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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화 특성으로 최강 네크로맨서-191화 (191/415)

< 191화. 리매치 >

“그니까······저희 오빠의 친우분이시라는 거죠?”

“그렇다네.”

누가 봐도 오늘 내일 할 것 같은 노인이 친구라고 찾아왔다는 건 크게 놀랍지 않았다.

하지만 그런 그가 막시민을 알고 있고 정확한 정체를 알 수 없지만 꽤 보통이 아닐 것 같은 살렘(하겐달)과 안면이 익다는 사실은 충분히 놀라웠다.

“나도 친구야, 아드리아스 친구.”

흐릿한 인상의 소녀가 말하자 에이미는 고개를 끄덕이고 말했다.

“만나서 반갑습니다. 크롬웰 각하의 동생인 에이미 크롬웰이에요.”

“난······!”

이름을 말하려던 루나는 입 밖으로 꺼내기 전에 모른의 눈치를 살피더니 목소리를 낮췄다.

“나루야. 만나서 반가워, 동생.”

“나루?”

특이한 이름이라고 생각하며 고개를 갸웃거린 에이미가 이내 모른을 바라보자 그는 인자하게 웃으며 본인을 소개했다.

“편하게 휴고라고 부르게. 잘 부탁함세.”

“네, 휴고.”

인자한 미소를 지으며 에이미를 바라보는 그의 눈빛은 마치 손녀를 바라보는 할아버지의 그것이었다.

“아드리아스한테 줄 선물 가져왔어! 직접 줄 거야! 아드리아스 어디 있어?”

“지금은 아카데미에 계셔요. 제가 연락을 해놓을게요.”

“알았어!”

싱글벙글 웃는 루나를 미심쩍게 바라본 에이미는 주위를 둘러보았다.

인류 최강의 검사라 불리는 막시민과 그의 애인으로 보이는 수수께끼의 여인, 라스틸리아에서 온 엘프하고 아드리아스의 친우라는 노인과 소녀.

그리고 크롬웰의 식객이지만 정확한 정체를 알 수 없는 하겐달까지 서로가 서로를 알고 있는 눈치인 게 신기했다.

우선 막시민을 보고 전혀 긴장된 기색이 없어 보이는 사람들을 보면 적어도 막시민과 비슷한 수준의 사람들이 아닐까 추측되었다.

‘그게 가능한 일인가?’

그러나 곧바로 나오는 대화에 반쯤은 인정할 수밖에 없었다.

“자네와는 꽤 오랜만에 보는구만. 여기에는 무슨 일로 온 게지?”

자연스럽게 막시민에게 말을 거는 노인을 보자 조금 비현실적으로 느껴졌다.

휴고라는 이름은 처음 들어보는데 가명인가? 변장한 막시민을 아는 모양인데 도대체 어떤 노인이 천하의 막시민에게 저리 자연스럽게 말을 걸 수 있지?

“잠시 몸을 의탁하기로 했다.”

“호오?”

놀라운 이야기를 들었다는 듯이 감탄사를 터트린 모른이 중얼거렸다.

“잘되었군.”

“잘됐다고 하는 걸 보면 그쪽도 아드리아스에게 붙은 건가?”

“그렇다네.”

“이거 상황이 꽤······.”

막시민의 메마른 얼굴에 처음으로 감정이 드러났다.

입 꼬리만 슬쩍 올라간 그 표정은 분명 흥미로워하는 모습이었다.

“재미있어지는군.”

“결국 다 이끌리는 것이지. 저 녀석이 먼저 이곳에 있던 것도, 자네들이 의탁하기로 한 것도, 우리가 아드리아스를 따르는 것도 전부 운명이야.”

“운명? 그딴 건 믿지 않는다. 하지만 끌렸다는 건 인정하지.”

막시민은 이야기를 다 마쳤다는 듯 몸을 돌렸다.

그리고 방을 나서기 전, 마지막으로 한 마디를 덧붙였다.

“크롬웰이 곧 태풍의 눈이 되겠군.”

**

경기장 안팎으로 뜨거운 열기가 전해지고 있었다.

작년 토너먼트에서는 첫 대결에 디에네를 만나 바로 탈락했지만 이번에는 무난하게 8강까지 올라올 수 있었다.

그리고 8강에서 만나게 될 상대는 바로 그 디에네였다.

대진 운이 안 좋았다고 해야 할까.

“선배. 이번에는 어때요?”

졸린 눈을 한 루시아가 내 실험대 위에서 뒹굴 거리며 물었다.

나는 대수림에서 가지고 온 재료들을 연구하며 당연하게 말했다.

“당연히 내가 이기지.”

“오올! 작년에는 졌잖아요.”

“올해는 다르지.”

이번에는 이변이 없는 한 우승을 차지할 생각이었다.

애초에 작년에도 우승을 할 생각이었는데 예상치 못한 사고와 디에네의 각성으로 놓친 거긴 하지만.

“너는 근데 왜 기권했냐?”

“제가 비비안 언니를 어떻게 이겨요. 전 선배 같은 괴물이 아니라고요.”

“그건 모르는 일이지.”

내가 아는 마법사 중에 가장 괴물 같은 사람이 바로 너다, 이 녀석아.

하고 싶은 말을 애써 삼키며 이후 대륙 최강의 전투 마법사가 될 그녀를 툭툭 건드렸다.

“그러고 있을 거면 좀 도와줘봐.”

“네에? 제가 감히 선배님의 연구를 어떻게 돕습니까. 전 그냥 여기서 심심하지 않게 말동무나 해드리겠습니다아.”

“내가 너한테 뭘 바란 게 죄지. 그래, 방해만 하지 마라.”

평소처럼 축 늘어진 루시아를 놔두고 연구를 재개했다.

원래였으면 이렇게 시간이 남을 때는 애들한테 검술을 지도해줬을 테지만 오늘따라 루이스와 세레나 둘 다 선약이 있는 바람에 무산되었다.

“지금 만드는 건 뭐에요?”

“죽지만 않았다면 누구든 살릴 수 있는 전설의 영약.”

“말해주기 싫으면 싫다고 말해요.”

“진짜야.”

내가 지금 연구하고 있는 건 진짜 엘릭서 포션이었다.

처음 이 세계에 왔을 때부터 생각했었던 과제였는데 이제 슬슬 해봐도 되지 않나 싶어서 건드리고 있는 중이었다.

아무래도 게임과 달리 죽으면 그대로 끝이었기에 엘릭서의 가치는 훨씬 높아졌다.

문제는 재료와 제조법.

레서 엘릭서까지는 만들어본 적이 있었다.

엘릭서보다는 약하지만 충분히 기적과 같은 힘을 지닌 포션.

하지만 아무리 노력해도 ‘덜한’이라는 의미를 가진 레서(lesser)의 수식어를 뗄 수가 없었다.

‘하지만 지금은 포션 제조 재능이 있지.’

정 안되면 재능을 천재로 만들고 시도하면 그만이다.

그를 위해서라도 숙련도를 쌓기 위해 꾸준히 연구를 하는 거고.

그렇게 한참을 연구하고 있자 잠이 들었던 루시아가 눈을 비비고 일어나더니 시간을 확인했다.

“선배. 슬슬 나가야되지 않아요?”

“몇 신데?”

“벌써 아침인데요. 설마 밤 새신 거예요?”

시간이 금방 가네.

연구를 하다 보면 종종 있는 일이었다.

루시아는 기숙사에 돌아가지도 않고 여기서 잔건가?

나는 하던 연구를 대충 마무리 짓고 연구실 한쪽에 있는 화장실에서 간단히 세면을 마쳤다.

드디어 디에네와의 시합 날.

작년의 설욕을 갚아줄 때가 왔다.

“같이 나가요.”

루시아가 여전히 잠이 덜 깬 몽롱한 표정으로 내 뒤를 따라 나섰다.

이제 좀 나아지나 했더니 이 녀석은 여전히 잠꾸러기였다.

습관은 고치기 힘들다고 했던가.

그래도 최근에는 마법 수련에 진심으로 노력하는 모습이 보여서 다행이었다.

“아드리아스다.”

“야, 저기 아드리아스.”

경기장으로 향하는 내내 시선이 집중되었다.

생각해보면 디에네는 어렸을 때부터 항상 이런 시선을 받아오며 자란 건가.

고생했겠군.

“어? 선배니이임.”

루시아가 늘어지는 목소리로 마침 경기장으로 향하고 있던 디에네에게 손을 흔들었다.

그녀는 살짝 굳은 표정으로 걷고 있었는데 루시아를 보자 곧바로 표정을 풀며 미소 지었다.

“루시아. 잘 잤어? 용케 일어났네?”

“선배님 경기인데 잘 수 없죠.”

나는 그들 틈에서 살짝 고개 숙여 인사했다.

“오늘은 잘 부탁드립니다, 디에네.”

“어.”

짧게 대답하는 그녀의 안색이 살짝은 초조해보였다.

작년에는 그리 자신감이 넘치던데 이제는 긴장한 건가.

“디에네, 이번에는 제가 이기도록 하죠.”

“갑자기 뭐라는 거야? 나도 질 생각 없어.”

“그거면 됐습니다.”

나는 고개를 끄덕인 뒤 그대로 먼저 떠났다.

지금 디에네에게 필요한 건 작은 계기였다.

그 정도만 있으면 위축되는 일 없이 제 실력을 온전히 발휘하겠지.

“뭐야, 저건?”

“큭큭. 자기가 멋있는 줄 아나 봐요.”

“다 들린다.”

긴장이 풀린 것 같아 다행이네.

도착한 경기장에는 역시나 사람들이 빼곡했다.

그리고 그동안 모습을 보이지 않았던 귀빈석의 사람들도 만석인 모습이었다.

그동안 바빴는지 안색이 그다지 좋지 않은 바하트와 마법학부장인 베리얼이 오랜만에 보였고 미누스 모하임이 자리해있었다.

붉은 사자 머리 공작, 싱클레어 클로슈는 전쟁 준비로 못 온 듯했다.

“제 59회 춘계 토너먼트 8강전······!”

사회자의 진행이 시작되고 나는 차분히 마음을 가라앉혔다.

질 거라는 생각은 하지 않았다.

그저 지난 1년 동안 디에네가 얼마나 강해졌는지 궁금할 뿐.

“조금은······.”

살펴볼까.

이내 사회자의 소개가 끝나고 단단한 경기장 위에 섰다.

디에네는 아까와는 달리 꽤 긴장이 풀린 듯 차분하게 나를 응시하고 있었다.

“아드리아스. 봐주지 마.”

“저도 디에네를 상대로 봐줄 만큼 여유가 있지는 않습니다.”

허리에 찬 칼을 슬쩍 건드렸다.

그러자 그녀의 시선이 잠시 내 칼 쪽으로 향하며 고개를 끄덕였다.

“좋아.”

대화는 거기서 끝이었다.

곧 사회자가 진행을 시작했고 경기는 순식간에 막을 열었다.

“와아아아!”

우레와 같은 함성이 관중석에서 터져 나오고 그와 동시에 내 손에는 갈락슈르가 들렸다.

우웅!

디에네는 곧바로 공간 마법을 사용하며 위치를 바꿨는데 그 장소가 이전과 달리 거리를 벌리기 위해 급급했던 것이 아닌 상대의 사각을 노린 계산적인 위치였다.

하지만 내게 사각이란 없었다.

퍼엉!

바닥을 딛자 공기가 터지는 소리와 함께 내 신형이 고속이동을 했다.

최상위 마법사의 마법은 검사의 움직임과 같고, 최상위 검사의 움직임은 마법과 같다.

“블링크?”

관중석에서 그런 오해가 나올 정도로 나는 순간이동을 한 듯 디에네의 앞으로 다가갔다.

그러나 디에네도 그런 나를 예상하고 있었다는 듯 모습을 감추었다.

지지지직!

오히려 내가 다가간 곳은 함정이었다.

곧바로 바닥에 설치된 전기 마법이 발동되며 내 발을 묶기 위해 다가왔지만 나는 땅 계열 마법으로 무력화시켰다.

그 틈에 디에네가 곧바로 공간 전이로 마법을 내게 날리고 천재적인 내 검술 감각은 상대의 마법을 모조리 베어냈다.

이 모든 과정이 단 2초 만에 일어난 일.

물 흐르듯 자연스러운 전투는 마치 짜고 치는 연극 같았다.

“우와아아······.”

마치 탄식과 같은 탄성이 여기저기서 터져 나오고 우리는 멈추지 않았다.

‘까다롭네.’

디에네는 계속해서 공간 이동을 사용했다.

하지만 단순히 도망치는 것이 아닌 마치 미리 어느 경로로 공간 이동을 할 것인지 계산을 해놓은 움직임이었다.

그것은 마치······.

‘내가 모드라스의 탑 30층에서 거대 마법진을 사용한 방법인가.’

그녀는 이동을 하면서 거대한 마법진을 만들고 있었다.

경기장 내부를 전부 덮을 정도의 마법진.

아무리 나라도 저게 완성되면 막거나 피할 수가 없었다.

“눈치 챘어?”

여유가 생긴 듯 싱긋 웃어 보이는 디에네가 대단해보였다.

역시 디에네는 디에네.

이 정신 없는 와중에도 모든 걸 계산하고 한 치의 오차도 없이 실행하고 있었다.

아마 이 방법이 그녀가 이길 수 있는 유일한 방법이라고 생각했겠지.

내가 그저 무던하게 이길 생각을 하고 있었다면 그녀는 나와 붙기 전부터 계속해서 날 이길 수 있는 방법을 고민하고 연구했을 것이다.

“제가 너무 가볍게 생각했습니다.”

짧은 전투였지만 이미 감각으로 느껴지는 마법진의 완성도는 8할.

그녀는 용의주도하게 마법진을 만드는 순서마저 뒤틀어 내가 눈치 챌 수 없게 만들었다.

“아니야. 그런 점도 다 내가 계산한 거니까.”

“역시 대단하군요, 디에네는.”

“그런 말을 한다고 나는 멈추지 않아.”

다시 한 번 그녀가 사라졌다.

그녀가 지나갔던 곳에는 그녀의 마력이 흔적처럼 남아있었다.

굳이 지우려면 지울 수 있겠지만 그렇게 되면 장군, 멍군 싸움이다.

지우면 다시 그리면 그만인 마법진.

그리고 그 싸움은 내가 지우는 동안 뒤통수를 노릴 수 있는 디에네에게 압도적으로 유리한 상황이 될 거고.

‘그렇다면······.’

일단 마법진의 종류를 계산했다.

해제는 시간이 걸리지만 대충 뭔지 파악하는 것 정도는 금방 가능했다.

‘공간을 마비, 동상, 석화······. 전부 무력화 시키는 것들뿐이군.’

역시 디에네라고 할까.

그녀는 상대가 다치지 않게 마법을 준비했다.

아직 어리고 무른 디에네의 순수함이 엿보였다.

그렇다면 그 순수함이 패착이었다는 걸 보여주면 이번 전투의 교훈은 끝이겠다.

위이잉---!

쫓고 쫓기는 술래잡기가 드디어 결말을 향해 다다랐다.

완성이 된 마법진이 빛을 뿜으며 경기장 전체를 뒤덮기 시작했다.

“와아아!”

“마법진? 어느 틈에?”

“역시 디에네야! 설마 이번에도 디에네가······!”

마법진이 발동했음에도 디에네는 방심하지 않은 표정이었다.

언제든 내가 달려들 것을 경계하며 바라보고 있자 나는 잠시 움직임을 멈추고 그녀를 바라봤다.

“디에네.”

“어. 미안하지만 이번 시합도 내가 가져갈게.”

“아니요. 디에네, 당신은 저번과 같이 실수한 게 있습니다.”

“······저번과 같은 실수?”

“이번에도 당신은 제 마법적인 능력을 너무나 간과했습니다. 그리고 무르게 대항했죠.”

지지지직---

발동이 되던 마법진이 갑자기 비틀렸다.

딱 내 의도대로 변하는 마법진.

“너······!”

“검이 너무 뛰어나서 상대적으로 빛을 보지 못하지만 저도 엄연히 로들렌 아카데미의 마법학부입니다.”

조금은 어려웠지만 그래도 단 하나 술식과 회로를 바꿔놓았다.

그것만으로도 결과는 천차만별.

“아!”

“눈치 채셨습니까?”

단순했다.

마법진의 범위를 시전자 본인에게도 가해지게끔 만드는 것.

만약 이 마법진이 살상 마법이었다면 나도 이런 방법은 못썼겠지만 부담 없이 변형시킬 수 있었다.

“이러면 무승부······.”

“아니요.”

나는 갈락슈르에 오러를 더욱 불어넣었다.

그리고 무결의 자세를 취했다.

“아까도 말했지만 전 이길 겁니다.”

“뭐?”

이내 마법진이 발동하고 마법이 쏟아져 나왔다.

우와아아아앙-----------!

후웅! 찌지지직-------!

그리고 그 마법들은 내 검 앞에 그대로 갈라졌다.

< 191화. 리매치 >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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