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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화 특성으로 최강 네크로맨서-236화 (236/415)

< 236화. 발표 >

기사학부와는 달리 마법학부 졸업반의 졸업 논문은 때를 가리지 않았다.

그렇기에 발표도 논문이 준비되는 대로 바로 진행이 이루어졌다.

마법 논문과 같은 경우 실제로 마법 시연을 펼치기에 넓은 장소에서 이루어졌다.

실전성을 강조하는 학문다운 일이었다.

세간에 풍파를 일으켰던 논문의 발표일.

널찍한 연설회장에는 벌써부터 수많은 학생들이 몰려들었으며 미리 도착해있는 교수들도 있었다.

“안녕하세요, 교수님.”

“오! 루시아 학생. 발표 준비는 잘 됐습니까?”

“네. 여기 발표 자료입니다.”

“기대가 되는군요! 어제는 밤을 샐 정도였습니다.”

“기대해주셔서 감사합니다. 실망시키지 않을게요.”

여전히 졸린 표정을 한 루시아가 교수들이 착석할 자리에 미리 자료를 배부했다.

논문의 전문과 발표 진행 순서 등이 적힌 종이였다.

이내 시간이 지날수록 몰려든 인원들로 인해 소란스러워지고 마침내 연설회장은 만석을 채웠다.

그 모습을 바라본 실베크 교수가 고개를 끄덕였다.

“몇 년 만에 이곳이 학생들로 가득 찬 건지 모르겠군.”

“제가 재학 중일 때는 단 한 번도 없었던 걸로 아는데 교수님은 보신 적 있으신가요?”

실베크의 조교인 에드나가 문득 궁금하다는 듯 물었다.

“솔직히 말하면 마법 시연으로 사고가 난 덕분에 만석이 되었던 적은 있지만 이렇게 논문 때문에 모인 건 나도 처음 보네.”

실베크는 손에 들린 자료를 천천히 넘겼다.

이전에 일부 자료를 받았던 이들이라면 그토록 원했던 논문의 전문이 그곳에 적혀있었다.

“발표가 시작되기 전에 먼저 훑어봐야겠군.”

“궁금하네요. 안 그래도 주변에서 이걸로 말이 많았는데 이론상으로는 가능해보여도 실제로 구현하는 건 별개의 일이다보니······.”

“그러니 아드리아스 학생도 디에네 학생과 루시아 학생을 끌어들인 것 아니겠나?”

“그렇겠죠?”

“두 눈으로 직접 확인해보면 되겠지.”

드디어 교수들도 모두 참석했다.

학부장인 베리얼은 물론이고 데오스 교장과 바하트 알븐까지 참여했다.

마침 근처에 자리했던 실베크는 에드나와 함께 자리에서 일어나 냉큼 인사를 했다.

“아이고, 마탑주님. 어서 오십시오.”

“실베크? 오랜만이군.”

“근처에 있는데도 자주 찾아뵙지 못해 죄송합니다.”

“찾아오긴 뭘 찾아와. 마탑이 아무나 들르는 곳인가? 내가 부른 사람만 올 수 있는 곳이야.”

평소와 같은 바하트임을 확인한 실베크는 그저 어색하게 웃으며 다시 자리에 앉았다.

그런 실베크를 향해 바하트가 물었다.

“어떻게 생각하나.”

“이 논문 말씀이십니까?”

“그래.”

“놀랍죠. 사실 어떻게 이 발상으로 올바르게 나아갔는지 의문일 정도입니다.”

“그렇지. 마치 정답을 이미 알고 있는 것처럼 말이야.”

바하트의 말에서 미묘한 뉘앙스를 포착한 실베크는 의문이 담긴 음성으로 물었다.

“그 말씀은······?”

“그냥 해본 말일세. 솔직히 그렇지 않나? 자네 말대로 이 발상 자체는 누구나 해봄 직하네. 하지만 확신을 가지고 파고 들어서 이만한 성과를 내기에는 터무니없는 일이지.”

바하트가 나직하게 말했다.

“타인의 마법을 빼앗는다? 이게 상식적으로 말이 되는 일인가?”

그의 입에서 나온 이번 논문의 내용에 근처에 있던 교수들과 그 조교들이 고개를 끄덕였다.

이번 논문의 핵심은 그야말로 마법계의 상식을 뒤엎는 내용이었다.

“근데 웃긴 건 꽤 그럴 듯하게 설명을 해놨다는 말이야. 그것도 꽤나 오래 전부터 연구한 것처럼 명확하게.”

“다 읽어보신 겁니까?”

“내 딸이 누군가?”

“아, 그렇군요.”

디에네에게 미리 논문을 전달받았다고 말하는 바하트를 보며 실베크는 더욱 이 논문을 읽고 싶어졌다.

하지만 바하트와 대화중이었기에 욕망을 억눌렀다.

“그래서 나는 혹시 아드리아스 녀석이 고대의 지식을 습득한 건 아닌가 생각했다.”

“고대의 지식이라면 그럴듯하군요.”

“마법적 수준을 따지면 지금이 더 진일보했겠지만 그 당시에만 존재했던 지식들도 많으니 말이야.”

바하트가 히죽이며 말했다.

“뭐, 그런 건 상관없겠지. 결국 찾은 사람이 임자니.”

“그렇지요. 게다가 그 지식이 실제로 있었다고 해도 온전했다면 아드리아스 학생이 혼자 논문을 작성했을 것 같습니다.”

“글쎄. 녀석은 워낙 영악해서 그건 잘 모르겠군.”

바하트의 말에 실베크가 고개를 갸웃거렸다.

“영악하면 혼자 공을 세웠겠지 않겠습니까?”

“오히려 영악해서 내 딸과 루시아 에버라스트를 끌어들였다는 생각이 들거든. 이것도 나 혼자만의 생각이니 무시하게. 흐흐.”

실베크는 잠시 저울 해보았다.

이 엄청난 논문의 단독 저자가 되는 것이 이득인지, 아니면 바하트의 말대로 저 둘을 끌어들인 게 이득이었는지.

‘결국 제 1저자로 아드리아스 학생이 이름을 올렸으니 그다지 손해는 아니군.’

어쩌면 바하트의 말이 맞을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

시간이 되었다.

사람들이 숨을 죽이며 단상 위를 바라보고 있자 루시아가 먼저 나왔다.

“에에, 이번에 운 좋게 제 3공동저자로 이름을 올리게 된 마법학부 4학년 루시아 에버라스트입니다. 곧 있으면 발표를 시작할 테니 기다려주시면 감사하겠습니다.”

졸린 눈을 비비며 불량한 태도로 말함에도 그 누구 하나 숨소리도 내지 않았다.

이내 그녀가 단상 뒤로 사라지고 약간의 시간이 흐르자 드디어 기다리던 인물들이 등장했다.

“많이도 오셨군요.”

아드리아스 크롬웰.

그는 여전히 허리춤에 검을 맨 채 등장했다.

교수들이 모인 곳에 목례를 한 그는 대중들을 바라봤다.

“제가 오늘 발표할 것은 조금 생소한 개념일 겁니다. 기존의 마법과는 다르죠.”

“기존의 마법과는 다르다는 게 구체적으로 어떤 의미인가?”

발표를 하려던 아드리아스의 말을 누군가가 막았다.

동서고금을 막론하고 잘 나가는 인물에게는 언제나 질투를 하는 자들이 있었다.

지금의 질문을 한 베이커 교수도 그 중 하나였다.

“베이커 교수님이시군요. 지금은 질문을 받을 시간이 아니지만 일단 상대해드리죠.”

순간 수많은 질타의 시선이 베이커에게 몰렸다.

하지만 베이커는 오히려 자신이 역경을 헤치는 영웅이 된 기분을 느끼며 눈빛에 굴복하지 않았다.

“교수님께서는 기초 원소를 가르치시죠?”

“그렇지.”

“기초 원소, 편하게 원소라고 하죠. 교수님께서 가르치시는 원소는 어느 분류에 속하나요?”

“원소? 원소에 분류가 어디 있나? 원소 자체가 대분류에 속하거늘.”

베이커가 한심하다는 듯 아드리아스를 비웃자 아드리아스가 고개를 저었다.

“교수님께서 가르치시는 원소는 ‘순수’에 분류되는 걸로 압니다만.”

“그건 기원이지 않나? 분류라고 하니 못 알아듣지!”

“그렇다면 정정하겠습니다. 원소는 기원 중에서도 순수에 속하지요, 맞습니까?”

“그래.”

고개를 끄덕이는 베이커와 다르게 주변의 시선은 점점 아드리아스에게 몰리더니 이윽고 경악한 표정이 되어갔다.

뒤늦게 그 분위기를 눈치 챈 베이커가 고개를 갸웃했다.

“내가 무언가 잘못 말했나?”

“아닙니다. 그저 모두들 깨달은 거겠죠.”

“깨닫다니? 도대체 무얼?”

“교수님께서 묻지 않으셨습니까. 기존의 마법과는 구체적으로 뭐가 다르냐고. 그리고 전 원소의 기원을 물어봤습니다.”

“기원······?”

잠시 당황한 베이커도 이내 아드리아스가 한 말에 의미를 깨닫고 얼굴이 창백하게 질려가기 시작했다.

“거, 거짓말······. 그게 가능할 리 없어!”

“판단은 저희의 발표를 모두 보고 나서 하시죠. 저도 학생의 신분인 만큼 확신은 없습니다. 그저 짐작만 하고 있을 뿐이지.”

“지금 자네는 미친 말을 하고 있는 거야! 어찌 그리 오만한······. 고작해야 학생이 새로운 기원을 찾았다고 주장하는 건가!”

베이커의 말이 터져 나오자 그제야 실감한 사람들이 웅성거렸다.

기원.

그것은 마법의 뿌리와 같은 것.

사람들은 지금까지 3가지의 기원을 뿌리로 둔 마법들에만 익숙해졌다.

그렇기에 또 다른 기원의 출현은 엄청난 파장을 일으켰다.

“새로운 게 아니라 원래 있었던 것뿐입니다. 그간 발견하지 못했을 뿐이지요. 교수님도 알고 계실 텐데요.”

“발견했다는 말 자체가 오만하단 소리다!”

고대 시대에는 세 가지 기원이외에도 다른 기원들이 존재했음은 마법사라면 모두가 아는 상식이었다.

하지만 그 누구도 유실되어버린 다른 기원들을 발견하지 못했었다.

“그러니까 지금부터 두 눈으로 직접 확인해보십시오. 제가 발견한 것이 기존의 기원과 뿌리를 같이하고 있는 건지.”

아드리아스의 말이 끝나자 디에네가 나타났다.

그리고는 작성한 논문을 설명하기 시작했다.

“인사만 마치고 실전을 맡기로 한 아드리아스 학생의 말이 길어졌네요. 지금부터는 제가 설명하겠습니다.”

디에네는 특유의 기품 어린 행동과 말투로 좌중을 압도했다.

그리고는 한 치의 망설임도 없이 부드럽게 설명을 해나가기 시작했다.

듣고 있는 사람들은 충격에서 헤어 나오지 못하고 정신없이 그녀의 말을 경청하기 시작했다.

“······이로 인해 마나의 배열은 어느 정도 발견할 수 있었지만 술식은 더욱 연구가 필요한 상태입니다. 단지 특이한 점은 다른 마법들은 그저 내부만 통제했던 것과 달리 이번 발견은 외부와 내부의 통제가 모두 필요하다는 점이었습니다. 그렇기에 마나의 배열도 훨씬 고차원적인 측면에서 계산을······.”

그녀의 설명이 길어질수록 필기를 하던 학생들의 표정이 굳어갔다.

그들은 교수들이 들고 있는 자료를 부럽다는 듯이 쳐다보며 애써 발표에 집중해나갔다.

“설명은 여기서 마무리 하겠습니다. 그러면 이제 아드리아스 학생의 시범이 있겠습니다.”

이내 한 쪽에서 졸고 있던 루시아가 아드리아스와 마주 보며 섰다.

그리고 곧 루시아가 조그만 빛덩이를 만들었다.

“디에네 학생에게 이미 설명을 들으셨겠지만······.”

그리고 그 빛을 향해 아드리아스가 집중하며 입을 열었다.

“가장 중요한 건 자신의 마나를 얼마나 통제할 수 있느냐, 그리고 외부의 마나를 얼마나 통제할 수 있느냐입니다.”

빛덩이가 흔들렸다.

마치 누군가가 쥐고 흔들 듯 격렬한 움직임을 보이던 빛덩이는 이내 끈이 끊긴 것처럼 툭하고 아드리아스 쪽으로 다가오더니 얌전히 공중에 떴다.

“거짓말······.”

그 광경을 지켜본 사람들은 입을 벌린 채 말을 잃었다.

가짜라고 하기에는 그들도 마나의 움직임을 정확히 느꼈다.

“이제 이 마법은 제겁니다.”

“말도 안 돼!”

베이커가 소리치며 일어섰다.

그러자 아드리아스는 자리에서 일어난 베이커에게 말했다.

“아직은 숙련도가 부족해서 실전에서 사용하지는 못합니다. 그리고 이 논문에 따르면 피시전자도 충분한 연습을 통해 대비가 가능하기에 더욱 어려울 수밖에 없고요. 일단 믿기 힘드시겠으면 베이커 교수님께서 좀 도와주시겠습니까?”

“내 마법을 뺏어보겠다고? 그래, 해봐라!”

베이커가 곧바로 마법을 사용했다.

곧이어 커다란 고드름이 허공에 생성되었다.

그리고 베이커는 곧바로 느꼈다.

“으헉!”

생전 처음 느껴보는 생소한 감각.

그것은 자신의 마법과 연결된 고리가 흔들리는 기분이었다.

“이, 이게 정말로······.”

그동안 마법을 사용해오며 마법과 자신 사이에 연결된 고리 따위는 느껴본 적 없었다.

하지만 그 연결 고리의 실체를 아드리아스의 간섭으로 생전 처음 깨달았다.

뚝-

이내 무언가가 끊어지는 느낌과 함께 베이커의 마법이 통제를 잃었다.

그리고 자신의 의사와는 다르게 허공을 유영하며 아드리아스에게 날아가는 고드름을 보며 베이커는 지리고 말았다.

“아아······.”

“어떻습니까? 느껴지십니까?”

아드리아스의 물음에도 베이커는 대답할 수 없었다.

“보신 바와 같이 이건 다른 기원들과는 전혀 다른 방식의 마법입니다. 앞으로 연구를 할수록 무궁무진한 가치를 지닌 마법들이 연구될 수도 있겠죠. 예를 들어······.”

아드리아스가 고드름을 디에네 쪽으로 날렸다.

그러자 디에네는 인상을 찌푸리며 마나를 사용했다.

“방금 보신 건 마법의 양도입니다. 물론 서로 간의 이 새로운 기원에 대한 마법적 숙련도가 필요하죠.”

“마법을 타인에게 줬다고······?”

누군가의 중얼거림에 아드리아스가 고개를 끄덕였다.

“그렇습니다. 타인에게 빼앗을 수도 있지만 반대로 양도할 수도 있죠. 자신이 사용하지 못하는 마법이라도 타인에게서 양도 받으면 일회성으로 사용할 수 있습니다. 연구와 발전에 따라 다르겠지만 일회성이 아니게 될 수도 있겠지요.”

그 말이 끝나자 연설회장은 발칵 뒤집어졌다.

< 236화. 발표 >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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