키네인 용병단을 보며 파이시도 질 수 없다는 듯이 말했다.
“우리도 간다.”
곧바로 언데드를 소환하며 나아가는 광경이 장관이었다.
그런 그들을 놔두고 나는 여유롭게 움직였다.
벌써부터 힘을 빼면 안 된다.
말했듯이 이곳은 시체들의 왕국.
무려 왕국이다.
“저는 크롬웰 경을 따라가겠습니다.”
메쥬르가 묘한 눈빛을 하며 우리 곁으로 붙었다.
당장은 우리한테 꿀 보상을 주는 NPC라 지켜야하는 게 맞았지만 이렇게 달라붙는 건 거리껴지네.
“저희도 먼저 가겠습니다.”
이내 가르디온이 내게 말하며 앞서서 성문을 지나쳤다.
그때가 되니 비비안이 걱정스레 나를 바라봤지만 난 여전히 아무렇지 않았다.
“메쥬르, 일단 왕궁까지 데려다주겠습니다.”
“감사합니다, 크롬웰 경.”
“혹시 데려다 주는 것에 대한 보상은 따로 없습니까?”
“······준비하겠습니다.”
“감사합니다.”
이런 것도 게임에서는 못해본 흥정이었다.
역시 현실은 다르군.
“우리도 슬슬 가볼까.”
“가자!”
루나가 끝까지 내 눈치를 보며 참은 끝에 소리쳤다.
이내 나와 일행들은 다른 이들처럼 성문을 향해 나아갔다.
사실 내가 끝까지 남은 이유는 다른 게 아니라 아가타의 반응을 살피기 위함이었는데······.
‘복잡해지겠어.’
티를 안내려했지만 그녀에게만 집중하고 있던 나는 알아차릴 수 있었다.
그녀는 분명 이곳에 무언가를 남겼다.
아마 좌표 따위겠지.
하지만 오히려 좋다.
만약 내 뒤통수를 치러 온다면······.
‘지옥을 보여주마.’
< 285화. 고대 왕국의 보상 > 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