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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화 특성으로 최강 네크로맨서-232화 (232/415)

< 232화. 발상의 전환 >

마법학부 1학년인 달리아 메든은 벤치에 앉아 한숨을 내쉬었다.

그런 그녀의 주변에는 낯선 이들이 아카데미 부지를 걸어 다니고 있었다.

“달리아, 여기서 뭐해?”

마침 기다리고 있던 그녀의 동기가 다가와 물었다.

달리아는 그런 동기에게 어색하게 웃으며 말했다.

“안녕, 에일리. 그냥 좀 쉬고 있었어.”

“수업은?”

“방금 끝났지.”

“점심 먹으러 안 가?”

“으응······. 가야지.”

달리아가 꼼지락거리며 고개를 끄덕였다.

그런 그녀의 모습에서 무언가를 눈치 챈 에일리가 웃으며 말했다.

“같이 먹으러 갈래? 식당에 가고 있는 중이었는데.”

“어? 어. 갈래.”

전쟁으로 인해 비틀린 아카데미 일정은 많은 학생들에게 영향을 주었다.

특히 올해 신입생들의 경우 아카데미에 적응하지 못하는 이들이 속출했다.

내성적인 성격의 달리아도 이 경우에 속했다.

“뭐 먹을래?”

“에일리는?”

“글쎄. 오늘은 뭘 먹을까. 파피유 샐러드랑 그라니체 파스타 먹어야겠다.”

“그럼 나도······.”

둘은 주문한 음식을 들고 적당한 자리를 찾아 앉았다.

그 사이 식당은 사람들이 들어차며 붐비기 시작했다.

“아카데미에 오기 전까지만 해도 이렇게 사람이 많은 곳에서 같이 밥을 먹을 줄은 몰랐는데 신기하네.”

“부, 불편하지 않아?”

“응? 아, 처음에는 조금 그랬는데 이제는 익숙해졌지. 이틀만 지나니까 내 집같이 느껴지더라.”

“와, 대단하네.”

“대단할 것까지야. 그것보다 달리아.”

“응?”

“혹시 괜찮다면 동아리 활동이라도 해. 너한테 꽤 도움이 될 걸?”

동아리 활동.

달리아는 나직이 되뇌었다.

아카데미에는 취미를 위한 동아리부터 학업과 관련된 동아리까지 다양한 모임이 있었다.

올해에는 전쟁으로 인해 흐지부지되었었지만 매년 학기 초에는 항상 동아리 부원을 모집하는 이들로 가득했다.

부원이 늘수록 아카데미에서 지원해주는 것이 많아지기에 당연한 이야기였지만 소소한 모임도 꽤 많았다.

“뭐 관심 있는 취미는 없어? 뭐, 취미가 아니어도 마법 연구랑 관련된 동아리도 많으니까 관심 있는 걸 위주로 한 번 찾아봐.”

“에일리도 동아리 가입했어?”

“사실 나도 알아보고 있는 중이거든. 작년까지만 해도 동아리 권유가 많았다고 하는데 올해는 우리가 직접 찾아다녀야 하네.”

그때 식당이 살짝 소란스러워지더니 어느 한 곳을 향해 붐비기 시작했다.

“디에네 선배님이시네. 오늘도 여전하시구만.”

에일리가 미소를 지으며 그곳을 바라봤다.

디에네라는 말에 달리아도 따라서 시선을 돌리자 그곳에는 그녀가 동경하던 졸업반 선배가 지인들을 데리고 함께 식당 안으로 들어오는 모습이 보였다.

“디에네 선배님. 정말 멋지지.”

“너 디에네 선배님 좋아해?”

“어? 어, 그, 좋아한다기보다 존경한다고 해야 하나······.”

“존경스럽지. 나도 토너먼트 때 홀딱 빠졌다니까.”

“맞아! 엄청 멋있으셨어!”

살짝 흥분해서 말하는 달리아를 웃는 낯으로 바라본 에일리가 은근히 속삭였다.

“그거 알아? 원래 졸업반 선배님들은 졸업 때문에 동아리 활동을 잘 안하시거든. 근데 디에네 선배님은 아직도 동아리 활동 하신다?”

“무슨 동아리?”

“내가 알기로 두 개나 가입하셨는데 하나는 기사 문학 동아리였나? 그리고 나머지 하나는 차원 연구 동아리.”

달리아는 다시 고개를 빼꼼 치켜들고 디에네를 보았다.

그리고는 에일리에게 물었다.

“차원 연구 동아리. 가입할까?”

“그건 네가 결정해야 하지. 난 폭발 마법에 관심 있어서 그쪽으로 가려고.”

“으음······.”

잠시 고민하던 달리아는 이내 고개를 끄덕였다.

“차원 연구 동아리 들어가야겠다.”

“그래. 근데 내가 알기로 거긴 디에네 선배님 때문에 인기가 많아서 시험을 보고 합격해야지 들어갈 수 있어.”

“뭐어?”

“그래도 겁먹지 마. 한 번 봐보기라도 해.”

시험이라니······.

달리아의 표정이 울상이 되었다.

**

모든 일과가 끝나고 저녁을 먹기에는 조금 이른 오후.

달리아는 조심스레 연구동에 있는 차원 연구 동아리에 도착했다.

건물 하나를 통째로 사용하고 있는 어마어마한 광경에 살짝 기가 눌렸지만 그녀는 마른침을 삼키며 천천히 건물 안으로 들어갔다.

“어서 와요. 아! 달리아구나.”

“아, 안녕하세요, 레이 선배님.”

안으로 들어서자 가장 먼저 마주친 인물이 반갑게 맞아주었다.

마법학부 3학년인 레이, 전공은 전기 원소였다.

“어쩐 일이야? 가입하려고?”

“가능할까요?”

“잠시만 기다려봐. 아카데미 일정이 꼬여서 입부 기간이 어떻게 되는지 모르거든.”

레이가 달리아만 남기고 안쪽으로 들어가자 뻘쭘해진 소녀는 건물 안을 둘러보았다.

이제 막 강의가 끝난 시간이라 그런지 한산한 동아리 건물 내부에는 역대 동아리 회장들의 조각상이 전시되어 있었고 그중에는 디에네의 조각상도 있었다.

“아, 선배님이 회장이셨구나.”

“회장? 저 불렀어요?”

옆에서 갑자기 들려온 말에 달리아는 화들짝 놀라며 물러섰다.

그곳에는 어느새 자리하고 있는 디에네 알븐이 귀엽다는 듯 미소 지은 채 서있었다.

“디, 디에네 선배님!”

“네, 제가 디에네 알븐, 이 동아리의 회장이에요. 이름이 뭐죠?”

“마법학부 1학년 다, 달리아 메든이라고 합니다.”

“달리아. 여긴 어쩐 일이세요?”

“도, 동아리 입부를 희망해서 왔습니다.”

마치 군기가 바짝 든 신병처럼 대답하는 달리아를 보며 디에네가 웃음을 터트렸다.

그리고는 애써 웃음을 막으며 손을 저었다.

“미안해요. 달리아가 너무 귀여워서 실례를 했네요.”

“괘, 괜찮습니다. 오히려 예쁘게 봐주셔서 감사해요.”

“입부를 희망한다고 하셨죠? 저희 동아리는 시험을 치러야 입부할 수 있는데 알고 계신가요?”

“알고 있습니다.”

“좋아요. 그럼 시험을 치르죠.”

그때 마침 안에 들어갔던 레이가 나오며 디에네에게 인사를 했다.

“선배님 오셨어요?”

“네. 마침 입부희망자가 오셔서 시험을 시작할게요.”

“아, 입부기간에 대해 알아본다고 잠시 들어갔었는데 선배님께서 오셨으니 괜찮겠네요.”

달리아는 둘의 대화를 유심히 지켜보며 긴장했다.

내성적인 그녀는 평가를 받고 입부 여부가 결정된다는 것이 큰 부담이었다.

그렇다고 포기할 수는 없었기에 애써 숨을 고르며 차분해지려 노력했다.

“그렇게 긴장하실 필요는 없어요. 간단한 거니까.”

디에네가 미소 지으며 말하자 조금은 긴장이 풀린 달리아가 고개를 끄덕였다.

“아시다시피 이곳은 차원 연구 동아리에요. 차원이라는 방대한 주제를 가지고 연구를 하죠. 그렇지만 그 중에서도 기초라고 할 수 있는 좌표 공간에 대한 시험을 낼 거예요.”

디에네가 손짓하자 허공에 빛 덩어리가 생겨났다.

“저희는 마법을 생성한 이후 발사, 폭발, 작용 등의 결과물로 나타내죠. 그러나 그 모든 건 치밀한 좌표 계산 끝에 나와요. 물론 이렇게 본능적으로 어딘가에 마법을 생성해야겠다고 마음만 먹어도 만들어지지만 실전에서 사용할 때랑은 많이 다르죠. 저희가 마법을 사용할 대상은 가만히 있지 않으니까요.”

디에네가 만들어낸 빛 덩어리가 조금씩 움직이기 시작하더니 빠른 속도로 주위를 돌아다니기 시작했다.

그 속도가 굉장히 빨라 눈에 잡히기도 힘들 정도였다.

“좌표를 계산하는 것만으로도 힘들지만 우리는 상대의 움직임을 미리 예측까지 해야 해요.”

말을 이으면서 디에네는 연속으로 빛 덩어리를 만들어냈다.

10개나 되는 빛 덩어리가 만들어지며 주변을 날아다니기 시작했다.

“제가 만들어낸 이 빛 덩어리. 이 중에서 하나라도 소멸시키는데 성공하시면 합격입니다.”

“아아······.”

달리아는 난색을 표했다.

1학년에 불과한 그녀는 이론적인 공부는 수없이 해왔지만 이러한 실전에 가까운 경험은 전무했다.

기껏해야 가만히 서있는 허수아비나 위력 측정용 아티팩트를 상대로 마법을 던져본 적은 있지만 이렇게 빠르게 움직이는 물체들을 상대하는 건 처음이었다.

“이런.”

옆에서 지켜보던 레이도 관자놀이를 긁적였다.

입부 시험은 디에네가 즉흥적으로 내기에 매 번 달랐지만 이번만은 그 난이도가 높은 느낌이었다.

지금의 그로서도 디에네가 엄청난 속도로 계산해서 움직여내는 빛의 움직임을 따라가기 벅찰 정도였으니.

“시간은 5분. 꽤 넉넉히 드렸어요.”

10개의 빛 덩어리를 조종하면서도 여유롭게 미소 짓는 디에네를 보며 달리아는 마음을 다시 다잡았다.

저렇게 대단한 선배와 함께 연구를 한다는 것은 꿈에도 그리던 일.

달리아의 마력이 움직이기 시작했다.

“흡.”

빠르기로는 정평이 난 번개마법이 그녀의 지팡이 끝에서 사출되었다.

파지직!

그러나 단순하게 직선으로 나가는 번개마법은 관성조차 무시하며 움직이는 빛을 건드리지도 못했다.

결국 그녀는 방법을 달리해 바람 마법을 사용하기 시작했다.

후우웅---

훨씬 범위가 넓어진 마법은 빛들을 스쳐지나갔다.

하지만 그 위력은 빛을 소멸시키기에는 너무나 부족했다.

“4분 남았어요.”

디에네의 냉정한 말에 달리아의 마력이 빠르게 순환했다.

어떻게 해서든 저 중 하나만이라도 소멸시켜야 했다.

다시 한 번 여러 마법이 터져 나왔다.

하지만 대부분 빛 덩어리를 건드리지도 못하거나 건드린다고 해도 위력이 터무니없이 낮았다.

“2분 남으셨어요.”

“하아, 하아······.”

3분 만에 이미 탈진이 될 정도로 마력을 사용한 달리아는 입에서 느껴지는 단내를 느끼며 주먹을 움켜쥐었다.

도대체 어떻게 하면······.

“마법은 결국 마나로 발동되지.”

뚜벅뚜벅-

갑자기 누군가가 건물 안으로 들어오며 말했다.

“그 마나를 사용하는 주체는 항상 존재해. 마법진이 사용하는 마법이든 마법사가 사용하는 마법이든 별로 다를 건 없어.”

“아드리아스 선배님?”

레이가 놀란 목소리로 나타난 자를 불렀다.

그러나 아드리아스는 들은 척도 하지 않고 주먹을 움켜쥐고 있는 달리아에게 말했다.

“네 실력으로 디에네의 마법을 쫓을 수 있다고 생각한 거야? 너무 정직하군.”

“아, 아드리아스 크롬웰 선배님.”

“그럴 때는 편법을 사용하는 거야. 다른 말로는 발상의 전환이라고 하지.”

갑자기 등장한 아드리아스로 인해 혼란스러운 건 디에네도 마찬가지였다.

지금까지 단 한 번도 동아리 건물에 찾아온 적이 없던 그가 왜 갑자기 나타났나 의문이었다.

“디에네. 제가 디에네가 만든 10개의 구체를 모두 없앨 수 있다면 믿으시겠습니까?”

“갑자기 찾아와서 왜 그러는지는 모르겠는데 할 수 있으면 해봐.”

“그럼 보여드리죠.”

아드리아스가 가만히 선 채 마나만 움직였다.

그러자 순식간에 터져 나온 빛이 건물 안을 가득 매웠다.

“윽.”

“뭐, 뭐야?”

당황한 레이가 소리치고 달리아는 갑작스런 빛에 눈살을 찌푸렸다.

“좌표 공간을 감각으로만 알 수 있는 데는 한계가 있습니다. 시각적인 의존도가 굉장하죠.”

아드리아스의 빛 마법은 공간을 가득 채웠다.

덕분에 디에네의 빛 덩어리들은 아드리아스의 마법에 삼켜져 어디에도 보이지 않았다.

하지만 디에네는 자신이 사용한 마법과의 연결을 제대로 느끼고 있었다.

“소용없어.”

“과연 그럴까요.”

아드리아스가 슬며시 이를 드러내며 웃었다.

그러자 디에네는 알 수 없는 불안감을 느끼며 아무것도 보이지 않는 공간에 있는 구체를 마구 움직였다.

“처음에 말했듯이 결국 마나를 사용하는 주체가 존재합니다. 그건 모두가 알고 있죠.”

“뭘 하려는 거야. 날 직접 공격하려고?”

“그럴 리가요.”

그 순간.

팅--!

디에네는 갑자기 자신의 마법을 끌어당기는 제 3의 힘을 느낄 수 있었다.

“에?”

너무나 당황한 나머지 이상한 소리가 입 밖으로 나오고.

이내 그녀의 빛 덩어리들은 동시에 그런 압박을 받기 시작했다.

“이게 대체 무슨······.”

“요즘 제가 연구하고 있는 겁니다. 이것 때문에 오늘 디에네를 찾아온 거기도 하고요.”

강력한 압박은 이내 압도적인 마나량의 차이로 질식해올 듯 밀려들어왔다.

결국 팽팽하던 줄다리기는 압박을 이겨내지 못한 디에네의 포기로 끝이 났다.

퍼버버벙!

빛으로 둘러싸여 아무것도 보이지 않는 공간 안에서 무언가가 터져나가는 소리가 들려왔다.

“이건, 뭐야, 아드리아스?”

디에네는 믿을 수가 없었다.

이건 마치 다른 사람이 사용한 마법을 빼앗는······.

“제가 이겼군요. 이긴 김에 이 후배에게는 다른 기회를 한 번 더 주시죠. 애초에 시험이 너무 어려웠어요.”

“그게 아니라 방금 무슨 술수를 썼냐는 이야기야!”

상기된 디에네가 소리쳤다.

그러나 그 모습이 화가 났다기보다 경악과 흥분으로 물들어있는 모습이었다.

이내 아드리아스의 빛 마법이 사라지고 아무것도 남지 않는 허공을 보며 레이와 달리아가 마른침을 삼켰다.

그리고는 천천히 시선을 돌려 아드리아스를 바라보자 모두가 그만을 바라보고 있는 형국이었다.

“발상의 전환입니다. 디에네와 함께 연구해보려는 졸업 논문 주제이지요.”

아드리아스가 어깨를 으쓱하며 말했다.

< 232화. 발상의 전환 >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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