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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화 특성으로 최강 네크로맨서-275화 (275/415)

진화 특성으로 최강 네크로맨서 (275)

아드리아스의 예측

둥! 둥! 둥! 둥!

아카데미 내부를 울리는 북소리와 함성은 드디어 토너먼트의 끝이 다가오고 있음을 알리고 있었다.

주변은 온통 축제와 같은 분위기를 맞이한 학생들이 곧 있으면 토너먼트가 시작될 경기장으로 몰리고 그런 그들의 호주머니를 노리는 여러 동아리들의 가판이 즐비했다.

“허허, 시간이 참 빨리 지나가는군요.”

그 모습을 경기장 내부 교수 전용 좌석에서 지켜보고 있던 데오스가 말했다.

그런 그의 옆에 먼저 도착해서 자리를 잡은 몇몇 교수들이 고개를 끄덕이며 받아 주었다.

“그러게 말입니다. 쑥쑥 성장하는 젊은이들을 보면 그저 부럽기만 하군요.”

“혹시 레인 교수님께서는 누가 우승할 거라 생각하십니까?”

“이야, 그건 좀 곤란한 질문입니다. 둘 다 아끼는 제자들인지라 한 명을 고르기는 어렵군요.”

“그렇다면 3, 4위 결정전도 물어보기 힘들겠군요.”

“아, 3위 결정전이라면 아무래도 피오네 학생이 이기겠지요.”

레인 교수의 말을 듣고 있던 마법학부의 교수 미쉘이 인상을 찌푸리며 반박했다.

“에이다 학생도 만만한 상대가 아닌데요.”

“흠, 물론입니다. 하지만 저는 에이다 학생을 얕잡아 보고 말한 게 아니라 피오네 학생의 실력을 더 위로 보았을 뿐이죠. 솔직히 학생회 1석인 피오네 학생이 2석인 에이다 학생보다는 뛰어나지 않겠습니까?”

마법학부가 무시 받았다고 생각한 미쉘은 이내 다시 반박을 하려 입을 열었지만 갑작스레 웅성거리는 주변의 소음으로 인해 고개를 돌렸다.

“어이구, 아드리아스 크롬웰 교수님이시군.”

조금 전까지 미쉘과 대화를 나누던 레인이 비웃듯이 말했다.

그는 아드리아스가 교수가 된 것을 탐탁지 않아 하는 이들 중 하나였다.

아드리아스는 천천히 좌석 쪽으로 오더니 이내 먼저 도착한 교수들을 향해 살짝 고개를 숙이고는 자신의 자리에 앉았다.

“잘났구먼, 아주.”

“잘나긴 했지. 요즘 아드리아스 교수‘님’께서 내신 시험이 유행이니까. 심지어 검룡도 그 시험 때문에…….”

시기 어린 말들이 대놓고 흘러나왔음에도 아드리아스는 조용했다.

그 무시하는 모습에서 오히려 기분이 상한 몇몇 교수가 아드리아스를 불렀다.

“아드리아스 교수? 오셨으면 대화라도 좀 나누지?”

자신을 부르는 소리에 아드리아스의 고개가 드디어 움직였다.

그는 여전히 입을 열지 않은 채 마치 용건이 있으면 말하라는 듯 자신을 부른 사람들을 가만히 바라만 봤다.

“마침 잘됐네. 안 그래도 지금 어떤 학생이 이길지에 대해 말하고 있었거든. 아드리아스 학생, 아니 교수는 누가 이길 거라고 생각되나?”

레인이 비꼬는 어조로 묻자 근처에 위치한 모두의 시선이 아드리아스에게로 쏠렸다.

교장인 데오스도 굳이 중재하지 않고 흥미롭다는 표정을 지은 채 아드리아스의 반응을 기다렸다.

“우승자 말씀이십니까.”

“우승자도 그렇고, 곧 있을 3위 결정전도 그렇고.”

“3위는 저도 짐작할 수가 없군요.”

아드리아스의 즉답에 모두가 그럼 그렇지 하며 고개를 끄덕였다.

그러나 직접 물어본 레인은 집요하게 아드리아스를 파고들었다.

“난 피오네 학생이 3위를 차지할 거라고 생각한다네. 내 의견은 어떻게 생각하지?”

“둘 다 이길 만한 이유와 질 만한 이유가 명확해서 누가 이기든 이상하지 않습니다.”

“이길 만한 이유와 질 만한 이유? 그게 뭐지?”

레인뿐만 아니라 모두가 궁금한 표정으로 아드리아스의 입만 바라봤다.

그런 그들을 향해 아드리아스는 별것 아니라는 표정으로 말했다.

“단순히 실력으로만 따지면 에이다가 높습니다. 그게 에이다의 이길 만한 이유죠.”

“허어, 에이다 학생의 실력이 더 높다고?”

“예. 하지만 피오네는 2년 전에 있었던 북부 전쟁을 직접 치렀습니다. 실전 경험으로 따지면 피오네가 압도하니, 이건 피오네의 이길 만한 이유입니다.”

“에이다 학생도 북부 전쟁에 참가했던 걸로 알고 있네만?”

“참가만 한 것과 실전을 겪은 것은 별개입니다.”

아드리아스는 고개를 앞으로 돌려 경기장을 바라봤다.

그러나 그의 입은 멈추지 않았다.

“그리고 그게 에이다가 질 만한 이유이기도 합니다. 실전 경험이 부족하죠.”

“……아드리아스 교수, 자네 꽤 많은 걸 알고 있구먼?”

“저도 직접 겪었으니까요.”

북부 전쟁에서의 아드리아스의 위상은 대단했다.

무려 황제가 공인한 1위 전공자.

그런 그가 하는 말인 만큼 북부 전쟁에 관해서는 레인이 뭐라 반박할 수가 없었다.

“흐흠. 그렇다면 피오네 학생이 질 만한 이유는 뭐지?”

“그녀의 실전 경험은 대부분 같은 검사끼리입니다. 마법사의 대처법은 잘 모를 거라는 게 제 판단입니다.”

“이미 그녀는 에이다 학생과 직접 겨루어 학생회 1석의 자리를 차지했다. 그것이 이미 증명하는 바가 무언지 알고 있지 않나?”

“마법은 예단할 수 없는 학문입니다. 그게 제 답변의 전부입니다.”

아드리아스의 말에 미쉘이 격하게 고개를 끄덕였다.

그러나 대부분의 교수들은 고개를 갸웃거리며 아드리아스의 말에 동의하지 못했다.

“뭐, 어쨌든 누가 이길지는 모르겠다는 거군. 그렇다면 우승자는 누구일 거라 생각하나?”

“우승자는…….”

그때 누군가가 교수 전용 좌석으로 다가오더니 대뜸 아드리아스에게 향했다.

그 정체를 눈치챈 교수들이 놀란 표정을 지으며 모두들 자리에서 일어났다.

“아이고, 유노르 각하를 뵙습니다.”

“유노르 각하! 이렇게 뵙게 되어 영광입니다.”

제이든 유노르 후작.

제국의 오러 마스터이자 수련광으로 알려진 그가 아카데미까지 행차했다.

그는 주변의 인사를 무시한 채 오로지 아드리아스만 뚫어지게 바라보고 있었다.

“오랜만이군. 거의 3년 만인가.”

유노르 후작의 말에 아드리아스가 고개를 살짝 숙여 인사했다.

“유노르 각하를 뵙습니다.”

“인사치레는 필요 없네.”

유노르 후작은 간단히 말하며 자연스레 아드리아스의 옆자리에 앉았다.

“뒷말을 이어서 듣고 싶군. 그래서 자네가 생각하는 우승자는 누구지?”

유노르 후작의 말에 사람들은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

현재 결승전에 올라온 이는 다름 아닌 크리스 유노르와 세레나 에레스티얼.

그리고 말은 하지 않았지만 대부분 크리스의 우승을 점치고 있었다.

당연히 아드리아스도 크리스를 거론할 거라 생각했기에 유노르 후작의 심기를 건드리는 일은 없을 거라…….

“세레나 에레스티얼이 이길 겁니다.”

“……그런가.”

예상치 못한 아드리아스의 대답에 지켜보던 이들의 숨이 막혔다.

그러나 유노르 후작은 아무렇지도 않게 고개를 끄덕였다.

그 태연한 반응에 사람들은 간신히 다시 숨을 쉴 수 있었다.

“혹시 이유를 알 수 있나?”

“각하께서도 아시겠지만 검이란 건 어느 순간부터 혼자서 고민해야 할 때가 오죠.”

“그렇지.”

“크리스는 그 시기가 너무 일렀습니다. 아직 그는 타인과 교류하며 부딪히고 깨져 봐야 성장할 시기지만 너무 폐쇄적으로 지냈죠.”

“난 크리스가 어떻게 수련했는지 모른다. 적어도 아카데미에서 함께했던 자네가 더 잘 알겠지.”

유노르 후작은 조용히 말하더니 자리에서 일어났다.

“그래도 자네 같은 이가 교수가 된 걸 다행이라고 생각하네. 내 아들을 살펴본 게 티가 나는군.”

“관찰하는 걸 좋아할 뿐입니다.”

“그래.”

유노르 후작은 귀빈석으로 자리를 옮기며 마지막 말을 남겼다.

“잘 부탁하네.”

유노르 후작은 엄청난 수련광으로 가문의 일은 거의 신경도 쓰지 않는 걸로 유명했다.

덕분에 가문의 대소사는 그의 아내인 브리다 부인이 관리하고 있었다.

그런 그가 자식인 크리스에게 관심을 가졌다는 건 그를 알고 있는 사람들에게는 뜻밖의 일이었기에 모두가 신기함을 감추지 못했다.

“무슨 바람이 들어서 갑자기 크리스를 신경 쓰시지?”

“그러게. 그리고 솔직히 이 자리에 오신 것도 놀랍지. 웬만해서는 가문 밖으로 나오지도 않으시니까.”

사람들이 웅성거리는 사이에 레인이 아드리아스를 향해 물었다.

“정말로 세레나 학생이 이긴다고 생각하는 건가?”

“예. 제가 유노르 각하께 굳이 거짓을 할 이유는 없죠.”

태연하게 대답하는 아드리아스를 향해 레인이 뭔가를 더 물어보려 했지만 갑자기 아드리아스를 찾아온 사람으로 인해 다시 말이 끊겼다.

“교수님! 아드리아스 교수님!”

“애덤, 여기 있다.”

“아! 외부에서 손님이 찾아오셨습니다. 크롬웰에서 왔다고 하는데요?”

“알았어. 알려 줘서 고맙다.”

아드리아스는 자연스레 자리에서 일어나 다시 가볍게 고개를 까딱이고 퇴장했다.

그 모습을 바라보며 사람들은 고개를 흔들었다.

“평범하진 않네요.”

“특이하긴 해. 학생 때부터 종잡을 수 없었으니까.”

“기사학부 교수님이시면서 잘 아시는 것처럼 말합니다?”

“크흠! 마법학부 학생이었어도 이런저런 소문을 접하니까 당연히 아는 거지!”

아드리아스가 떠나고 얼마 지나지 않아 3위 결정전이 시작되었다.

미쉘을 비롯한 몇몇 마법학부 교수들을 제외하고는 대부분이 피오네가 이긴다는 판단을 하고 있을 때, 아니나 다를까 허를 찌르는 피오네의 임기응변에 에이다가 점점 말리기 시작했다.

“그렇지! 바로 그거야!”

“역시 경험이 다르긴 하군! 노련한 용병들이나 쓸 법한 기술들이 종종 나오고 있어!”

점차 압도적으로 기세가 밀리는 에이다를 보며 승리를 확정 지은 교수들이 자리를 비운 아드리아스를 비웃었다.

“그러고 보니 아드리아스 교수가 아는 척은 엄청 했는데 결과는 우리 예상대로네.”

“이제 막 졸업을 하고 명예직처럼 교수에 임명됐는데 뭘 알겠나? 우리처럼 연륜이 있는 것도 아니고.”

그때까지 그들의 대화를 듣고 있던 미쉘이 결국 참지 못하고 말했다.

“그렇게 뒤에서 욕하니 속이 좀 후련하신가요?”

“뭐?”

“앞에서는 입도 뻥끗 못하셔 놓고 없을 때만 비웃으시네요.”

“그러면 당사자 앞에서 비웃어 주리? 미쉘 교수는 아드리아스 교수가 정당하게 교수직에 임명되었다고 생각하나, 그럼?”

자칫 교장인 데오스를 욕되게 할 수도 있는 말이었는지라 흥분해서 말하던 교수는 황급히 입을 다물었다.

그러나 이미 분위기는 싸늘해진 이후였다.

“어어?”

때마침 경기에만 집중하던 한 교수가 경기장을 손짓했다.

“뭐, 뭐야?”

“저게 뭔 일이야!”

경기장에서는 갑작스러운 마법에 당한 피오네가 물리는 전개가 이어지고 있었다.

계속 수세에 몰리던 에이다의 노림수가 빛을 발한 순간이었다.

“갑자기 이렇게 된다고?”

“에이다 학생은 그 재능만큼이나 침착함이 돋보이는 학생이에요. 피오네 학생에게 당하면서도 계속 빈틈을 노렸던 거겠죠.”

그러나 피오네도 당하고만 있지 않았다.

연습이나 실습 따위가 아닌 진짜 전쟁에서 겪었던 실전은 그녀에게 위기 대처 능력도 기르게 해 주었다.

“이거 정말 결과를 모르겠는데?”

“경기가 이렇게 길어질 줄이야.”

마침내 피오네의 날카로운 일격이 에이다에게 향할 때, 에이다도 살을 주고 뼈를 취하듯 마법을 사용했다.

투아아앙――――――――!

거대한 폭음이 일어나며 일순 경기장이 먼지로 뒤덮였다.

이어지는 소음이 없는 걸로 봐서는 결착이 난 상황.

황급히 다가간 심판이 이내 결과를 보고했다.

“양측 다 경기 속행 불가! 결과는 무승부!”

“뭐어!”

관중석이 들썩였다.

이내 먼지가 걷어지고 드러난 상황은 피오네와 에이다, 둘 모두 기절을 한 모습이었다.

“허어…….”

“무승부라니…….”

교수석에서도 탄식이 흘러나왔다.

그리고 이내 모두 등 뒤로 소름이 돋으며 한 인물을 떠올렸다.

“아드리아스 교수는 도대체 어떻게 이 상황을 예측한 거지? 그렇다면 토너먼트 우승자도…….”

누군가의 중얼거림이 모두의 생각을 대변하고 있었다.

* * *

애덤의 뒤를 따라 집무실에 도착하자 익숙한 실루엣이 내 자리에 앉아 있었다.

아카데미 내부에는 초대받지 않는 이상 외부인은 출입 금지였지만 교수의 권력은 예외를 만들 수 있었다.

“네가 올 줄은 몰랐는데.”

“왜. 마음에 안 들어?”

다 고쳐졌음에도 여전히 죽은 동태 눈깔을 한 여인이 다리를 꼬며 책상 위에 올렸다.

“저, 전 나가 있겠습니다.”

애덤이 눈치를 살피며 나가고 잠시 적막이 흘렀다.

나는 천천히 상대에게 다가가 후드를 쓴 머리를 잡고 눌렀다.

“뭐 하는 거야.”

“그냥 반가워서.”

넌 놀리는 맛이 있거든.

역시나 인상을 찌푸리며 내 손을 쳐 내는 여인은 이내 주변을 둘러보며 말했다.

“네 애인은?”

“비비안이라면 잠깐 일이 있어서 자리를 비웠어. 왜? 무서운 사람이 없으니까 살 만해?”

“……안 무서워.”

“그것보다 여기까지 온 김에 네 언니나 보고 가지?”

언니라는 말에 다시 구겨지는 얼굴을 보며 난 조용히 타일렀다.

“노아 클레어. 그래도 네 하나 남은 혈육이야. 그만 투정 부려.”

“내가 알아서 해. 그것보다 이거나 확인해.”

그녀가 건네는 편지는 에반으로부터 온 것이었다.

살렘과 내 도움으로 생명의 위험을 넘긴 노아는 이제 은혜를 갚는다며 에반의 일을 돕고 있었다.

“온 김에 토너먼트나 보고 가지?”

“바빠.”

“보고 가. 아이비도 보고 가고. 명령이야.”

노아는 대답 없이 딴청을 피웠다.

그래도 예전보다는 밝아진 것 같은 성격에 감개무량하네.

난 노아에 대한 감상을 끝내고 에반에게서 온 편지를 천천히 확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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