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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화 특성으로 최강 네크로맨서-190화 (190/415)

< 190화. 인연 집결 >

사과나무 저택에는 달갑지 않은 손님이 도착해있었다.

그를 응대하는 에이미는 자신의 기분을 최대한 티를 내지 않으려 애쓰며 마지막까지 최선을 다해 배웅했다.

“그럼 그렇게 알겠습니다. 에이미 양.”

“네. 시일에 맞춰 보내놓겠습니다.”

이내 손님이 떠나자 마리아가 에이미에게 다가왔다.

“고생하셨습니다, 사장님.”

“으으. 아직도 소름 돋아. 방금 마네 자작 눈빛 봤어요? 벌레가 기어 다니는 느낌이에요.”

“제가 차를 끓여두었습니다. 한 잔 하시면서 휴식을 취하시지요.”

예상대로 크롬웰 백작가에도 전쟁세를 걷기 위한 모병관이 도착했다.

이미 융통할 수 있는 대부분의 돈과 모하임 공작가에서 받아놓은 현물을 준비해놓았기에 시간에 맞춰 무사히 해결할 수 있을 것 같았지만 에이미는 속이 쓰린 기분이었다.

“여기 차를 내왔습니다.”

“고마워요, 언니.”

이내 마리아가 내온 차는 대륙에서 흔히 구할 수 없다는 귀하디귀한 엘프의 차였다.

엘프 도시의 이름을 따와 라스틸리아라고 불리는 이 차는 얼마 전에 아드리아스가 보낸 물건이었다.

“조금 아까운데······.”

“삼시세끼 마셔도 3년은 마실 정도의 양을 보내주셨습니다. 그리고 또 구할 수 있다고 하시니 너무 부담스러워 마세요.”

“그런 것 치고는 찻잔을 제 것만 준비해왔는데요? 마리아 언니는요?”

“저는 괜찮습니다.”

“아니요. 언니가 마시지 않으면 저도 안 마셔요.”

아이와 같이 생떼를 부리는 에이미를 조금 곤란한 웃음으로 지켜본 마리아가 고개를 끄덕였다.

평소에는 똑 부러진 성격으로 상단의 주인 역할을 톡톡히 해내는 에이미였지만 가끔씩 나오는 이런 모습들로 인해 정이 들어가는 마리아였다.

“알겠습니다. 같이 드시죠.”

똑똑!

“타이밍 한 번 기가 막히네요. 누구시죠?”

“나다.”

“들어오세요!”

살렘의 목소리를 들은 에이미가 말하자 이내 문이 열리며 피곤해 보이는 모습의 살렘이 모습을 드러냈다.

“좋은 아침이군.”

“벌써 오후에요, 하겐달님.”

“그래? 그것보다 나도 차 한 잔 줘라.”

뻔뻔하게 들어와 소파에 털썩 내려앉은 살렘은 떡이 진 머리를 긁적이다 코를 킁킁 거리며 냄새를 맡기 시작했다.

“이거, 엘프 찻잎이냐?”

“네, 맞아요.”

“아니 이렇게 좋은 걸 둘이서만 마시고 있었다고?”

“히히.”

수줍게 웃는 에이미를 향해 살렘이 더 뭐라 하지 못하고 마리아에게서 차를 받아 마셨다.

“허어. 피곤이 싹 가시는군.”

“오빠가 보내준 거예요.”

“아드리아스가? 아, 그렇게 된 거군.”

“뭘 아시는 건가요?”

“응? 아아, 저번에 나한테 대수림에 조금 갔다 온다고 했거든. 거기서 얻어온 모양이야.”

“그게, 말이 되는 겁니까?”

마리아가 의문이 담긴 음성으로 물었다.

그녀의 상식으로는 대수림 방문까지는 있을 수 있는 일이었지만 라스틸리아 찻잎을 수해오는 건 별개의 문제였으니까.

그도 그럴 게 대수림에서 이 차를 구했다는 이야기는 타인에게서 우연히 차를 구한 것이 아닌 엘프를 직접 만났다는 이야기나 다를 바가 없었으니.

“원래부터 특이한 녀석이었다. 이 정도 일 가지고는 놀랍지도 않지.”

살렘은 큭큭거리며 차를 다시 마셨다.

“내가 이곳에 있는 이유가 반쯤은 아드리아스 때문이니까.”

에이미와 마리아는 하겐달의 진짜 정체를 알 수 없었지만 아드리아스가 미리 당부를 해놓은 탓에 평범한 신분이 아니라고 알고 있었기에 그의 오만한 말을 곧이곧대로 받아들일 수 있었다.

똑똑똑!

잠시 정적이 내려앉은 집무실로 또다시 누군가의 노크가 울렸다.

“오늘은 손님이 많군요. 누구시죠?”

“존입니다. 저택에 손님이 오셨는데 아무래도 사장님께서 직접 만나셔야 할 분들인 것 같아서······.”

마리아가 문을 열자 그곳에는 상단 직원인 존과 세 명의 인물이 늘어서 있었다.

그리고 그들을 본 살렘이 감탄을 토했다.

“이건 또 뭐야?”

살렘의 반응에도 셋은 그저 조용했다.

둘은 평범한 부부 사이로 보였고 한 명은 호리호리한 체구의 후드를 뒤집어 쓴 사람이었다.

“누군지도 알아보지 않고 들인 겁니까?”

“예? 아, 그게······.”

“죄송합니다. 제가 현혹 마법을 사용해서 자연스럽게 들어왔어요.”

평범해 보이는 여인이 나긋하게 미소 지으며 사과를 표했다.

그리고 후드를 썼던 인물도 자신의 얼굴을 가리는 후드를 젖히며 고개를 숙였다.

“카리리긴의 딸, 팔라렘의 15대손인 아이미르 카리리긴 제 팔라렘이라고 합니다. 대수림에 위치한 라스틸리아에서 왔습니다.”

“에, 엘프?!”

놀란 에이미가 자신도 모르게 외쳤다가 입을 틀어막았다.

엘프는 영역 밖으로 잘 나오지 않아 인간 세상에 나온 이들은 매우 드물었다.

노예로 잡혀온 엘프 사이에서 태어난 혼혈은 꽤 있지만 순수한 엘프가 돌아다니는 것은 매우 드문 일이었다.

“엘프. 뭐, 신기하긴 하지만 난 당신들이 더 궁금한데?”

살렘이 부부를 바라보며 자리에서 일어났다.

그들이 방 문 앞에 올 때까지도 눈치 채지 못했다는 것이 살렘으로서는 자존심이 상했다.

무엇보다 그는 에이미를 지키기로 아드리아스와 약속한 상태.

마력이 순환하며 살렘의 문신에 힘이 깃들기 시작했다.

“험한 꼴 당하고 싶지 않으면, 멈추는 게 좋을 거다.”

부부 중 남편으로 보이는 자가 삭막한 목소리로 말했다.

그리고 그 말투에서 무언가를 감지한 살렘이 나직이 의문을 읊조렸다.

“막시민?”

“······.”

남자는 대답이 없었고 오히려 여인이 대답했다.

"어머, 아시는 분이 계셨군요."

“넌 이자벨이겠군. 이거 돌겠네.”

막시민과 이자벨.

하나라면 몰라도 둘을 상대로는 필패였기에 살렘은 오랜만에 등골이 서늘했다.

그런 살렘을 향해 아이미르가 손을 저었다.

“저희는 싸우기 위해 온 것이 아닙니다. 제가 모습을 숨겨야하니 부득이하게 안 좋은 방법으로 방문한 것은 사과드리겠습니다.”

살렘의 속마음을 꿰뚫어 본 아이미르가 고개를 푹 숙이며 사과를 표했다.

이 일련의 상황을 그저 멍하니 바라보는 에이미와 마리아는 여전히 어안이 벙벙한 상태였다.

“막시민이라면······제가 아는 그 막시민?”

“맞아요. 당신이 아드리아스님의 동생분이시군요. 만나서 반갑습니다, 이자벨이라고 해요.”

“에이미 크롬웰입니다.”

얼떨결에 인사를 나눈 이들은 잠시 대치하고 서 있다가 에이미의 안내로 깨졌다.

“손님이시죠? 일단 자리에 앉으세요.”

“감사해요.”

“감사합니다.”

이자벨과 아이미르가 차례대로 자리로 이동하고 막시민은 그런 그들 뒤에 팔짱을 낀 채 섰다. 그리고는 맞은편에 위치한 살렘을 빤히 바라보더니 툭 내뱉었다.

“누군가 했더니 너였군.”

“이야기는 들었는데 정말 신기하네. 진짜 아드리아스가 고쳐준 거냐?”

“보면 모르나.”

다 큰 남자들끼리의 유치한 신경전이 오가고 옆에서 지켜보던 에이미는 식은땀을 흘렸다.

그도 그럴게 상대는 막시민 크로넬이었다.

제국에서 나고 자란 사람들은 그의 악명을 모르는 사람이 없을 정도였으니 그런 막시민을 막 대하는 살렘의 정체에 대해 의문을 품게 되었다.

“일단 아이미르 먼저 용무를 전하세요.”

“감사합니다.”

이자벨이 상냥한 미소로 아이미르에게 말하자 어린 엘프는 살짝 경직된 표정으로 말했다.

“혹시 들으셨을지는 모르겠지만 이번 교역과 관련된 내용을 상의할 담당자입니다. 잘 부탁드립니다.”

“······교역이요?”

“혹시 아드리아스님께 전해들은 바가 없으신가요?”

“전혀요······아!”

에이미는 기억 저편에 있던 아드리아스의 편지가 떠올랐다.

라스틸리아 찻잎을 보내며 곧 깜짝 선물이 도착할 테니 잘 받아두라고 말했었는데 당시에는 그저 농담으로 치부하고 넘어갔었건만······.

‘설마 이게 깜짝 선물?’

깜짝 선물 정도가 아니라 이건 함부로 결정하지 못할 중대한 사안이었다.

무려 라스틸리아 엘프와의 교역.

그 어떤 상단도 원하다 못해 꿈의 목표로까지 삼는 일.

에이미는 자연스레 자신의 오빠를 생각하며 도대체 뭘 하며 돌아다니기에 이런 믿기지 않은 일을 대수롭지 않게 해내는지 의문이었다.

그리고 그런 감상은 옆에서 보좌 중인 마리아도 고스란히 떠올리고 있었다.

“생각나시는 게 있으신가요?”

“깜짝 선물을 준비했다는 말을 라스틸리아 찻잎과 함께 보냈었는데 설마 이런 중요한 일인 줄은 몰랐습니다. 덕분에 제대로 실례를 범하네요.”

“아닙니다. 괜찮습니다.”

아이미르는 거기까지 말하고 막시민과 이자벨을 돌아봤다.

“실질적인 교역 협의 내용은 시간이 꽤 걸릴 것 같으니 먼저 말씀하시는 게 좋을 것 같아요.”

“네.”

이자벨이 싱긋 웃으며 바톤을 넘겨받았다.

에이미와 마리아는 마른침을 삼키며 그런 그녀를 바라보고만 있었다.

동행한 것과 달리 개인적인 용무가 있다는 말이야?

막시민과 이자벨이 도대체 무슨 말을 하려는 건지 궁금했다.

“저희는 아드리아스님에게 의탁하기로 했어요.”

“······네?”

이건 또 무슨 소리지?

에이미는 혼란스러운 마음을 진정시킬 수 없었다.

그러니까 지금 천하의 막시민 크로넬과 그의 애인으로 보이는 여인이 크롬웰 백작가 휘하에 들어온다는 이야기인가?

도저히 사고가 따라갈 수 없었다.

이미 엘프와의 교역이라는 충격으로 금이 갔던 멘탈에 2차 충격이 밀려왔다.

“이미 아드리아스님과는 이야기가 끝났답니다. 앞으로 잘 지내봐요?”

“아니, 그게······.”

당황한 에이미가 대화를 따라가지 못하자 옆에 있던 마리아가 거들었다.

“죄송하지만 제가 한마디 올려도 되겠습니까?”

“네. 말씀하세요.”

“크롬웰 각하께서 어떤 이유로 두 분을 받아들이셨는지 궁금합니다.”

“저희도 무슨 걱정을 하는지 알아요. 하지만 보다시피 정체를 드러내지 않을 거랍니다. 그저 거처가 필요했고 아드리아스님께 은혜를 갚기 위해 온 것뿐이지 여러분들을 곤란하게 할 생각은 없어요.”

이자벨의 말에 잠시 고민한 에이미는 어쩔 수 없이 고개를 끄덕였다.

막시민 크로넬은 확연한 양날의 검.

정체만 밝혀지지 않는다면 그의 무력은 충분히 도움이 될 수 있었다.

반대로 정체가 밝혀지는 순간 크롬웰 백작가는 그대로 멸문할 수도 있는 일.

‘하지만 오빠가 이미 허락했다면 내가 뭐라 할 수는 없어.’

크롬웰 가문의 주인은 엄연히 아드리아스였다.

일단 이번 일의 상세한 내용은 아드리아스에게 물어보기로 하고 이자벨에게 말했다.

“일단 알겠습니다. 머물 곳을 안내해드리죠.”

“아이미르와 상의할 게 있으실 테니 하인만 붙여주시면 감사하겠어요.”

“알겠습니다.”

똑똑똑!

그때 마침 문이 두드려지고 문 밖에서 목소리가 들려왔다.

“사장님. 존입니다.”

“네, 존! 들어오세요. 마침 잘 됐네요. 이 분들을 귀빈실로 안내해주세요.”

“확인했습니다. 그런데 사장님, 그 전에 새로운 손님들이 오셨는데······.”

“손님들이 또요?”

전쟁세를 걷으러 온 마네 자작부터 교역을 체결하기 위해 왔다는 엘프, 그리고 재앙이라 불리는 막시민까지 정신이 없었는데 또 어떤 손님이?

“누구죠?”

“크롬웰 각하의 친우라고 하십니다. 주문한 물건을 가져왔다고 하는데 어떻게 할까요?”

“일단 응접실로 모셔요. 저는 다른 손님들부터 안내해 드려야겠어요.”

그때 조용히 듣고만 있던 막시민이 입을 열었다.

“괜찮으면 여기 부르는 것도 나쁘지 않군. 아는 사람이다.”

“네?”

누군지 보지도 않고 눈치 채는 막시민도 놀라웠지만 그런 막시민이 아는 인물이 아드리아스의 친우로 왔다는 것도 놀라웠다.

더 이상 놀라고 싶지 않았지만 이놈의 오빠 녀석 때문에 하루 종일 심신미약에 걸리는 에이미였다.

“흐음? 영감이 직접 왔네.”

살렘도 누가 왔는지 눈치를 채고 중얼거리자 에이미는 한숨을 내쉬며 존에게 말했다.

“이쪽으로 불러와주실 수 있어요?”

“알겠습니다, 사장님.”

이번에는 또 누굴까.

이해가 가지 않는 것은 아카데미를 다니며 공부를 해도 바쁠 아드리아스가 어느새 이런 인맥과 일들을 벌여놓았는지 하는 것이었다.

이내 존이 데리고 온 사람들은 둘이었다.

한명은 평범해 보이는 노인이었고 나머지 한명은 일견 희미한 인상의 소녀였다.

“허허. 이거, 이거 놀라운 일이구먼.”

“동감이다.”

“아드리아스라면 이해가 가지. 그 녀석이랑 엮이면 재밌는 일 밖에 없으니까.”

나타난 이들의 정체는 마장으로부터 언데드의 장비를 가져온 모른과 루나였다.

< 190화. 인연 집결 >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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