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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화 특성으로 최강 네크로맨서-200화 (200/415)

< 200화. 계획 그리고 운명을 보는 자 >

원래였으면 용병으로 참가하려고 했던 계획이 피오네로 인해 조금 틀어졌다.

피오네가 내 종자 역할 겸 담당자에 배정되어야 했기에 나는 크롬웰의 백작 자격으로 개인 참전을 하게 되었다.

“무운을 비네.”

모병관으로 온 에우디가 내게 건투를 빌었다.

고지식한 기사의 표상인 그는 이내 다른 이들의 신원을 확인하기 위해 자리를 떴다.

그리고 그가 떠나자 아까 전부터 느껴지던 시선의 주인이 내게 다가왔다.

“아드리아스.”

비비안이 이전에는 한 번도 본 적이 없는 표정으로 날 바라보고 있었다.

“걔는 왜? 혼자 간다고······.”

“사정이 있었습니다. 그것보다 비비안도 참전하는 겁니까?”

“······응.”

그녀는 뭔가 할 말이 많은 표정으로 나를 넌지시 바라보았다.

그리고 뒤를 이어 디에네와 유리히, 그리고 루시아가 다가왔다.

“무슨 사정인데요?”

“가문간의 거래다.”

“그래요?”

루시아는 내게 물으면서도 시선은 비비안에게 향해있었다.

그녀가 비비안의 눈치를 살피는 걸 보면 아무래도 상심이 큰 모양이었다.

비비안으로서는 동행을 거절했던 내가 다른 녀석을 데리고 가는 게 썩 기분 좋은 일은 아니겠지.

“비비안. 죄송합니다.”

“아니야.”

비비안은 어느새 무표정한 얼굴이 되어 고개를 저었다.

그렇게 잠시 어색한 시간이 흘러가고 에우디가 모두를 불러 모았다.

“이제 수도로 출발하겠습니다.”

수도에서 소속 군단이나 부대가 배정이 되기에 그곳까지는 모두가 함께였다.

나는 거기서 따로 크롬웰의 이름으로 출전을 하게 되겠지.

대신 세력이 없으니 어딘가로 배속이 돼야 하는데 그 위치나 부대를 내가 선택할 수 있었다.

“선배님. 이제 슬슬 어디로 가실지 말씀해주실 때도 되지 않았나요.”

수도로 가는 열차에 올라타며 피오네가 물었다.

그녀의 물음에 다른 이들도 관심을 가지는 것이 보였다.

“후방으로 갈 거다.”

“후방이요?”

“그래.”

내 말에 피오네가 조금 의아한 듯 되물었다.

“전공을 세우러 가시는 게 아니었나요?”

“전공을 꼭 전방에서만 세우라는 법은 없잖아.”

“그렇긴 하지만······.”

뭔가 석연치 않다는 눈빛으로 나를 바라봐도 내가 해줄 수 있는 말은 그게 전부였다.

내가 야만족 부대들의 정보와 이동경로를 이미 알고 있다는 사실을 말해줄 수는 없으니까.

“굳이 후방에 있을 거면 저희 부대에 들어오는 게 어때요?”

졸린 눈을 한 루시아가 나에게 말했다.

반쯤 떠진 눈을 보니 긴장감이라고는 1도 없었는데 오히려 그런 모습이 더욱 안정감이 있었다.

“홀링턴 자작께서도 참전하시는 건가?”

“군수 물자를 운반해요. 이번 전쟁으로 제대로 한 건 따냈다는데 보급을 주로 맡을 것 같아요.”

“미안하지만 난 이미 계획이 따로 있어서 다른 곳으로 가볼 생각이다.”

나는 이미 알고 있음에도 그녀에게 물어봤다.

홀링턴 자작이 이득을 본 것도 내가 에이미에게 미리 알려준 정보 덕분이지.

그리고 내가 알기로는 홀링턴 자작의 보급 부대도 순탄치 않은 일을 겪게 될 거다.

누가 뭐라 해도 루시아는 플레이어블 캐릭터.

그런 만큼 주변으로 사건, 사고가 끊이질 않았다.

‘플레이어블 캐릭터 주변은 태풍의 눈이나 마찬가지.’

온갖 굵직한 사건들은 전부 플레이어블의 주변에서 발생한다.

그래야 게임이 진행되며 플레이어가 지루하지 않으니까.

“루시아. 조심해라.”

“네?”

“후방이라고 안전할 거라 생각하지 마. 상대는 북부 산맥도 맨몸으로 넘어온 녀석들이야. 예측하기 힘든 움직임을 보일 수도 있어.”

내 말에 충고를 듣는 루시아는 물론이고 디에네와 피오네의 표정이 이상해졌다.

아마 너무 허무맹랑한 소리처럼 들렸을 지도 모르겠다.

어쨌든 나로서는 사람들이 뭐라 생각하든 할 말은 해야 했다.

“알았어요. 주의할게요.”

그저 노파심에 하는 말이라 여겼는지 대수롭지 않은 표정으로 그녀가 고개를 끄덕였다.

어차피 저런 반응이 나올 건 알고 있었기 때문에 나도 신경 쓰지는 않았다.

“그나저나 어떤 계획인지 궁금하네요. 후방인데도 전공을 세울 수 있다는 걸 보면 또 무슨 꿍꿍이가 있는 거죠?”

“난 지키기만 할 거야.”

내 말에 이번에는 근처에 있던 학생들까지 묘한 표정으로 나를 바라봤다.

무슨 헛소리인가 하는 표정들이 반, 한심하다는 표정들이 반이었다.

“아드리아스. 네가 가진 힘 정도면 굳이 후방 방어를 하는 것보다는 전방으로 가는 게 더 도움이 되지 않을까? 그쪽이 전공을 세우기도 더 좋을 거고.”

디에네가 말했지만 나는 고개를 저었다.

“전 후방을 지킬 겁니다. 알븐 가문은 전방에 배치되었다고 들었습니다만, 저 대신 실컷 날뛰어주십시오.”

“아니 그런 뜻이 아니라, 애초에 후방에는 적이 올 리가······.”

“응. 아드리아스는 후방에 있어.”

비비안이 디에네의 말을 끊으며 고개를 끄덕였다.

그리고 내게 다가왔다.

“지금이라도 내가 같이 갈 수는 없어?”

“죄송합니다.”

“그래. 조심해야 돼.”

그녀는 아련해 보이는 미소를 흐릿하게 지으며 고개를 다시 끄덕였다.

그리고는 시선을 돌려 피오네를 한 번 뚫어지게 바라보더니 나직하게 말을 이었다.

“아드리아스를 잘 지켜야 돼.”

“제가 감히 지킬만한 실력일까요. 전 그저 그를 보조해주고 수발을 들러 가는 것뿐이에요.”

“만약 아드리아스가 잘못되면 넌······.”

“비비안. 걱정은 고맙지만 전 괜찮습니다. 너무 그렇게까지 신경 써주시지 않아도 돼요.”

내 말을 들은 비비안은 조용히 피오네를 바라보더니 몸을 돌려 열차의 한구석으로 사라졌다.

가끔 저런 모습을 보일 때면 뭔가 부담스러우면서도 괜히 미안했다.

비비안은 나를 너무나 큰 은인으로 대하고 있었는데, 막상 내가 그녀를 구한 이유는 그다지 바람직한 이유가 아니었었지.

언제 한 번 이에 대해서도 비비안과 이야기를 나누어야겠다.

“선배는 참, 그렇게······. 에휴.”

그때 루시아가 나를 향해 혀를 차더니 그대로 비비안이 사라진 쪽으로 걸어갔다.

뭐지? 왜 갑자기 못마땅하다는 듯한 소리를 한 거야?

알 수 없는 루시아의 행동을 뒤로 하고 드디어 열차가 수도를 향해 도착하기 시작했다.

**

대륙의 끝, 마법사들의 도시, 포트리온.

매년 어마어마한 수의 관광객들과 상인들이 방문하고 도시의 거주민 전체가 마법사로만 이루어진 기형적인 장소.

그 중에서도 도시의 중심부는 웬만한 마법사가 아니고서는 들어갈 수가 없었기에 마법사들은 포트리온의 중심부로 들어가는 것을 워록이 되는 것 다음으로 갈망했다.

이 포트리온의 중심부에서 5년마다 워록의 발표가 있었다.

그 유명한 ‘니바스의 선택’이라는 행사였다.

매년 열리는 니바스의 축제 중에서도 5년 주기로 있는 발표.

이 발표는 상대의 의사를 묻지 않는다.

당연히 시험도 없고, 그저 포트리온 중심부의 마법사들에 의해 일방적으로 통보가 된다.

“이상하군.”

그리고 상대를 보지 않았음에도 워록이 되었음을 통보할 수 있는 이유에는 전적으로 이 사내의 힘 덕분이었다.

“운명이 바뀌었다.”

포트리온의 주인이자 대륙 10인 중 하나.

사실상 워록의 칭호를 수여하는 인물.

맥스웰 펜드래곤.

티디디딕!

“들어가도 되나.”

맥스웰이 있는 장소는 거대한 회랑이었다.

그는 회랑의 끝에서 허공을 바라본 채 중얼거리다 갑자기 주변에서 불똥이 튀며 들리는 소리에 손을 휘저었다.

“들어와라.”

보이지 않던 결계가 천천히 무너지며 누군가가 모습을 드러냈다.

특유의 검은 턱시도와 중절모가 인상적인 남자였다.

“그대가 여기까지 오다니 별일이군.”

“도망쳐왔다.”

“난 중립을 지킨다. 곤란한 일이라면 사양하고 싶은데.”

도망쳐왔다는 말과는 달리 헤이겔의 표정은 평온했다.

오히려 자연스레 회랑에 있는 의자에 앉으며 말했다.

“며칠만 있다가 가지.”

“적어도 뭐에 쫓겼는지 말이라도 하지 그러나.”

“제국의 황제다. 정확히는 쫓긴 게 아니라 미리 도망을 친 거지.”

그는 이내 어디서 났는지 모를 차를 따라 자연스레 마시고 있었다.

그 모습을 지켜보던 맥스웰은 여전히 표정 없이 헤이겔을 바라보았다.

“야만족과의 전쟁 때문인가. 집회가 조금 개입한 걸로 보이는데 황제와 상의하지 않은 건가?”

“그렇지.”

“그렇다면 좀 곤란한데.”

“너한테까지 피해가 올 일은 없을 거다. 애초에 내가 황제의 앞에 직접 서지 않는 이상 그쪽에서 먼저 나를 쫓을 일은 없거든.”

“그럼 왜 도망친 거지?”

“연락을 받기가 귀찮다. 징징댈 게 뻔히 보이는데 연락을 받을 수는 없지. 여기에 있으면 적어도 변명거리는 생기니까 잠시 있으마.”

“황제가 우습나보군.”

“전혀.”

헤이겔은 마시던 차를 내려놓고 고개를 돌려 맥스웰과 눈을 마주쳤다.

나이를 짐작하기 어려운 젊어 보이는 얼굴, 찬란한 금발, 갈색의 눈동자.

그러나 어디 한군데 나사가 빠진 듯한 표정.

그는 항상 마법을 사용하여 한쪽 시선으로는 다른 풍경을 바라보고 있기에 언제나 저런 표정이었다.

“예전이라면 몰라도 지금의 황제는 나도 감당할 수 없다.”

“오만 때문인가?”

“그래. 죄악의 힘은 알고 있었지만 황제와 그렇게 상성이 좋을 줄은 나도 몰랐거든.”

태연하게 말한 헤이겔은 빈 찻잔을 들여다보았다.

“물론 두려운 건 아니다. 애초에 어느 정도 짐작하고 건넨 거니까.”

“혼란을 바라는 자여, 그 끝에는 아무것도 없을 거다.”

맥스웰의 무심한 말에 헤이겔이 코웃음을 쳤다.

“언제까지 그런 현자 놀이를 할 건지 모르겠군. 그래봤자 내 눈에 비친 넌 그저 나와 같은 미친놈으로 밖에 보이지 않는다.”

“맞는 말이다. 하지만 적어도 난 혼란을 바라지는 않지.”

맥스웰이 잠시 눈을 감더니 천천히 반개했다.

그런 그의 얼굴에서 여전히 다른 풍경을 염탐하고 있음을 눈치 챈 헤이겔이 물었다.

“오늘따라 더 열심이군. 뭘 그렇게 보고 있지?”

“이변이 일어났다.”

“무슨 이변?”

“이제 얼마 가지 않아 죽었어야 할 자가 다시 생명을 틔우고 있다.”

“죽었어야 할 자?”

헤이겔이 되묻자 맥스웰이 고개를 끄덕였다.

“너와 같이 세상을 혼란에 물들일 자였다. 하지만 얼마 가지 못해 죽을 운명이라 지켜보고만 있었지. 하지만 얼마 전부터 징조가 보이더니 끝내 부활을 한 것 같군.”

“그게 누구지?”

“살렘 예디디아.”

나름 인연이 있는 이름에 헤이겔이 웃었다.

“녀석의 말이 사실이었군.”

“녀석? 누구를 말하는 거지?”

“네 딸의 친구다.”

헤이겔이 음흉한 미소를 짓자 그의 얼굴에 있는 문신이 꿈틀거렸다.

“아드리아스 크롬웰을 의미하는 건가.”

“그래. 녀석이 예전에 말한 적이 있거든. 본인의 도움으로 살렘이 몸을 치료하고 돌아올 거라고.”

“아드리아스 크롬웰······.”

이미 맥스웰도 주의를 주고 있던 인물이었다.

그는 제국을 세웠던 에드먼드 대제와 같은 특이체질을 지녔던 자이니.

“그의 도움으로 치료가 됐다라······. 살렘의 운명은 가벼운 것이 아니었다. 그런 운명을 바꿀 수 있는 힘이 있다는 건 본인의 운명도 바꿀 힘이 있다는 의미.”

“그놈의 현자놀이는 나랑 있을 때도 해야 되나?”

“자네는 아드리아스 크롬웰을 어찌 할 생각이지?”

“몰라.”

“거짓말이군.”

“일단 이번 전쟁부터 지켜보고. 녀석도 개입할 예정인 모양인데 한 번 어떻게 하나 구경이나 해야지.”

헤이겔의 문신이 더욱 요동치기 시작했다.

“앞으로 재밌어질 거야.”

< 200화. 계획 그리고 운명을 보는 자 >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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