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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화 특성으로 최강 네크로맨서-242화 (242/415)

< 242화. 4번째 플레이어블 캐릭터 그리고 오리지널 마법 >

“올해 참가자는 총 123명으로 집계되었습니다.”

헥토르가 손에 든 종이를 확인하며 말했다.

보고를 듣던 황제는 포도알을 입에 넣으며 턱짓했다.

“많군.”

“전쟁에 참가한 학생들이 많은지라 졸업자가 올해 유독 많습니다.”

전쟁이라는 말에 황제의 얼굴이 구겨졌다.

이득 하나 없이 포상만 남발한 북부와의 전쟁은 그에게 좋은 기억이 아니었다.

“전쟁이라고 하니 옹기종기 모여 앉은 건방진 녀석들이 떠오르는군.”

“교묘하게 간을 보고 있습니다. 하지만 언제든 폐하께서 명령만 내리시면 저희는 바로 출진할 것입니다.”

“짐은 우매한 황제가 아니다. 아무리 짐의 제국이어도 다섯 개의 왕국 연합을 단숨에 깨부술 수는 없다는 걸 알고 있지. 하지만······.”

포도를 하나 더 입에 넣은 황제의 얼굴에 미소가 드리워졌다.

“곧 과실을 취하리라.”

“기대가 되옵니다.”

“그보다 올해 졸업자 목록에는 아드리아스 크롬웰도 있겠지?”

“그렇사옵니다.”

잠시 탁자를 두드리며 생각에 잠겨있던 황제는 천천히 입을 열었다.

“전날 들었던 보고에 의하면 드디어 처음으로 영지에 방문했다던데······.”

“그렇습니다.”

“짐의 예상보다 너무 늦었다. 혹시 원죄가 그곳에 있나 했지만 아무래도 처음의 예상이 맞았던 것 같군.”

“그 말씀은······.”

“애초에 가지고 있었을 확률이 높아. 어디에 보관했는지가 관건이겠어.”

“당장 계획을 실행할까요?”

여유로운 미소를 지은 황제는 손을 내저었다.

“이미 녀석은 짐의 손바닥 안이다. 조금 더 높은 곳에 올라가야 약점도 많아질 테니 지금은 나둬라.”

“알겠습니다.”

“그나저나 대단하군. 그 우둔한 녀석이 이렇게까지 성장할 줄이야. 원죄의 힘은 실로 놀랍구나.”

제국의 아카데미에서 지내는 이상 황제의 눈을 피할 수는 없었다.

보는 눈이 많아 건드릴 수 없지만 일거수일투족을 확인하기에는 좋은 위치.

게다가 그의 성장은 아카데미 성적으로 증명이 되니 파악하기 더욱 쉬웠다.

“짐이 녀석에게 굳이 크롬웰을 돌려준 이유는 그것뿐만이 아니지. 사람이란 지킬 게 많아질수록 강해지기도 하지만 도리어 약해질 수도 있는 법. 녀석은 명백히 후자다.”

“게다가 남서부 왕국 연합과 국경도 맞대고 있지요.”

“준비가 다 되는 순간이 기다려지는군. 그 전에 슬슬 작업을 먼저 쳐놓도록 하지.”

황제는 고개를 돌려 어딘가로 시선을 보냈다.

그가 시선을 준 방향에는 누군가의 별궁이 존재했다.

“미카엘라를 불러라.”

**

그림자 송곳니의 새끼들을 전부 영주성으로 데려온 지 일주일.

그동안 녀석들이 먹어치운 가축의 수만 수십 마리였다.

“상단을 운영하지 않았으면 감당도 못했을 거야.”

에이미가 투덜대며 아직도 눈을 못 뜬 새끼들을 바라봤다.

아직 눈도 못 뜬 것들이 고기를 먹는다는 게 웃겼지만 실제로 벌어지고 있는 일이라 웃을 일은 아니었다.

“돈값은 할 거야.”

“그렇겠지. 명마만 해도 수백억 윌에 달하는데 나중에 타고 다닐 수 있는 영물이라면 돈을 주고도 살 수 없으니까.”

“한 마리는 모하임에 보낼 거야.”

내 말에 에이미의 인상이 찌푸려졌다.

선물로 한 마리를 보내겠다는 말은 이미 저번에 했지만 그때도 반응이 좋지는 않았다.

“차라리 돈을 받고 파는 건?”

“오히려 선물로 줘야 마음에 부담을 줄 수 있어. 그건 나중에 돈보다 큰 보답으로 돌아올 거야.”

“하아, 아무리 그래도 영물인데. 게다가 때를 못 맞추면 길들일 수도 없는 귀한 녀석을 공짜로 준다니까 너무 손해처럼 느껴지네.”

에이미와 대화를 하고 있자 한참 새끼들을 만지고 있던 비비안이 고개를 돌려 나를 바라봤다.

“그 사람은?”

“연락은 닿았습니다. 아마 오늘 올 거예요.”

4번째 플레이어블 캐릭터이자 플레이어블 중 유일했던 소환사.

그녀는 크롬웰 상단과 에반의 정보력을 통해 금방 소재를 파악할 수 있었다.

마침 제국 내부에 있었기에 가능했는데 연락이 닿고 내 제안을 확인한 그녀는 곧바로 이곳으로 오겠다는 답변을 했었다.

‘알고 있던 그대로의 성격이라 다행이야.’

플레이어가 플레이할 때는 피도 눈물도 없게 진행할 수 있지만 기본적으로 그녀의 성격은 유순했다.

영물과 정령을 사역해서 그런지 성격이 다른 캐릭터에 비해 유독 착해빠졌는데 덕분에 그녀는 플레이어가 플레이하지 않을 때면 항상 남에게 속거나 죽는 경우가 많았다.

“각하, 손님이 오셨습니다.”

호랑이도 제 말하면 온다고 손님이 도착했다는 소식에 나는 고개를 끄덕였다.

“이쪽으로 안내하세요.”

“알겠습니다.”

이내 하인이 데리고 온 여인이 순박한 얼굴로 인사를 건넸다.

“만나서 반갑습니다, 각하. 드미트리 하옌이라고 합니다.”

“아드리아스 크롬웰입니다. 이쪽은 동생인 에이미 크롬웰, 그리고 이쪽은 호위 기사인 비비안 벨로칸.”

호위 기사라는 소개에 비비안의 얼굴이 살짝 상기되었다.

아직 기사 서약은 맺지 않았지만 딱히 소개할 말이 없어서 그런 건데 탑의 일정만 끝나면 빨리 서약을 맺어야겠다.

여인에게 어울리지 않는 드미트리라는 이름의 네 번째 플레이어블은 내 소개에도 시선은 뒤쪽에 있는 새끼들에게 향해 있었다.

그녀는 어쩔 줄을 몰라 하는 표정으로 두 손을 꼭 마주 잡고 바라보기만 했다.

“직접 확인해보시겠습니까?”

“네, 네? 네!”

실제로 보니 더 순진해 보이는 여인을 보며 나는 새끼들에게 다가갔다.

“듣기로 여러 영물을 키워보신 전적이 있다고 들었습니다.”

“네, 맞아요. 하지만 그림자 송곳니를 키워본 적은 없어요. 그리고 성체나 준성체를 본 적은 있어도 이렇게 눈도 못 든 새끼를 보는 것도 처음이에요.”

그새 그림자 늑대의 성체와 준성체를 본 적이 있는 건가.

그녀의 특성이 확실히 발동되고 있기는 한 모양이라 조금은 안도됐다.

“연락드렸다시피 우리 가문에서는 이 녀석들을 키울 조련사를 고용하려 당신을 불렀습니다. 혹시 가능하겠습니까?”

말은 이렇게 했지만 나는 그녀가 거절하지 않을 거라 확신했다.

그림자 송곳니의 갓 난 새끼들이 있다는 시점에서 이미 게임은 끝났지.

하지만 내 예상과는 달리 그녀는 곧바로 대답하지 않았다.

잠시 새끼들을 살펴보고 내게 허락을 맡은 뒤 이리저리 만져본 그녀는 한참을 그렇게 있다가 천천히 고개를 끄덕였다.

“고용해주신다면 이 아이들을 한 번 키워보겠습니다. 하지만 저도 그림자 송곳니를 키우는 건 처음이라 여러 애로사항이 있을 수 있어요.”

“언제든 여기 있는 제 동생에게 말씀하시면 편의를 봐드릴 겁니다.”

“만약 도중에 잘못된다고 해도······.”

“책임을 물리지 않겠습니다.

내 단호한 대답에 드미트리는 그제야 안심이 된 듯 길게 숨을 뱉으며 고개를 끄덕였다.

“앞으로 잘 부탁드립니다.”

“봉급에 관한 거나 필요한 예산 같은 경우 제 동생과 말씀을 나누십시오. 제 동생은 상단도 운영하고 있으니 필요한 물건도 말씀해주시면 바로 구해다줄 겁니다.”

그림자 송곳니도 그림자 송곳니였지만 또 하나의 플레이어블 캐릭터를 손쉽게 얻은 느낌이라 기분이 좋았다.

덕분에 미소를 자주 짓자 옆에 있던 비비안이 은근슬쩍 내 시야를 가리고 섰다.

그리고는 내 얼굴을 뚫어지게 쳐다보는데 갑자기 분위기가 어색해져 자리를 마무리 지었다.

“앞으로 잘 부탁드리겠습니다.”

“네, 각하.”

이내 에이미가 드미트리를 데리고 집무실로 갔다.

그 와중에 나는 여전히 내 얼굴을 바라보고 있는 비비안에게 물었다.

“혹시 제 얼굴에 뭐가 묻었습니까?”

“웃는 모습이 보기 좋아서.”

“그렇습니까?”

“아드리아스는 잘 웃지 않으니까.”

그랬나?

딱히 감정을 보이려고는 안하지만 그렇다고 비비안에게까지 감정을 숨긴 적은 없다고 생각하는데.

“혹시 저 여자가 마음에 들었어?”

“예?”

“잘 안 웃는데, 웃었잖아.”

나는 왠지 모를 한기를 느끼며 신중히 대답을 골랐다.

직감이라고 해야 할까, 본능이라고 해야 할까.

여기서 대답을 잘못하면 안 될 것 같은 예감이 들었다.

“영물을 사육할 수 있는 능력을 가진 사람은 매우 드뭅니다. 마침 운 좋게 사육사를 구해서 기뻤습니다.”

“응.”

“······그리고 기르게 된 새끼 중 하나는 비비안의 몫입니다. 더욱 기쁠 수밖에 없지요.”

“한 마리는 내 거야?”

“물론입니다.”

어차피 줄 생각이었는데 마침 화제를 돌릴 수 있어서 다행이었다.

그녀는 곧바로 새끼들에게 시선을 돌리며 자신의 소유가 될 녀석을 고르기 시작했다.

“내가 골라도 돼?”

“예. 아무래도 그게 낫겠죠.”

이미 고른 것 같은데 굳이 물어보네.

그녀는 새끼들 중에서도 유난히 칙칙하고 음침해 보이는 녀석을 골랐다.

“얘로 할게.”

“이름도 지어주시죠.”

“아드리아스 2세.”

“······.”

굳이 내 이름을 붙이는 그녀의 저의를 나는 도저히 알 수 없었다.

**

드미트리는 봉급을 크게 부르지 않은 모양이었다.

애초에 그림자 송곳니의 새끼들을 키울 수 있다는 사실만으로도 기쁜 모양이었다.

덕분에 그녀를 향한 에이미의 호감도도 굉장히 높아졌다.

“이 아이들을 성체가 될 때까지 키우면 번식도 가능할 것 같아요.”

새로 영입한 인재인 만큼 함께 저녁식사를 하는 자리에서 갑자기 꺼낸 말이었다.

“번식?”

“네.”

“영물을?”

“네.”

물론 게임에서도 드미트리를 플레이하면 여러 영물들을 번식하고는 했었다.

오히려 그런 식으로 뛰어난 개체만을 선별해서 데리고 다녔었지.

하지만 그건 엄연히 게임 속에서의 일들.

시스템적 허용이라고 생각했었다.

“근친교배는 당연히 아니니 걱정하지마세요. 마침 제가 아는 분이 수컷 그림자 송곳니를 키우시는 분이 계셔서 그쪽이랑 짝을 지어주면 될 것 같아요.”

암컷이 4마리에 수컷 2마리라고 했다.

만약에 그녀의 말대로 번식이 가능하다면 정말 놀라운 일이 될 수 있었다.

‘그림자 송곳니 기사단을 만들 수 있으려나.’

상상만 해도 등골이 오싹하군.

그림자 송곳니 자체의 전투력도 무시무시했기에 만약 전쟁 같은 곳에서 활약한다면 적에게 오러 마스터나 워록이 없는 이상 무적의 전차가 될 수 있었다.

“그게 만약 가능하다면 충분히 값을 치르지요.”

“아닙니다. 돈 때문에 하는 게 아니라 그저 제 숙명입니다.”

여전히 순진한 소리를 해대는 게 왜 플레이어가 컨트롤하지 않으면 개복치처럼 죽는지 알 것만 같았다.

이번 생에는 내가 제대로 굴려주마.

“성체가 되는 데까지는 얼마나 걸릴까요?”

“평범한 생물은 아니다보니 금방 자라요. 제가 알기로 1달이면 눈을 뜨고 그 시점부터는 폭발적으로 성장해서 1년이면 성체가 될 거예요.”

이미 알고 있는 내용이었지만 일부러 물어봤다.

함께 자리하고 있는 에이미나 비비안도 알고 있어야지.

그리고 어느새 살렘도 와있고.

“언제 오셨습니까?”

드미트리의 이야기를 듣고 있다가 기척도 없이 나타난 살렘에게 물었다.

함께 있던 이들도 그제야 살렘이 있는 걸 보며 놀라워했다.

특히 비비안이 두 눈을 크게 뜨며 경계하는 게 인상적이네.

“별 특이한 것들을 데려왔더군.”

“운이 좋았습니다. 바쁘시다고 들어서 일부러 방문을 미뤘는데 여유가 조금 생기셨습니까?”

“뻔뻔한 놈아, 네가 만든 논문을 이제 확인했다. 밥 다 먹으면 바로 내 연구실로 와라.”

살렘은 그 말을 끝으로 유유히 사라졌다.

안 그래도 제어와 관련된 마법을 창작하고 있었는데 그에게 도움을 좀 받아봐야겠다.

이왕이면 탑을 오르기 전에 완성시키고 싶으니까.

‘오리지널 마법.’

워록의 경지가 코앞으로 다가오고 있었다.

< 242화. 4번째 플레이어블 캐릭터 그리고 오리지널 마법 >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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