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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화 특성으로 최강 네크로맨서-271화 (271/415)

진화 특성으로 최강 네크로맨서 (271)

영향력 그리고 유적

오랜만에 학생회실로 임원들이 전부 모였다.

각자 맡은 일만 하면 간섭이 없는 그들이었기에 웬만한 행사가 아니면 모두가 모이는 일은 드물었다.

“첫날부터 난리였네요.”

마법학부생 중 유일하게 상석인 2석의 자리를 차지하고 있는 에이다가 묘한 미소를 띠며 말했다.

에이다가 먼저 물꼬를 트자 거대한 풍채를 지닌 3석의 하우저가 고개를 끄덕였다.

“그렇지. 하지만 무시할 수 없는 일이다.”

“솔직히 말하면 저희 마법학부와는 연관도 없는 일이죠. 안 그런가요?”

에이다의 시선이 상석에 앉은 세레나에게 향했다.

외투를 어깨에 걸치고 있는 세레나가 그런 에이다의 시선을 받으며 나지막이 말했다.

“그렇지. 가고 싶으면 가도 돼.”

“에이, 그냥 해 본 소리예요. 학생회실에 모두 모이는 것도 오랜만인데 그냥 가기는 섭섭하죠.”

학생회 2석, 마법학부 4학년 에이다 프리나.

학생회는 회장과 부회장, 그 밑으로 1석부터 순서대로 내려오는 만큼 2석의 에이다는 학생회 내부에서 4번째 실력자나 마찬가지였다.

특히 마법학부 학생은 12명의 임원 중 4명밖에 없었고, 그중에서도 상석을 차지한 것은 에이다뿐이었기에 그녀의 자부심은 대단했다.

“그것보다 어제 얘기나 듣고 싶은데요? 회장님께서 이번에 새로 부임한 신임 교수한테 지도받았다면서요?”

“에이다 선배.”

옆에서 지켜보던 부회장 디트리히가 경고하듯 에이다의 이름을 불렀다.

“왜 그래요? 오늘 모인 것도 그 신임 교수 때문 아니었어요?”

“맞아. 틀린 말은 아니야.”

세레나가 인정하며 고개를 끄덕이자 디트리히는 마음에 들지 않는다는 눈초리로 입을 다물었다.

기세등등해진 에이다는 어깨를 으쓱거렸다.

“아드리아스 교수님은 확실히 대단하신 분이셨죠. 하지만 그것도 학생 때 이야기지 교수로서의 자질을 논하기에는 조금 부족하지 않을까요? 회장님께서 지도를 받으신 거야, 뭐…….”

“에이다, 2석인 네가 마법학부에서 가장 강하고 영향력이 있겠지.”

“……그렇죠? 갑자기 그 말씀은 왜……?”

“앞으로 아드리아스 교수님 앞으로 학생들이 몰릴 거야. 아직까지는 기사학부에만 그 영향이 미치지만 얼마 있지 않아서 마법학부에도 바람이 불 거야.”

세레나가 진지하게 말하자 에이다도 비웃던 것을 멈추고 고쳐 앉았다.

“통제를 해야 돼.”

“흐음. 구체적으로 말씀해 주시면 감사하겠어요.”

“학생회의 힘으로 우리가 1차 거름망이 되어야 한다.”

“그 정도로 학생들이 몰릴 거라 판단하신 건가요?”

“그래. 아드리아스 교수님께서는 자유롭게 활동하시려고 자유 지도를 선택하신 것 같지만 오히려 그 자유 지도 때문에 피곤해지실 거야. 그러기 전에 우리가 막아야지.”

세레나의 말을 경청하던 기사학부 학생들이 동의하듯 고개를 끄덕였다.

심지어 전날에 아드리아스를 무시했던 카심마저 동조하는 모습을 보이자 에이다가 이해할 수 없다는 표정을 지었다.

“정말 그렇게 될 거라고 생각하세요? 다른 분들도?”

에이다의 물음에 그동안 조용히 있던 1석이 입을 열었다.

그녀는 언젠가 아드리아스의 담당관이었던 피오네 아르디였다.

“그분은 특별하십니다.”

“뭐라고요?”

“선배님께서는 잘 모르시겠지만 아드리아스 교수님께서 남기신 시험은 평범한 것이 아닙니다. 기사학부장님조차 교수님께서 남기신 시험을 보고 감탄을 하셨죠. 지금도 학생들과 함께 어우러져서 시험을 해석하고 계십니다.”

“그건 알고 있어요. 제가 말하고 싶은 점은 왜 마법학부까지 통제를 해야 하냐 이 말이죠. 기사학부에서 일어난 일이 대단한 일이라는 건 인정해도 그게 신임 교수님의 마법적 소양을 증명할 수는 없잖아요?”

“하아. 우리 내기 하나 할래요, 선배님?”

3학년이 된 피오네도 그동안 놀고만 있었던 게 아니었다.

애초에 뛰어난 재능으로 수석 입학을 했던 그녀는, 지금은 비록 동급생인 디트리히에게 부회장의 자리를 빼앗겼지만 여전히 실력이 건재함을 지난 토너먼트와 1석의 자리로 증명했다.

그런 그녀가 섬뜩한 표정으로 내기를 제안하자 에이다의 표정이 살짝 흔들렸다.

“갑자기 무슨 내기를 원하시는 걸까요.”

“간단해요. 마법학부 학생들이 아드리아스 교수님을 찾아간다면 제가 이기는 거고, 반대라면 선배님이 이기는 거죠.”

“찾아간다는 기준이?”

“한두 명 찾아가는 게 아니라 대다수의 학생으로 하죠. 어때요?”

“자신 있나 봐요? 마법은 검술이랑 많이 다르답니다?”

“자신 있죠. 오히려 마법이라 더 자신 있는걸요?”

미소 짓는 피오네를 꺼림칙하게 바라본 에이다는 이내 대수롭지 않게 받아들였다.

“좋아요.”

“내기에 뭘 걸지는 안 들어도 되겠어요, 선배님?”

“어차피 이길 자신이 있으니까요. 한번 말해 보세요.”

자존심 강한 에이다가 지지 않으려는 게 눈에 보였다.

2석인 에이다는 1석이자 후배인 피오네에게만큼은 말로도 지고 싶어 하지 않았다.

“만약 제가 이긴다면 1석의 자리를 선배님에게 드릴게요. 그리고 전 학생회를 탈퇴하죠.”

“……그렇게까지 할 필요는 없는 것 같지만 만약 제가 진다면요?”

“아드리아스 교수님을 전폭적으로 지지해 주세요.”

“그게 다예요?”

“네.”

상대의 리스크에 비하면 너무나 간단한 조건에 에이다는 고개를 흔들었다.

“피오네, 제가 당신을 그렇게 보지는 않았는데 상당히 감정적이군요?”

“마음대로 생각하세요.”

피오네는 떠올렸다.

아드리아스와 전장에 서며 보았던 그의 마법들을.

그는 아카데미의 평범한 마법사들과는 달랐다.

탁상공론의 마법사가 아닌 사람을 죽이는 마법사.

‘마법 실력의 문제가 아니야.’

듣기로 톨먼이라는 교수가 실전 수업으로 유명하다고 들었다.

그도 북부에서 전투 마법사로 오랜 시간 활동해 그 경험으로 지금까지 존경받고 있었다.

하지만 피오네는 아드리아스와 톨먼이 근본적으로 다를 거라 생각했다.

톨먼은 단순히 근무를 서고 지키기만 했을 뿐.

그에 비하면 아드리아스는…….

“아드리아스 교수님은 선배님 생각보다 훨씬 별나신 분이시거든요. 그 별난 부분을 가져가려고 개나 소나 몰려들 겁니다.”

“글쎄요. 뭐, 결과야 보면 알겠죠.”

둘의 대화가 끝나자 세레나가 마무리 지었다.

“마법학부 통제에 관한 건은 조금 미루지. 일단 기사학부만 실행하는 걸로 할게.”

“알겠습니다.”

모두가 이구동성으로 외치며 회의는 끝이 났다.

기사학부 소속 임원들은 다급히 자리를 뜨며 어디론가 떠나고 그 모습을 보던 세레나가 끝까지 남아 있던 디트리히에게 말했다.

“너한테만 일을 맡기는 것 같아 미안하네. 너도 검흔을 해석하러 가고 싶을 텐데.”

“아닙니다. 부회장이라는 직책을 가진 만큼 제 의무를 다할 뿐입니다.”

“너도 해석해 보기는 했지? 어땠어?”

“아직 제가 많이 모자라서 뭐가 막 보이거나 하지는 않습니다. 그 자리에서 교수님이 직접 검을 휘두른 모습을 봤어야 했는데 아쉬울 따름입니다.”

디트리히가 머리를 긁적이며 웃자 세레나는 그의 어깨를 두드려 주며 일어났다.

“내일쯤이면 맡긴 일은 끝낼 수 있지?”

“오늘 안으로 해결할 수 있습니다.”

“그러면 내일 나랑 같이 해석해 보자. 혼자보다는 둘이 낫겠지.”

“그래도 괜찮습니까?”

“안 될 건 뭐 있어? 교수님도 무슨 방법을 써서든 본인을 설득만 시키면 된다고 했잖아.”

“그렇……죠.”

어색하게 고개를 끄덕이는 디트리히를 보며 세레나가 피식하고 웃었다.

“넌 꼭 예전의 나를 보는 것 같아. 너무 고지식해. 조금은 틀을 깨 보는 것도 좋을 거야.”

“명심하겠습니다.”

“그래. 내년이면 나도 졸업반이고 학생회도 곧 그만두게 될 텐데 그 전까지 나한테 한 번이라도 도전해 봐야 하지 않겠어?”

“하, 하…… 노력해 보겠습니다.”

애매하게 웃는 디트리히의 표정을 본 세레나는 그가 자신에게 도전할 일이 없을 거라는 걸 깨달았다.

하지만 상대를 존중하는 만큼 뭐라 할 수는 없는 노릇이었다.

“난 이제 연무장으로 가 볼게. 무슨 일 있으면 연락해.”

“알겠습니다.”

세레나는 학생회실에서 나오며 문득 고개를 돌려 건물을 바라봤다.

이 건물도 지어진 지 고작 1년밖에 되지 않는 신축.

학생회의 권력을 상징하는 것과 같았다.

‘나도 꽤 성장했다고 생각했는데 말이야.’

모나스 아카데미라는 좁은 우물에서 지낼 적에는 보이는 게 오직 눈앞에서 달리고 있는 루이스와 크리스밖에 없었지만 이곳에서 만나게 된 아드리아스로 인해 크게 개안했다.

그는 인생의 지침이라고 봐도 될 정도로 엄청난 영향력을 행사했다.

‘루이스나 크리스도 비슷하겠지.’

오히려 아드리아스에게 영향을 받지 않은 이들이 적을 정도.

세레나 자신도 그런 아드리아스로 인해 아카데미의 분위기를 주도하는 사람이 되고 싶다는 마음에 학생회장이 되었고, 그 꿈도 어느 정도 이루었다.

그래서 어느 정도 그의 그늘을 걷어 냈다고 생각했고 한편으로는 그보다 더욱 강한 영향력을 행사하는 자신을 보며 만족하기도 했었다.

“하아. 아직 멀었다, 이년아.”

세레나가 자조 섞인 미소를 지으며 스스로를 자책했다.

1년의 공백 뒤에 다시 나타난 아드리아스는 고작 한 번의 행동으로 아카데미를 뒤집어 놓았다. 자신이 억지로 주도한 분위기와는 달리 그는 그저 숨 쉬듯 자연스럽게 한 행동이었다.

그러나 세레나는 이러한 현상에서 절망하기보다 오히려 안도했다.

그녀의 우상은 영원하다는 걸 똑똑히 확인한 셈이었으니.

‘반드시 해석할 거야.’

세레나는 자신의 향상보다 아드리아스의 실망이 더 두려웠다.

벗어 냈다고 생각한 아드리아스의 그림자는 어느새 더욱 깊게 그녀의 마음을 침식하고 있었다.

* * *

즉석에서 시험을 만든 나는 곧바로 크롬웰로 돌아왔다.

시험을 내고 일주일이라는 기간을 둔 것, 이것만으로 첫 학기에 내가 할 일은 다 했으니 아카데미에 남아 있는 애덤에게 연락이 오지 않는 한 여기서 볼일을 보고 돌아갈 생각이었다.

“근데 왜 몰래 와?”

내 옆에서 나란히 걷던 비비안이 이해할 수 없다는 표정으로 고개를 갸웃거렸다.

그녀의 말대로 난 지금 아무에게도 말하지 않고 크롬웰에 몰래 온 상태였다.

그 이유는 차마 비비안에게 말하기는 적절하지 않은 듯해 설명하지 않고 있었고.

“…….”

“말해 주지 않아도 돼.”

비비안은 아무렇지도 않게 고개를 끄덕이며 납득했다.

그녀는 내가 설명하지 않으면 그럴 만한 이유가 있구나 하며 나를 항상 배려해 주었기에 솔직히 양심에 찔렸다.

내가 몰래 온 건 정말 하찮은 이유 때문이었다.

‘에이미한테 잔소리를 듣기 싫어서라고 어떻게 말하냐.’

에이미라면 왜 교수가 아카데미를 땡땡이치냐고 뭐라 할 게 분명했다.

이걸 비비안한테 말한다고?

절대 불가능이다.

나도 남자인 만큼 비비안에게는 항상 멋진 모습만 보여 주고 싶었다.

‘어차피 영주 성 말고 다른 곳만 잠깐 들렀다가 가는 거니까.’

이번 목적지는 영주 성이 아니라 크롬웰에 위치한 어딘가였다.

얼마 전에 이사를 끝마친 내 스승 중 한 명이 거주하는 장소.

“할아버지 댁이네.”

“예.”

우리가 도착한 곳은 큰 오두막이었다.

그 크기가 웬만한 저택과 비슷했는데 따로 장식이나 양식도 없어서 밋밋한 건물이었다.

3개월 전에 지어진 이 건물은 비비안과도 몇 번 와 본 적이 있는 장소였다.

“아이고! 아이고!”

뜬금없는 곡소리에 고개를 돌려 보자 저 멀리서 쭈그려 앉은 채 허리를 두드리고 있는 누군가가 보였다.

“루나.”

손에 작은 농기구를 들고 열심히 꽃밭을 갈던 소녀가 본인의 이름을 듣고 내 쪽으로 시선을 돌렸다.

변장한 모습의 검은 머리카락이 인상적이었다.

“어! 친구!”

“금방 다시 뵙네요.”

루나가 함박웃음을 지으며 쪼르르 달려왔다.

그 모습이 비비안보다 1살 연상이라는 게 믿기지 않았다.

“비비안도 왔네! 아카데미 간다고 하지 않았어?”

“바쁘지 않아서 왔습니다. 마침 대부님께서 부르시기도 했고요.”

“잘 왔어!”

루나는 흙 묻은 손으로 얼굴의 땀을 닦으며 해맑게 우리를 반겼다.

이내 그녀는 모른에게 안내를 해 준다며 종종걸음으로 앞서 나갔다.

“비비안, 가시죠?”

“으, 응? 응.”

비비안은 루나를 발견한 시점부터 눈이 몽롱하게 풀려 있었다.

의외로 귀여운 것에 사족을 못 쓰는 비비안은 루나를 처음 봤을 때부터 항상 루나와 마주칠 때면 이렇게 넋을 놓고는 했다.

루나를 따라 오두막으로 들어가자 독특한 인테리어가 눈에 띄었다.

대부분 루나의 작품으로 조금 난해한 느낌이 풍겼다.

“할아버지! 아드리아스랑 비비안 왔어!”

항상 느끼는 거지만 남한테 말할 때는 내 이름을 제대로 불러 주는 게 묘했다.

시답잖은 생각을 하고 있을 때 모른이 인자한 미소로 우리를 반겨 주었다.

“어서 오려무나. 아카데미에서 이렇게 바로 와도 되는 것이냐?”

“괜찮습니다. 오히려 아카데미에 돌아갔다고 대부님을 소홀히 하는 일은 없을 겁니다.”

“허허. 나를 신경 써 주는 것은 좋다만 조금은 걱정이 되는구나.”

훈훈한 말이 잠깐 오고 간 뒤 본격적인 이야기가 모른의 입에서 흘러나왔다.

“저쪽에서 준비가 다 되었다는 연락이 왔단다.”

“준비가 너무 느렸습니다. 아마 다른 꿍꿍이가 있을 거예요.”

“지금이라도 발을 빼겠느냐? 상관은 없단다.”

일 얘기를 하는 와중에도 비비안이 함께 있었다.

지난 6개월의 변화 중 하나였다.

“저도 다른 패를 준비해야겠습니다.”

“에반을 부를 게냐?”

“에반은 지금 따로 하고 있는 일이 있습니다. 용병을 불러야겠어요.”

“용병?”

지난 6개월 동안 계속 간만 보며 신의 유적으로 우리를 꼬드긴 파이시.

이제 와서 준비가 다 되었다는 통보를 하는 걸 보면 내가 움직이기만을 기다린 모양이었다.

그녀가 정확히 뭘 꾸몄는지는 몰라도 방심할 생각은 없지.

“예. 적어도 3명 이상의 오러 마스터를 대동하면 아무 문제 없겠지요.”

“오러 마스터 3명? 그런 용병이 있단 말이냐?”

“예, 있습니다.”

그러고 보니 모른한테도 말한 적이 없었구나.

모른도 모를 전력인 만큼 파이시도 제대로 허를 찔릴 게 분명했다.

“한번 마음껏 수를 써 보라고 하죠.”

뛰는 놈 위에 나는 놈이 있다는 걸 알려 주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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