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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화 특성으로 최강 네크로맨서-163화 (163/415)

163화. 미누스의 편지 그리고 정비

“으하하하!”

순간 눈앞에서 일어난 일에 나는 멍하니 반응도 못했다.

“설마 이곳에 계실 줄은 생각도 못했습니다! 팔팔하시군요!”

“모하임 녀석들은 손부터 나가는 건 여전하구먼?”

갑자기 악수를 하며 반갑게 인사를 하기 시작하는 둘을 보며 일단 조용히 말을 걸어 봤다.

“서로 아는 사이십니까?”

“예. 살렘 공은 모하임 가문과 꽤 긴 악연으로 이어져 있습니다. 아무래도 우리가 하는 일들이 그런 쪽 일들이 많은지라…….”

집회에 페이드가 있다면 제국에는 모하임이 있었다.

암흑가를 양분하는 것이 저 둘이었다.

차이점이라면 불법과 합법의 차이. 솔직히 내가 보기에는 어느 쪽이든 불법이었지만.

괴상한 연구들을 하느라 여러 인력과 재료들을 필요로 하는 살렘이 모하임 가문과 안면을 튼 게 이상하진 않았다.

“살렘 공께서는 어쩐 연유로 이곳에서 머무시는 건지?”

“빚이 있어서 갚는 중이다.”

“빚? 살렘 공께서 빚을 지셨다고요?”

대너드가 놀란 표정으로 나를 돌아보았다.

뭐, 틀린 말은 아니지.

생각해 보면 나한테 빚을 진 곳이 많다.

‘카를로스 알븐을 구하면서 알븐 공작가도 나한테…… 아니지, 빚은 이미 탐욕의 왕관으로 돌려받았나.’

알븐을 제외하더라도 이후 모하임, 살렘, 막시민 등 기억나는 굵직한 것만 해도 쟁쟁한 가문과 인사들이었다.

“살렘은 제국 수배자로 알고 있는데 크게 신경 쓰지 않으시는 모양이군요.”

어차피 들켰으니 한번 대놓고 물어봤다.

그러자 대너드는 어색하게 웃으며 말했다.

“제국 수배자는 그저 겉치레입니다. 살렘 공께서는 아니라고 하실지 모르겠지만 그동안 저지른 사고가 꽤 있는데 그걸 처벌하지 않고 있으면 황실로서도 체면이 서지 않지요. 그러니 보여 주는 식으로 수배범 지정을 해 놓았다고 보면 되고 실제로 살렘 공이 잡힐 일은 없을 겁니다.”

일리가 있다.

이미 제국 내부를 자유롭게 활보하고 다니는 걸 보면 당연한 이야기겠지만.

“아, 그렇지만 다른 수배범들은 별개의 이야기입니다. 특히 각하께서 최근에 만난 막시민 크로넬은 진짜 수배범입니다. 단지 건드리면 성가신 벌집과 같은 자이니 대응을 하지 않고 지켜봤을 뿐이죠.”

“그렇군요.”

내가 덤덤하게 고개를 끄덕이자 대너드는 설명을 하다 말고 갑자기 허리를 숙였다.

“죄송합니다. 각하께서도 이미 알고 계셨을 내용인데 너무 나서 버렸습니다.”

“……예?”

대너드.

생긴 것과 다르게 너무나 소심한 남자였다.

내가 알기로 모하임 가문 내에서 가장 터프하게 싸우는 걸로 유명한데 이런 모습은 또 처음이다.

“하하하! 대너드! 혼자 자문자답하는 건 여전하구나!”

“허, 험…….”

대너드가 어색하게 머리를 긁었다.

어찌 됐든 살렘이 걸린 게 큰일로 번지지 않아서 다행이었다.

이왕 이렇게 된 거, 대너드를 살렘에게 맡기고 나는 미누스가 보낸 편지를 확인해 보기로 했다.

“두 분 오랜만에 만난 것 같은데 저는 잠시 피해 있겠습니다.”

“아닙니다. 그러실 필요 없습니다.”

대너드가 고개를 저었지만 살렘이 한발 앞섰다.

“대너드. 척 보면 척, 모르냐? 우리 크롬웰 각하께서 따로 용무가 있으신 모양이다. 넌 나랑 그동안 못 나눈 이야기나 하자. 안 그래도 이 근처에 괜찮은 맥주집이 있거든?”

살렘이 대너드를 끌고 가자 공터는 다시 한산해졌다.

살렘하고도 오랜만에 만나 나눌 이야기가 꽤 있었는데 그건 뒤로 좀 미뤄 둬야겠다.

본관에 있는 내 방으로 돌아와 그레타에게 받았던 편지를 조심스레 꺼냈다.

혹시 모르니 방에 마나 디텍트를 한 번 사용하고 책상에 앉아 편지지를 뜯었다.

글은 그리 길지 않았다.

대체로 내가 풀었던 정보를 토대로 모하임 가문이 어떤 일을 해 왔으며 어떤 변화가 생겼는지 대략적으로 설명하는 글이었다.

‘굳이?’

따지고 보면 가문의 기밀 정보가 될 수 있는 내용을 아무렇지도 않게 보낸 셈이었다.

아무리 내가 정보를 알려 주었다 해도 이렇게까지 내용을 적어 보내는 게 이해가 가지 않았다.

『놀랐을 거라 생각한다. 굳이 이런 내용을 보낸 저의를 모르겠지. 내 뜻은 단순하다. 크롬웰 공에게 모든 걸 공개하고 앞으로도 좋은 관계를 이어 나가고 싶다는 거지. 혹시 이 편지와 함께 보낸 그레타에게 들었을지는 모르겠지만 우리의 관계가 더 나아가서 굳건해졌으면 한다. 혹시라도 혼담이 오가는 곳이 없다면 우리 가문은 어떤가 싶군. 긍정적인 답변을 기대하면서 이만 말을 줄이도록 하지.』

“혼담.”

결혼을 말하는 거겠지?

이해가 가지 않는 건 아니었다.

오히려 크롬웰 가문의 세를 생각하면 미누스가 굉장히 많이 양보를 한 거겠지.

그만큼 내가 건넨 정보와 내 가치를 높게 쳐준다는 의미이고.

그레타도 이미 알고 있었던 것 같은데 굳이 이야기를 꺼내지 않았던 건 편지에 적혀 있기 때문인가.

‘고민을 조금 해 봐야겠네.’

혼담에 대해서 부정적이지는 않다.

실리적으로 따지면 모하임과의 연합은 이후 굉장한 도움이 되겠지.

하지만 그에 따른 대가도 필요했다.

‘모하임과 이어지게 되면 어쩔 수 없이 모하임 가문도 신경 써야 한다.’

모하임의 전력이 같은 편이 되는 대신 내 행동에 제약이 걸릴 것이다.

무엇보다도 나는 집회 소속 흑마법사.

혼담을 약속했다가 들키면 그보다 최악의 시나리오는 없겠지.

아마 나와의 관계를 부정하기 위해서라도 순식간에 철천지원수가 될 게 분명했다.

“일단 패가 하나 더 생긴 걸로 만족해야 하나.”

화르륵.

편지는 내가 다 읽고 나자 자연스레 불타 없어졌다.

어찌 됐든 모하임의 속내는 알았으니 즉답은 못 하지만 선물이나 하나 줄까.

‘전쟁은 생각보다 길어진다. 미리 준비하면 큰 이익이 있을 거야.’

에이미에게도 미리 말할 거지만 모하임에게도 혹시 모르니 준비해 두라고 전해 둬야겠다.

전쟁은 모든 걸 집어삼키는 괴물이지만 준비와 대처만 잘한다면 황금알을 낳는 거위가 될 수도 있으니까.

나는 곧바로 종이와 펜을 꺼내 서신을 적기 시작했다.

* * *

모하임에서 손님이 온 지 며칠이 지났다.

미누스의 편지를 확인하고 몇 시간 뒤에 다시 만난 그레타는 편지를 읽어 보았냐고 물으며 은근히 티를 냈는데 나는 아직 읽어 보지 않았다고 넘겼었다.

‘새로 작성한 서신까지 확인하면 혼담에 대한 이야기도 잠시 시간을 벌 수 있겠지.’

생각을 하며 검을 휘둘렀다.

후웅! 캉!

갈락슈르와 니켈의 만변이 부딪혔다.

날카로운 쇳소리가 울렸지만 지하인 이곳에는 나를 제외하면 누구도 들어올 일이 없기에 상관없었다.

딱!

이를 부딪힌 니켈이 뒤로 물러나며 감탄한 기색을 드러냈다.

“검술 재능으로 보면 이제 내가 널 넘지 않았을까.”

따닥!

이를 부딪치며 고개를 젓는 니켈에게 한 번 웃어 보이고 오랜만에 재능 창을 보았다.

―재능: 흑마법(수재), 원소 마법(수재), 포션 제조 버프 계열(영재), 운동(영재), 전투(영재), 마나(수재), 원소 마법 빛 계열 화력(천재), 검술(영재)

몇 달 동안 추가된 건 검술 영재밖에 없었다.

원래는 수재였지만 경험치가 이미 100%였기에 바로 진화시켰지.

신기한 건 영재로 진화시키고 나서도 경험치가 이미 30%나 채워져 있었다는 거다.

‘벽을 만져서인가.’

벽.

솔직히 비유적인 표현이라 생각했다.

그러나 이보다 잘 어울리는 표현은 없었다.

‘다시 벽을 마주하는 것조차 난제.’

기회가 왔을 때 한 번에 넘지 못하면 다시 벽을 마주치는 것조차 쉽지 않았다.

이래서 워록과 달리 오러 마스터는 재능의 영역이구나 깨달을 수 있었다.

“아직 멀었다.”

나는 몸을 풀며 다시 자세를 잡았다.

참고로 이미 지하에 난 요정의 꽃은 모두 수확했다.

이번 기회에 새로운 포션도 만들고, 전쟁 전까지 정비를 해 놓기로 했다.

깡!

니켈과 다시 손을 섞으며 잠시 딴생각에 빠졌다.

전쟁이 격화되기 전, 당장 내가 스펙을 높일 수 있는 방법은 강화.

손쉽지만 돈이 많이 들었다.

‘하필이면 세금 때문에 골치 아프게 됐네.’

세금만 아니었으면 영혼까지 끌어모아 강화를 하고 전쟁터에서 날뛰었을 텐데.

아쉬운 일이지만 어쩔 수 없지.

그래도 에이미에게 미리 전쟁 물자 대비를 예상하는 것에 몇 배로 해 두라고 했기에 전쟁이 끝나고 나면 부자가 돼 있을 거다.

강화는 천천히 하고…….

‘빈틈!’

내 생각이 아니라 니켈의 생각이 내게 전달되었다.

덕분에 가까스로 니켈의 공격을 막아 내며 뒤로 물러났다.

따다닥! 딱!

“알았어. 미안해.”

집중하지 않은 것에 대한 불호령이 떨어졌다.

검술 재능이 영재가 되었음에도 아직까지 니켈에게는 조금 못 미치는 수준이라 아무리 니켈이 봐준다고 해도 집중하지 않으면 낭패를 보았다.

“오늘은 일단 여기까지 하자.”

덜그럭.

니켈은 고개를 끄덕이고는 허공에 칼질을 하기 시작했다.

가만히 서서 휘두르기 시작하자 점차 대기가 흔들리며 강렬해졌다.

“만변…… 최근 얻은 것 중에 가장 큰 수확물이네.”

물론 나는 갈락슈르가 더 좋았지만 니켈 한정으로는 저만한 검이 없을 거다.

생각해 보니 갈락슈르의 2차 봉인도 생각은 해 둬야겠군.

‘조그만 단서밖에 없지만…….’

마장 트라울러가 알려 준 단서.

그는 고대 신화시대에 대한 지식에 해박했는데 갈락슈르도 결국 그에 맞는 신을 찾아야 한다고 했다.

그에 말에 따르면 갈락슈르는 어떤 신을 기리던 제사용 검.

어떻게 알아냈는지 의문이었지만 대장장이인 데다 신에 대한 지식도 나보다는 많은 모양이니 틀린 말은 아니겠지.

‘문제는 그 신이 누구냐는 거지.’

또 다른 단서로는 사막.

바하트에게 듣기로 이 검은 샤이야 사막의 던전에서 구했다고 들었다.

샤이야 사막은 마경이라 불리는 험지.

어차피 나중에 일어날 메인 에피소드와 연관이 있는 곳이니 언젠가는 찾아가게 될 거다.

‘그래도 이왕이면 미리미리 가 보는 것도 좋겠지.’

사막과 관련된 신이라…….

애초에 샤이야 사막이 원래부터 사막이 아니었을 수도 있다.

이건 자료 조사를 더 하기로 하고 다음으로 생각할 건 역시나 다른 플레이어블 캐릭터였다.

내 성장은 이미 포화 상태나 마찬가지.

디에네나 루시아도 예상보다 빠른 성장을 보였다.

하지만 1학년은 조금 불안한 느낌이 들었다.

‘특히 세레나. 어서 검법을 구해 줘야 한다.’

내가 플레이했을 때는 여러 경로를 통해 직접 구할 수 있었지만 타인이 된 이상 자연스럽게 구해서 건넬 방법이 애매했다.

그렇다고 더 이상 미루기도 애매한 게, 곧 있으면 북부 전쟁이다.

1학년, 아니 이제는 2학년 트리오가 될 녀석들도 참가하게 될 터.

“검법, 검법이라…….”

잠시 고민하자 수많은 검법과 획득 루트가 떠올랐다.

그러나 무엇 하나 마음에 드는 것도 없고 얻는 방법도 까다로웠다.

후웅! 후웅! 후웅!

검을 휘두르는 니켈의 수련 소리가 배경음처럼 깔리던 도중, 나는 무언가를 떠올렸다.

“아!”

검법 중에서도 S급 검법.

특히 호리호리한 세레나와 잘 맞는 검법이었다.

문제라면 당연하지만 뛰어난 검법인 만큼 획득하기가 어렵다는 것.

‘다 방법이 있지.’

내가 직접 구할 필요도 없었다.

그저 부탁만 하면 될 일.

안 그래도 슬슬 약발이 떨어질 때가 됐을 텐데?

“만난 김에 나도 좀 배우고. 일석이조네.”

막시민 크로넬.

그를 만날 때가 되었다.

* * *

몰캉!

한참 검을 휘두르는 니켈의 갈비뼈 사이에서 무언가가 움직였다.

그것은 아드리아스가 니켈에게 맡긴 카오스 미믹의 핵.

뿌용!

검은 공처럼 생긴 그것은 니켈의 움직임과는 별개로 스스로 흔들렸다.

마치 살아 있는 듯한 그 움직임은 니켈조차 느끼지 못할 정도로 은밀했기에 조용히 지나갔다.

쩌억.

곧이어 검은 공에서 작은 눈이 드러났다.

방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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